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회장님의 애완작가

책 소개

『끝내주는 회장님의 애완작가』는 한마디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녀’는 물질주의 따위는 얼마든지 무시하며 살 수 있는 지적이고 자존심 센 젊은 작가, 예술과 문학의 영원함, 인간의 정신을 구원할 힘을 믿는다. ‘그’는 끝없는 이윤 추구만이 최고의 목표인 세계 최고의 부자 킹싸이즈 햄버거사의 왕회장님. 척 봐도 극과 극인 두 사람인데, 그녀는 그의 전기를 쓰기 위해 고용되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림자처럼 지켜보게 된다. 남들 앞에선 에스코트걸로 소개되는 전기 작가=애완작가(애완동물이 아닌). 예술을 통한 정신의 구원을 믿던 그녀의 속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그의 행태는 한도 끝도 없다. 그를 비판하고 조롱하고 풍자하는 가운데 한편으로 부가 제공하는 사치와 향략에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 그녀… 이들은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가, 혹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신자유주의의 자유시장과 경쟁만이 지상 낙원을 건설할 것이라 믿는 자본가의 꼴사나운 행태에 대한 세밀한 묘사, 유쾌하고 즐거운 풍자가 작품 전체를 생동감있게 만든다. 패스트푸드 같은 현대인의 사랑과 사고방식, 먹고먹히는 잔혹하고 살벌한 글로벌 비즈니스의 세계, 휴머니즘의 얼굴을 한 자선사업에 퍼져 있는 금권주의적 사고 들을 비꼬는 한편, 도시의 향락-권력-돈의 관계 등 현대사회의 가장 화려한 면에서 제일 어두운 면까지를 맨얼굴로 드러낸다. 실명으로 등장하는 유명인사들이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하고, 고상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명품과 유명인사들에 유혹당하며 갈등하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실제로 21세기 신자유주의 아래서 누군들 자본의 애완동물이 아닐 것인가. 자본의 왕으로 군림하는 자와 속으로 그에 반대하고 증오하기까지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매혹당하는 작가의 신경전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재미있게 펼쳐진다.

 

 

 

작품 줄거리

 

 

 

젊은 프랑스 여자 작가가, 그것도 소시민으로 돈도 별로 없고 책만 그럭저럭 몇권 낸 작가가, 전세계 120개국에 2시간마다 새로운 체인점이 하나씩 생기는 글로벌한 유통망을 가진 킹싸이즈 햄버거사의 회장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인 토볼드 씨의 전기를 쓰기 위해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그와 제일 가까운 거리에서, 사무실, 집, 자동차 안,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에스코트 걸로 행세하며 따라다니게 된 것이다. 애완동물도 아닌 ‘애완작가’의 신세로.

 

 

 

프랑스 소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 스무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토볼드는 성경을 읽다가 자신의 앞날을 비출 인류 최고, 세계 최초의 캠페인 문구를 깨닫는다. ’태초에 돈이 있었다. 돈은 말씀 못지않게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 같은. 이후 그는 임원회의 자리에서나 애완작가에게 자주 말한다. “내 친구가 되시오. 그럼 자본이 그대들에게 주어질 것이오.” 그의 성공비결은 예수의 말과 생애, 행동을 보고 자기 나름의 해석을 곁들여 자신의 복음을 만들어낸 데 있다. 먹고사는 데 있어 모든 허례허식과 겉치레를 벗어던진다는 것이 그것이다.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닌 빵과 감자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칸다: 재빨리 먹을 수 있게, 될 수 있는 대로 싼값에, 모든 장소에서 똑같은 순간에 똑같은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191면, 토볼드는 이를 자신만의 ‘공산주의’라 부른다). 이것이 그가 킹싸이즈 햄버거로 성공할 수 있었던 ‘푸드컨쎕’이다.

 

현재 그는 모든 것을 갖고 있다. 수백만 명의 직원, 365대의 자동차, 160미터짜리 요트, 자신의 전용 보잉747기, 6만 달러짜리 시계, 방이 146개이고 130개의 목욕탕이 딸린 32층짜리 뉴욕의 아파트.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이 리더에게 없는 것은 그의 영광을 영원히 이어줄 한권의 책, 전기, 즉 그의 복음서이다. 그는 이를 위해 그녀를 고용한 것이다. 신자유주의체제, 자유시장의 무한경쟁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복음을 세상 끝까지 전파하기 위해서. 그래서 그는 말끝마다 묻는다, 메모 됐어? 메모는 됐어? 적어, 이걸 적으라고!

 

 

 

그녀는 도저히 그의 행태를 참아줄 수가 없다. 수십년간 형제처럼 자신을 도와 세계적 기업으로 일궈낸 동료를 단칼에 자르며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주워들은 감탄사 “써프라이즈, 써프라이즈!”를 내뱉는 그.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맹랑한 젊은이를 말 한마디로 매장 매니저로 임명하고, 하루에도 몇개씩의 회사를 사고팔며, 수천 킬로미터를 달리고 날아서 회의에 참석하는 그. 차 안에서 대놓고 여자를 유혹하는 그, 기부와 후원을 요청하는 헐리웃의 스타와 명사들(샤론 스톤, 로버트 드니로, 빌 게이츠…), 기자들을 면전에서는 정중하게 맞아들이고 돌아서면 쌍욕을 하며 침을 뱉는 그. 햄버거를 팔기 위해 ‘어린이들은 우리 물건을 구매하는 천사들이며 그 순수한 마음과 곱슬대는 금발 덕에 우리가 추구하는 이윤은 순진무구한 것이 된다’고 연설하는 그. 그의 무지와 천박과 오만방자는 한도 끝도 없다.

 

그녀는 구역질이 난다. 매일 짐을 싸야겠다고, 도저히 이 일은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매일 밤 후회하며 잠든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문학과 예술의 영원함, 그것을 통한 구원을 믿는 내가 이런 경멸스럽기 짝이 없는 인간의 꼴을 참고 있다니! 그의 전기를 쓰다니! 돈이 최고의 목표라고, 자유시장경제가 우리의 구원이라고 쓰다니! 이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그런데, 그런데, 나는 점차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토록 우스꽝스럽고 경멸스러운 그, 세상에 못 가진 것이 없고 못 할 것이 없는 그도 밤에는 수면제로 겨우 잠이 들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어린애처럼 울고불고 방황한다. 누군가 그를 밟고 일어설까봐, 돈을 잃을까봐, 돈만 안다고 자신을 경멸할까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착한 엄마처럼 그를 보살피는 애인 씬디와 함께 괴로워하는 그의 곁을 지키면서 실상을 보게 된 그녀는 그를 불쌍해하게 된다.

 

게다가 놀랍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제공하는 온갖 사치와 향락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최고급 호텔, 최고급 나이트클럽, 최고급 부띠끄, 최고급 식사, 최고급 쌜러드, 최고급 고기파이, 쑤플레, 햄, 족발, 생선, 새우, 치즈 따르뜨, 무스, 초콜릿, 크리스찬 디오르의 원피스, 그리고 로버트 드니로의 멋진 자태, 내게 반해버린 빌 게이츠… 새로이 그녀가 발견한 세계는 짜증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흥분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것이다. 조롱 분노 반항 대 유혹과 타협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그래서 그녀는 말한다. “예 회장님, 물론이죠 회장님, 그럼요 회장님, 즉시 그렇게 하죠 회장님.” 그녀는 ‘깔개처럼 납작 엎드려’ ‘생각 대신 엉덩이를 흔드는 걸’ 배운다.

 

 

 

점점 더 불면증과 우울증이 심해진 토볼드는 결국 모든 사업에서 손을 떼고 휴식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엄마 같은 영원한 안식처 씬디가 자선재단을 설립해 그 일에 전념하자고 꼬시자, 그에 동의한 토볼드는 그때부터 가난과 무지가 존재하는 세계의 모든 곳을 방문하고 거기 사는 이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그들을 돌보는 데서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되찾는다. 결국에는 오히려 움막 같은 집의 맨땅에서 더 잘 자게 되고 신문에는 종종 그의 자선사업에 대한 기사와 사진이 실린다.

 

문제는, 이것도 비즈니스가 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이런 식으로 자선사업에 펑펑 돈을 쏟아붓다보면 어느날 급격히 지출을 줄여야 하는 사태가 올까 걱정하는 씬디에게 햄버거왕에서 자비의 왕이 된 토볼드는 말한다. “그런 걱정일랑 하지 마, 이 사람아. 바로 어제만 해도 스페인 잡지에 이 사진 배포권을 일금 천만 달러에 팔았는데 뭘.” 그러면서 그는 콧물 질질 흐르고 파리가 잔뜩 달라붙은, 두 다리가 가느다랗고 배는 톡 튀어나온 쏘말리아 어린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는 사진을 들이민다.

 

 

 

세계를 한손에 거머쥐고 권력과 부에 의지하는 가진 오만방자 안하무인 토볼드의 행태는 물론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조롱거리이지만, 그를 비웃고 그 무자비함에 분노하면서도 그가 제공하는 사치와 향락을 거부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은꼴이 아닐까.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작품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날렵한 솜씨로 웃음 속에서 우리 자신의 이중성과 속물성을 꼬집는다.

 

사람의 본질적 속성과 이중적 심리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 비판과 풍자, 위트, 유머, 아이러니를 골고루 버무려 맛깔스럽고 상큼한 프랑스식 요리를 만들어낸 작가의 솜씨가 놀랍고 즐겁다. 작품 전체에 별처럼 흩뿌려진 씨니컬한 비유들(그의 애견 이름이 다우존스라든가, 그가 예수를 찬미하며 주의 이름으로 성경구절을 패러디해 자신의 부에 대한 복음을 전파한다든가 등등)을 발견하는 재미도 유별난데다 끝까지 씁쓸한 반전을 선사하는 이 작품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목차
수상정보
저자 소개
  • 리디 쌀베르

    1948년생. 부모는 스페인 내전 후 프랑스로 망명한 공화주의자들로, 남프랑스 뚤루즈 근교 오뜨리브의 스페인 난민촌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모국어는 스페인어지만 몰리에르 등 많은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성장해 뚤루즈대학교에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했다. 이어 1969년부터 의과대학에서 수학하고 정신과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 마르쎄이유 근교 북 벨레르에서 정신과 의사로 수년간 일했고, 이런 경험이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작품에 녹여내는 데 큰 […]

  • 임희근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빠리 제3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전문번역가이자 출판・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 대표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오노레 드 발자끄의 『고리오 영감』, 에밀 졸라의 『살림』, 다니엘 페낙의 『독재자와 해먹』, 앙리 프레데리끄 블랑의 『잠의 제국』,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 『에콜로지카』, 아티크 라히미의 『인내의 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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