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는 1974년 단행본 출판을 시작한 이래 문학, 인문, 사회, 교양, 어린이·청소년, 교과서 등 각 분야의 양서들을 꾸준히 펴내왔습니다. 지금까지 3천여종이 넘는 책을 간행하였고, 매년 270여종 내외의 신간을 내고 있는 창비는 독자들에게서 가장 신뢰받는 출판사로 꼽히며, 양서의 산실이 되고 있습니다.
계간지에서 시작된 창비의 역사
창비의 연원은 1966년 1월 창간된 계간 『창작과비평』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백낙청 등의 주도로 창간된 『창작과비평』은 공평동 태을다방 옆에 자리한 조그만 출판사인 문우출판사의 이름을 빌려 발행됐지만, 우리 문단과 지식인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수준 높은 내용으로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윤수, 염무웅, 이시영 등의 평론가, 문인 겸 편집자들과 함께 초창기 창비의 역사는 이어집니다.
본격적인 단행본 출판 시대
창비의 본격적인 단행본 출판 시대는 1974년 ‘창비신서’의 간행과 함께 열립니다.
황석영 소설집 『객지』,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리영희 평론선 『전환시대의 논리』 등의 간행은 새로운 지식에 목마르고 정직하고 용기있는 비판의 목소리를 고대하던 많은 이들에게 시원한 샘물처럼 다가왔습니다. 당시는 유신독재체제가 강화되면서 ‘개헌청원지지 문인 선언’, 동아일보, 조선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운동’ 등 지식인을 중심으로 반독재 민주화운동이 활발해지던 무렵으로, 창비의 활동도 이에 호응하면서 출판의 내실을 다졌습니다.
우리 현대시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신경림 시집 『농무』 등 ‘창비시선’의 간행은 또한 왜곡된 ‘순수주의’를 깨뜨리고 현실을 담아내는 시의 진폭을 한껏 넓히면서, 시가 대중독자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값진 장르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창비의 문학 출판은 가장 뛰어난 시와 소설 작품들을 발굴 간행하는 명실상부한 민족문학의 산실로 자리 잡아, 한국문학의 흐름을 주도해오고 있습니다.
1970~80년대 ‘창비’의 성원들이 겪게 되는 여러 수난과 출판사 및 책에 가해진 갖가지 폭력적 탄압은 그만큼 창비의 존재가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한 비민주적 정권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음을 웅변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창비는 그 험난한 세월에 숱한 판금조치와 계간지 폐간, 출판사 등록취소 등의 시련을 겪으며 한층 단련되고 강화된 현실대처 능력을 갖게 됩니다.
더욱 많은 독자들과 만난 90년대
1990년대에 본사가 연달아 내놓은 『소설 동의보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등 대형 베스트셀러들은 창비가 딱딱한 사회과학서나 엄숙한 본격 문학서만을 간행하는 출판사가 아니라, 삶에 향기와 윤기를 더해주는 보배로운 책들을 간행하는 역동적인 출판사임을 새롭게 인식시켜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설 동의보감』이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번역소설과 각종 외국 저작들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우리 것을 우리 시각으로 소중하게 보듬고 갈무리함으로써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습니다. 특히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깊이있는 인문교양서도 대중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을 뿐 아니라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대대적으로 불러일으킴으로써 90년대의 중요한 하나의 문화적 경향을 형성하였습니다.
2000년대 도약기를 맞아
창비는 이러한 성장을 기반으로 2000년대 도약기를 맞이합니다. 2003년 회사명을 ‘창작과비평사’에서 부르기 쉬운 ‘창비’로 바꾸고 사옥을 파주출판단지로 옮겨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곳에서 계간 『창작과비평』은 창간 40주년(2006)과 통권 150호(2010)를 맞았습니다. 문학 출판에서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작가들의 문제작이 속속 출간되고, 우리 현대시의 자부심이라 할 만한 ‘창비시선’이 300번을 돌파하는 등 질적·양적으로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습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창비신인문학상(시·소설·평론), 창비장편소설상이 제정되면서 주목할 만한 신예를 발굴하는 일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1970~80년대 성가를 높인 ‘창비신서’를 대체해 주목할 만한 학술·교양서 단행본이 연이어 출간되었습니다. 강만길 정수일 백낙청 이매뉴얼 월러스틴, 브루스 커밍스, 에드워드 싸이드 같은 국내외 저명학자의 연구성과를 소개했습니다. 아울러 인문학의 대중화에 발맞춰 법·인권, 여성,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흥미롭고 알찬 교양서도 다수 출간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아동서’로 한정된 영역을 어린이·청소년으로 확장해 청소년도서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제정하고 첫 수상작 『완득이』로 기존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밖에 어린이·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논픽션 시리즈도 활발하게 출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단행본 전문 출판사로서는 과감하게 교육출판에 뛰어들었습니다. 새로운 교과 내용과 달라진 학생 정서에 맞추어 중고등학교 국어 및 문학 교과서와 학습도서에 혁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014년부터는 ‘창비교육’으로 법인을 독립하여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단행본을 출간하고 있으며, 이어서 인문-문예 강좌를 운영하는 ‘창비학당’ 및 교사 대상 원격연수를 지원하는 ‘창비교육연수원’도 문을 열었습니다.
또한 2009년 설립한 ‘미디어창비’는 전자책과 오디오북 사업을 비롯해 국내 최초의 시(詩) 어플리케이션 ‘시요일’ 등의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21세기 새 문명 창조를 위하여
이제 창비는 하나의 대항세력으로서만이 아니라 참다운 교양을 가꿀 수 있는 양서의 산실로 그 역할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이 땅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의 꿈과 정서를 가꾸어주는 어린이책에서부터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의 문학작품, 국내외 석학들의 새로운 문명 창조를 향한 발돋움에 이르기까지 최고 권위의 편집진이 엄선한 내용들만을 출판함으로써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과 지지에 보답하고 있습니다. 지식과 정보의 시대, 문화의 시대인 21세기에 창비는 세계의 흐름을 함께 호흡하며 미래를 열어가는 지혜의 보고로서 독자 여러분의 곁에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