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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지나니 이제 사춘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성장 공감 사전 몸과 마음의 변화가 큰 사춘기, 청소년은 하루하루 어떤 일들을 겪으며 성장할까? 『사춘기 성장 사전』은 우정, 성찰, 배움, 도전 등 성장과 관련된 여러 말과 그 말이 쓰이는 상황을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사전 형태로 소개한다. 『아홉 살 마음 사전』 『아홉 살 함께 사전』 등 ‘아홉 살 사전’ 시리즈로 어린이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글이 수록된 박성우 시인이 이번에는 ‘사춘기 사전’ 시리즈로 10대의 마음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선다. 순우리말 ‘곰살갑다’부터 ‘문외한’이나 ‘소신’처럼 10대들이 다소 어렵게 느낄 만한 한자어까지 폭넓게 수록해 어휘력을 키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사춘기에 우리가 얼마나 훌쩍 자라날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하고 꿈꿔 볼 수 있는 책이다. 박성우 시인과 함께 솔직하고 생생하게 사춘기 말하기 연습, 글쓰기 연습! 청소년은 흔히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학생’ 신분으로만 이해되고는 한다. 그러나 사춘기의 성장이 반드시 학업 성취와만 연관된 것은 아니다. 사춘기에 10대들은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꿈꾸고 도전하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혹은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며 자아 정체성을 탐구해 간다. 기성세대의 편견과 고정 관념에 반기를 들고 또래끼리 새로운 가치를 구축해 나아가기도 한다. 『사춘기 성장 사전』은 이처럼 사춘기에 겪는 여러 변화의 계기와 경험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줏대 있고 올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개성 표현하기’ ‘좋은 친구 사귀기’ ‘내 모습 돌아보기’ ‘배우고 성장하기’ ‘싸우고 화해하기’ ‘꿈꾸고 도전하기’ ‘세상과 만나기’ 등 일곱 부로 구성되어 사춘기의 일상에 폭넓게 접속하며, 공감과 지지를 전한다. 간결하면서도 감성적인 시인의 문장을 따라 읽는 경험은 자신이 겪은 일이나 거기서 깨달은 바를 말과 글로 직접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든든한 연습의 기회가 되어 준다. 제시된 낱말의 뜻과 구체적인 활용법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표현력이 한층 자라난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지? 내일은 어떤 날이 펼쳐질까? 성장과 관련된 다양하고 구체적인 상황을 담은 사전 『사춘기 준비 사전』이 사춘기를 앞둔 이들을 위해 ‘사춘기 미리 보기’를 제시한다면, 『사춘기 성장 사전』은 현재 사춘기를 겪고 있는 10대들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공감 사전’이다. 자신의 내면에 어떤 잠재력이 깃들어 있는지, 그 씨앗이 잘 움트고 꽃으로 피어나기까지 어떠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순우리말과 한자어를 두루 수록해 어휘력을 끌어올리는 점도 특장점이다. 텔레비전이나 뉴스 기사에 익숙지 않은 추상어가 등장하면 곧장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로 등극하는 현상을 보건대 어휘력 저하는 오늘날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이다. 『사춘기 성장 사전』은 10대의 일상에서는 자주 쓰이지 않아 다소 낯설 수 있는 말, 그러나 문장 구사력을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다채롭게 실었다. 예컨대 ‘찾다’는 알지만 유사어는 잘 모를 경우 ‘모색하다’를 새로 익힐 수 있다. 어른이 되어 무슨 일을 하며 살지 꿈을 찾아보는 상황, 달달 외우기만 하던 공부 방식을 바꾸어 보려고 궁리해 보는 상황이 함께 제시되어 낱말의 뜻을 쉽게 알아채고 쓰임도 배울 수 있다. ‘냉소적’에서는 엄마가 얘기 좀 하자는데 무시해 버린 일,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친구한테 옷이 그것뿐이냐고 타박한 일, 동생이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는데 공부 잘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고 쏘아붙인 일이 그려진다. ‘몰두하다’는 뭔가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을 부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고 설명되고, ‘매료되다’는 새로 나온 청소년소설이 재밌어서 푹 빠져 읽은 상황으로 소개된다. 10대의 생활 속에서 말뜻을 풀어내니 더욱 선명하고 실감 나게 읽힌다. 일상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발견하고 한껏 누릴 수 있도록 응원하는 박성우 시인 특유의 긍정성은 『사춘기 준비 사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예컨대 ‘느긋하다’에서는 5교시 발표 수업을 앞두고 있지만 일단 밥은 마음 편히 먹자고 말하는 화자의 너스레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호기롭다’에서는 여자 친구 앞에서 잘 보이려고 발차기를 하다가 바지가 부욱 찢어지는 상황이 그려져 웃음을 자아낸다. ‘자화자찬’에서는 “선생님, 제 발표에 감탄해서 눈을 지그시 감고 계시는 거죠?”라고 묻는 넉살이 우습고 재미있다. 이러한 유머는 괜찮다는 백 마디 말보다 더 진한 위로를 건네며, 무겁고 딱딱한 마음을 풀고 사춘기를 여유롭고 유쾌하게 보내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청소년 236명이 고른 단어, 시인의 문장과 만화가의 그림! 사춘기의 여정을 동행해 줄 든든한 친구 같은 사전 ‘아홉 살 사전’ 시리즈의 후속으로 ‘사춘기 사전’을 준비하며 박성우 시인과 창비는 10대들에게 사전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총 236명의 10대들이 사춘기 하면 떠오르는 말, 듣기 좋은 말과 듣기 싫은 말, 자주 쓰는 표현, 내가 사춘기라고 느낄 때 등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들려주었다. ‘사춘기 사전’ 시리즈는 이처럼 10대 독자들의 목소리를 풍성하게 반영해 꾸려졌다. 특히 『사춘기 성장 사전』은 청소년들이 평소 무슨 뜻인지 몰라서 궁금해했던 낱말이나 실제 검색해 본 낱말 위주로 꾸렸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로 활동하는 애슝 화가는 어려운 낱말도 쉽고 흥미로운 그림으로 풀어내 사춘기의 고민과 성장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단어의 뜻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그림, 새로운 각도로 풀이한 그림 등 창의적인 접근도 돋보인다. 귀여운 그림체로 친숙하게 다가가면서도 색 사용을 절제한 세련미를 갖추어 10대 독자의 눈높이와 잘 맞을 법하다.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번개처럼 번뜩이는 시인의 문장과 화가의 그림은 사춘기의 성장 또한 이처럼 유머러스하면서도 가볍지 않고, 느긋하면서도 과감하며, 아름답다고 전해 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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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지나니 이제 사춘기?! 사춘기의 여정을 동행해 줄 든든한 친구 같은 사전 『아홉 살 마음 사전』 박성우 시인의 후속작 학년만 바뀌어도 힘든 10대 시기, 사춘기에 접어들면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아홉 살 마음 사전』 『아홉 살 함께 사전』 등 ‘아홉 살 사전’ 시리즈로 어린이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글이 수록된 박성우 시인이 이번에는 ‘사춘기 사전’ 시리즈로 10대의 마음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선다. 『사춘기 준비 사전』은 10대에 겪는 여러 경험과 감정을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펼쳐 보이며, 다가올 사춘기에 대한 ‘미리 보기’를 제공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향해 가는 첫 번째 다리를 무사히 건너갈 수 있도록 힘찬 응원을 전하며 귀중한 디딤돌을 놓아 주는 책이다. 이어서 『사춘기 성장 사전』은 우정, 성찰, 배움, 도전 등 성장과 관련된 여러 말과 그 말이 쓰이는 상황을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10대들이 다소 어렵게 느낄 만한 한자어까지 폭넓게 수록해 어휘력을 키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10대 초반의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읽으며 사춘기를 즐겁고 알차게 보낼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힘들지만은 않을 거야!” 가뿐한 사춘기 준비 운동 『사춘기 준비 사전』 사춘기라 하면 흔히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는 충동이나 반항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사춘기 청소년들이 정말 아무 까닭 없이 짜증만 내는 것일까? 그런 행동에는 표현법을 몰라 미처 말로 풀어놓지 못한 사연이 숨어 있지 않을까? 『사춘기 준비 사전』은 으레 ‘중2병’이라고 손쉽게 여겨지는 사춘기를 다시 한번 곰곰이 들여다보게 한다. 사춘기니까 저러지, 하고 함부로 재단하거나 단정 짓기보다 10대의 진짜 일상 속으로 파고든다. ‘억울할지 몰라’ ‘귀찮을지 몰라’ ‘궁금할지 몰라’ ‘방황할지 몰라’ ‘외로울지 몰라’ ‘너무 힘들지 몰라’ ‘하지만 다를 수도 있어’ ‘정말 좋을지도 몰라’ 등 여덟 부로 구성되어 사춘기의 경험과 감정을 실감 나게 소개한다.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숨 고르기를 하듯, 사춘기를 앞둔 이들에게도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박성우 시인은 그 준비 운동을 청소년과 주변인이 다 함께 해 보자고 제안한다. 가시 돋친 말과 행동이 툭툭 불거질 때 누군가는 그 속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길, 10대 스스로도 타인을 쿡쿡 찌르기보다 자기 내면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제대로 표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제시된 낱말의 뜻과 구체적인 활용법을 익히며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사춘기 준비 사전』은 다가올 사춘기가 반드시 어둡고 힘들지만은 않으리라는 믿음을 전하며, 한결 가뿐하게 사춘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솔직하고 생생하게 사춘기 말하기 연습, 글쓰기 연습! 『사춘기 성장 사전』 『사춘기 준비 사전』이 사춘기를 앞둔 이들을 위해 ‘사춘기 미리 보기’를 제시한다면, 『사춘기 성장 사전』은 현재 사춘기를 겪고 있는 10대들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공감 사전’이다. 사춘기에 겪는 여러 변화의 계기와 경험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줏대 있고 올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자신의 내면에 어떤 잠재력이 깃들어 있는지, 그 씨앗이 잘 움트고 꽃으로 피어나기까지 어떠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성 표현하기’ ‘좋은 친구 사귀기’ ‘내 모습 돌아보기’ ‘배우고 성장하기’ ‘싸우고 화해하기’ ‘꿈꾸고 도전하기’ ‘세상과 만나기’ 등 일곱 부로 구성되어 사춘기의 일상에 폭넓게 접속하며, 공감과 지지를 전한다. 간결하면서도 감성적인 시인의 문장을 따라 읽는 경험은 자신이 겪은 일이나 거기서 깨달은 바를 말과 글로 직접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든든한 연습의 기회가 되어 준다. 특히 순우리말과 한자어를 두루 수록해 어휘력을 끌어올리는 점은 특장점이다. 텔레비전이나 뉴스 기사에 익숙지 않은 추상어가 등장하면 곧장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로 등극하는 현상을 보건대 어휘력 저하는 오늘날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이다. 『사춘기 성장 사전』은 10대의 일상에서는 자주 쓰이지 않아 다소 낯설 수 있는 말, 그러나 문장 구사력을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다채롭게 실었다. 제시된 낱말의 뜻과 구체적인 활용법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표현력이 한층 자라난다. “너 요새 왜 그래?” “엄마 아빠야말로 저한테 왜 그러세요!” 사춘기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상황을 담은 사전 사춘기가 폭발하듯 문제만 일으키는 시기가 아니며 밝고 유쾌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전하는 것은 ‘사춘기 사전’ 시리즈의 큰 미덕이다. 일상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발견하고 한껏 누릴 수 있도록 응원하는 박성우 시인 특유의 긍정성이 더욱 빛난다. 예컨대 『사춘기 준비 사전』 중 억울함과 난감함을 표현하는 ‘날벼락’에서는 엄마가 나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상황, 열심히 시험공부를 했는데 눈 떠 보니 이미 지각인 상황이 함께 소개된다. 10대의 생활 속에서 말뜻을 풀어내니 더욱 선명하고 실감 나게 읽힌다. 『사춘기 성장 사전』 중 ‘느긋하다’에서는 5교시 발표 수업을 앞두고 있지만 일단 밥은 마음 편히 먹자고 말하는 화자의 너스레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호기롭다’에서는 여자 친구 앞에서 잘 보이려고 발차기를 하다가 바지가 부욱 찢어지는 상황이 그려져 웃음을 자아낸다. ‘자화자찬’에서는 “선생님, 제 발표에 감탄해서 눈을 지그시 감고 계시는 거죠?”라고 묻는 넉살이 우습고 재미있다. 이러한 유머는 괜찮다는 백 마디 말보다 더 진한 위로를 건네며, 무겁고 딱딱한 마음을 풀고 사춘기를 여유롭고 유쾌하게 보내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청소년 236명이 고른 단어, 시인의 문장과 만화가의 그림! ‘아홉 살 사전’ 시리즈의 후속으로 ‘사춘기 사전’을 준비하며 박성우 시인과 창비는 10대들에게 사전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총 236명의 10대들이 사춘기 하면 떠오르는 말, 듣기 좋은 말과 듣기 싫은 말, 자주 쓰는 표현, 내가 사춘기라고 느낄 때 등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들려주었다. ‘사춘기 사전’ 시리즈는 이처럼 10대 독자들의 목소리를 풍성하게 반영해 꾸려졌다. 『사춘기 준비 사전』은 비교적 익숙하고 쉬운 단어로, 『사춘기 성장 사전』은 다소 낯설지만 알아 두면 유용한 단어로 난이도를 적절히 조정했다. 박성우 시인은 사춘기의 마음을 그대로 본뜬 듯 재치 넘치는 입말글을 통해 사춘기의 고민과 성장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로 활동하는 애슝 화가는 낱말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채롭고 흥미로운 그림을 선보인다. 단어의 뜻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그림, 새로운 각도로 풀이한 그림 등 창의적인 접근도 돋보인다. 귀여운 그림체로 친숙하게 다가가면서도 색 사용을 절제한 세련미를 갖추어 10대 독자의 눈높이와 잘 맞을 법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다양한 표현을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사춘기를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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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문학상, 한국어린이도서상, IBBY 어너리스트 수상 작가인 유은실이 글을 쓰고,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화가 박세영이 그림을 그린 『송아지똥』이 출간되었다. 어느 봄날, 세상에 태어난 송아지 똥의 짧은 생을 그렸다. 유은실 작가가 권정생 선생 10주기를 추모하며 『창비어린이』에 발표했던 단편동화를 다듬어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권정생 의 「강아지똥」을 오마주하여 만든 이 이야기는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요즘 어린이들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가도록 따뜻한 시선과 에피소드로 새롭게 쓰였다. 박세영 화가의 맑은 동양화 그림이 이야기의 감동을 더욱 웅숭깊게 전한다. 권정생문학상, 한국어린이도서상, IBBY 어너리스트 수상 작가 유은실이 권정생 선생을 추모하며 쓴 동화 『송아지똥』은 유은실 작가가 권정생 소천 10주기 추모 특집으로 꾸려진 『창비어린이』 2017년 여름호 창작란에 발표한 단편동화 「송아지똥」을 새롭게 그림책으로 펴낸 것이다. 유은실 작가는 2004년 등단 이후 장편동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일수의 탄생』, 단편동화집 『만국기 소년』 『멀쩡한 이유정』, 유년동화 『나도 편식할 거야』, 청소년소설 『변두리』 『2미터 그리고 48시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굵직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한국 아동청소년문단을 이끌어 왔다. 2007년 한국어린이도서상(대한출판문화협회 제정)을 수상했고, 2010년 IBBY(국제아동도서협의회) 어너리스트에 올랐다. 2015년에는 “따뜻한 시선과 삶에 대한 성찰이 권정생 선생의 문학 정신을 직접적으로 계승한다.”(심사위원 김진경, 안학수, 송재찬)라는 평을 받으며 제6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 상을 수상하며 “영광스럽고 참 무겁다.”라고 말했던 작가는 권정생 선생의 문학 정신을 잊지 않고 되새기고자 「강아지똥」을 오마주하여 이 작품을 집필하였다. “나도 하느님이 만드셨을까? 나도 거름이 되고 싶어.” 강아지똥을 잇는 새로운 주인공, 송아지똥의 탄생 어느 봄날, ‘송아지똥’이 태어난다. 아랫마을 송아지가 빈집 마당에 똥을 누고 간 것이다. 마당 한편에서 송아지똥의 탄생을 지켜본 감나무 ‘리듬감’과 질경이 ‘평이’는 “똥또로동또 똥또.” 노래하며 송아지똥을 환대한다. 송아지똥은 스스로를 ‘똥또로동’이라 이름하고 세상을 둘러본다. 리듬감 덕분에 알게 되었다. 내가 길어야 한 계절을 살 수 있다는 걸. 내가 태어난 세상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내 짧은 똥생을 생각했다. 짧은 만큼 멋지게 살고 싶었다. 똥또로동은 태어나자마자 한 계절도 살지 못할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지만 좌절하지 않고 ‘멋지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똥또로동은 그간 상처를 안고서도 씩씩하게 성장하는 유은실 작가의 주인공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똥또로동은 경이로운 자연을 바라보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면서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아 간다. 그리고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자 온몸을 자디잘게 부수어 샛노란 민들레꽃을 피운 ‘전설의 강아지똥’ 이야기를 듣게 된다. 희망에 차서 “나도 하느님이 만드셨을까?” “나도 거름이 되고 싶어.”라고 외치는 송아지똥의 목소리에는 「강아지똥」(1969년 발표, 『강아지똥』 길벗어린이 1996년)을, 나아가 권정생 선생의 작품을 존경하는 유은실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다. 『송아지똥』은 고전이 된 작품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오늘날 어린이들에게 그 의미가 새롭게 가닿도록 세심하게 구성하여 선보이는 작품이다. 「강아지똥」 발표 후 50년, 삶과 죽음 그리고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1969년에 발표된 권정생의 「강아지똥」은 5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며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유은실 작가가 목도한 한 장면이 작가로 하여금 이 이야기를 새롭게 쓰게 했다. 「강아지똥」을 읽어 주던 부모가 아이에게 “똥도 이렇게 쓸모가 있는데 너는 공부를 못하니 똥보다 못하다.”라고 말했던 것. 작가는 ‘똥도 쓸모 있다.’라는 50년 전 가장 진보적인 메시지가 어른의 입맛에 맞춰 변질되어 이 시대 어린이들에게는 ‘쓸모가 없으면 가치가 없다.’라는 메시지로 전해지는 것을 가슴 아프게 여겼다. 그리고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자 하는 「강아지똥」의 참뜻을 더욱 잘 전하고자 『송아지똥』을 쓰기 시작했다. “똥또로동, 넌 시멘트 위에서 태어났잖아. 거기서는 자디잘게 부서져도 흙으로 스며들 수가 없어.” 나는 내 몸이 놓인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온통 시멘트였다. 내 힘으로는 먼지만큼도 가를 수 없는 단단한 시멘트. 시멘트 마당에서 태어난 똥또로동은 결국 거름이 되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목과 입과 눈이 점점 말라붙어 가는 똥또로동에게 친구들은 “거름 좀 못 되면 어때?” “귀하게 쓰이지 못하면 좀 어때?” “어쩔 수 없었잖아.” “네 똥생 참 근사하다.”라고 말한다. 세상에서 쓸모 있는 일을 하지 못해도 충분히 의미 있으며, 세상에 태어난 누구나 각자의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가 뭉클하게 전해진다. 다정한 친구와 이웃을 통해 우정과 연대의 가치를 말하다 「강아지똥」에서는 흙덩이도, 참새도, 엄마 닭과 병아리도 모두 강아지똥을 두고 떠나가지만 똥또로동에게는 늘 곁을 지키는 친구들이 있다. 리듬감은 인자하고 속이 깊으며 평이는 당차고 의리가 있다. 똥또로동과 함께 낮과 밤을 보내고, 비와 바람을 맞아 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스럽다. 어린 주인공을 조력자 없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두지 않으려는 작가의 따스한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삐딱한 참새가 똥또로동을 괴롭히자 하잘것없어 보이는 잡초와 벌레 들이 한목소리로 참새에게 달려들어 참새를 쫓아내는 장면은 이웃 간에 마음을 나누고 힘을 합하는 것이 삶의 또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똥또로동은 비록 거름이 되지는 못했지만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 충분히 ‘근사한 똥생’을 살았다. 『송아지똥』을 읽은 어린 독자들도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어느 봄날, 빈집 마당에서 ‘송아지똥’이 태어난다. 아랫마을 송아지가 도망쳐 와 똥을 누고 간 것이다. 송아지똥은 이웃인 감나무와 질경이를 만나 세상을 알아 가기 시작한다. 자신을 누고 다시 축사로 잡혀간 송아지나 약한 존재를 괴롭히는 참새를 생각하면 슬퍼지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친구들과 다정한 마음을 나눈다. 어느 날, 송아지똥은 ‘몸을 부수어 민들레꽃을 피웠던 전설의 강아지똥’ 얘기를 전해 듣고 거름이 되고 싶어 한다. 송아지똥은 자신의 쓸모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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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해서 더 반가운 야생 동물들! 동물원 수의사 최종욱, 뜻밖의 만남을 찾아 길을 나서다 동물원에서 700여 마리의 동물과 20년째 동고동락하고 하고 있는 최종욱 수의사가 색다른 여행을 떠났다. 길 위에 사는 야생 동물들을 만나러 간 것이다. 지리산 둘레길부터 시작해 담양, 경주, 우포늪까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동물들을 만나고 그 즐거운 여정을 기록했다. 오랫동안 동물과 함께해 온 수의사답게, 여행 내내 수의사의 온 감각은 동물들을 향해 열려 있다. 등 뒤에서 스르륵 지나가는 족제비의 움직임, 하늘 위에서 “까각” 하는 파랑새 소리, 겨울 산 눈길 위에 찍힌 산토끼 발자국까지 보통 사람이라면 무심히 스쳐 지나갈 동물들의 존재감이 수의사의 섬세한 관찰력과 풍부한 지식 덕분에 제대로 펼쳐진다. 사계절을 수놓는 여러 동물들의 살아 있는 몸짓은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동물이 함께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하면서 동시에 잃어버린 생태 감수성을 일깨운다. 희생된 동물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한 걷기 여행 약속도, 준비도 없지만 그래서 더욱 즐거운 야생 동물과의 만남 걷는 습관은 아주 우연히 시작되었다. 동물원을 떠나 도축 검사관으로 도축장에 파견되어 일하던 때, 최종욱 수의사는 일이 끝나는 오후가 되면 주변의 둑길을 무작정 걸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진정되고, 동물들을 위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을 위해 희생된 동물들을 추모하며 시작된 걷는 습관은 도축장을 떠난 뒤에도 계속되었다. 시간이 나는 날이면 길을 나서서 무작정 걸었고, 동물이라면 무엇 하나도 무심히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 덕분에 그 길은 자연스레 야생 동물들을 만나러 가는 여행이 되었다. 흔히 이런 여행을 생태 관광, 생태 여행이라 부르는데 최종욱 수의사는 그중에서도 멋진 풍광이나 식물이 아니라 야생 동물들을 찾아가는 여행을 떠난 셈이다. 동물을 만나러 떠난다지만 이런 만남은 미리 약속이나 예약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무작정 걷다 보면, 그 계절의 동물들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뿐이다. 오랫동안 동물과 함께한 사람만이 체득한 예리한 감각으로, 수의사는 동물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낸다. 곤충이 풀숲에서 바스락대는 소리부터 오묘한 똥 냄새까지 수의사에게는 어느 것 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다. 수의사의 오감에 포착된 다채로운 생명의 몸짓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동물들을 새롭게 보게 하면서 우리의 자연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깃들어 살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그럼으로써 무뎌진 생태 감각을 되살려 낸다. 사계절을 수놓는 다채로운 생명의 몸짓 평범한 동물들이 일깨우는 생태 감수성 동물을 찾아 떠난 여정은 계절별로 기록되어 있다. 봄부터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까지 각 계절의 주인공들이 길 떠난 나그네와 조우한다. 봄에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숲속의 정원사 다람쥐가 멀찍이서 움직이고 강 위의 귀족, 왜가리와 백로도 날아다닌다. 오월이 되면 귀한 새 후투티도 만날 수 있다. 여름이면 짧고 굵게 사는 잠자리와 천천히 움직이는 무당개구리가 계절을 알린다. 물 위를 스케이터처럼 달려가는 소금쟁이와 멀티태스킹의 귀재 알락할미새도 여름의 주인공이다. 가을은 모두에게 분주한 계절이다. 메뚜기들은 짝짓기를 하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거미들도 여기저기 거미줄을 늘어놓느라 바쁘다. 전깃줄에 음표처럼 모여 앉은 제비들과, 블랙의 품격을 갖춘 까마귀, 최후의 발악인 양 울어 대는 말매미들도 가을을 장식한다. 겨울엔 살아 있는 동물을 만나기 어렵다. 눈 위에 남은 산토끼 발자국, 너구리와 족제비의 똥 같은 흔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짐작할 뿐이다. 그래도 순천만과 우포늪에는 겨울의 진객들이 찾아온다. 순천만의 흑두루미, 우포늪의 큰기러기는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거대한 생명력이다. 사계절의 변화는 동물들과 함께하며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고, 평범한 동물들의 살아 있는 몸짓은 놀라운 감동을 전한다. 자연에는 무엇 하나 대단하지 않은 것이 없고, 또 그렇게 대단하지 않으면 자연에서 살아나갈 수 없다. 최종욱 수의사는 단지 동물들을 눈으로 관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마음으로 환대한다. 사소한 움직임에서도 의미를 찾고, 그들의 삶을 상상하며 어떻게 그들과 평화로이 공존할 것인지 조심스레 방법을 찾는다. 동물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와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은은한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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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어린이문학의 관계를 조망한다! 아동문학평론가이자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제시하는 새로운 어린이문학 감상법 아동문학평론가이자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서 현장 감각이 돋보이는 비평 활동을 펼쳐 온 이충일의 첫 평론집 『통증의 맛: 어린이문학의 현실과 미래』가 출간되었다. 2000년대 어린이문학이 어떻게 변화해 왔고, 앞으로 어떤 주제를 지속적으로 탐색해 나가야 하는지를 모색한 글을 묶었다. 교과서 속 어린이문학과 어린이 주변 환경의 변화를 꼼꼼히 분석하고, 민주주의와 시민성을 키워드로 사회와 문학의 관계를 탐구하는 등 어린이문학 작품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선을 선보인다. 교육 현장에서 바라본 생생한 시선을 통해 우리 어린이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파악하고, 내일을 예감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어린이문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이충일은 지난 10여 년간 어린이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비평가다. 그는 어린이 문예 잡지인 『창비어린이』 『어린이와 문학』 『어린이책이야기』 등에서 명료하고 깊이 있는 평론을 발표해 왔다. 이충일은 성실한 비평가답게 『통증의 맛』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어린이문학이 어떤 길을 거쳐 오늘에 도달했는지 살핀다.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성숙을 이루어 내는 동안에 어린이문학은 어떻게 ‘민주주의’라는 담론을 담아내 왔는지, 독자인 ‘어린이’를 바라보는 어린이문학계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시대 변화에 따라서 교과서 속 문학 작품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꼼꼼하게 짚어 낸다. 이충일의 분석은 어린이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우리 어린이문학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탐색해 나가야 할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는 가족 서사에서 아버지의 위치는 어떻게 그려져야 하는지, 비극적인 과거를 소환하는 방식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다문화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는 동화들이 나아가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살핀다. 또 청소년 역사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이 넘어서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동 추리물은 현실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이충일의 분석은 문학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어린이들의 생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작품에 대한 정밀하고 세심한 분석과 깊은 애정이 담긴 평가를 통해 독자들은 2000년대 어린이문학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우리 어린이문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것이다. 교육 현장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린이문학 어린이문학은 교육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는 한편으로 어엿한 문학으로의 기대를 동시에 받는다. 비평 역시 교육과 문학이라는 두 가지 프리즘으로 어린이문학을 분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어린이문학 비평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자 비평가인 이충일은 적임자다. 이충일의 비평은 교사의 글답게 생생한 현장 감각이 돋보인다. 그는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문학이 독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어린이문학이 교과서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는다. 작품 분석에만 머물지 않고 여러 학교 도서관 사서에게 직접 문의해서 인기 대출 도서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한다. 요즘 어린이들이 어떤 책에 매력을 느끼고, 어린이문학은 ‘어린이’라는 독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한 이충일의 정치한 분석은 ‘어린이’라는 독자 대상의 중요성을 깊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이충일의 섬세한 비평은 어린이와 어린이문학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어린이책 작가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한 학기 한 책 읽기(온작품 읽기)’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고, 교과서에 어린이문학 작품이 소개될 때 일러스트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제언은 학교 교육에 관한 깊은 고민을 촉발한다. 어린이를 가르치면서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허구의 세계는 내가 현실의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창(窓)이자 거울이었다.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보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훌륭한 중개자였던 셈이다. 상상을 끌어안는 현실과, 현실을 끌어안는 상상이 한 몸으로 존재하는 텍스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자 성찰이었다. 상상력은 현실과 욕망의 차이를 지우는 게 아니라 좁히는 것임을 증명하는 텍스트, 그곳엔 여지없이 ‘진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들은 자신의 욕망과 상처에 대해서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책머리에」 중에서 어린이문학을 읽는 밝은 눈 문학 작품에 대한 새로운 분석은 비평가의 중요한 소임 중 하나다. 이충일은 성실하고 꼼꼼한 비평가답게 민첩하고 선명한 분석으로 새로운 문학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평가한다. 이금이 장편소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사계절 2016)에서는 청소년 역사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의 넘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정재은의 『내 여자 친구의 다리』(창비 2018)를 통해 SF가 어린이문학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는지 가늠해 본다. 빼어난 작품이 널리 인정받기 전에 먼저 주목하고 그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이충일의 비평이 가진 큰 미덕이다. 문학 작품의 의미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파악하는 것 또한 비평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이충일은 비극적인 과거를 소환하는 방식의 모델로 권정생 장편동화 『몽실 언니』(창비 1984)를 다시 불러내고, 우리 어린이문학에서 지역문학의 전범으로서 임길택의 동시집 『탄광마을 아이들』(실천문학사 1990)을 소환해서,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작품들의 현재적 가치를 다시 정립한다. 어린이문학을 어떻게 읽고 평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교사, 사서, 부모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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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힘으로 불의를 응징하는 슈퍼 영웅 남매의 등장! 동화작가 이현이 선사하는 색다른 판타지 세계 『짜장면 불어요!』 『푸른 사자 와니니』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탁월한 재미와 개성을 뽐내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이현 작가의 신작 『전설의 고수』가 출간되었다. 초능력을 타고난 남매 형은과 형수가 힘을 합쳐 나쁜 어른들을 벌하고 새로운 도시 전설을 만들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판타지 동화다. 초능력으로 불의를 응징하는 형은과 형수는 우리 옛이야기의 주요 모티프인 ‘힘세고 지혜로운 오누이’의 계보를 이으며 오늘의 ‘슈퍼히어로 남매’의 탄생을 알린다. 날카로운 현실 인식으로 사회 문제와 어린이의 삶을 엮어 내는 작가의 특장이 생동감 넘치는 글과 함께 이채롭게 어우러지며 건강한 웃음을 남긴다. 강한 흡인력으로 단숨에 어린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이번 작품은 기존의 창비 어린이문학 시리즈보다 작은 판형의 양장 제본으로 제작해 휴대성을 높이고, 만화풍 일러스트를 풍부하게 활용해 책 읽는 재미를 배가했다. 짜릿한 액션, 통쾌한 반전, 뭉클한 감동! ‘한국형 히어로 동화’의 탄생 다채로운 창작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동화작가 이현이 신작 『전설의 고수』로 독자들과 만난다. 지나온 여러 번의 생에 이어 이번 생에서도 거듭 초능력자 오누이로 태어난 남매 형은과 형수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어른들을 벌하는 과정이 유쾌한 상상력과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거침없이 그려진다. 열두 살이 될 때까지 초능력이 생길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남동생 형수와 달리, 누나 형은은 자신의 힘을 일찍 깨닫고도 오랫동안 이를 숨긴다. 어른들로 인해 위험에 처했던 전생의 기억으로 현생에서조차 어른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동네에서 불법 촬영 범죄와 유괴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불의를 참지 못한 형은은 범인을 직접 응징하기로 결심한다. 형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자신에게도 곧 초능력이 생길 거라는 기대를 안고 형은을 따라나선다. 남매가 힘을 합쳐 범죄 사건의 전모를 추리하는 과정, 자신들의 초능력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전설의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여 전개되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설, 환생, 초능력과 같은 장대한 서사 요소들을 입체적으로 직조해 낸 작가의 구성력과 탄탄한 세계관 설정이 돋보이는 동화다. 작가 이현이 새롭게 쓰는 도시 전설! ‘지금, 여기’의 오누이 이야기 이현 작가는 우리 옛이야기의 모티프 중 하나인 오누이 이야기를 어린 독자들에게 한결 익숙한 현대를 무대로 새롭게 풀어낸다. 초월적인 힘과 꾀로 위기를 극복하는 옛이야기 속 오누이처럼 형은과 형수 역시 타고난 용기와 초능력을 발휘하며 ‘슈퍼히어로’ 오누이의 계보를 잇는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새로 쓰인 서사가 답습이 아닌 도전적 계승이라는 점이다. 옛이야기 속 오누이 이야기는 대개 슬프게 끝납니다. (…) 어른들로 인해 오누이는 무리한 내기를 하던 끝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곤 했지요. 그렇다면 이번 생의 경우는 어떨까요?(「작가의 말」 292면) 『전설의 고수』 속 오누이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지금, 여기’의 남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거침없이 행동하는 주체적인 어린이다. 어른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어린 존재들은 작가의 전작에서도 자주 그려진바, 그들을 닮은 ‘이번 생’의 오누이가 맞는 결말은 이전 오누이 이야기의 슬픈 결말과 달리 성장의 기쁨을 담은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또 『전설의 고수』에서는 남매 중 누나인 형은의 활약이 독보적이다. 초현실적 영웅들의 상징인 ‘화려한 액션’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모두 형은의 특징이다. 이러한 설정은 작가가 참고한 옛이야기, 작품에서 서서히 밝혀지는 남매의 전생 이야기 들에 담긴 성차별적 관습을 돌아보게 한다. 더불어 동화 바깥의 현실에 여전히 만연한 편견에 대해서도 곰곰 생각해 보게 한다. 비범한 오누이 서사를 모티프 삼되 오늘의 어린이, 특히 더 많은 여성 영웅을 보고 싶어 할 여자 어린이를 위해 남성 중심적 영웅 서사를 새롭게 고쳐 쓴 작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설의 고수’로서 초인적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소녀 히어로 형은이 새삼 반가운 이유다. 뭐든지 잘하는 누나 옆에서 늘 어수룩하기만 한 형수의 반전 매력도 『전설의 고수』의 재미 요소로 빼놓을 수 없다. 형수의 초능력은 마지막 장에서야 밝혀지거니와, 자신이 초능력자임을 자각한 뒤에도 일단 학원 안 갈 궁리로 바쁜 이 평범한 어린이는 기존 히어로물의 주인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옆집에 사는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현실 히어로’ 형수에게 독자들은 더 쉽게 이입하고 깊이 공감할 것이다. 형은과 형수가 흉악한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형은의 초능력이 아닌 형수의 타고난 낙천적 성격과 끈질긴 인내력이다. 초능력도, 카리스마도 없지만 진실과 정의를 좇으며 용기를 내는 형수의 모습은 진짜 영웅의 의미를 알려 준다. 평소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어린이 독자들도 자신과 닮은 형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매력 넘치는 동화 세계에 푹 빠져들 것이다. 책장을 덮은 독자들이 어디선가 또 다른 활약을 펼치고 있을 우리 곁의 슈퍼히어로 남매를 상상하며 긴 여운을 맛보기를 바란다. 어린이문학의 외연을 넓히는 참신한 상상력과 탄탄한 서사 이야기 본연의 재미를 선사하는 동화 다수의 독서 교육 전문가에 따르면 아이들은 추천받은 유명 필독서를 읽을 때보다 본인이 선택한 책을 재미있게 읽을 때 언어 능력이 더 상승하고 독서를 즐거운 놀이로 받아들인다. 어린이가 이야기 자체에 흥미를 갖고 책 읽는 즐거움을 맛보도록 돕는 책이 더 많이 출간되어야 하는 이유다.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 등의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하고,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지금의 어린이들은 참신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캐릭터, 속도감 넘치는 전개, 생생한 이미지가 담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매력을 느낀다. 이들은 이미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개성 강한 판타지 장르물을 즐기는 취향 확실한 독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을 만한 새로운 장르물로서 오락성과 문학성을 두루 갖춘 작품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이 책을 통해 이야기 본연의 재미를 맛볼 수 있도록 돕고, 어린이문학의 외연을 넓혀 나가야 한다. 이에 평범한 어린이가 영웅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보편적 테마를 정교한 환상 세계 안에 생생하게 그려 낸 판타지 동화 『전설의 고수』를 첫 번째로 선보인다. 작품 줄거리 연년생 남매 형은과 형수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누나 형은이 돌덩이 달린 쇠막대를 가뿐히 어깨에 메고, 한 손으로 자동차를 가볍게 들어 올리는 초능력자라는 것이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형은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나쁜 어른들을 벌하기 위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아다닌다. 그러면서 형수에게도 곧 초능력이 생길 거란다. 형은이와 형수는 정말 전설의 고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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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공평한 생명의 무게! 자연·환경·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장주식 작가의 대표작 나직한 목소리로 생명의 존엄성을 전하는 동화 『소가 돌아온다』가 출간되었다. 이름을 짓고 가족같이 여기며 함께해 온 소 왕코와 백석이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 천석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다. 장주식 작가는 가축 전염병이라는 재앙 앞에서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태도를 담담한 문체로 그린다. 동물권에 대한 고민이 높아진 요즘, 어린이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더욱 깊이 성찰하게 될 것이다. 2011년에 출간된 『바랑골 왕코와 백석이』의 전면개정판이다. 생명에 대한 예의가 사라진 시대, 우리 곁의 동물을 돌아보다 공장식 축산이 만연하기 전, 집집마다 한두 마리의 일소를 키우던 시절의 소는 사람들에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소는 생산재이자 소비재로 인식될 뿐이다. 이들은 비좁은 축사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다 짐처럼 실려 나가 돌아오지 못한다. 『소가 돌아온다』에서 천석이네는 한우 농장을 한다. 백 마리가 넘는 소들을 키우지만 그중에서 이름이 있는 소는 왕코와 백석이뿐이다. 이 이름은 천석이가 지어 줬다. 왕코와 백석이는 축사가 아닌 외양간에 따로 살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농사일을 돕는다. 장주식 작가는 팔려 갈 때가 되어야 축사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소와,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를 대비하여 보여 주며 현대의 공장식 축산을 안타깝게 조명한다. 그리고 인간이 생명에 대한 예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는 의식을 진정 되찾기를 호소한다. 나보다 몇 배는 덩치가 컸지만, 겁 많고 순하기만 했던 커다란 눈의 친구. 나는 그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들을 위하여 한바탕 울어 주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인간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생명의 무게 천석이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소 왕코를 형제처럼 여긴다. 하지만 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에게 왕코는 제때 팔아 값을 받아야 하는 수많은 소들 중 한 마리일 뿐이다. 시청에서 일하는 수의사 주은애와 김병국은 아픈 동물을 살리고자 수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동물을 죽이는 일에도 나서야 하는 책임이 있다. 『소가 돌아온다』는 동물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처지를 사려 깊게 헤아린다. 장주식 작가는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서도 성찰한다. 천석이 친구 선호는 소들이 어차피 소고기가 될 거라면 어떻게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천석이는 자신이 축사의 소들보다 왕코와 백석이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까닭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어린이 독자들은 선호와 천석이를 통해 우리가 먹는 동물과 사랑하는 동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진지하게 살피고, 동물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다 구제역,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가축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인간은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며 으레 수많은 동물들을 죽인다. 병이 걸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앞에서 동물은 그저 처리해야 할 작업 대상일 뿐이다. 좁은 공간에 소, 돼지, 닭 들을 몰아넣어 전염병에 취약하도록 만든 것은 인간인데 그 대가는 동물이 치른다. 천석이는 죽음을 앞둔 소들이 사료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실컷 먹기만 할 게 아니라 넓은 들판에 풀어 놓고 맘껏 뛰게라도 해 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살았을 때에도, 죽음을 맞을 때에도 존중받지 못하는 소들에 대한 천석이의 안타까움이 독자에게 절절하게 전해지는 대목이다. 장주식 작가는 어떻게든 왕코와 백석이만이라도 살리고자 노력하는 천석이의 모습을 그리며 동물을 존엄하게 대하는 것이 곧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모쪼록 어린이 독자들이 작품을 읽는 가운데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고, 더 나아가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게 되기를 바란다. 작품 줄거리 아름다운 산골 마을 바랑골에 사는 천석이는 소 왕코와 백석이를 가족처럼 여긴다. 아버지 농장에 백 마리도 넘는 소들이 있지만 천석이가 이름을 지어 준 두 마리는 천석이에게 각별하다. 어느 날, 전국에 가축 전염병이 퍼지고 천석이네 농장에도 살처분 명령이 내려진다. 천석이는 왕코와 백석이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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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반죽도 디저트가 될 수 있을까? 『시루의 밤』은 최고의 디저트가 되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하얗고 작은 떡 반죽, ‘시루’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선보인 뒤 아트 상품과 이모티콘 등으로도 잘 알려진 캐릭터 ‘시루’가 주인공이다. 밤하늘에서 달님과 아기별들이 벌이는 달콤한 디저트 파티가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꼭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시루를 힘껏 격려하는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지는 이야기다. 꼭 안아 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그의 성장을 응원하는 미더운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권서영의 첫 창작그림책이다. 하얗고 작은 떡 반죽 시루는 시럽도 크림도 초콜릿 조각도 없지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디저트가 되고 싶어요. 밤하늘 파티에 가면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작은 떡 반죽, 시루의 꿈은…… −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디저트가 되고 싶어.” ‘시루’는 하얗고 작은 떡 반죽이다. 자신도 디저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시루는 매일 제과점을 찾아간다. 하지만 제과점 진열대에는 생크림 케이크, 딸기 케이크, 초콜릿 케이크 등 화려한 케이크들이 가득하다. 다른 케이크들로부터 ‘작은 쌀 덩어리’라고 놀림받으며 쫓겨나기 일쑤인 시루. 시루는 오랫동안 품어 온 간절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시루의 밤』은 2017년 권서영 작가가 「SIRU the dessert(시루 더 디저트)」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다섯 편의 짧은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새롭게 만든 것이다. ‘최고의 디저트가 되고 싶은 떡 반죽’이라는 인상적인 주인공 캐릭터가 독자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환상적인 이야기 속으로 초대한다. 재능이 부족해도 꿈을 이룰 수 있을까? − “시루도 될 수 있어.” 『시루의 밤』은 꿈을 갖고 노력하는 모두에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시루는 설레는 표정으로 생일 케이크를 고르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디저트가 되고 싶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루는 다른 인기 있는 케이크들과 다르다. 반짝이는 시럽, 부드러운 크림, 달콤한 초콜릿, 어느 것 하나 없이 그저 심심한 떡 반죽일 뿐이다. 시루는 꿈을 이루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재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어린이든 성인이든 자신이 바라는 것이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은 아득함을 느껴 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쉽게 마음을 줄 만한 주인공이다. 시루는 부족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매일 밤 디저트가 되는 법을 공부하며 친구인 강물에게 주저 없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독자들은 강물이 그랬던 것처럼 ”시루도 될 수 있어.“라고 말하며 그 작고 말랑한 존재를 꼭 안아 주고 싶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름답게 펼쳐지는 밤하늘 파티 − 꿈을 품은 모두를 향한 환하고 따스한 응원 시루는 강물의 도움으로 밤하늘에 가게 된다. 달님과 아기별들은 시루를 따뜻하게 맞이한다. 그리고 시루를 환영하는 파티를 펼친다! 아기별들은 하늘에 있는 재료들로 멋진 디저트를 척척 만들어 내는데, 색색의 오로라 쿠키, 별가루를 녹인 시럽, 시원한 구름 아이스크림 등이 가득한 아름다운 파티 장면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껏 실력을 뽐낸 아기별들은 이제 시루를 변신시킨다. 여름 햇빛으로 만든 꿀, 은하수 우유와 저녁노을을 섞어 만든 크림으로 장식한 시루. 시루가 “늘 바라던 모습이 되었어!”라며 행복하게 외치는 목소리는 마음을 울린다. 시루를 조건 없이 환대하고 성심껏 돕는 달님과 아기별들의 모습에는 『시루의 밤』을 통해 꿈을 품은 이들을 응원하려는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밤이 지나고 새벽녘이 되자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잠든 시루의 모습을 그리면서, 꿈은 다른 이의 선의나 도움으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잠잠히 일깨운다.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는 시루의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누군가의 꿈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다정하고 깊은 시선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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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고도 속 깊은 악동의 탄생! 손택수 시인의 다정한 감성이 빛나는 동시집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시)와 『국제신문』 신춘문예(동시)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20여 년간 순정한 시 세계를 펼쳐 온 손택수 시인이 첫 동시집 『한눈파는 아이』를 선보인다. 걸핏하면 야단을 맞고, 창밖으로 한눈을 파는 어린 화자는 일견 말썽꾸러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인은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긍정하고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의 내면을 다정한 시어로 응원하며, 새로운 ‘악동’의 출현을 힘껏 반긴다. 시인 특유의 섬세한 서정이 다정한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당당하게 새 길을 개척하는 아이 『한눈파는 아이』는 자연과 맞닿은 순정한 내면세계를 펼쳐 온 손택수 시인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동시집이다. 사물을 감각하는 시선을 늘 참신하게 벼려 온 시인의 자세는 날마다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이와 똑 닮았다. 특히 「악동 일기」 연작시 11편은 어린이에게 기대하는 ‘아이다움’을 비틀며 어린이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다. 어린이날이 싫다 / 어린이날만 되면 / 우리는 천사가 되어야 한다 / 나는 오늘도 학원 숙제를 하지 않았는데 / 엄마 심부름 다녀오느라 못 했어요 / 또 거짓말을 하고 말았는데 / 신문도 방송도 모두 / 어린이는 순수하다고 한다 / 어떻게 하면 학원에 빠질까 / 학교에 가지 않고 땡땡이를 칠까 / 맨날 이런 궁리를 하는 / 나는 어린이도 아니다 / 어린이날이 괴롭다 ― 「악동 일기 2」전문 ‘천사 같은 아이’와 ‘순수한 아이’라는 말은 어린이의 사랑스러움을 예찬할 때 자주 사용되나, 실은 다채로운 면모를 지닌 어린이의 삶을 제한하기도 한다. 시인은 그처럼 갇힌 언어를 사용하기를 단호히 거부하고, 새로운 어린이와 참신한 언어를 찾아 나선다. 그 덕분에 연작시 속 어린이는 ‘천사’가 되어 ‘순수’한 모습을 전시하지 않고, 상상력이 닿는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는 자유로움을 뽐낸다. 시적 화자가 스스로 지도에 없는 길을 찾아 가는 「악동 일기 10」과 「악동 일기 11」이 신선한 감동을 주는 이유다. 고개 푹 숙이고 / 땅만 보며 걷는데 // 망치 든 아저씨들이 / 모래를 깐 바닥에 / 보도블록을 새로 놓고 있다 // 멀쩡한 벽돌로는 갈 수 없는 곳 / 구석이나 휘어져 둥근 자리는 / 깨지고 조각난 벽돌들이 채워 주고 있다 // 깨진 벽돌들이 반듯한 길을 만든다 / 뭘 하나 잘하는 게 없는 / 나도 길이다 ― 「악동 일기 10」전문 바람이 없어서 / 바람을 일으키려고 내가 달려간다 // 바람이 일어난다 / 연이 날아오른다 / 아, 내가 바람이다 ― 「악동 일기 11」전문 새 길을 개척해 나가는 어린이의 몸짓은 어른들의 편협한 시선을 뒤집는다.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며 정답만을 찾는 자신의 모습이 오히려 ’답이 없‘는 건 아닌지 반문하며(「문제아」), 마치 ‘오답’ 같은 자신의 모습을 유쾌하게 긍정하며 ’나 없인 정답도 없지‘라고 선언한다(「오답」). 동심의 편에 서기로 작정한 시인 덕분에 독자들은 새로운 악동의 출현에 빠져들고 만다. 특히 어린 독자들은 자기 자신을 긍정케 하는 시어들을 만나며 용기를 얻을 것이다. 자연과 공명하며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 『한눈파는 아이』의 시적 화자는 온 마음을 다해 자연과 소통할 줄 안다. 이는 시인이 20여 년 간 구축해 온 독특한 서정의 세계를 동심의 언어로 유감없이 옮겨 낸 결과다. 작품 속 어린 화자에게 자연이란 그저 주어지는 정물이 아니라, 자신과 시시각각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면모를 내보이는 생명이다. 눈 속에 발을 / 푹 / 묻었다 // 신발 속에 / 발목을 / 집어넣듯이 // 눈 내린 들판이 / 새 신발이 되었다 ― 「눈길」 전문 생밤 조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기다린다 // 가만히 눈을 감는다 // 언제쯤이나 올까 // 망설이고 망설이던 참새 한 마리가 손바닥을 콕, 쪼고 간다 // 밑밥만 따 먹고 가는 // 물고기처럼 // 연못의 물결 같은 것이 / 내 손바닥에도 생기는 것 같다 ― 「나도밤나무」 부분 화자와 자연 사이에 늘 잔잔한 평화만이 흐르는 것은 아니다. 비정한 도심의 삶 혹은 무정한 시간의 흐름은 종종 자연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마치 제 일인 양 마음 아파하고 자연을 돕기 위해 작지만 큰 한 걸음을 뗀다. 아이는 두 발을 분주히 옮겨 뿌리를 살리는 흙을 운반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눈물로 풀잎을 살리는 생명수를 떨군다. 시인은 자연과 공명하는 아이의 여정을 「풀잎의 아이」와 「꼬마 농부」에서 소상히 그려 낸다. 두 작품에서 어린 화자가 내딛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독자들의 마음도 성큼 자랄 것이다. 껌딱지 검게 붙어 있는 계단 모서리에 풀잎이 돋았습니다 // 살 수 있을까요? / 흙도 없고 / 물도 없는데 / 어쩌다 차들이 연기를 내뿜고 지나가는 곳에 뿌리를 내렸을까요? // (…) // 살 수 있을까요? / 풀잎에 아이가 멈추어 있습니다 / 풀잎에 아이의 눈물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 「풀잎의 아이」 부분 아이는 물뿌리개를 들고 고개를 넘습니다 /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다리는 후들거려 옵니다 // (…) // 아이가 걸어간 길이 방울방울 젖어 있습니다 / 숲속 샘물이 걸어간 것 같습니다 // 곡식들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큰다는 말을 이제 알 것 같습니다 // ― 「꼬마 농부」 부분 『한눈파는 아이』는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의 내면을 다정한 시어로 응원한다. 새로운 ‘악동’의 출현을 힘껏 반기는 시인 덕택에, 어린이 독자들은 자신의 주체성을 긍정하는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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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품없고 초라해도 진실의 편에 서고 싶어.” 누구도 결백할 수 없는 십 대 시절, 치열한 오늘을 통과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정은숙 소설집 『내일 말할 진실』이 창비청소년문학 93권으로 출간되었다. 작가 정은숙은 반전의 묘미와 추리 기법이 돋보이는 흥미진진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청소년문학의 외연을 넓혀 왔다. 이번 『내일 말할 진실』은 7편의 단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친구와의 우정, 진로 문제 등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고민부터 스쿨 미투, 가족의 상실, 학교 폭력,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문제와 같이 묵직하고 첨예한 주제까지 폭넓게 그린다. 거짓과 불의 앞에서 진실을 찾아 헤매는 청소년 주인공들의 힘 있는 목소리가 생생하게 울려 퍼지고, 고통 속에서도 성장의 의미를 발견해 내는 작가의 시선과 재기 넘치는 문장이 빛을 발한다. 2010년대 한국 사회를 치열하게 통과해 온 작가의 시대 의식이 편편이 배어 있어, 가히 한 권의 정수(精髓)이다. “내가 본 진실이 내일도 모레도 반짝일 수 있을까?” 불의를 외면하지 않는 울림 있는 목소리들 소설집의 문을 여는 「내일 말할 진실」은 시의적이고 문제적인 주제를 다룬다. 주인공 세아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오랫동안 임 선생을 존경해 왔다. 임 선생은 세아가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큰 위로가 되어 주었던 어른이다. 그러던 어느 날 SNS에 성추행 폭로 글이 올라오고, 용의자는 임 선생으로 지목된다. 임 선생이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는 그날 상담실에 함께 있었던 세아의 증언뿐이다. 곤란한 상황에 놓인 세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청소년들의 연이은 스쿨 미투가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거짓 속의 진실이란, 죄와 참회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수작이다. 「내일 말할 진실」의 주인공 세아처럼 이 소설집에는 진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고민하는 청소년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손바닥만큼의 평화」는 무기를 들 수 없다는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오빠와 그런 오빠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가 등장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와 본의 아니게 얽히고 나서 ‘나’는 비로소 주위를 둘러싼 폭력의 문제에 눈을 뜨고 오빠에게 편지를 쓴다. 평화의 빛을 찾아 펜을 든 ‘나’의 진실한 목소리가 감동적인 작품이다. 「그날 밤에 생긴 일」은 어느 밤길에서 한 남자의 수상한 행동을 목격하는 주인공 묘성이 등장한다. 묘성은 경찰에 그 남자를 신고하지만, 정의로운 행동은 뜻밖의 외압에 부딪친다. 묘성이 보여 주는 용기 어린 행동은 읽는 이로 하여금 진정으로 훌륭한 어른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흥미진진한 구성, 속도감 넘치는 문장 학교에서 외국까지 무대가 확장된 더욱 넓고 깊어진 이야기 『내일 말할 진실』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청소년의 주 무대인 학교뿐 아니라 그 바깥을 배경으로 하는 사건을 그림으로써 이야기의 지평을 한층 넓혔다는 점이다. 두 번째 수록작 「빛나는 흔적」은 양호가 엄마와 함께 유럽 여행을 갔다가 졸지에 인질 신세가 되는 이야기이다. 먼 타국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우연히 인질극을 겪고 놀라운 인연을 발견하게 되는 반전의 묘가 남다르며, 가족의 상실을 겪은 사람들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결말부가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한편 「경우의 사랑」은 어느 날 어딘지 행동이 이상해진 누나를 쫓던 경우가 누나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는 이야기이다. 각자 지닌 말 못 할 비밀을 털어놓으며 진심을 확인하는 남매의 대화가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이른바 ‘헬조선’에서 사랑이 가능한지 질문하는 청춘의 ‘웃픈’ 연애 생존기이다. 「영재는 영재다」는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일선에 나가 일하는 수험생 영재의 이야기이다. 획일적인 교육과 ‘노오력’의 시대에 자기 주관을 뚜렷하게 지니고 꿈을 이뤄 나가는 청소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국 사회를 관통한 불행을 딛고 힘들고 아픈 ‘오늘’을 꿋꿋하게 살아가기 이번 『내일 말할 진실』에서 저마다의 고통과 두려운 진실을 앞두고 씨름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2010년대 한국 사회를 휩쓸고 간 풍랑 같은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이후를 살아가는 동세대 청소년들에게 ‘내일’이란, ‘진실’이란 무엇일까? 커다란 변화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나갈 이들에게 『내일 말할 진실』은 굳건히 손잡아 줄 길동무가 되어 줄 것이다. 『내일 말할 진실』 속 주인공들이 주위 친구, 혹은 가족의 손을 잡고 진실 속으로 한 걸음 뛰어드는 모습에서 우리는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혜안과 불의에 눈감지 않을 용기를 줄 것이다. 나는 아직도 불가해한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불행했던 어제와 불확실한 내일 사이에서 힘들고 아픈 ‘오늘’을 꿋꿋하게 살아가기로 했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닷가에서 속절없이 우는 누군가의 곁에서 같이 눈물을 흘리기로 했다. 그가 가진 아픔을 기꺼이 나눠 갖기로 했다. _「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