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양장)

책 소개

정조도 꺾지 못한 붓, 조선의 천재 문인 이옥과 김려를 만나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는 글에 살고 글에 죽던 조선의 두 글쟁이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옥(李鈺)은 타고난 문학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정조가 일으킨 문체반정의 희생양이 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의 제목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역시 그의 글에서 따온 것으로, 소설가 성석제가 『맛있는 문장들』에서 멋스러운 문장으로 꼽은 바 있다. 그의 벗 김려(金鑪)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역시 조선 후기 문학을 대표하는 문사다. 이 책에서 드러나듯 시정과 백성의 삶을 제재로 하여 당대의 생활상을 예리하게 묘파하는 글을 여러 편 남겼다. 게다가 이옥의 글을 문집으로 간행해 후손에 전한 것이 김려임을 감안한다면 우리 문학사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할 것이다. 이들은 고문(古文)에서 벗어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하다 정조의 노여움을 사 과거 응시를 금지당하고 유배를 떠나는 등 고초를 겪는다. 그러나 권력에 굽히지 않고 평생 자신만의 글쓰기를 고집하였다. 작가 설흔은 두 고집 센 문인의 삶과 이들이 남긴 글을 토대로 글쓰기와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엮어냈다. 여기에 시대 배경과 더불어 이옥과 김려의 문학세계를 짚어주는 한문학자 강명관 교수의 상세한 해설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글이 우정이 되고, 우정이 역사가 된다

글 때문에 갖은 풍랑을 겪었으나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두 선비에게는 서로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김려는 이옥이 소설류의 문체로 비난받을 때에도 그를 옹호하였고, 유배를 다녀온 후에는 이옥의 글을 필사하여 문집을 엮었다. 이들은 글을 통해 우정을 나눈 평생 친구라 할 것이다. 그러나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는 이미 알려진 두 문사에게만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작가는 김려의 어린 시절부터 험한 유배길까지 함께하였던 친구 위 서방과 참담한 유배생활을 견디게 해준 기생 연희, 그리고 죽은 벗의 그리운 문장을 외며 나타난 아들 우태 역시 글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임을 역설한다.

 

무엇보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의 백미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역동적인 구성과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인물 묘사이다.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은 눈앞에 18세기 조선의 풍경을 펼쳐 보이고, 김려가 벗의 문장을 돌아보며 글쓰기의 참뜻과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는 대목은 독자의 눈시울마저 뜨겁게 한다.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대상 수상작

 

2010년 제정된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공모에는 현대시, 청소년 심리, 논술, 미디어 읽기, 클래식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22편의 원고가 응모되었다. 현직 교사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도종환 안광복 김주환 한기호)들은 만장일치로 일찌감치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를 교양 부문 대상으로 선정하고, 추가로 “청소년의 삶의 고민들을 심리학의 여러 이론 소개와 엮어서 맛깔스럽게 풀어낸” 『열다섯 살 심리 클럽』(김다명, 김서윤 지음)을 공동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이 책 역시 올해 안에 창비청소년문고 시리즈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로서의 철학을 다룬 『자기만의 철학』(가제, 탁석산 지음), 역사에 삼일천하로 기록되는 갑신정변의 이야기를 오늘에 되살려낸 『갑신년의 세 친구들』(가제, 안소영 지음)의 출간도 예정돼 있다. 앞으로도 창비에서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찾아 읽을 수 있는 새로운 감각과 시선의 교양서를 꾸준히 발굴해나갈 것이다.

 

 

▶ 줄거리

 

한때 임금의 눈밖에 나 유배까지 다녀왔지만 이제는 논산의 현감이 되어 유유자적 여생을 보내던 김려에게 어느 날 불쑥 낯익은 문장을 외는 청년이 나타난다. 그는 바로 성균관에서 함께 수학했던 친구 이옥의 아들 우태. 아버지가 남긴 글을 넘길 테니 대가를 치러달라는 오만방자한 우태를 돌려보낸 김려는 자신을 유배로 이끌었던 이옥의 글을 떠올리며 뼈아픈 회상에 잠긴다. 고문(古文)이 아닌 소설류의 글을 혐오하던 정조는 본보기로 이옥의 과거 응시를 금하는 벌을 내렸고, 그와 어울렸던 김려에게도 모반의 혐의를 씌워 유배를 보냈던 것. 한편 우태는 한밤중에 아낙들을 모아놓고 글을 읊어주는데, 평소 이옥과 김려의 글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최 참판에게 걸려들어 붙잡히게 된다. 현감으로서 우태를 처벌해야 하는 김려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냐는 그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엄한 벌을 내린 후 옥에 가둔다. 회한에 빠진 김려에게 홀연히 나타난 이옥의 영혼은 그간 잊고 지냈던 글을 꺼내 보이며 삶이 곧 글이었던 지난날을 되새기게 한다. 그리고 김려는 그토록 잊고 싶었던 유배지의 기억을 떠올린다. 부령과 진해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서 만난 정감 어린 사람들, 그리고 그를 돌보던 기생 연희와의 아름다운 기억을 담은 자신의 글을 돌아보며 김려는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실은 자신이 얼마나 이옥의 글을, 그리고 자신의 글을 사랑했는지 깨달은 김려는 우태를 옥에서 풀어줄 묘안을 간구하게 되는데…….

추천사
  • 이옥은 조선에서 가장 멋진 문사 가운데 한 분이다. 이옥의 작품은 지금 읽어도 옛날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기운이 넘친다. 짐작하기에 그는 단아하고 침착한 선비였던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속에서 쉬지 않고 들끓어 오르는 젊은 기운이 붓을 타고 뚝뚝 떨어져 내려 뜨거운 문장을 만들었을 것이다. 조선의 제도와 권세가 자유롭고 활기찬 그의 기질과 문장을 길들이려 했으나 그는 끝내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이옥의 벗 김려는 이옥의 삶과 문학의 가치를 속속들이 알아주었던 유일한 사람이다. 김려가 있어서 이옥 또한 자신의 문학 세계를 더 그윽하고 높은 경지로 만들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친교 또한 이옥의 작품처럼 우리 문학에 내려진 축복이다. 성석제(소설가)

목차

1. 이옥의 아들
2. 시기를 읽다
3. 부령으로 가는 길
4. 이옥의 아들에게 매질을 하다
5. 나한, 거울, 그리고 책으로 빚은 술
6. 차가운 유배객의 언덕에서 물고기를 낚다
7. 생각하는 창문
8. 글은 길 위에서 탄생한다

 

해설_강명관
작가의 말_설흔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설흔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 『소년, 아란타로 가다』 『살아 있는 귀신』 『우정 지속의 법칙』 『연암이 나를 구하러 왔다』 등이 있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로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을 받았다.

이옥과 김려 중 먼저 눈길을 끈 이는 이옥입니다. 이옥의 삶은 극적인 삶이었습니다. 자신이 쓴 글 하나 때문에 평생 고초를 당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오이디푸스나 햄릿과 같은 과의 운명을 지닌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당사자는 괴로웠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보다 부러운 인물은 없는 법입니다. 독자들은 평범함을 넘어선 비범함과 초월의 삶을 선호하게 마련이니까요. 그가 쓴 글은 또 어떻습니까? 지금으로부터 거의 이백 년 전, 그러니까 19세기 초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지만 현대의 그 어떤 작가보다도 더 감각적이고 세련된 문장을 자유롭게 구사했습니다. 「시기(市記)」나 「사관(寺觀)」 같은 글을 읽다 보면 이 사람 정말 천재로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갖게 됩니다. 동시대를 살았던 어느 문인의 평가, 즉 “그의 시문에서는 기이한 생각과 감정이 마치 누에고치가 실을 토하듯, 샘물 구멍에서 물이 용솟음치듯 흘러나온다.”는 평가가 하나 틀리지 않은 것이지요.
그런 이옥에 비하면 김려의 삶은 상대적으로 평범합니다. 십 년 가까이 유배지에서 삶을 허비했다고는 하지만 유배지에서 허송세월한 이가 한둘이 아니기에 그의 경력은 그다지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 후의 삶은 또 어떤가요?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친구 김조순의 도움을 받아 현감, 군수 등을 지내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 전부입니다. 상상력을 자극할 그 어떤 요소도 그의 삶에서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가 남긴 글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평생을 글을 쓰며 살았습니다. 유배를 떠나면서도 글을 썼고, 유배지에서도 글을 썼고, 놀고먹을 때도 글을 썼고, 현감을 지내면서도 글을 썼습니다. 그렇기는 하나 화려한 솜씨가 돋보이는 글도 아니고, 새로운 상상력이 넘쳐 나는 글도 아닙니다. 그저 자신이 느낀 것들을 담담하게 그려 나간 것이 전부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아무래도 김려보다는 이옥에게 훨씬 더 관심이 간 것은 당연한 결과였겠지요.
이쯤에서 등장해야 할 단어는 바로 ‘그러나’입니다. 그렇지요. 사람이 늘 극적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는 법입니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면 하루가 지나갑니다. 하루가 모여 일 년이 되고, 일 년이 모여 십 년이 되고, 십 년이 모여 일생이 됩니다. 그러니까 일생은 평범한 하루의 합인 것입니다. 비범을 꿈꾸었던 삶이 평범으로 귀착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김려의 글 또한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 자기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지켜보며 글로 옮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홍주 한 병, 연꽃 한 송이, 청어 한 마리, 상추 한 장에 관심을 갖는 것이 실은 일상에서 도 닦는 일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옥의 삶이 처음부터 비범한 삶이었다면, 김려의 삶은 평범함 속에서 마침내 비범함에 도달한 삶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김려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관심은 실은 두 사람의 삶이 함께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결실 쪽에 있으니까요. 신산(辛酸)한 삶을 살다 죽은 이옥의 글들을 모아 문집으로 간행한 이가 바로 김려입니다. 즉 이옥의 글은 김려 덕분에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생에 걸친 우정과 글쓰기가 아름답게 결합한 순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까지 이르면 앞서 인용한 이옥 글의 평가 주체가 누구인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김려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우정을 논하고, 우정을 통해 글쓰기를 말하고자 한 것이 본래 이 글을 쓰게 된 취지입니다. 부족한 솜씨 탓에 그 취지가 잘 살지 않았더라도 너그럽게 양해하시고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우정이란 게 별다른 것이겠습니까? 그렇게 격려하고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우정이지요.

2011년 4월
설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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