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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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묵묵하게 헤엄쳐 그를 구하고, 스스로를 구할 것이다.

설령 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몇번이고 다시.”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이현석 첫 장편소설

올여름 가장 뜨겁고도 시원한 서핑 소설!

 
동시대의 윤리와 사회문제를 치열하게 담아내면서도 엄청난 흡인력을 선사하는 작품들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단연 주목받는 작가 이현석의 첫 장편소설 『덕다이브』가 출간되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네번째 작품이다. 코로나19가 소문으로만 들려올 무렵 발리의 한인 서핑캠프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소설은, 세차게 부서지는 파도처럼 강렬하고 온몸을 감싸는 물결처럼 섬세하다. 마치 서핑보드에 올라선 것처럼 느끼게 하는 생생한 장면들을 따라 독자들은 바다의 정점에서 파도를 가르게 되고, 때로는 제 몸의 몇배는 되는 파도에 휘감겨 소금물을 마시게 된다.

발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명히 묘사하는 이번 작품은 동시에 혹독한 현실 역시 세밀하게 그려낸다. 서핑과 함께 소설에서 주요 소재로 다루어지는 의료계 일터괴롭힘 문제는, 실제 의사이기도 한 작가의 서술을 통해 그 무게감을 더한다. 작가노트에서도 언급되듯, 약간의 어긋남으로도 쉽게 괴롭힘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자본의 논리와 자기착취를 당연시하는 현실 앞에 타인의 고통을 목도하고도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 괴로움에 대해 그려낸다. 소설은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어설픈 포장이나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설령 늦었더라도,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할지라도 끝내 과거와 다시 마주하도록 한다.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물살을 거슬러 과거를 향해 헤엄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용기와 윤리에 대해 말한다.

 

오해가 영원하고 이해가 어려울지라도,

이곳에서 함께였다는 사실만큼은 진실이니까

 

주인공 ‘태경’은 고된 훈련으로 유명한 ‘민스서프’의 메인 강사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여럿 옮기던 그는, 우연히 시작하게 된 서핑의 매력에 푹 빠져 발리에 정착한다. 강습생으로 캠프에 왔던 태경이 메인 강사의 자리에 오르는 동안 민스서프 역시 꾸준한 인기를 얻어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민스서프의 사장은 때맞춘 사업 확장을 위해 웰니스 인플루언서인 ‘민다’를 섭외하게 된다. 태경은 첫 만남부터 민다가 탐탁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드느라 자신의 강습에는 집중하지 않는 태도도 그러했지만, 인플루언서라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런 태경에게 민다가 다가와 묻는다. 자신을 못 알아보겠느냐고. 유명인이 자신을 모르냐는 질문을 하는 것으로 여긴 태경은 어이없어 하지만 이내 민다가 자신의 이전 직장 동료였던 ‘다영’임을 알게 된다. 둘은 종합병원의 검진센터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다. 그 시절 다영은 간호계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일컫는 ‘태움’의 피해자였다. 책임간호사는 유독 다영을 미워했다. 작은 잘못에도 질책받던 다영은 어느 날부터 늘 술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출근하곤 했다. 결국 주변 동료들의 미움까지 사게 된 다영은 끝내 병원에서 쓰러지고 만다. 태경에게는 가쁜 호흡으로 몸을 뒤틀던 다영의 모습이 선명해, 자신의 눈앞에 있는 민다를 보고는 크게 놀란다.

서핑을 통해 태경과 다영은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나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시계는 늘 같은 자리에서 멈췄다. 병원의 기억은 늘 함구되었고, 태경과 다영의 사이는 아슬아슬하게 유지된다. 태경은 내내 과거의 일을 생각한다. “너와 내가 함께였으나 너를 외면하기만 했던 그곳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한 다영에 의해 둘의 시계는 과거로 한없이 돌아간다.

태경과 다영을 비롯한 파도 위 서퍼들의 모습은 이 세상에 던져져 ‘단지 하나의 가능성’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우리 존재와 다르지 않다. 하얗게 부서지는 거대한 파도는 기대감을 주는 동시에 공포로 다가온다. 보드에서 일어서는 동작인 ‘테이크오프’에 성공한다면 파도를 가르는 쾌감을 맞볼 수 있지만, 잠깐 시선을 떨구기만 해도 바다에 집어삼켜질 수 있다. 혹독한 지상 훈련을 거듭하더라도 파도는 늘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밀려온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도 다르지 않다. 내가 누구인지,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물어야만 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늘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해도 어느 순간엔 원하지 않는 지점에 서 있을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사소한 결정들이 우리를 그 위치로 인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은 우리가 다시 한번 파도를 잡기 위해 테이크오프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도약은, 자기 자신은 물론 과거에 구해내지 못했던 것 역시 구하러 가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겠다고.

 

속으로 되뇌는 단 한가지 바람,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작가는 의사로 일하며 실제 겪은 일과 성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미묘한 부분까지도 예민하게 포착하여 풀어낸다. 서핑 역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까지 작가가 매년 꾸준히 즐겨오던 스포츠였다. 곳곳에 디테일이 살아 숨 쉬는 이번 소설은, 서핑은 물론 병원의 한 장면까지도 섬세하게 담아내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서핑보드에 올라 멋지게 파도를 가르는 것만이 서핑의 일일까. 너무 거대한 파도가 다가오거나 미처 파도를 잡을 준비를 하지 못했을 때, 태경은 자주 ‘덕다이브’ 한다. 덕다이브는 “바늘을 꿰는 것처럼 수면 아래로 파고들어가” 파도를 흘려보내는 기술이다. 찰나의 순간, 오히려 파도 아래로 잠겨 들어가 타지 못할 파도를 피하는 덕다이브 역시 파도를 대하는 한가지 방법이 된다. 삶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파도처럼 다가온 거대한 일을 멋지게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잠시 숨을 참고 흘려보내는 법도 있다. 소설은 파도에 맞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서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자꾸만 굳어가는 생활인의 근육들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발리의 바다 위 떠 있는 서핑보드에 몸을 기댄 서퍼가 된 기분으로 소설을 읽다보면, 삶에서 무엇을 마주했고 무엇을 흘려보냈는지 곰곰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소설은 무심코 지나쳤을 타인의 삶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덕다이브』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면 각자의 삶이 결코 외따로 독립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마음 깊이 되새기게 된다. 끊임없이 시스템으로 스스로를 갈아넣게 하며, 균열을 목도하고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회피하게끔 하는 자본의 논리가 팽배한 이 시대, 누군가를 구하는 일이 곧 스스로를 구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거대한 파도 아래로 스스럼없이 덕다이브 하는 주인공을 선명하게 그려낸 이 소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추천사
  • 이현석의 전작인 소설집이 다채롭고 넓은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줬다면 이번 장편은 그 넓이가 그대로 깊이에 더해져서 돌아왔다. 가차 없는 현실에 한 인간이 마모되고 부스러지는 과정과, 생존을 위해 선택한 윤리적 기만이 영혼을 훼손하는 과정이 너무 생생해서 파도에 삼켜진 듯 자주 숨이 막혔다. 나는 이 책이, 삶을 열정으로 가득 채우는 사랑하는 일을 찾았다고 해서 그 모든 게 다 괜찮아지는 극적인 치유의 길로 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서 그 모든 게 네 잘못은 아니었다는 무턱 댄 위로를 건네지 않아서 더없이 미더웠다. 이런 작가가 말하는 희망이라면 믿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자기 몫의 부채를 성실히 헤아리는 주인공이기에, 과거에 구해내지 못한 것을 구하러 가는 그의 마지막 헤엄이 눈부시게 뭉클했다. 읽고 나면 간절하게 기도하게 되는 책이다. 부디 모두가 적절한 순간에 ‘outside!’를 외칠 수 있기를. 모두 무사하기를. 너무 애쓰지 않고도.

    김혼비 작가

목차

삐라따

까르야

수르야

링기

저로

자바

할루스

끄라마

아궁

아빠끄라마

빠나스 부미

삐따라

 

참고한 내용과 약간의 덧붙임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이현석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도』가 있다.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늘 내가 뭐라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삶에 대해 쓰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빠지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 알지 못하기에 그 삶에 다가가고자 애쓰는 것 역시 작가의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
아픈 사람들을 많이 본 날이면 나도 아파진다. 이 아픔이 자족적인 나르시시즘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난다 해도 알게 될 거라는 확신도 들지 않는다.
다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것.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나 그럼에도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는 조금은 모순된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 그 마음이 부디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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