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사랑은 영원할 수 있을까?”
10대의 성과 사랑을 다룬 청소년문학의 고전
1975년 출간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350만 부가 넘는 판매부를 기록한 주디 블룸의 『포에버』(Forever)가 ‘창비청소년문학’ 40권으로 출간되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마이클과 캐서린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작가 주디 블룸이 열네 살이던 딸 랜디를 위해 썼다. 청소년의 성(性)을 대담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내 미국에서 출간 당시 큰 논란이 일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각종 도서관 추천 목록에 빠지지 않는 청소년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작품으로 주디 블룸은 청소년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수여하는 마거릿 에드워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10대의 성과 사랑을 다룬 화제작
지금까지 청소년의 성을 이토록 솔직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려 낸 작품은 없었다. 『포에버』는 파티에서 처음 만나 연애를 시작한 캐서린과 마이클이 첫 경험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마이클이 자신의 성기를 ‘랄프’라고 부르며 캐서린에게 처음 인사시키는 장면이라든지, 삽입 성교가 겁이 나 서로 자위를 도와주는 에피소드 등은 눈앞에 보이듯 생생하다. 그러다 보니 처음 출간된 미국에서도 이 작품을 청소년에게 읽히는 것을 두고 오랜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한 걸음만 떨어져 생각해 보면 이성의 몸에 호기심을 갖고 성적 욕망을 느끼는 것은 2차 성징을 맞은 청소년이라면 당연히 겪는 일이다. 작가 주디 블룸은 작품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고, 그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어린 친구들과 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떻게 사려 깊은 결정을 내리겠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주디 블룸은 자신의 또 다른 대표작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에서 초경을 맞은 여자아이의 설렘과 초조함을 탁월하게 표현해 내기도 했다. 사춘기 소녀 들의 감정선을 예리하게 잡아내는 작가의 특기는 『포에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이성 교제에 관심이 있는 모든 청소년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낸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성교육을 위한 필독서
『포에버』에 관한 독자 서평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청소년기 자녀에게 책을 사 준 부모들의 글이다. 그들은 책과 작가에 감사를 표하며, “이 책을 통해 딸과 소통하고 아들에게 책임감을 가르쳤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성과 관련된 이야기하기를 어려워하는 부모에게 매우 훌륭한 도구다.”라고 평했다. 첫 경험을 하는 나이가 점차 낮아지면서 청소년들의 성 경험이 보편화된 지금, 무조건 쉬쉬하고 감추는 것은 올바른 성교육이 될 수 없다. 『포에버』에서 남자 친구가 생긴 손녀에게 피임 정보를 주는 할머니나 자신의 발로 상담 센터를 찾아가 피임약을 처방받는 주인공의 행동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모습을 대입해 보았을 때 무척 인상적이다. 이처럼 청소년의 성을 건강하게 그린 『포에버』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성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공을 뛰어넘어 공감을 이끌어 내는 청소년문학의 고전
이처럼 『포에버』는 10대의 성을 다루어 주목받는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성적인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섣부른 판단이다. 주인공 캐서린과 마이클이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국에 이별에 이르기까지 『포에버』에는 함께 고민을 나누는 친구와 형제, 그리고 관계를 지켜보며 걱정하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는 부모가 있다. 주인공들은 이성 교제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과 아직은 불투명한 미래를 놓고 고민하기도 한다. 또한 무분별한 성관계를 갖다 임신한 시빌이 아이를 입양시키는 이야기나 진학 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을 겪던 아티가 자살을 시도하는 이야기 들은 작품에 무게감과 현실감을 더해 준다. 어른이 되는 문턱에 서서 설렘과 두려움을 경험하는 『포에버』 속 청소년들의 모습은 절로 ‘어쩜 나와 이렇게 비슷할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30여년 전 미국에서 처음 발표된 작품이지만 지금 우리의 청소년 독자들에게 이질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줄거리
친구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캐서린과 마이클. 섹스를 요구하던 전 남자 친구와 안 좋게 헤어졌던 캐서린은 갈등하지만 곧 마음을 열고 달콤한 데이트를 한다. 어느덧 두 사람은 서로를 원하게 되지만 첫 경험에 대한 두려움이 큰 캐서린은 매번 마이클을 저지한다. 그러다 첫 섹스를 할 작전을 짜고 침대에 들지만 너무 흥분한 마이클은 삽입을 하기도 전에 사정해 버린다. 기대가 컸던 캐서린은 실망하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한 둘은 서로에게 푹 빠져들어 영원히 사랑할 것을 약속한다. 시간이 흘러 여름방학 때 캠프에서 아트바이트를 하게 된 캐서린은 함께 일하는 대학생 테오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그 무렵 할아버지의 부고까지 접하게 된 캐서린은 큰 충격을 받고 자신을 위로해 주던 테오에게 충동적으로 키스를 하고 만다. 한편 캐서린에게서 연락이 없자 마이클은 불쑥 캠프로 찾아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