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일

책 소개

 

“당신이 이 소설을 읽고 흔들리길 바란다.”
얼어붙은 사춘기, 끝내 맞이하는 성장과 치유
『아몬드』 『유원』을 잇는 눈부신 성장소설

 

 

성장하는 이들의 마음을 세밀히 살펴 온 이현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호수의 일』이 창비청소년문학 109번으로 출간되었다. 열일곱 살 주인공 호정이 은기와 만나 경험하는 설렘과 사랑, 각자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담았다. 정의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매만지는 탁월한 문장이 돋보이며, 첫사랑의 두근거림뿐 아니라 가족, 친구와의 갈등과 외로움 등 한가지로 정리되지 않는 여러 갈래의 깊은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겨울처럼 혹독하게 십 대의 시간을 통과한 이들, 쉽게 꺼낼 수 없는 마음을 간직한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눈부신 치유의 순간을 길어 올리는 성장소설이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쓰인

열일곱의 시간

『호수의 일』이 포착하는 사춘기의 계절은 한가지가 아니다. 흔히 사춘기는 봄에 비유되고는 하지만, 때로는 혹독한 겨울의 바람을 몰고 오기도 한다. 호정의 계절은 그렇게 매서운 겨울로부터 시작한다. 얼어붙은 호수처럼 춥고 외롭던 호정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사랑하는 동생이 아빠와 놀며 즐거운 웃음을 지을 때, 엄마가 진주에게 다정히 책을 읽어주는 소리를 들을 때, 속에서 문득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듯 과거의 기억이 소환된다. 혼자 누워 있던 어두운 밤, 엄마와 아빠를 만나러 혼자 지하철을 타고 갔던 어느 저녁의 기억.

 

그건 진정으로 외로운 일이다. 누구와도 같지 않은 마음을 가졌다는 건.
나는 외롭다는 말보다 그 마음을 먼저 배웠다. 이제 와 생각하니 그랬던 것이다. ― 본문 124면

 

어린 시절, 부모님이 사업에 실패한 뒤 할머니 댁에서 지내던 호정은 집안을 떠다니는 원망의 분위기를 접하며 외로움이라는 말을 배우기도 전에 그 마음을 알아 버렸다. 화목한 가족에 녹아들 수 없는 호정은 엄마의 걱정과 아빠의 관심이 부담스럽고 껄끄럽기만 하다.
가족들에게는 냉랭하고 쌀쌀맞지만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다정하고 친절한 또 다른 모습의 호정이 있다. 둘 다 자기 자신이지만 호정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을 부모님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다. 쉽게 ‘사춘기’라는 한가지 꼬리표가 달리곤 하는 그 시절의 마음은 이렇게 하나의 결로 흐르지 않는다. 『호수의 일』은 누구나 지나온 십 대의 순간이지만 자주 무시되곤 하는 예민한 감성을 섬세히 조명하며 다채롭게 펼쳐 보인다.

 

 

우리는 그저 손을 잡고 있었고,
온통 흔들리고 있었다

호수의 옆에 놓인 다른 기억, 은기와의 기억은 호정의 ‘안전한’ 마음에 균열을 만든다. 튀지 않는 전학생이었지만 은기는 어딘지 기우뚱한 가로등을 떠올리게 하는 소년이다. 호정은 흔한 SNS도 하지 않고 폴더 폰을 쓰는 은기가 궁금해지고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은기의 하굣길이 신경 쓰인다. 어느 순간부터 자꾸만 생각나는 은기에 대한 마음은 점점 설렘으로 커진다.

 

깊은 호수에 잠긴 것 같았다. 물결 하나 없이 잔잔한, 고요한. 햇살을 가득 받아 따뜻한, 그리고 환한.
손끝만 움직여도 공기가 물결이 되어 은기에게 전해질 것 같았다.
여기, 호정이가 있어,라고. ― 본문 87면

 

은기와의 시간은 특히 호정이 깊이 감추고 있던 어두운 시간을 다시 끌어올린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은기야’라는 말로 시작하던 호정의 독백은 차오른 설렘 끝에 왈칵 쏟아내는 진심이다. 특별한 이에게 털어놓고 싶은 진심은 외롭던 밤을 이겨 내는 마법이다. 하굣길을 함께하고 맛없는 급식 대신 특별한 저녁을 먹으러 가고, 사소한 순간이 소중해지는 사랑의 시작을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호정의 마음에 함께 물들어가는 은행나무의 빛과 거리의 풍경들은 독자를 호정의 마음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호정과 사이가 좋지 않던 곽근과 그의 무리가 은기의 과거에 대한 소문을 퍼뜨려 은기가 사라지고 난 뒤, 죄책감에 휩싸인 호정은 친구들에게도 예민하게 날을 세우고 평범한 일상을 버거워한다. 학교에 가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사소한 일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호정은 친구들, 가족들과 다투고 고립을 자처하지만, 소설은 그런 호정에게 ‘중증 우울 삽화’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호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다만 아플 뿐이라는 진단은 호정을 안심시킨다. 사춘기의 변덕이라고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청소년의 우울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되 과장하지 않고 조명한 점이 돋보인다. 또한 2022년 지금의 교실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현재까지도 개선되지 않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의 문제 등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들을 함께 녹여 냈다.
은기가 떠나고 다시 홀로 남았지만 호정의 마음은 전과 같지 않다. 단단히 얼어붙은 호수에 금이 가고 얼음이 녹듯, 가족 상담을 고민하고 친구들과 화해하며 치유와 성장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흔들리며 아픔과 기쁨을 모두 겪어 낸 이들, 오랜 겨울 뒤의 새봄을 기다리는 사람 모두가 깊이 공명하며 위로받을 수 있는 눈부신 성장소설이다.

추천사
  • 얼어붙은 호수에 봄이 찾아올 때, 얼음이 녹고 깨지고 수면이 움직일 때, 어쩌면 호수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안전하고 고요한 얼음의 상태로 계속 존재하고 싶을지도. 봄은 사랑을 품고 단단한 호수의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사랑은 당신을 걱정하는 마음. 당신이 슬프지 않기를, 너무 오래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나의 상처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어 외면하고 살았지만 너의 상처 앞에서는 속절없이 흔들리는 그 마음을, 호정과 은기는 아리도록 생생하게 보여 준다. 나는 당신이 이 소설을 읽고 흔들리길 바란다. 설레고, 아파하고, 화를 내고,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기를. 그렇게 당신의 봄을 맞이하기를. 최진영(소설가)

    흔히 마음을 호수에 빗대지만 그 은유는 따스한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조차 차갑게 얼어붙는 계절을 피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 닿을 때 비로소 완벽해진다. 그 차디찬 계절에 ‘사춘기’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짓궂은 농담 같지만 얼어붙은 계절이 선사하는 혹독함이 아니라면 우리가 그토록 해빙의 봄을 생각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현은 이 소설을 통해 겨울과 봄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사춘기 특유의 기후를 호정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섬세하게 포착한다. 처음에 호정의 우울한 내면은 얼어붙은 호수의 차가운 풍경과 나란히 놓여 있지만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믿음과 사랑이 어느덧 봄의 도래를 재촉한다. 그녀는 짐짓 이 봄의 도래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계절을 불러낸 힘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 혐오와 비난에 맞서 소중한 것을 끝내 지켜 낸 사람들의 맑은 온기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래 남는다. 한영인(문학평론가)

    호정과 은기, 나래와 지후, 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이 겪는 마음의 시간은 순서대로 흐르는 직선이 아니다. 집에서 학교에서 그리워하고, 미워하고, 속상하고, 그렇게 숨죽여 지켜보다 불쑥 튀어나온 우울에 휩싸이고 지독하게 아파야 한다. 이들이 보낸 시간은 사랑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모자라고 넘치는 가운데 쌓인 아픈 마음의 상처는 또 그렇게 괜찮다고, 우리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매서운 겨울 추위도 봄이 오면 물러나는 것처럼. 호정이 은기에게 바라듯이, 너무 오래 슬프지 않고, 아프지 않기를, 언젠가 웃으며 지난 오늘을 떠올리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믿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일, 그 따스한 기억을 간직하며 살 수 있기를 빈다. 박종호(서울고 교사)

목차

1부 호정

2부 자꾸만

3부 사랑

4부 침몰

5부 호수의 일

 

작가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이현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섬을 찾아 이야기의 바다를 항해하며 동화 『짜장면 불어요!』 『장수 만세!』 『오늘의 날씨는』 『악당의 무게』 『푸른 사자 와니니 1, 2』 『플레이 볼』 『일곱 개의 화살』 등을 썼습니다. 지식정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작가』와 『동화 쓰는 법』에는 항해의 비법을 조금 털어놓았습니다. 전태일문학상과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창원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슬픈 시절에 썼다.
유난히 눈이 많던 겨울에, 모두가 작은 방에 갇혀 있던 시절에.
어떤 슬픔은 귀하다,라 쓰고 보니 그도 아니다.
슬픔은 대개 귀하다.
우리는 슬픔에서 자라난다. 기쁨에서 자라나는 일은 없다. 그러나 행복한 기억이 있어 우리는 슬픔에 침몰하지 않을 수 있다. 태양의 기억으로 달이 빛나는 것처럼.
그러므로 흠뻑 슬프기를, 마음껏 기쁘기를, 힘껏 헤엄쳐 가기를. 발이 닿지 않는 호수를 건너는 일은 언제나 두렵지만 믿건대, 어느 호수에나 기슭이 있다.
 
2022년, 다시금 겨울에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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