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고민해주길
노미화 (강화 길상초등학교 교사)
이라크전을 보면서 우리 어린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제 우리 어른들은 더이상 무엇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사회, 그것을 아주 당연한 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나라를 이끌고 백성을 이끌어가는 사회를 만들어놓고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아이들의 깨끗한 마음에 우리의 앞날을 기대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창비어린이』는 요즘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어떤 책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 어린이에게 다가가면 좋을지 그런 것도 고민했으면 좋겠다. 어린이책 비평은 철저히 어린이 처지에서 고민하고 나누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서, 비평을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비난을 비평인 것처럼 말하지 않는, 최소한의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이 나오도록 비평의 길을 텄으면 좋겠다. 읽으면 가슴 답답하지 않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 같은 그런 비평을 기대해본다.
그렇게 해서 우리 어린이들이 올바른 생각, 올바른 정서를 지니고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는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것은 재미있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길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창작과비평사에서 어린이를 위한 문화비평지를 낸다 하니 무척 반갑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본 모든 그림과 이야기, 만화, 영화 들이 얼마나 강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내게 배어들어왔던가. 그것들만큼 내 삶에 신비롭고도 풍성한 자양분이 된 것이 있었던가. 부디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을 많이 소개하고 작품을 많이 만들게 고무 격려하고 토론의 장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길 바라며 또 그렇게 될 걸로 믿고 있다. 굳이 한가지 당부를 한다면 만화나 영화 등을 바라볼 때 지나치게 건전한 작품, 바람직한 작품만 보지 말고 어린이의 입장이 되어 재미있는 것은 재미있는 것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연스런 시각을 기본으로 깔고 시작하기를 당부드리고 싶다. 그런 시선 위에서 아쉬운 점과 바랄 것, 그리고 권할 만한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 되면 좋겠다. 나는 누구나 그렇듯이 재미도 있고 내용이 유익한 작품을 바라지만 만약 재미있고 천박한 내용의 작품과 재미없고 유익한 내용의 작품을 비판해야 한다면, 내 생각이 꼭 옳다고 믿진 않지만, 난 재미없고 유익한 작품을 먼저 비판하고 싶다. 재미없는 잔소리는 아이들에게 고문과 같은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많은 필자들이 다투어 글과 작품을 싣고 싶어하는 책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어른도 읽는 어린이책, 어린이책도 읽는 어른들을 위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인)
‘창비아동문고’가 출발할 때 다짐한 것이 어른도 즐겨 읽는 어린이책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창비의 어린이책 사업을 통해 이 목표가 얼마큼은 달성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좋은 책이 적잖이 나왔다는 뜻이고 어른들의 삶도 조금은 더 풍성해졌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좋은 어린이책이 많이 나오기 위해서, 그리고 많은 어른들이 좋은 어린이책 읽기를 당연한 교양이자 즐거움으로 알기 위해서는, 어린이와 어린이책들을 사랑하는 어른들이 만나서 회화하고 비평하는 마당이 필요합니다. 『창비어린이』의 창간으로 우리 사회의 이런 마당이 한껏 넓어지고 활기가 가득차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어린이문학을 환한 햇빛 아래 내보이도록
이오덕 (아동문학평론가)
학교란 곳이 아이들을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비참한 공장으로 되어 버린 지가 너무나 오래 되었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문학일 수밖에 없는데, 이 문학이란 자리가 또 온갖 장사꾼들과 말재주꾼들이 모여 있는 돈벌이 판이 되고 외국 상품의 시장바닥처럼 되어 있다. 이런 때에 3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어린이문고를 낸 창작과비평사에서 어린이문학을 이론으로 바로 세우려는 계간지를 내게 되었으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부디 어지럽고 어둡고 꽉 막혀 답답한 우리 어린이문학을 밝은 햇빛 아래 끌어내어 그 참모습을 모든 사람들에게 환히 비춰 보여주는 책이 되기를 바라면서 다음 몇가지를 부탁하고 싶다.
첫째, 우리 어린이의 현실을 바로 보는 문학, 어린이를 장난감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이 되어 있는 어린이를 참된 사람다운 어린이로 살리는 문학을 창조하는 길을 찾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둘째, 온갖 문제와 방법과 이론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다. 아무튼 가장 절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절실한 이야기란, 문학을 우리 것으로, 아이들의 것으로 바로 세우는 일에 가장 밀접해 있는 것일 수밖에 없다.
셋째, 이론을 위한 이론, 유식을 자랑하는 글로 독자들을 현혹시키면서 권위를 세우려는 책이야 설마 되지 않겠지.
넷째, 아이들과 문학을 살리는 일은 우리말을 살리는 일을 떠나서는 할 수 없다. 될 수 있는 대로 쉬운 말로 깨끗한 우리말로 쓰는 글이 되어서 모든 부모와 교사들이 즐겨 읽을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다섯째, 외국 문학이론의 소개는 우리 어린이문학을 바로 세우는 데 보탬이 되는 경우에만 그치는 것이 좋겠다.
‘민족아동문학’의 중심에 서주세요
이재철 (한국아동문학학회 회장)
『창작과비평』과 ‘창비아동문고’를 통해 민족문학 확립에 이바지해온 창작과비평사에서 어른들을 독자로 하는 『창비어린이』를 창간한다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이 나라 아동문학의 유일한 전문지인 계간 『아동문학평론』을 28년째 운영하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이제 외롭지 않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아동문학을 평생 연구해온 40년간 나는 주로 해방전의 『소년』 『어린이』 『신소년』 『아이생활』 『별나라』 그리고 해방후의 『소학생』 『소년세계』 『소년』 『새벗』 등 어린이 잡지를 연구해왔습니다.
새로 창간되는 『창비어린이』도 연구의 대상이 될 정도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동문학비평 전문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면 상업주의적인 편집을 경계하고 어느 한쪽 이론만 내세우지 말고 항상 ‘민족아동문학’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올바른 어린이를 위한 문학은 편식주의적 이념이 아니라, 보편주의적 가치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창비어린이』는 어느 집단이나 계층만이 읽는 전문 잡지이기보다, 우리 민족의 동질성에 바탕을 둔 ‘민족아동문학’ 확립에 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창간을 거듭 축하합니다.
어린이책 출판계와 신인을 위한 진정한 배려를
이형진 (그림책작가)
어린이책 출판계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신인의 부족에 대해 탄식하는 말들을 한다. 궁여지책으로 출판사에서는 그들의 이름으로 된 ‘상’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신인을 발굴해낸다. 아마도 출판사에서는 신인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그 여세를 몰아 신인에게 출판의 기쁨까지 제공한다. 그러나 그러한 ‘상’의 내용은 달리 보면 출판사의 새 원고 챙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인 당선자에게는 첫 출판물이나 상금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 그 가능성에 걸맞은 관심과 배려가 더 먼저인 것은 아닐까. 출판사 몫 챙기기가 아닌 어린이책 출판계와 신인을 위한 진정한 배려…… 『창비어린이』가 한 출판사의 잡지에 머물지 말고 출판계의 따뜻한 호랑이 선생님 역할을 해낸다면 참 좋겠다. 이제 어린이책 출판계가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묘수는 진정 따뜻한 관심이 아닐까.
그리고 어린이의 현실을 좀더 꿰뚫어보는 비평들을 끈질기게 실어나갔으면 한다. 어른의 감상적 눈에서가 아닌 어린이들의 ‘바로, 지금’ 현실을 파헤치는 글을……
어린이책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의 마당으로
조월례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어른을 위한 문학잡지는 넘쳐나는 데 비해 어린이 관련 잡지가 너무나 부족한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책의 문화가 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절대로 필요한 잡지문화가 형성되지 못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새 잡지가 나온다고 하니 오랜 가뭄에 단비처럼 반갑고 또 반갑습니다. 잡지를 내기까지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려준 창비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새 잡지가 나온다니, 여러가지 기대가 많아집니다.
새 잡지는 상업성에 매몰되어 잃어버린 한국 아동문학의 정통성을 회복시켜주기를 기대합니다. 암울한 시기에 출발하여 어려운 시대를 거쳐오면서 치열한 작가정신을 발휘한 각 시대의 작가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아동문학이 가야 할 길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출판시장이 확대되고, 어린이책, 어린이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들이 만나 어린이책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마당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상업성에 매몰되어 철학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 작가들에게 작가로서의 신념을 회복시켜주는 잡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 잡지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작품성이 떨어지는 책에 대해서 쓴소리를 할 수 있고, 그것을 귀하게 수용하는 풍토를 조성해주었으면 합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을 살려내고 유지하면서 선배들이 이룩한 한국 아동문학의 정신을 되살려주기를 기대합니다. 과거의 어른 창비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시대의 작가와 독자의 자긍심을 북돋우는 새 잡지가 되어주기를 기대합니다.
숨어 있는 작품들을 눈여겨보길
최옥미 (사계절출판사 아동·청소년팀장)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의 작가 리처드 애덤스는 여러 출판사와 에이전씨에서 번번이 작품을 퇴짜맞고 아주 영세한 출판사에서 간신히 책을 내게 되었다. 찍은 부수도 많지 않고 별 반향도 없었다. 애덤스는 책이 많이 팔리는 것보다도 2년여에 걸쳐 쓴 이 이야기를 제대로 평가해줄 작품평을 고대했다. 그동안 퇴짜맞은 이유에는 상업성이 깊이 개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작가가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작품평이다’라고. 『워터십 다운…』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본 언론사와 비평가들에 의해, 하마터면 조용히 사라졌을 이 불멸의 고전이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게 되었다.
우리 작가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작품이 상업성 여부를 떠나서 온전한 하나의 생명체로 대접받고 평가되기를 바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동안 우리는 성숙한 비평에 너무나도 목말라왔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된 작품평들도 출발부터 비논리적이고 인신공격적인 발언으로 말미암아 끝내 건강치 못한 말싸움과 비아냥거림으로 치닫곤 한다. 과연 이런 것이 작가들이나 책을 펴내는 출판사와 편집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래서 어린이책 전문 비평지를 표방한 『창비어린이』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그림책·동화·동시·소년소설은 물론 좀더 독서력이 높은 아이들이 즐겨 보는 청소년책까지 아울러 골고루 다루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지도 있는 작가나 출판사 중심에서 벗어나 곳곳에 숨어 있는 좋은 작품, 가능성있는 작품들을 눈여겨보고, 책임있고 논리적인 비평을 통해 우리 어린이문학을 살찌우는 데 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어린이문학의 지표가 필요한 때
황선미 (동화작가)
모든 게 어렵다고 한다. 경제가 그렇고, 각 나라의 정세가 그렇고, 사람살이가 만만치 않다. 가끔 서점에 나가보면 눈도 어지럽다. 너무나 많은 책들이 현란하게 널려 있어 도대체 뭘 집어 봐야 할지 모르겠다. 문득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출판시장도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던데……
이런 때에 『창비어린이』의 간행은 쉽지 않은 출발임에 분명하다. 어린이 문학서가 양적으로 팽창하고는 있지만 수준이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데다가 우리한테는 계간지의 역할을 체험할 기회조차 부족했기 때문이다. 별다른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문학지 하나를 더 보태는 일로 머물지, 어린이문학의 지표가 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지는 이 계간지의 행보에 달려 있다.
어린이문학과 어린이문화 저변을 두루 짚어가며 쓴소리 매운소리를 맡아 하기로 자청했음은 비난도 따르고 책임도 따르는 일이 될 게 뻔하다. 모쪼록 편견 없이 문학작품과 문화현상이 파악되기를 바란다. 또한 아동문학가의 길을 나아가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창작품, 비평문 등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원고를 심사하는 작가들을 고정화시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늘 새로운 만남이 가능하려면 무엇이든 정해진 틀을 갖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창비어린이』의 출발에 희망을 건다. 모든 게 어렵고 혼란스러운 즈음에 전문가적 눈을 갖고자 노력할 것을 믿는 것이다. 부디 단단한 출발로 오래 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