건너온 시절을 헤아리는 일
과거가 오늘을 살리는 방식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일년이 되었다. 내란의 극심한 혼란을 단기간에 진정시킨 성과는 분명하지만, 여러 변혁의 과제가 단번에 완수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전쟁을 비롯해 국내외로 혼란스러운 사태들이 여전한 이 시점에서 강조할 점은 수구기득권이 기대온 “오래된 시스템을 변혁하는 일이다”(책머리에). 낡은 체제를 뛰어넘을 동력은 다름 아닌 시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빛의 혁명 과정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과 보편적 존엄을 향한 민(民)의 역동적 기세였다. 본지도 이 힘을 이어받아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가 공동체 내부에 더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창작과비평』 2026년 여름호는 이러한 변혁과 연대의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특집 ‘과거가 오늘을 묻는 방식’에서는 역사와 기억을 둘러싼 다큐멘터리‧소설‧시 작품들을 살피며, 공동체의 시간을 사유의 지평 위에 세운다. 60주년 기획 ‘찾아가는 현장’은 일년 전 산불 화마를 입은 안동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한국문학과 K사상의 가능성’은 황석영 소설 『할매』가 보여주는 새로운 ‘생태-역사’서사의 가능성을 깊이있게 논한다. 전쟁국가 미국의 면모를 신랄하게 밝히며 ‘변혁적 중도의 국제연대’ 가능성을 타진하는 대화도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