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학교 2

책 소개

지난 6월 15일 발간된 『철학학교 ①』에 이어 『철학학교 ②』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로써 영국의 젊은 철학자 스티븐 로가 2003년 펴낸 The Philosophy Gym: 25 Short Adventures in Thinking이 모두 번역되었습니다. 원서의 양이 너무 많아 두 권으로 나눠 펴낸 것이지요. 『철학학교 ②』는 원서의 13~25장을 묶어 펴낸 것입니다.

 

 

 

『철학학교 ①』에 이어 『철학학교 ②』에서도 저자 특유의 집요한 논리 전개와 독자를 ‘열린 사고훈련’으로 이끄는 힘이 이어집니다. 논술시험이나 구술시험 등을 염두에 두고 씌어진 우리네 철학입문서가 모종의 ‘모범답안’으로 유도하는 데 비해 이 책의 저자는 한 가지 얘깃거리를 놓고 여러 입장을 그들의 입장에서 소개하는 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입장에 대한 비판과 역비판을 스피디한 문체로 펼쳐나가지요. 물론 대화나 논쟁, 설전과 에세이 등 책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여러 흥미진진한 장치들은 『철학학교 ①』과 마찬가지로 작동합니다.

 

 

 

가령, 3장 「우리는 과연 처벌받아야 하나?」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연쇄살인범 마군이에 대한 재판정이 무대입니다. 재판관과 검사의 심문에 대한 마군이의 변호는 곧 철학적 논쟁에 다름아닙니다. 자유의지에 대한 결정론과 양립론, 자유론에 대해서 설전을 벌이지요. 전개하는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한 입장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기본요건이 무엇인지, 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상황으로 직접 보여주지요. 따라서 글의 마무리에 있는 판결내용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살인범은 곧 죄인이고, 죄인의 말은 무조건 옳지 않다는 우리네 판단의 연결고리를 깨뜨리는 게 핵심입니다.

 

 

 

어쩔 수 없는 위험에 처한 두 생명 중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5장 「조디를 살리기 위해 메리를 죽여야 하나?」도 무척 흥미진진한 내용입니다. 하반신이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 중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다른 한 명을 죽여야 하는지를 묻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의학이나 과학기술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할 때 가끔 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가끔 해외토픽에서 소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공리주의와 도덕적 직관을 둘러싼 여러 입장이 소개됩니다. 저자는 샴쌍둥이의 예 외에도 아무도 손쉽게 택할 수 없을 만한 ‘난처한 예’들을 소개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우리의 고민과 생각을 풍부하게 만듭니다.

 

 

 

이 밖에도 수(數)와 수학이 일종의 약속을 통해서만 참으로 입증되는 것인지 아니면 객관적 사실로 입증되는 것인지를 둘러싼 격론을 소개한 6장 「이상한 수의 영역」이나, 육식을 옹호하는 여러 이론과 그 이론에 대한 반론과 반론에 대한 또다른 반론이 종횡무진 펼쳐지는 9장 「고기를 꼭 먹어야 할까?」, SF적 상상력을 동원해 두뇌를 이식하거나 두뇌기록기, 사람의 원격이동 사례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동일성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소개하는 10장 「두뇌이식, 원격이동, 그리고 개인의 동일성」 등도 무척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특히 12장 「일상생활에서 범하는 여덟 가지 오류」에서는 선후를 원인과 결과로 인식하는 오류, 권위에 의지한 오류, 거짓 딜레마를 이용한 오류, 입증하려고만 하는 오류, 도박사의 오류 등이 소개됩니다. 그런데 저자는 각 오류에 이 오류가 흔히 어떨 때 사용되는지를 덧붙여 현실성을 높입니다. 예컨대, 거짓 딜레마를 이용한 오류는 판매원들이 사용한다고 하고, 입증하려고만 하는 오류는 정치인들이 즐겨 쓴다고 합니다. 기실 그렇습니다.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흔히 이런 논리 전개를 보입니다. “이걸 하든지, 우리 상품을 사든지 해야 합니다. 근데 그 말도 안되는 이걸 하시렵니까? 아니시죠? 그러면 귀하는 우리 상품을 사셔야 합니다.” 저자가 「책머리에」에서도 말했지만, 철학이 우리 일상과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이지요.

 

 

 

13장 「일곱 가지 역설」에서 저자는 수수께끼 일곱 개를 독자에게 던져줍니다. 거짓말쟁이의 역설에서 시작해 머리카락을 자주 빠지는 머털도사가 어느 싯점에서 대머리가 되는 것인지,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이야기 등 알쏭달쏭한 수수께끼와 논리가 전개됩니다. 한두 번 읽어보아도 쉽사리 해결할 수 없을 만한 문제가 있어 예의 ‘해답’을 찾아보고 싶지만, ‘다행히도’ 이 책에는 해답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철학사에 얽힌 지식이나 철학이론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위해 씌어졌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다행인 셈이죠. 13장의 뒷부분에는 일곱 가지 역설을 해결하기 위한 일반적인 조언이 소개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것을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제안인 셈이죠.

 

 

 

 

 

이 책에 대한 평

 

 

 

이 책은 철학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스무 개 남짓으로 추려내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소개한다. 철학적 문제의 핵심을 지루하지 않게 끄집어내는 절묘함이 특히 큰 장점이다. 재미있는 대화나 지문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다른 철학책에서는 쉽게 보기 힘들다. 수준과 재미를 겸비한 이 책을 생각하기 좋아하는 중고교생들에게 권하고 싶을 뿐 아니라 토론 중심의 대학교재로서도 추천한다.

 

김기현(서울대 철학과 교수)

 

 

 

“이 책은 철학적 패러독스의 세계에 관한 감탄할 만한 소개다.”

 

『더타임즈』(The Times)

 

 

 

“그의 글은 무척 견고하고 건강하다. 혼자 읽기에도 훌륭하며, 여럿이 토론하며 읽기에도 적당하다.”

 

『철학』(Philosophy Magazine)

목차

책머리에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이용하는 법

제1장 의식의 수수께끼
제2장 왜 내일도 태양이 떠오르리라고 기대할까?
제3장 우리는 과연 처벌받아야 하나?
제4장 의미의 신비
제5장 조디를 살리기 위해 메리를 죽여야 하나?
제6장 이상한 수의 영역
제7장 지식이란 무엇일까?
제8장 도덕은 안경과 같을까?
제9장 고기를 꼭 먹어야 할까?
제10장 두뇌이식, 원격이동, 그리고 개인의 동일성
제11장 기적과 초자연적 현상
제12장 일상생활에서 범하는 여덟 가지 오류
제13장 일곱 가지 역설

옮긴이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스티븐 로

    우편집배원 등 여러 직업을 경험한 뒤, 스물네살 때부터 정식으로 철학을 공부해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런던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대중적 철학잡지 『싱크』(THINK)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철학의 대중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The Philosophy Files, Philosophy Rocks, The Outer Limits, The Xmas Files 등이 있다. www.thinking-big.co.uk

  • 김태권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희랍어와 라틴어로 된 서양 고전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2002년 『문화일보』 「장정일 삼국지」의 일러스트와 프레시안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만화로 데뷔한 이후, 여러 매체에 연재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어린왕자의 귀환』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히틀러의 성공시대』 등이 있고, 『철학학교』 『장정일 삼국지』 『에라스무스 격언집』 『문화로 먹고살기』 등에 일러스트를 […]

  • 하상용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서양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요논문으로 「귀납의 문제와 해석: 믿음과 자연의 동적 평형의 가능성을 찾아서」 「흄의 비인지적 동기이론」 등이 있으며, 서울대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www.haph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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