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206호(2024년 겨울호)

“오늘의 우리 문학은 민족문학으로서 현대적 성격을 갖추게 되었고 또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는 자신을 가진다 하여 그것이 결코 자화자찬이 아닐 것을 믿는다.” 소설가 염상섭이 1952년에 남긴 이 문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이 전해진 2024년 지금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전란을 겪는 와중에도 한국문학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지킬 수 있었던 건 우리가 현실의 악조건에도 적응의 길을 찾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온 덕분일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아픔과 상처를 견디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기에 역사적 성취들을 이룩할 수 있었다. 국내 정치상황이 어수선하고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마감되었으며,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한반도정세 역시 아슬아슬하다. 본지 편집위원 강경석은 지금이야말로 촛불시민들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때라고 역설한다. “우리 각자의 자존은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지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책머리에」)
『창작과비평』 2024년 겨울호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의 문학세계’라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이 쾌거는 한국문학이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다시 돌아보는 한편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집 ‘문학에서 찾는 전환의 힘’ 역시 이에 호응하는 평론들로 꾸렸다. 이번호 ‘대화’는 창비 한국사상선 시리즈 출간에 부쳐 한국사상이란 무엇인가를 심도있게 논한다. ‘건국절’ 논란을 해석하는 명확한 참조점을 주는 논단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본질을 분석하는 현장글 등이 수록되었다. 그밖에 소설가 김금희 인터뷰 및 정지아의 산문, 김유담 백온유 소설, 김상희 김해자 오은 시 등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위로해줄 풍성한 읽을거리가 담겼다.

계절마다
당신의 문학이 더 깊어집니다
당신의 관점이 더 넓어집니다

계간 『창작과비평』은 지난 50여년간 우리 문학과 지성계에 큰 발자취를 남겨온, 한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종합지입니다. 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주요 작가들의 시·소설 신작을 비롯해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비평과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논평 등 다양한 글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1966년 1월 『창작과비평』의 창간은 문단과 지식인 사회에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창간 초기부터 수준 높은 글을 소개하고 가로쓰기 등 신선한 편집체제를 선보였을 뿐 아니라 신진작가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문학적·사상적 자유가 억압되던 당시 청년 지성의 집결지이자 창조적 논의의 산실로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문학과 인문·사회과학을 결합한 종합지로서의 구성은 국내외적으로도 드문 일로 평가되며, 지금까지 다양하고 참신한 기획으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강제폐간, 출판사 등록취소 등 시련을 겪어야 했던 독재정권 시기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창작과비평』을 지켜주었습니다. ‘창비 책 팔아주기 운동’이 줄을 잇는가 하면 ‘출판사 등록취소 조치에 항의하는 범지식인 서명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습니다. 『창작과비평』이 한국현대사의 여러 부침 속에서도 반세기 넘게 정진해올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깨어 있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2023년 여름 200호 발간을 앞두고 있는 『창작과비평』은 ‘창작과 저항의 거점’으로서 독자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새깁니다. 주목받는 작가들과 함께 문학적 깊이와 폭을 더하며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 것을 우리 시각으로 소중하게 보듬으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세계적 전망 아래 새로운 문명을 열어갈 지혜를 모으기 위해 힘쓰고자 합니다. 한결같되 날로 새로운 모습으로 『창작과비평』은 독자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