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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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아침은 생각한다
밤새 뒤척이며 잠 못 이룬 사람의 깊은 골짜기를”

 

서정시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태준의 역작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선한 마음이 깃든 단아한 시편들

 

간결한 언어와 투명한 이미지로 서정시의 정수를 보여주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문태준이 여덟번째 시집 『아침은 생각한다』를 창비시선으로 출간했다.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의 아늑한 풍경을 섬세한 필치로 담아낸다. 뭇 생명들의 품속에서 삶의 순간들을 바라보는 그윽한 시선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선한 마음이 깃든 단아한 시편들이 따뜻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공들임의 언어”와 “공들임의 마음”(이경수, 해설)으로 빚어낸 한편 한편의 시를 시인의 포근한 숨결을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으로 충만해진다.

 

팬데믹 시대에서 돌봄의 연대를 실천하는 생태적 상상력

 

시인은 아득한 유년의 기억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시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문태준 시의 원천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비밀을 엿보게 된다. 세살 무렵 누나의 등에 업혀 잠이 들었을 때 들려오던 “누나의 낮은 노래”(「첫 기억」)가 자신을 시의 세계로 이끌었음을 고백한다. 또 유년의 풍경 속에서 풀짐을 지고 오시던 아버지를 추억하며 늙은 아버지를 향해 연민과 존중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연과 더불어 자란 유년의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번 시집에는 꽃과 새가 자주 등장한다. 시인은 ‘식물-되기’와 ‘새-되기’의 상상력을 통해 자연과 동화되는 모습의 절정을 보여준다. 시인은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우며 공감과 연대의 세계를 보여준다. 자연의 일부로서 뭇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소박한 삶에서 시인은 “어린 새가 허공의 세계를 넓혀가듯이” “점점 커지는 기쁨”(「점점 커지는 기쁨을 아느냐」)을 느끼기도 한다.
생태적 상상력이 깃든 문태준의 시는 오늘날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속 가능한 삶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표제작 「아침은 생각한다」에서는 ‘아침’이 생각하고 말하는 행위의 주체로 등장한다. “난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어선은 없는지” 굽어보고 “삽을 메고 농로로 나서는 사람의 어둑어둑한 새벽길을” 생각하며 “밤의 적막과 그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한 것은 아닐까” 반성한다. 그간 시인이 써온 서정시를 따라 읽어온 독자라면 ‘나’가 아닌 ‘아침’이 주체로 등장하는 이 시가 분명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인간이 아닌, 생명을 지닌 존재도 아닌 것에 활기찬 목소리를 내어준 이러한 목소리는 우리가 자연의 일부로 살아갈 뿐이라는 메시지를 생기 넘치는 긍정적인 언어로 보여준다.

28년의 시력을 쌓아오는 동안 한결같은 시심을 유지하면서도 시적 갱신을 거듭해온 시인은 최근 목월문학상과 정지용문학상을 연거푸 수상함으로써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입지를 더욱 굳게 다졌다. ‘서정시의 전범’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시인은 그럼에도 “흰 종이에/까만 글자로 시를 적어놓고/날마다 다시/머리를 숙여 내려다”(「설백(雪白)」)보는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덧없이 흘러가는 삶의 그늘 속에서도 늘 “환한 쪽을 바라”(「감문요양원」)보는 그의 시는 “장문(長文)의 밤/한 페이지에 켜둔/작은 촛불”(「새봄」)처럼 이 세상의 어둠을 아름답게 밝혀나갈 것이다.

추천사
  • 내가 사는 마을은 강이 있는 산골 마을, 산을 그려주며 내려온 눈송이들이 강으로 간다. 검은 바위 위에도 새들이 지나다니는 마른 풀잎 사이에도 뒤꼍 감나무 꼭대기 까치집에도 홀로 사는 산골 사람들의 지붕 위에도 눈이 오는데, 문태준의 시를 읽는다. 시집을 다 읽고 눈 오는 마을을 한바퀴 돌고, 집에 돌아와 또 시집을 읽고 눈 그친 마을을 한바퀴 돌아도 자꾸 생각이 끊기고 말문이 막혔다. 해가 지고 어둠이 오고, 어둠 속으로 눈발이, 그리고 내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나는 눈보라가 치는 꿈속을 뛰쳐나와 새의 빈 둥지를 우러러 밤처럼 울었어요”(「이별」). 태준아, 나는 울기 싫다.
    김용택 시인

목차

제1부

첫 기억
음색(音色)
종소리
아버지와 암소
아버지의 잠
별미(別味)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
수평선
봄산
뿌리
돌과 돌 그림자
가을은 저쪽에
산가(山家)
초저녁별 나오시니
눈보라
항아리
겨울 엽서
눈길
설백(雪白)
 
제2부
낙화
진인탄 초원에서
낮과 밤
아침은 생각한다
새와 한그루 탱자나무가 있는 집
봄비
볼륨
제비 1
제비 2
지금은 어떤 음악 속에
감자
하품
밥값
가을비 속에
그때에 나는
낮달을 볼 때마다
첫눈
눈사람 속으로
 
제3부
꽃과 식탁
백사(白沙)를 볼 때마다
이별

수련이 피는 작은 연못에 오면
여름 소낙비 그치시고
방울벌레가 우는 저녁에
미련스럽게
선래(善來)
새야
나의 지붕
점점 커지는 기쁨을 아느냐
봄소식
상춘(賞春)
오롬이 1
오롬이 2
동화(童畫)
오월
 
제4부
삼월
새와 물결
너에게
바람과 나무
늦가을비
나의 흉상
유월
여름산
여음(餘音)
마지막 비
겨울밤
어부의 집
발자국
대양 1
대양 2
요람
감문요양원
새봄
 
해설|이경수
시인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문태준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와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 「처서(處暑)」 외 9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산문집 『느림보 마음』, 시 해설집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우리 가슴에 꽃핀 세계의 명시 1』 『가만히 사랑을 바라보다』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

이 글을 쓰려니 나는 나를 서성인다. 바깥에 나갔더니 봄이 오기 전에 마지막일 눈이 내린다.
어두운 돌담에, 굳은 흙의 바탕에 하얀 얼굴의 눈송이가 내려앉아 있다. 눈발은 계속 겨울 밤하늘에서 서성인다. 나도 함께 한데에 있다.
그래, 깊은 계곡 같은 밤의 적막과 부서지기 쉬운, 서성이는 이 흰 울음을 잊지 말자.
 

2022년 2월 제주 애월읍 장전리에서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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