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명

책 소개

이슬람, 이슬람 열풍

 

서점가에 ‘이슬람 열풍’이 불고 있다. 9•11사건으로 촉발된 이 열풍은 이슬람과 이슬람문명에 대한 새삼스런 관심을 촉발시켰다. 때맞춰 대중매체에서 조망한 이슬람교와 이슬람문명에 대한 씨리즈물과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행태는 역설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기도 했다. 출판계도 50여권의 이슬람 관련서를 양산했다. 그간의 사정에 비하면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하다.

 

출간된 이슬람 관련서는 크게 보아 ①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쓴 이슬람 관련서의 번역본, ②다소의 견문을 얻은 저자가 쓴 이슬람 관찰서(기행문 혹은 에쎄이), ③문화상대주의에 입각해 서술한 이슬람 관련서(번역서 포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구 중심의 시각이 끼치는 해악과 그 시각의 폭력성이야 이미 널리 소개되어 더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아직도 우리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서구 중심 시각의 붕괴에는 문화상대주의에 입각한 이슬람 관련서가 한몫을 했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항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려 하는 이슬람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여러모로 ‘문명의 충돌’이 아닌 ‘문명간의 대화’라는 보편타당한 원리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Q&A’식 접근방법과 ‘이슬람문명=이슬람교’라는 접근방법은 아쉽다. 이 두 방식은 이슬람문명을 ‘문명’으로 인식하는 데 방해가 될 뿐 아니라 편견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문명의 역사와 생활양식, 사회구조 등 총체적인 좌표를 함께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우리의 이슬람문명에 대한 인식은 아직 초보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슬람과 아랍과 중동을 제대로 구분하는 못하는 수준, 이슬람이 곧 이슬람교라고 여기는 수준, 이것이 우리의 이슬람 인식 좌표인 셈이다.

 

 

 

 

 

이슬람을 문명으로 소개한 국내 최초의 입문서

 

1,400여년간 이어온 이슬람교는 여러 편견으로 폭력과 타락의 종교로 폄하되었고, 중세를 풍미한 이슬람문명의 역사적 이바지는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이는 이슬람문명 본연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왜곡에서 비롯되었다. 이슬람문명에 대한 여러 오해 중 가장 심각한 점은 이슬람문명과 이슬람교를 등치시키는 것이다. 다른 문명이 그렇듯, 이슬람문명도 신앙체계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생활문화•학문•예술•사회운동 등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합일된 생활양식’으로서의 문명이다.

 

이 책은 이 같은 인식에서 출발한 문명교류사의 권위자인 저자가 『신동아』에 연재한 글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즉 이슬람문명의 여러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룬 개설서인 셈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슬람문명은 이슬람교를 바탕으로 한 복합문명체이다. 따라서 복합문명체의 범주와 내용을 규범화하는 것은 대상문명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다른 문명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문명교류사 및 문명 자체에 대한 ‘학문적 방법론’이 없다면 쉽게 서술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이슬람문명 자체를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룬 국내 최초의 저작이라 할 수 있다.

 

 

 

 

 

110여컷의 생생한 화보와 함께하는 총체적인 이슬람문명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되었다. 크게 이슬람문명의 근간인 이슬람교와 이슬람문명의 여러 영역에 대한 소개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장의 내용에 맞춰 실린 110여컷의 생생한 화보와 이슬람사 연표, 이슬람력과 서력 대조표 등이 실려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제1장은 도입글로서 이슬람과 이슬람문명, 이슬람문명권의 개념을 정리하고 이슬람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문명사적 시각에서 제시한다. 제2장에서는 이슬람의 출현과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으로 서술했고, 제3장에서는 이슬람교의 교조(敎祖)이자 이슬람공동체의 창건자인 무함마드(마호메트는 서구식 이름)의 생애와 위업을 밝힌다. 특히 이슬람의 확산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이슬람문명권의 역동성•관용성•현실주의 등은 오늘날에도 충분히 새길 만한 중요한 가치이며, 이미 꽤 오래 전부터 이슬람에 대한 오해(“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검”이란 유명한 말은 십자군전쟁에서 패한 뒤 토마스 아퀴나스가 한 말)가 싹텄음을 알 수 있다.

 

그에 이어서 제4장에서는 이슬람교의 경전인 『꾸르안』(『코란』은 서구식 이름)과 경전에 준하는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의 편집과정과 내용, 독송법 등을 고찰한다. 제5장과 제6장에서는 이슬람교의 근본 교리와 그 교리를 관철하기 위한 ‘여섯 가지 믿음’과 ‘다섯 가지 의무’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슬람문명에 관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체계적으로 재정리할 수 있다. 가령 하루에 다섯 번씩 예배를 보는 자신들을 구태의연하다고 하는 서구인에게 ‘담배 한 대 태울 시간이면 되는데……’라고 여유롭게 응답한 사례나, 무슬림(이슬람교도)들에게 금식이 종교적 실천인 동시에 사회적 훈련으로 인식된다는 등의 사실 등이 그렇다.

 

제7장과 제8장에서는 이슬람공동체의 생존과 운영의 기조를 이루는 이슬람 특유의 정치관과 경제관을 다각도로 기술한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와는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정교일치의 정치관과 이슬람법(샤리아)의 운영방식도 색다르고, 생산•분배•유통•소비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도 우리와는 다르다. 특히 불로소득에 대한 그들의 단호한 입장(심지어 이자도 금지한다. 또 이슬람문명권에서는 무이자은행의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까지 있었다)은 분명 자본주의체제가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한편 성전(聖戰)으로 번역되는 ‘지하드’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다(지하드는 자신을 순화하기 위한 개인적 신앙 차원의 노력과 이슬람영역의 발전이나 방어 및 확대를 위한 집단적 공헌 차원의 분투라는 두 차원을 갖고 있다. 물론 그 중 후자만이 강조되는 게 우리네 현실이고, 이것이 이슬람에 대한 대표적인 왜곡이다).

 

제9장과 제10장에서는 중세 이슬람문명을 선진화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한 학문과 문학예술의 발전상을 조명한다. 이 부분을 보면, 이슬람문명권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융합성이란 점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이슬람문명은 중세의 전기간 동안 서반구에서 문명사의 주역이었고, 서구의 르네쌍스를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읽어보면 실로 그 영향력은 엄청나다). 그리스•로마•페르시아 등 선진문명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았고, 자신의 문명을 전파하는 데도 게으르지 않았다.

 

제11장에서는 무슬림들의 생활규범과 일상생활을 오늘의 현실에서 살핀다. 특히 이슬람문명권에도 무속신앙이 있다는 사실 등은 생동감을 더해준다. 그리고 제12장에서는 이슬람문명권에서 일어난 각종 사회운동을 보수와 혁신의 구도로 나눠 그 성격과 맥락을 짚어본다. ‘세계의 화약고’라는 불명예스러운 명패를 여전히 매달고 있는 이슬람문명권의 사회운동을 사적(史的)으로 검토하는 것은 이슬람문명권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현상을 바라보는 데 일조할 것이다.

 

제13장에서는 한국과 이슬람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검토한다. 이미 신라 때부터 시작된 한국과 이슬람의 접촉은 고려와 조선을 거쳐 현재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괘릉(掛陵)의 무인석상이나 처용가의 처용이 서역인이라는 사실 등은 잘 알려져 있지만, 9세기 중반에 이미 이슬람세계에 신라가 알려졌다는 사실, 13세기 중반 고려로 귀화한 무슬림 장순룡(張舜龍) 등의 이야기는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 느끼는 흥분을 맛보기에 충분하다. 또한 1천년 이상 거슬러올라가는 한국과 이슬람의 관계 실상을 복원함으로써 ‘세계 속의 한국’이란 표어가 최근 들어 생산된 정치적 표어가 아니었음을 알게 해준다.

 

 

 

 

 

‘문명의 충돌’이 아닌 ‘문명의 대화’를 위해

 

9•11사건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지만, 이슬람문명은 전세계 60여개국, 13억의 무슬림을 보유한 거대한 문명이다. 또 지금 이 싯점에도 이슬람은 놀라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미국 중심의 서구 일부에서는 이슬람문명권을 자신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상정한 이른바 ‘문명충돌론’을 생산했지만, 그 허구성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충돌하는 문명’이 아닌 ‘대화하는 문명’의 상(像)이 드디어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이 거대한 이웃과 대화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는 만큼 보인다’란 한 학자의 경구(警句)는 문화재를 답사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닐 것이다.

 

이제 우리도 그들을 ‘제대로’ 알 때가 되었다.

 

토막상식이 아니라 문명으로서 이슬람을 총체적으로 알 때가 되었다.

목차

책머리에
일러두기

제1장 이슬람, 왜 알아야 하는가
서로에 대한 앎은 인간의 본분|이슬람과 이슬람문명|문명사에서의 이슬람의 기여|민족사의 전개와 이슬람|이슬람에 대한 오해|이슬람에 대한 올바른 이해

제2장 이슬람의 출현과 확산
종교 출현의 당위성|이슬람 출현의 사회적 배경|이슬람 출현의 종교적 배경|무함마드에 의한 이슬람의 출현|이슬람의 확산|이슬람 확산의 특징|이슬람 확산의 요인

제3장 교조 무함마드
위인론|무함마드의 출생과 성장|인간 무함마드|성인 무함마드|이슬람공동체의 건설|무함마드의 공적

제4장 경전 『꾸르안』
이슬람의 경전관|『꾸르안』의 편집|경문의 배열|『꾸르안』의 내용|『꾸르안』의 송독법|『꾸르안』의 주석학|『꾸르안』의 번역|성훈|『꾸르안』의 특색

제5장 이슬람교의 여섯 가지 믿음
종교적 신앙과 교리|이슬람교의 6신|이슬람교의 신관: 알라에 대한 믿음|이슬람교의 신관: 정령에 대한 믿음|이슬람교의 성관: 천사에 대한 믿음|이슬람교의 성관: 경전과 예언자에 대한 믿음|이슬람교의 내세관: 내세에 대한 믿음|이슬람교의 정명관

제6장 이슬람교의 다섯 기둥
이슬람교의 다섯 기둥|신앙증언|예배|종교부금|금식|성지순례

제7장 정치관
정교합일의 이슬람|이슬람의 정치원리|이슬람의 국가체제|이슬람법, 샤리아|지하드

제8장 경제관
이슬람 경제관의 근본|생산|분배|소비|유통|이슬람 경제관의 특징

제9장 학문
이슬람 신학|이슬람 철학|이슬람 역사학|이슬람 지리학과 천문학|이슬람 의학|이슬람 수학|이슬람 연금술|이슬람 학문의 기여와 특징

제10장 문학과 예술
문학과 예술에 대한 이슬람적 이해|이슬람 문학의 발달과정|이슬람의 시문학|이슬람의 산문문학|이슬람의 희곡|이슬람의 음악|이슬람의 미술|이슬람의 건축

제11장 생활문화
무슬림들의 의식구조|이슬람의 여성관|이슬람의 의식주문화|이슬람의 통과의례|이슬람의 교제문화|이슬람세계의 토속신앙

제12장 사회운동
역사적 배경|이슬람 전통주의|범이슬람주의|이슬람 현대주의|이슬람 사회주의|이슬람 근본주의|이슬람 사회운동의 특징

제13장 한국과 이슬람
문명의 발달|신라와 이슬람|고려와 이슬람|조선과 이슬람|한국과 이슬람의 만남의 당위성과 특징

이슬람사 연표
이슬람력과 서력 비교표
찾아보기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정수일

    중국 연변에서 태어나 연변고급중학교와 북경대 동방학부를 졸업했다. 카이로 대학 인문학부를 중국의 국비연구생으로 수학했고 중국 외교부 및 모로코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평양국제관계대학 및 평양외국어대학 동방학부 교수를 지내고, 튀니지 대학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 및 말레이 대학 이슬람아카데미 교수로 있었다.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같은 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년간 복역하고 2000년 출소했다. 현재 사단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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