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책 소개

 

“세계가 망가지더라도 시를 쓰자 아름답게 살자”

 

모두의 찬란했던 그 시절을 소환하는 시집
순백으로 빛나서 더욱 아름다운 청춘의 비망록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최백규 시인의 첫 시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을 등단 8년 만에 펴내지만, 동인 시집(『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아침달 2019)과 앤솔러지 시집(『도넛 시티』, 은행나무 2020)을 통해 독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시인이다. 8년이라는 시간의 깊이만큼 탄탄히 다져온 내공이 역력한 이 시집은 장중하면서도 유려한 호흡과 고전적인 어투, 감각적인 이미지와 감성적인 언어로 쓸쓸히 사라져가는 삶의 풍경들을 재현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의 시간과 부조리한 세상의 그늘에서 불안하고 불우했던 청춘의 한 시절을 건너오는 동안 “상처와 성장통으로 하얗게 벼리어진 시편들”(정끝별, 추천사)이 뭉클하게 와닿는다. 젊은 시인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자전적인 시집이다.

 

다채롭게 펼쳐지는 청춘의 모습
부조리한 세계를 구원하는 따뜻한 사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는 과거에 대한 향수 속에서 연민과 슬픔의 언어로 써내려간 “뜨거운 청춘의 비망록”(박상수, 해설)이다. 읽는 이로 하여금 어릴 적 자기가 살던 동네로 성큼 돌아간 느낌을 주며, 과거의 아픔을 살며시 돌이키며 보듬는 계기가 되어준다. 그것은 이 시집에 시인의 내밀한 고백이 깊숙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이라는 말처럼 시인은 ‘1992년 여름’(출생)에서 출발하여 “너무 아름다워서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고 믿었”(「너의 18번째 여름을 축하해」)던 ‘18번째 여름’과 “길었던 소년이 끝”(「2014년 여름」)난 ‘2014년 여름’(등단)을 거쳐 지금 ‘2022년 여름’(시인의 말)에 이르기까지 자기 삶의 흔적을 처연하게, 하지만 아름답게 더듬어본다. “어려서 우울한 건지 우울해서 어린 건지 분간할 수 없었”(「천국 흐리고 곳곳에 비」)던 시절과 이 ‘여름’ 안에서 오로지 현재만을 뜨겁게 살아야 했던 청춘의 모습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불안한 청춘의 암담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가 잔광처럼 스며든 이 시집은 그럼에도 서정적이다. 최백규를 “신대철, 이성복, 기형도, 조연호, 박준의 계보”(해설)를 잇는 시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주변의 수많은 죽음을 목도한 시인은, 시집 곳곳에 절망과 비탄과 죽음의 향냄새를 드리워놓았지만 이 고통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사랑’을 말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순수하다. 죽음의 흔적과 생명의 빛이 만나는 이 자리에서 사랑의 영원을 말할 때 최백규의 시는 가장 아름답게 순백으로 빛난다. “사랑한다는 중얼거림이나 살려달라는 혼잣말도 엇비슷하게 들린다”(「유사인간」)라는 구절처럼, 이 시집에서 사랑한다는 속삭임과 살고 싶다는 다짐은 그 목소리의 파형이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여름에 ‘너’와 나누는 사랑 속에서 독자들은 따뜻한 구원을 느낄 수 있다.

 

“살아서 너의 모든 나날이 좋았다”
방황하는 마음을 다독이는 아름다움

 

시인은 비극적 현실 앞에서도 현재의 이 순간을 잘 살아남고자 한다. “살아서 너의 모든 나날이 좋았다”(「백야」)나 “사랑해, 태어나줘서 고마워”(「애프터글로우」) 같은 말 역시 세상에 만연한 절망과 죽음에 매몰되기보다는 살아남아 사랑하려는 의지를 충만하게 해준다. 시인은 등단 당시 당선 소감에서 “당신이 한없이 외로울 때 항상 곁에 머무르는 시인이 되겠다. 당신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약속이 첫 시집에 “세계가 망가지더라도 시를 쓰자 아름답게 살자”(「애프터글로우」)라는 다짐으로 이어졌음을 확인하는 순간 오래도록 가슴이 울린다. “조금 늦은 사랑의 기도문이고, 아직 뜨거운 청춘의 비망록이며, 우리들의 빛나는 여름에 바쳐진 앨범”(해설) 같은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유일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사랑에 관한 노래임에 틀림없다. 그 노래가 여전히 방황하는 수많은 마음들을 가만히 다독일 것이다.

추천사
  • 숨이 희거나 영혼이 흰 사람은 눈물도 흴 것만 같다. 흰 꽃처럼 글썽이던 눈물은 한여름 내내 눈으로 내릴 것만 같다. 흰 눈마다 향 사르는 냄새 자욱했을 것이다. 긴 장마였으리라.
    “그립지 않아서 슬퍼할 수가 없”(「천국을 잃다」)는 상처와 성장통으로 하얗게 벼리어진 시편들이 여기에 있다. 최백규 시인은 21세기에 새롭게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가족이었다가 『나쁜 피』의 사랑이었다가 『입 속의 검은 잎』의 죽음의 수사였다가 드디어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의 한여름이 되는, 그런 통과제의를 온몸으로 통과해내느라 그리 기다란 시인이 되었나보다. 뜨겁고 눅눅한 한여름의 장마와 열사를 군더더기 없이 감각해내기에 최적화된 자세였을 것이다.
    스물세살에 시인이 된 그의 첫 일성은 이랬다. “당신이 한없이 외로울 때 항상 곁에 머무르는 시인이 되겠다. 당신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겠다.”(당선 소감) 약속대로 그는 외로울 때 시에 깃들고 시를 살았다. 이제 갓 서른이 되어 첫 시집을 내면서 또 이렇게 일갈한다. “세계가 망가지더라도 시를 쓰자 아름답게 살자”(「애프터글로우」). 이 약속 또한 기도처럼 아름답게 지켜낼 것이다. 시가 그의 삶을 시처럼 살게 할 것이니!
    정끝별 시인

목차

제1부 여름 과일은 왜 이리도 쉽게 무를까

열사병
섬광
개화
여름의 먼 곳

화사
돌의 흉곽

 
제2부 우리에게 사랑은 새를 기르는 일보다 어려웠다
너의 18번째 여름을 축하해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연착
장마철
열대야
이상기후
애프터글로우
휘파람
입하
대서
묘혈
백야
수목한계
무국적
이륙
천국을 잃다
 
제3부 우리가 그 여름에 버리고 온 것
우리가 죽인 것들이 자랐다면
무허가 건축
서천
묘적계
해종일 한적한 둑에 앉아 있었다
천국 흐리고 곳곳에 비
얼룩
폐막식
우리는 이미 늙었다 꽃 피는 계절에
치유
열꽃
불시착
 
제4부 돌아가고 싶은 세상이 있었다
미발매
아프지 않았다
유체
유해
유사인간
안식
지구 6번째 신 대멸종
2014년 여름
비행
 
해설|박상수
시인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최백규

    1992년 대구에서 태어나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동인 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가 있다. 창작동인 ‘뿔’로 활동 중이다.

빛은 그늘에서도 죽지 않고 자라는구나
 

2022년 여름
최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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