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203호(2024년 봄호)

정치, 경제, 사법, 언론 할 것 없이 사회의 모든 영역이 촛불혁명 이전으로 되돌아간 듯 퇴행하고 있다. 대통령의 잇단 거부권 행사와 권력 남용은 물론 중립을 가장한 주류 미디어의 편파성까지, 2024년의 ‘시대유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순들이 차고 넘친다. 본지 편집위원 강경석 문학평론가는 유례없는 교착국면을 맞닥뜨린 지금이야말로 “다가오는 변화를 희망으로 만드는 책임이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주어져 있음을 되새기며 준비할 때”(「책머리에」)라고 역설하며 비관과 절망 한가운데에서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길을 찾아가자고 힘주어 말한다.
국내정세의 혼란상이 내부 요인만으로 빚어진 것은 아닐 터, 『창작과비평』 2024년 봄호 특집은 ‘세계서사,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주제로 익히 익숙한 ‘글로벌’이라는 수식을 넘어 우리는 앞으로 진정 어떤 ‘세계’를 만들어가야 할지 논한다. 미중경쟁 격화, 우끄라이나전쟁, 가자전쟁 등으로 글로벌 정세가 격변하고 세계화 이데올로기는 붕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후위기 등 일국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마저 늘어나는 작금의 상황에서 새로 써내려갈 세계를 다각도로 모색한다. ‘대화’에서는 윤석열정부의 잇단 실정을 비판하고 ‘2기 촛불정부’를 만들기 위한 비상한 길에 대해 논의한다. 세월호참사 이후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참사의 기억을 지우려는 세력에 맞서온 노력을 되새기고 4·16운동의 성과를 짚는 글들을 ‘문학평론’과 ‘현장’란에 소개한다. 주체적 한국학과 자생 담론 진작을 위해 시작하는 연속기획 ‘K-담론을 모색한다’ 첫회가 ‘논단’란에 담겼으며, 소설가 공선옥의 ‘내가 사는 곳’ 산문, 김해자 시인의 작가조명 인터뷰 및 시·소설 신작들도 새 계절의 풍성한 읽을거리가 되어준다.

계절마다
당신의 문학이 더 깊어집니다
당신의 관점이 더 넓어집니다

계간 『창작과비평』은 지난 50여년간 우리 문학과 지성계에 큰 발자취를 남겨온, 한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종합지입니다. 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주요 작가들의 시·소설 신작을 비롯해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비평과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논평 등 다양한 글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1966년 1월 『창작과비평』의 창간은 문단과 지식인 사회에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창간 초기부터 수준 높은 글을 소개하고 가로쓰기 등 신선한 편집체제를 선보였을 뿐 아니라 신진작가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문학적·사상적 자유가 억압되던 당시 청년 지성의 집결지이자 창조적 논의의 산실로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문학과 인문·사회과학을 결합한 종합지로서의 구성은 국내외적으로도 드문 일로 평가되며, 지금까지 다양하고 참신한 기획으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강제폐간, 출판사 등록취소 등 시련을 겪어야 했던 독재정권 시기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창작과비평』을 지켜주었습니다. ‘창비 책 팔아주기 운동’이 줄을 잇는가 하면 ‘출판사 등록취소 조치에 항의하는 범지식인 서명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습니다. 『창작과비평』이 한국현대사의 여러 부침 속에서도 반세기 넘게 정진해올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깨어 있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2023년 여름 200호 발간을 앞두고 있는 『창작과비평』은 ‘창작과 저항의 거점’으로서 독자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새깁니다. 주목받는 작가들과 함께 문학적 깊이와 폭을 더하며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 것을 우리 시각으로 소중하게 보듬으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세계적 전망 아래 새로운 문명을 열어갈 지혜를 모으기 위해 힘쓰고자 합니다. 한결같되 날로 새로운 모습으로 『창작과비평』은 독자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