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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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서정시인 박성우와 주목받는 아티스트 황로우가 그린 비 오는 날의 서정! 『소나기 놀이터』는 빗방울을 주인공으로 하여 소나기가 내리는 풍경과 정취를 산뜻하게 그려 낸 그림책이다. 소나기가 내리는 놀이터는 빗방울들의 세상이다. 소나기 빗방울들은 모래알로 공기놀이를 하고,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고, 철봉에 매달린다. 어린이와 같은 모습으로 의인화된 빗방울 캐릭터가 마음껏 뛰고 구르고 미끄러지며 한바탕 노는 모습은 생동감 넘친다. 하늘에 몰려드는 먹구름, 쏟아지는 빗줄기, 모래에 생긴 웅덩이, 놀이 기구나 거미줄에 맺힌 빗방울 등 여름날의 한때를 생생한 묘사로 풍부하게 담았다. 빗방울들의 활달한 모습은 비 오는 날, 밖에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 주며 즐거움을 전할 것이다. “먹구름이 몰려와 고요해진 놀이터에 후드득,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해요. 소나기 빗방울들은 그네를 흔들흔들, 미끄럼틀에서 쭈욱, 철봉에 대롱대롱. 빗방울들과 함께 놀아요, 소나기 놀이터에서!“ 놀이터에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따스한 시선과 순정한 마음이 돋보이는 서정시를 써 내는 시인 박성우와 개성 있는 스타일로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 황로우가 만나 소나기 내리는 정경을 청량하게 그려 낸 그림책 『소나기 놀이터』가 출간되었다. 먹구름이 몰려오자 놀이터는 적막해진다. 하지만 이내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놀이터는 또 다른 세상으로 변한다. “와, 우리 놀이터다!”라고 외치며 기다렸다는 듯 신나게 뛰어내리는 소나기 빗방울들. 이파리 위에서, 모래밭에서, 거미줄에서 또 놀이 기구에서 마음껏 뛰고 구르고 튕기고 미끄러지는 빗방울들의 활달한 모습이 생기 있게 펼쳐진다. 『소나기 놀이터』는 비 오는 날이면 밖에 나가 놀지 못해 지루해하는 어린이들에게 산뜻한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소나기 내리는 날의 산뜻한 정취 『소나기 놀이터』는 ‘아홉 살 사전’ 시리즈를 통해 어린이들의 일상과 감정을 세심하게 톺아보며 독자들의 열렬한 공감을 산 박성우 시인이 글을 썼다. 텅 빈 놀이터를 가득 채우는 빗소리를 시인만의 반짝이는 감수성으로 포착해 간결하고 리듬감 있는 글로 표현했다. 소나기 빗방울들은 놀이터 모래밭에 뛰어내려 모래알을 “툭 / 투둑 던졌다 받”으며 “공기놀이를” 한다. 그다음엔 “잠자던 풀씨를 흔들어 깨우고” 더위에 지쳐 늘어져 있던 “나팔꽃 줄기 어깨를 펴 주고” 봉오리였던 “참나리 겨드랑이를 간질여 꽃을 피”운다. 열매들은 소나기 덕분에 먼지를 씻어 내고 “똥글똥글 말똥말똥 파랗게” 빛이 난다. 비를 맞고 싱그러워진 풀꽃과 열매의 모습, 물기를 머금은 공기와 흙의 냄새가 선명하게 전해지는 듯하다. 소나기 빗방울들이 거미줄에 매달려 “둥당둥당” “디리리링” “찌잉찌잉”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은 거미줄에 투명하게 매달린 빗방울들과 맑게 울리는 빗소리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다양한 의성 의태어, 쉽고 친근한 입말로 여러 가지 감각을 생생하게 일깨우는 그림책이다. 활달하고 사랑스러운 빗방울 캐릭터 출판, 음반,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개성 있는 스타일로 각광받는 일러스트레이터 황로우는 『소나기 놀이터』를 통해 한적한 동네 놀이터에 소나기가 내리는 풍경을 유려하게 담아 보여 준다.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 정지해 있는 것과 같은 독특한 분위기의 묘사는 비 오는 날에만 열리는 상상의 세계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빗방울에 부딪쳐 튀어 오르며 즐거워하는 모래알, 비를 맞아 울상인 먼지, 서둘러 집 문을 닫으러 가는 개미, 모처럼 여유를 부리는 이끼와 달팽이 등 놀이터 구석구석에서 저마다의 모습으로 비를 맞는 모습들이 정겹다. 특히 작가가 만들어 낸 동글동글하고 투명한 소나기 빗방울 캐릭터들이 단연 시선을 잡아 끈다. 그넷줄이 출렁일 만큼 힘껏 그네를 흔들고, 사방으로 물이 튀어도 아랑곳없이 미끄럼틀을 타고, 철봉에 대롱대롱 매달려 서로 실력을 으스대기도 하는 빗방울들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어린이들을 닮아 활달하고 사랑스럽다. 빗방울 캐릭터들과 어린이들이 빗속에서 한데 어울리는 마지막 장면은 놀며 자라는 어린이들의 밝은 기운과 생기로운 자연 풍경을 함께 그리며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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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한 학기 한 권 읽기’ 베스트셀러 『푸른 사자 와니니』 제2탄★ 자신들만의 땅을 찾아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푸른 사자 와니니와 친구들의 모험 어린 사자 와니니의 모험을 그리며 많은 어린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푸른 사자 와니니』(2015)의 후속작 『푸른 사자 와니니 2—검은 땅의 주인』이 출간되었다. 와니니와 친구들이 자신들만의 땅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렸다. 비가 내리지 않는 계절을 버티고 큰불에도 굴하지 않고 성장해 가는 사자들의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또한 작가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이번 이야기는 사실적면서도 감동적이다. 드넓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펼쳐지는 활달한 기운의 이야기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시원한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의 모험은 이제 시작이야!” —와니니와 친구들의 모험을 담은 『푸른 사자 와니니』 제2탄 이현 작가의 장편동화 『푸른 사자 와니니』는 2015년에 출간된 이래 어린이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아 왔다. 가정과 학교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벗어나 드넓은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자들의 모험담은 어린이들에게 해방감을 선사함과 동시에 우리 아동문학의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속작 『푸른 사자 와니니 2—검은 땅의 주인』은 이제 와니니와 친구들이 무리를 이루어 자신들만의 영토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와니니 무리는 비가 내리지 않는 계절을 견디고 인간으로부터 시작된 큰불을 피하는 등 시련을 겪으면서도 날마다 성장해 간다. 그 길에서 인간에 의해 엄마를 잃은 암사자 마이샤와 주눅 들고 소심한 수사자 바라바라가 새롭게 합류한다. 힘겨운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초원에서 어엿한 사자 무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의 굳건한 힘을 보여 준다. 이번 작품을 위해 직접 아프리카로 향한 이현 작가는 세렝게티 국립 공원을 취재하여 더한층 생생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와니니 무리가 자신들의 영토를 찾아 드넓은 초원에서 용감하게 모험하듯, 『푸른 사자 와니니 2』를 읽는 어린이 독자들도 자신만의 희망을 찾아 나설 용기를 얻으며 더욱더 성장할 것이다. “어떻게 살지 선택하는 건 우리 자신이야. 그게 진짜 초원의 왕이야.” —아프리카의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와니니 무리의 모험담 속에는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냥에 실패하고 무리의 일원을 잃어버리는 등 무수한 실패를 겪으면서도 그 경험을 통해 초원의 지혜를 하나씩 배우면서 성장해 가는 와니니 무리의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다. 탐욕스러운 인간들에 의해 엄마를 잃은 어린 사자 마이샤가 그 죽음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과정은 진한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어린이 독자들은 포악한 수사자인 무투의 아들이자 겁이 많고 소심한 바라바라가 자신만의 모험을 시작하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며 자신도 응원받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도 많다. 와니니는 어린 사자 마이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아기 기린을 볼모로 잡기도 하고, 사랑을 나누는 타조를 협박하기도 한다. 와니니의 선택은 우두머리로서 당연한 것인지, 아니면 초원의 법칙을 어긴 일인지 고민해 볼 만하다. 와니니 무리는 보잘것없는 몰골로 초원을 떠돌다 암사자인 슈자의 배려로 잠자리와 먹이를 얻는다. 그런데 슈자는 수사자 잠보를 자신들의 무리로 끌어들이기 위해 와니니 무리를 이간질한다. 슈자의 행동은 암사자로서 자연스러운 행동인지, 아니면 상대를 속이는 기만적 행동인지 살펴볼 문제다. 그리고 사자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인간이 맹수 앞에서는 자신이 한낱 사냥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이처럼 와니니 무리의 흥미로운 모험 속에는 묵직한 메시지와 함께 곰곰이 고민해 볼 만한 대목이 놓여 있다. 인간이 아니라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동물들의 이야기인 만큼, 어린이 독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을 키우고 올바른 가치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독자들의 열정적인 지지로 탄생한 동화 『푸른 사자 와니니』는 많은 초등학교에서 국어 교과 속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의 대상 도서로 선정되고 있다. 일상적인 공간이 아닌 아프리카 초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시원한 해방감과 활달한 기운을 선사하는 점, 사자를 비롯해 많은 동물이 초원에서 살아가는 모습에 비추어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점, 무엇보다 와니니와 친구들이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점 등 어린이들에게 책 읽는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취지에 걸맞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 주요 선정 이유였다. 이러한 평가는 후속작에 대해서도 유효하다. 갖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애쓰던 와니니 무리가 이제 자신들만의 영토를 갖기 위해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이야기를 어떻게 공감하고, 동물과 인간이 자주 마주치는 모습을 통해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어린 독자들로 하여금 고민해 보게 한다. 초원을 달리는 사자처럼 경쾌한 문장과 바람처럼 상쾌한 이야기는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현 작가가 독자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힘입어 후속작을 쓴 만큼, 『푸른 사자 와니니 2』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작품 줄거리 1권에서 와니니는 무리에서 쫓겨난 후 떠돌이 사자인 말라이카, 잠보, 아산테와 무리를 이루어 배고픔을 이겨 내고 사냥법을 익히며 초원에서 살아남는다. 이제 와니니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그 길에서 인간에 의해 엄마들과 헤어진 어린 암사자 마이샤와 난폭한 수사자인 무투의 아들 바라바라도 함께한다. 와니니 무리는 비가 내리지 않는 계절을 버티고 들판을 뒤덮은 거대한 불길을 피하는 등 시련을 겪으면서도 날마다 조금씩 성장해 간다. 과연 와니니 무리는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에서 자신들의 영토를 가질 수 있을까? 커다란 목소리로 포효하는 어엿한 사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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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웃어도 괜찮아.” 힘이 들 때마다 꺼내 읽는 서로 다른 열 가지 공감 선물 요즘 청소년들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여유는 얼마나 될까? 팍팍한 일상에 지친 십 대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웃음을 선사할 짧은 소설집 『웃음을 선물할게』가 창비청소년문학 91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쉽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기존의 단편소설보다 분량이 적은 ‘짧은 소설’ 10편을 엮었으며, 유쾌하고 가슴 찡한 웃음부터 외로움에서 비롯된 씁쓸한 미소까지, ‘웃음’을 주제로 하는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했다. 현재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이설, 박상영, 윤성희, 서진, 박하익, 최상희, 배명훈, 진형민, 김중미, 김해원 등 소설가 10인이 참여했다. 각기 개성 넘치는 작가의 새로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무척이나 크다. 청소년, 나아가 그 시기를 지나온 이들에게 다정한 곁을 내어 주는 친구 같은 소설집이다. “『웃음을 선물할게』를 읽으며 열 명의 아이들을 만난 것 같다. 하나같이 법석이는 아이들이었다. 불안하지만 불안을 베개처럼 끌어안으며 매일 아침 어김없이 일어나는 아이들, 서로 다르다는 게 틀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온 마음으로 깨닫는 아이들이었다.” _오은(시인) 바쁘고 지친 우리들을 위한 경쾌하고 새로운 공감 소설 학업과 진로, 가족, 친구 문제 등으로 종일 마음을 쓴 청소년이 긴장을 내려놓고 짬을 내 웃음을 충전하는 시간은 언제일까? 케이블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의 실시간 인터넷 방송, 친구들의 단체 채팅방, 혹은 웹툰 등이 우선 떠오른다. 그렇다면 소설의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청소년이 기꺼이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없을까? 『웃음을 선물할게』는 이러한 질문에서 기획된 소설집이다. 기존의 단편소설보다 분량은 가벼워졌지만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여운과 감동은 결코 얕지 않다. 10인의 작가는 청소년들의 여러 고민과 갈등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소설 속에 반드시 ‘웃는 장면’을 그린다는 공통의 약속 아래 이야기를 펼쳤다. 때로는 자기긍정의 미소를, 때로는 연대의 웃음을, 때로는 가슴 찡한 눈물을 불러일으키는 ‘공감 소설’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 자기긍정의 미소부터 가슴 찡한 웃음까지 웃고 떠들며 성장하는 열 명의 주인공 『웃음을 선물할게』에는 웃음을 둘러싼 다양한 사연을 지닌 십 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첫 번째 소설인 김이설의 「저스트 댄스」는 댄스 학원을 다니며 자신의 꿈과 사랑을 동시에 찾아가는 ‘나’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박진우에게 페메(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어지는 박상영의 「망나뇽의 눈물」은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려고 빵을 사 먹다가 비만이 생긴 ‘도이언’의 이야기이다. 전매특허가 된 박상영표 ‘웃픈(웃기고 슬픈)’ 소설로, 자아 정체성을 깨달아 가는 십 대 시절의 아릿한 모습을 그린다. “사람들이 자신을 수퇘지라 부를 때, 주먹으로 배를 찌르거나 머리를 때리고 지나갈 때, 이언은 누구보다 큰 소리로 웃었다. 그렇다고 비참한 기분이 나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웃는 동안에는 자신을 공격하고 비웃는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되는 것 같았다.” ― 박상영 「망나뇽의 눈물」 32면 이처럼 요즘 청소년들의 심리를 생생하게 표현해 폭넓은 공감을 일으키는 작품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배달 일을 하던 중 사고로 다친 아빠를 돌보는 ‘나’의 겨울을 그린 윤성희의 「배꼽」, 자신보다 더 아픈 친구를 웃게 해 주려는 진심과 우정을 표현한 서진의 「보건실의 화성인」, ‘끝’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이 적힌 수첩의 주인을 찾아다니는 아이의 간절함을 담은 김해원의 「끝」 또한 가슴 찌릿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배명훈의 「정글이 빙글빙글」은 초원의 주인공이지만 자꾸 사냥에 실패하는 어린 사자 ‘므웨’를 등장시켜 십 대 시기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최상희의 「여름의 고양이」는 어느 날 한 몸처럼 지내게 된 고양이와 함께 여성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성차별을 이겨 나가는 ‘문여름이’의 모습을 그린다. 색다른 화법과 매력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인 문제의식 아래 진지하고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도 있다. 진형민의 「웃기는 의자들」은 별안간 엄마에게 학교를 자퇴하겠다고 선언한 뒤 4주간의 숙려 기간 동안 목공 활동에 참여해 의자를 만드는 아이의 심리를 담담하게 드러낸다. 박하익의 「마음을 함께해 준다면」은 선생님에게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 절망에 빠져 청소년 24시간 상담 센터에 전화하는 ‘세림’을 통해 학교생활의 고충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다. 마지막으로 김중미의 「웃어도 괜찮아」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로 오빠를 잃은 주인공 ‘나’와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러 사회적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로서 유가족의 아픔과 회복을 십 대 청소년의 시선에서 진솔하게 그려 내 아름다운 연대의 웃음을 선사한다. “가족이 죽은 사람들은 눈 보고 좋아하지도 말아야 해? 나도 처음 여기에 있을 땐 웃지도 말고 떠들지도 말고 화내지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우리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끼리라도 울고 웃을 수 있어야지. 그래야 버티지. 누가 뭐라고 하건 여기서는 웃음이 힘이야.” _김중미 「웃어도 괜찮아」 170면 “웃음도 대화가 아닐까요?” 굳게 닫힌 마음을 열어 주는 웃음 같은 책, 선물 같은 책 『웃음을 선물할게』에는 그간 청소년소설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작가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제10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박상영을 비롯하여 김이설, 윤성희 등의 작가가 이번 소설집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다시 한번, 오늘 하루 동안 몇 번이나 웃었는지 세어 보자.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다면, 혹여 한 번도 없다면, 『웃음을 선물할게』를 펼쳐 보는 것이 어떨까? 세상이 날 비웃는 것 같을 때, 내 곁의 사람과 함께 웃고 싶을 때, 꿈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을 때, 불의를 향해 크게 웃어 주고 싶을 때 『웃음을 선물할게』는 바로 ‘내 편’이 되어 줄 것이다. “줘도 좋고 받아도 좋은 게 있다면 그것은 아마 웃음과 선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웃음을 선물할게』는 웃음 같은 책, 선물 같은 책이다.”(오은 시인) “살다 보면 매일매일 웃는 날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슬픈 날도 있고, 우울한 날도 있고, 화를 내야만 하는 날도 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힘겨운 나날 가운데에서도 웃음을 짓던 순간이 있었어요. 싱겁게 툭 건넨 친구의 우스갯소리, 등교 버스의 라디오에서 들은 훈훈한 사연, 책에서 우연히 만난 근사한 문장 한 줄, 묵묵히 어깨를 다독여 주는 식구의 따스한 손길,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연인의 포근한 메시지, 이상하게 유난히 예뻐 보이는 거울 앞에 선 나를 만난 날……. 『웃음을 선물할게』도 그런 무수한 순간에 포함되면 좋겠어요.” _김이설 ‘작가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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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존재들에게 온기를 불어넣는 섬세한 눈길 —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수상자 정지윤의 첫 동시집 — 2014년 동시 「소금」 외 4편으로 제6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정지윤 시인의 첫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오랜 수련 기간을 거쳐 능숙한 솜씨로 우리 주변의 정경을 섬세하고도 따뜻한 눈길로 톺아본다. 나뭇가지 위에 놓인 돌과 바닷가의 소금도 스스로 생명력을 키우는 힘이 있고, 흘러가는 뉴스와 문 앞에 놓인 짜장면 빈 그릇에도 사람의 마음을 데우는 온기가 스며 있음을 깨우칠 수 있다. 자연의 생기를 포착할 때의 뜻깊은 순간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연대의 소중함까지 느끼게 해 주는 동시집이다. 작은 존재들의 강한 생명력을 포착한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는 정지윤 시인이 오랜 시간 동안 품어 온 이야기들을 엮은 첫 동시집이다. 시인은 안정적으로 시행을 이끄는 가운데 일상에서 쉽게 발견되는 시상을 다채롭게 포착하여 동시 읽는 기쁨을 선사한다. 동시집 안에서 자연은 그저 태어나고 주어지는 존재가 아니다. 지극히 가벼워지기까지 오랜 시간을 견뎌 낼 줄 알고(「민들레 작전」), 돌멩이 틈에 내려앉아 그 사이를 벌리며 꽃을 피워 내며(「틈」), 이미 생명 활동이 끊긴 부엌 싱크대에서도 기필코 생명을 틔우는(「틈」) 존재들이다. 숲속 빈집 / 낡은 싱크대 거름망 속에서 / 콩 한 줄기 태어났어요 // 어느 외계 생명체처럼 / 플라스틱 분화구에서 삐죽, / 고개를 내밀고 있어요 // 무거운 머리 / 가느다란 몸 / 습기를 찾아 촉수를 뻗고 있어요 // 땅속에 뿌리 내리지 않아도 / 살아갈 수 있어요 // 스테인리스 별에서도 / 기필코 살아남아 / 푸른 신호를 전송할 거예요 // 여기 내가 있어요! —「콩나물 외계인」(16~17면) 시인은 사람의 기준으로 자연을 재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 스스로 생명력을 키우는 작은 존재들 앞에서 겸손해진다. 늘 변함없이 최선을 다하는 자연 아래, 시인은 하루하루의 변화를 겸허히 기록할 뿐이다. 나뭇가지 위에 조용히 놓여 있는 돌멩이로부터 새의 날갯짓을 짐작하는 시 「새라고 배운 돌」과 깊은 바다 속의 고래와 높은 하늘 위를 날아가는 학, 염전을 지키는 할아버지의 땀방울까지 가만히 느끼는 시 「소금」이 인상적인 이유다. 굵은 나뭇가지에 날아갈 듯 / 앉아 있는 돌 하나/ 새라고 배우고 있어요 // 비디오가 매일 / 조류 도감을 펼쳐 놓고 가르쳐 줘요 / 저 하늘이 내가 날아갈 세상이래요 // 나는 누구인가요? // 어쩌면 /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 // 언젠가는 푸드덕 날갯짓하고 / 날아오를지도 몰라요 ― 「새라고 배운 돌」(68면) 소금은 / 오는 거래요 // 먼 고래의 입김으로부터 / 학 한 마리 날아간 하늘로부터 / 염전을 지키는 할아버지 땀으로부터 온대요 // 저 깊은 바다를 향해 / 허리를 굽혀야 오는 거래요 // 바다가 / 하늘이 / 하얀 꽃을 피우러 오네요 // 하늘과 바다와 함께 일하는 염전 —「소금」(28~29면) 잠잠히 응시할 줄 아는 겸손함은 대상의 내면에 숨겨진 아픔에 공감하는 감수성으로도 연결된다. 가죽이 찢긴 채 아파트 화단 옆에 놓인 물소 가죽 소파는 진흙 속 펄떡거리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고(「물소 우는 소리」), 온실 속에서 살아가는 식물 ’그래스트리’는 먼 옛날 산불로 잿더미가 되었어도 불사조처럼 새잎을 틔웠던 과거를 기억한다(「그래스트리」). 곧 폐기될 가구에서 초원의 풍경을 떠올리고, 식물원에 갇혀 버린 식물이 거쳐 온 600년의 시간을 가늠하는 시인의 언어를 통해 어린 독자는 다른 존재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공명할 줄 아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따스한 동시집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한 존재는 다른 존재와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는 연대의 정서다. 봄철에 피어나는 꽃들은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타듯 행렬을 이루고(「봄의 에스컬레이터」), 커다란 산벚나무는 자신의 그늘 아래에서 싹을 틔운 단풍나무를 둥개둥개 어르며 키워 간다(「할머니 나무」).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고도 모든 존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려 주는 것 역시 이 동시집이 지닌 미덕이다. 이러한 정서는 뉴질랜드에서 날아온 어느 흥미로운 뉴스를 ‘나’의 삶에 연결함으로써 정서적 유대감을 확장하는 「인어 꼬리 옷」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난다. 두 다리를 잃었으나 인어를 꿈꾸는 아주머니의 용기가 휠체어 위에 앉은 아이에게 새로운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뉴질랜드에는 인어가 살고 있대요 /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아줌마 이아기예요 // “아줌마 다리는 어디 있어요?” / 수영장에서 한 아이가 묻는 말에 당황해서 / “나는 인어란다.” / 무심코 내뱉은 말 때문에 / 인어 꼬리 옷을 입고 인어가 되었대요 // 꼬리 옷을 입는 순간 / 불행했던 일들은 흘러가 버려요 // 금빛 비늘을 반짝이며 물 위로 떠오르는 인어 / 영화 속 주인공보다 더 당당하게 살아요 // 물살을 박차고 나가는 인어의 꼬리가 / 유난히 환해 보여요 // 밤마다 내 휠체어가 들썩거려요 —「인어 꼬리 옷」(32~33면) 물론 세상이 늘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인은 바깥에서 들은 속상한 말들을 잊기 위해 보청기를 슬쩍 구석으로 치워 버리고(「보청기」), 식당 무인 계산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할아버지를 소개하며(「그림의 떡」)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단절의 장면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러나 시인은 끝내 낙관적 정서를 놓지 않음으로써 단절은 극복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 준다. 한 사람씩 바통을 건네며 끊이지 않는 ‘따뜻한 릴레이’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짜장면 배달 아저씨는 늘 바쁘게 뛰어다녀요 // 오토바이 도착하기 전 /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 / 문 앞에 놓았어요 // 빈 그릇 사라지고 문 앞에 붙어 있는 메모지 // 감사합니다!☺ // 어느 날 / 앞집 문 앞에 놓여 있는 빈 그릇도 / 깨끗하네요 // 한마디 말도 없이 / 전해지는 따뜻한 릴레이 —「따뜻한 릴레이」(44~45면)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가 품은 온기는 사람과 자연 사이의 교감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로 확장된다. 이 동시집을 읽는 독자들은 평범한 일상을 섬세한 눈길로 다시 바라보며, 현상 속에 숨은 대상의 따뜻한 본질을 포착해 내는 법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첫 시집에서 능숙한 솜씨를 보인 시인의 시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더욱 다채로워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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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대화는 달라야 합니다.” ‘엄마의 말 공부’ 이임숙의 따뜻하고 힘 있는 사춘기 대화법 초등학교 고학년 사춘기가 되면서 갑작스레 변한 아이가 걱정스럽고, 아이의 닫힌 방문 앞에서 막막해하는 부모들을 위한 사춘기 대화법. 『엄마의 말 공부』의 저자이자, 20여 년간 부모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따뜻하고 힘 있는 말을 강조해 온 이임숙이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 영유아기와 아동기를 지나 성인기를 준비하는 10대에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화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까칠하고 예민한 사춘기 아이의 진심을 알고 청소년기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하면, 아이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청소년과의 특별한 5단계 대화법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여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접근법을 제안한다. 풍부한 상담 사례와 대화 예시가 제시되어 있어 더 생생하고 쉽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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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은 어떤 걸까요? 열세 살의 우리에게 보내는 풋풋하고 아릿한 사랑의 인사 초등학교 6학년, 열세 살 해원이와 친구들의 일상과 심리를 서정적으로 담아낸 이윤희 작가의 장편 만화 『열세 살의 여름』이 출간되었다. 1998년 여름부터 중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에 이르기까지 교환 일기, 짝 바꾸기, 그림 전시회, 피구 게임, 우유 급식 등 학교에서 겪는 사소하지만 다양한 일과 빈집, 학원, 비디오 대여점 등 학교 밖에서 겪는 여러 사건 들이 주인공 해원이의 일상을 촘촘히 채우며 실감 있게 펼쳐진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화면 연출, 담백한 펜 선과 매력적인 색감을 통해 설렘, 기쁨, 떨림 등 ‘좋아하는 마음’을 다정하게 그린다. 지금의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그 여름, 아릿한 첫사랑과 빛나는 우정! 이윤희 장편 만화 『열세 살의 여름』은 10대 소녀, 소년들의 깊고 섬세한 정서를 담백하면서도 포근한 그림체와 돋보이는 연출력으로 밀도 있게 그려 낸 작품이다.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동명으로 연재되었던 작품을 수정, 보완하여 한 권의 단행본으로 펴냈다. 시원한 바다처럼 푸른 여름에 시작되어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기까지 열세 살 김해원과 친구들이 울고 웃으며 겪어 내는 일들이 켜켜이 쌓이며 공감을 자아낸다. 마음을 담은 쪽지를 좋아하는 친구의 책상 서랍에 몰래 넣어 놓고, 단짝 친구와 교환 일기를 주고받고, 하굣길에 떡볶이를 사 먹고, 우유에 초코 가루를 타 마시는 등 소소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초등학생의 일상이 생생히 담겼다. 교실 바닥에 왁스 칠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비디오 대여점에 들르거나 신나게 방방을 타는 등 작품 속에 묘사된 1990년대 풍경은 특별히 성인 독자에게 학창 시절의 추억을 선물한다. 열세 살을 겪었거나 앞으로 열세 살을 거쳐 갈 모든 이에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아릿하고 설레는 감정과 무엇보다 값진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따스한 작품이다. 열세 살의 마음결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이야기 ■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 『열세 살의 여름』은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열세 살 해원이와 산호의 마음을 찬찬히 그린다. 1998년 여름 방학, 해원이는 가족과 함께 놀러 간 바닷가에서 같은 반 남자아이 산호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바람에 날아간 해원이의 모자를 산호가 찾아 준 사건 이후로 이 둘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키워 간다. 여기에 해원이를 짝사랑하는 반장 백우진, 우진이를 좋아하는 정려희 등 주변 인물의 엇갈리는 마음이 뒤섞이며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윤희 작가는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을 통해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어떤 것인지 보여 준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응!” 하고 씩씩하게 답하는 해원이, 머리에 축구공을 맞은 해원이에게 밴드를 건네는 산호, 해원이의 작은 칭찬에도 금세 얼굴이 붉어지는 우진이, 우진이에게 정성껏 만든 목도리를 선물하며 미소 짓는 려희 등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는 열세 살 아이들의 풋풋한 면면이 사랑스럽다. 꾹꾹 눌러쓴 손 편지처럼 서툴지만 진솔하게 각자의 마음을 고백하는 아이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이들에게 우리 자신을 투영하며 힘껏 응원하게 될 것이다. ■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고자 하는 마음 이 작품은 좋아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우진이와 려희의 짝사랑을 섬세하게 담는다. 우진이의 마음이 담긴 편지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해원이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려희의 마음은 우진이에게 잘 가닿지 못한다. 그래도 우진이는 해원이가 좋아하는 일을 조심스럽게 응원하고 려희는 직접 만든 푸른 목도리를 우진이에게 건네면서 떨리는 마음을 전한다. 『열세 살의 여름』은 당장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을 애틋하게 그린다. 또한, 좋아하는 무언가를 끈기 있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다룬다. 해원이는 피아노를 처음 보았을 때 맡았던 따뜻한 나무 냄새를 기억할 정도로 피아노를 좋아한다. 하지만 피아노 학원 선생님은 예술중학교 입시반 이야기를 꺼내고, 엄마는 해원이가 피아노를 그만두고 종합 학원에 다니길 바란다. 그저 재미있고 좋으니까 피아노를 계속 연주하고 싶을 뿐인데 해원이를 둘러싼 상황은 점점 어려워진다. 아빠는 실직하고 IMF 사태를 겪으며 엄마도 일터에 나간다. ‘예술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들다는 차가운 목소리만 들려온다. 해원이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가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피아노 연주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학원에서 열리는 연주회를 위해 해원이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선곡하고 연습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인다. 『열세 살의 여름』에는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길 응원하는 작가의 진심이 듬뿍 담겼다. ■ 우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 해원이는 자신과 우진이 사이를 질투하는 려희로 인해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억울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한테만 얘기할 수 있는 일기장을 채우며 마음의 중심을 세워 간다. 해원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해원이가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할 때면 당차게 조언해 주는 단짝 친구 진아와의 우정도 큰 힘이 되어 준다. 한층 단단하게 자란 마음은 중학교 입학을 앞둔 어느 날 해원이가 진아에게 건넨 교환 일기의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네가 인연이란 말 했을 때 난 그게 뭔 말인지 잘 몰랐는데 이제 좀 알 거 같아. 네가 예전에 준 물고기랑 새 기억나? 물고기는 물에 살고 새는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난 걔네 둘이 친구처럼 보였어. 그러니까 나는 네가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463면) 이야기는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해원이의 순수한 마음과 해원이에게 도착한 산호의 다정한 편지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방방을 타듯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들을 다채롭게 다루는 만화 『열세 살의 여름』은 ‘가끔 어린 시절에 겪은 일과 비슷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열세 살, 그때의 마음을 상기하며 용기를 얻곤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 시절의 마음을 기억하고자 하는 모두에게 다정한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줄거리 1998년 여름, 열세 살 해원이는 가족과 함께 놀러 간 바닷가에서 같은 반 남자아이 산호를 우연히 만난다. 이후 산호를 향한 해원이의 마음은 커져만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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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허리에, 우쿨렐레에 맞추어, 다 함께 훌라 훌라! 창비청소년문학 90권으로 후루우치 가즈에의 장편소설 『훌라 훌라』가 출간되었다. 공업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유카타가 벌이는 명랑한 훌라 댄스 도전기이면서, 동시에 지진 해일이 일어난 뒤의 후쿠시마현의 삶의 모습과 위로할 길 없는 참담함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남자로서 어색해하며 훌라 댄스에 적응해 가는 모습이 유쾌하게 드러나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청소년과 성인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면서도, 책장을 덮은 뒤 진지한 고민을 남기는 소설이 될 것이다. 남자가 무슨 훌라 댄스를? 유카타는 후쿠시마현의 아다 공업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다. 수영부였던 유타카는 집단행동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 동아리를 그만둔 지 얼마 안 되었다. 그런데 유타카에게 갑작스레 제안을 하는 여학생이 있었으니, 내용인즉슨 다짜고짜 훌라 댄스 동아리에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진짜로 뭐가 목적이야?” “그야, 당연히 몸이 목적이지!” 그 자리에서 딱 잘라 말하는 통에 유타카는 입을 떡 벌렸다. “나, 수영부 시절부터 츠지모토를 점찍고 있었거든.” ― 본문 23면 남자가 무슨 훌라 댄스를? 유카타는 농담 말라며 시오리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한번 구경이나 와 보라는 끈질긴 설득에 넘어가 어느새 훌라 동아리 ‘아누에누에 오하나’에 가입하고 만다. 하와이 말로 ‘아누에누에’란 무지개를, ‘오하나’란 가족을 뜻하는데 특히 ‘오하나’라는 말은 혈연과는 상관없는 의미다. 훌라 댄스 동아리 멤버들은 전에 없이 남자 멤버를 받아들여 맹연습을 하면서 마치 새로운 가족처럼 점점 따뜻한 공동체가 되어 간다. 대지진의 아픈 기억이 남은 후쿠시마현 우리의 춤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을까? 후쿠시마 대지진이 일어난 지 5년 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 『훌라 훌라』는, 유쾌한 문체와 내용 속에 재난 이후 폐허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절망과 안간힘, 섣부른 위로가 남기는 상처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 아다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은 서로 어디에 사는지조차 묻기 어려워한다. 몇몇 지역은 피해가 심했으므로, 집이 어느 동네인지를 통해 그가 가족을 잃었거나 거처를 잃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소설은 후쿠시마 지진 해일이라는 특정한 재해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상실과 치유라는 문학의 보편적인 주제를 그리며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한편 동아리 회장 시오리는 훌라 댄스 위문 공연을 통해 임시 거처인 가설 주택의 주민들을 위로하고 싶어 하지만, ‘부흥’ ‘신생 후쿠시마’ 같은 추상적인 재건의 표어에 노출된 주민들은 절망한 채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다. “학생들.” 노인이 점잖은 음성으로 말하며 시오리를 향해 돌아섰다. “집회장은 마음대로 사용해도 좋아. 그런데 미안하지만 우리는 댄스 같은 걸 보고 싶지 않다네. 부흥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은 사람도 여긴 얼마든지 있고. 오 년이 지났지만 뭐 하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여기 남겨진 우리의 현실이니까.” 노인은 서글픈 눈길로 시오리를 보았다. “그러니 학생도 이런 놈들 소리를 꼭두각시처럼 따라 하는 건 그만두시게.” ― 본문 147~48면 그럼에도 동아리 멤버들은 위문 공연을 통해 진심 어린 희망을 전하고자 하고, 나아가 훌라 댄스 전국 대회인 훌라걸스 고시엔에도 출전하기로 결정한다. 과연 유카타와 친구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타인을 위로하며 그들만의 훌라를 완성할 수 있을까? 재난 이후 경제적, 심리적 상처에서 미처 회복하지 못한 이웃들과 진심으로 마주하고 함께 아파하며 성장하는 청소년 주인공들을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 낸 점이 소설 『훌라 훌라』의 빼어난 매력이다. ▶ 주요 등장인물 츠지모토 유타카: 아다 공업고등학교 건축과 2학년 남학생. 수영부를 그만두고 나서 집단행동을 강요하는 동아리 따위 들지 않으려 했는데, 시오리의 막무가내 권유에 이끌려 훌라 댄스 동아리 ‘아누에누에 오하나’ 멤버가 되고 말았다. 사와다 시오리: 유타카에게 훌라 동아리에 들어오라고 권유한 전자과 여학생으로, ‘아누에누에 오하나’ 동아리 회장. 원하는 바를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성격이지만,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리더이기도 하다. 유즈키 오키히코: 싱가포르에서 온 전학생. 잘생긴 외모와 여유로운 태도가 매력적이며, 남자인데도 훌라 댄스를 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 국제 학교에 다니다가 재생 에너지 전문가인 아버지를 따라 후쿠시마로 돌아왔다. 하야시 마야: 아다 공업고등학교 건축과의 유일한 여학생. 후쿠시마 지진 해일 때 키우던 강아지를 구하지 못했다는 슬픔을 안고 있다. ‘아누에누에 오하나’ 멤버이다. ▶ 줄거리 후쿠시마현의 공업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유타카는 얼마 전 수영부를 탈퇴했다. 국가 대표 같은 게 되고 싶지도 않고, 집단행동을 강요당하는 것도 질색이다. 그러다 훌라 댄스 동아리에 들어오라는 난데없는 제안을 받는다. 남자가 무슨 훌라 댄스를? 그러나 끈질긴 설득에 결국 훌라의 세계에 발을 들인 유타카. 동아리에서는 지진 해일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을 위해 위문 공연을 하고, 전국 대회인 훌라걸스 고시엔까지 나가기로 결정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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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도시 속 마법 가게로! 답답한 일상을 뒤흔드는 유쾌하고 시원한 동화 도시의 마법 가게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동화 『이웃집 마법사』(신나는 책읽기 54)가 출간되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인 가게와 학교, 거리를 배경으로 마법 같은 상상력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천진난만하고 따뜻한 마음씨의 마법사들은 놀고 싶고, 가끔은 한눈팔고 싶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준다. 무엇이든 가능한 마법 가게에서 어린이 독자들은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8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제4회 비룡소 문학상을 받은 허가람 작가의 작품이다. “이거 마법이에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마법 이야기 신작 『이웃집 마법사』에서 허가람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소와 인물을 바탕으로 마법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펼쳐 낸다. 그동안 『땅속 괴물 몽테크리스토』 『늑대들이 사는 집』을 통해 자유로운 상상력과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서사 전개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역시 재기 발랄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어린이들이 매일 지나치는 친숙한 가게들이 사실은 마법사들이 운영하는 신비한 장소라는 상상력은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고양이, 파리 등 무엇이든 복사하는 복사 가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스카이콩콩을 파는 가게,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보름달차를 파는 찻집,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바나나를 파는 가게 등 평범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이상한 마법 가게들이 문을 활짝 열고 어린이 손님을 맞는다. 8편의 이야기가 짧은 호흡으로 간결하게 전개되고 이어져 나가는 가운데,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아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어린이 독자도 즐겁게 빠져들 수 있다. 항상 똑바르고 얌전하게 있으라고요? 억압하는 세계를 비트는 통쾌한 풍자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항상 똑바르고 단정하게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나무 싫어!」에서 교장 선생님은 “학교는 노는 곳이 아니야! 공부하는 곳이지!”(57면)라고 말하며 아이들에게 그늘과 쉼터를 만들어 주는 운동장의 나무를 모두 베어 버린다. 「굽은등」의 학원 원장 선생님은 학원에 늦은 아이들에게 “학교 끝나면 곧바로 와야지!”(30면) 하며 닦달한다. 「가게 견학」의 엄숙숙 선생님은 큰 소리로 웃지도, 콩콩 뛰지도 말고, 반듯하게만 있으라고 강요하는 인물이다. 어린이들의 갑갑한 마음을 이해하는 마법사들은 운동장 가득 나무를 심거나 학원으로 가는 길을 구부려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간섭에서 벗어나 쉬고 놀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는 초등 저학년부터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그리고 놀 시간도 장소도 없는 요즘의 어린이들에게 길을 헤맬 자유, 잠시 흐트러지고 한눈팔 자유를 주자고 말한다. 어린이 독자들은 답답한 현실에 대한 기발한 풍자와 유머에서 통쾌함을 느낄 것이다. 작은 존재를 격려하는 따뜻한 마법 어른과 어린이의 성장을 응원하는 동화 마법사들은 어린이들을 사려 깊게 바라보고 필요할 때 조용히 도와주는 믿음직한 어른이다. 「깨금발」에 등장하는 ‘조그만 아이’는 날마다 몸집 큰 아이들에게 신발주머니를 빼앗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법사 깨금발의 가게에서 빌린 스카이콩콩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바나나 좋아!」의 ‘키 작은 아이’는 남과 다른 외모를 꼬투리 잡아 놀리는 친구들에게 맞서고, 마법사 굽은등은 멀리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키 작은 아이’를 격려한다. 이처럼 『이웃집 마법사』에는 문제와 갈등을 극복하며 자라는 어린이들을 응원하고 따뜻하게 감싸는 온기가 가득하다. 이 온기는 어린 시절의 나쁜 기억으로 다정한 마음을 잃어버린 교장 선생님, 자세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견디지 못하는 깐깐한 선생님의 마음까지도 위로한다. 허가람 작가는 마법의 도움으로 예전의 다정함을 되찾거나 강박에서 벗어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그리며 어른도 얼마든지 바뀌고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 준다. 어린이 독자들은 『이웃집 마법사』를 통해 결점을 지닌 존재를 이해하고 보듬는 마법 같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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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한 과학 이야기꾼 이지유의 최신작 * 신비로운 대자연과 멋진 야생 동물 탐사 여행 별똥별 아줌마와 함께 아프리카로 떠나자!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 화산, 사막, 지구, 우주 등에 관한 과학적·인문학적 지식을 흥미롭게 풀어낸 이지유 작가가 이번에는 아프리카의 대초원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 공원과 응고롱고로 보존 지구 등을 여행하면서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광활한 대자연과 개성 넘치는 야생 동물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독자들은 시간과 자연이 빚어낸 아프리카 대륙의 신비로움, 책과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직접 만나며 느끼는 감동, 아프리카 생태계와 동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고 과학 지식을 쌓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별똥별 아줌마, 야생 동물을 만나러 아프리카로 가다! 과학 지식이 쌓이는 짜릿한 사파리 여행 깊이 있는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을 써 온 이지유 작가의 신작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동물이 등장하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동물과 인간의 삶이 닮았다고 믿는 과학자의 본격 ‘아프리카 야생 동물 탐사기’다.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인 아프리카는 사막, 사바나, 온대림, 열대 우림, 고산 지대, 늪 등 다양한 자연환경을 이루며, 각 지역마다 수많은 동물이 함께 살며 생태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도 있다. 지난겨울, 작가는 책과 다큐멘터리 속에서 만날 수 있던 동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그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났다. 지구상에 사는 다양한 생물을 보호하는 첫걸음은 그 생물에 대해 잘 아는 거예요. 잘 알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관찰해야 해요. 세렝게티 국립 공원과 응고롱고로 보존 지구를 다녀온 후, 그곳에서 만난 동물들에 대해 여러분에게 빨리 알려 주고 싶었어요._「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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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마음이 일렁이면 비가 내린다 SF 작가 곽재식이 들려주는 사랑스러운 성장 소설 곽재식 작가의 『이상한 용손 이야기』가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열네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곽재식 작가는 그동안 동서양의 전설, 인공지능, 외계인 등 흥미로운 소재를 장르적 상상력으로 펼치며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이번 작품은 자신이 용의 자손(龍孫)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용손의 감정이 요동치면 하늘에서 비가, 심지어는 홍수를 일으킬 만한 폭우가 내린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년의 모습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그렸다. 다수의 동화 작업에 참여하고 그림책을 펴내 온 일러스트레이터 조원희의 개성 있는 삽화가 글과 호응하면서 생기와 활달함을 불어 넣는다.. “누가 용의 자손이냐고 물으면, 절대로 그렇다고 대답하면 안 돼.” 주인공 소년이 처음으로 자신이 용의 자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은 네 살 무렵이었다. 아버지가 부부 싸움을 하던 중에 엄마를 향해 “에휴, 내가 어쩌다가 저런 용 반 인간 반인 사람이랑 결혼했을까.”(8면)라고 말한 것이다. 이후에 소년은 엄마의 등에 비늘이 나 있는 것을 보고 심증을 굳히고, 가슴 설레는 소풍날마다 비가 내렸다는 기상청의 과거 기록을 확인하면서 자신이 용의 자손이라는 걸 확신한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년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면 세계 곳곳에서 소년을 나쁘게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의 정체성을 숨기는 데 급급해한다. 그런 아버지에게 불만을 가지면서도 속뜻을 이해한 소년은 과학의 원리를 공부해 보기도 하고 책과 드라마 등을 접하면서 점차 마음을 수련해 나간다. 이러한 소년의 성장 과정은 곽재식 작가 특유의 유머와 따뜻한 시선을 통해 시종일관 유쾌하고도 진실성 있게 그려진다. 나에게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여러 방법을 익히는 것이 삶의 거의 절반이었다. 정신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서로 엉망으로 엉기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어떻게든 해 보려고 했다. (본문 35면)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생겼다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소년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과학 수업에서 만난 ‘그녀’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것이다. 소년은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번개가 치면서 하늘과 땅 사이에 8천 5백만 볼트의 전기가 통”(44면)하는 기분을 느끼고, 그 뒤 하늘에서는 하루도 끊이지 않고 폭우가 쏟아진다. 처음 겪어 보는 사랑의 감정에 남모르게 끙끙 앓는 소년은 자신으로 인해 동네에 홍수가 나고 주위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한다. 과연 소년은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할까? 매일같이 폭우에 시달리는 동네를 안전하게 구할 수 있을까?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흔들리는 청소년의 마음 소설 『이상한 용손 이야기』는 질풍노도, 즉 ‘강한 바람과 성난 파도’로 은유되는 사춘기 시절 청소년의 마음을 생각하게 한다. 뜻하는 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 때문에,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시작된 첫사랑 때문에 한 번이라도 세차게 흔들려 본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십 대를 보내고 있는 이들뿐 아니라 그 시기를 통과한 사람 또한 풋풋한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곽재식 작가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재치 있게 표현한 그림과 함께 만나는 『이상한 용손 이야기』는 잊고 있던 ‘소설 읽는 재미’를 살아나게 하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