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 51호

책 소개

『안과밖』 51호는 우리 사회가 비대면 접촉을 ‘뉴노멀’로 정당화하던 전방위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에서 백신 접종이라는 보건 안전망을 전제로 코로나와의 어색한 공존을 모색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 체제로의 조심스러운 전환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점에 나오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과 접종완료자의 돌파 감염 등의 이변으로 여전히 불안하기만 한 미래를 가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작금의 삶의 양태를 가리킨다. 우리는 이것이 비교적 관리 가능한 위기인지 아니면 여전히 사람 사이의 작위적인 비대면 접촉을 전제하지 않고는 감당해낼 수 없는 위기인지 아직은 조심스레 가늠해보는 중에 있지만, 그럼에도 어떤 경우이든 ‘어색한 공존’이라는 삶의 방식은 당분간은 주어진 현실로 수용하여 체화해야 할 듯싶다. 이번호에서는 이러한 삶의 방식에 대한 한 실험이자 시도로서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다양한 주제를 회집하여 여러 상이한 담론들의 공존을 기획하고 연출했다. 특히 코로나 발생 이후 지난 2년간 국내 지식담론계를 수놓았던 역병에 대한 인문사회과학적 성찰과 비평에서 의도적으로 이탈하여, 문학 연구자의 본원적 연구 관심을 되새기며 영문학 전통 속에서 고전적인 주제와 텍스트를 재발굴하고 거기에 다시금 연구와 비평의 역량을 집중시켜보고자 했다.

 

[특집] 자본주의의 변모와 문학: 위기, 불안, 그리고 서사적 해결의 논리
‘특집’에는 당면한 현실을 문학서사를 통해 낯설고 새롭게 보기를 시도한 네편의 논문을 실었다. 우리가 여전히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현실로서의 자본주의적 세계체제 속에 놓여 있다는 자각에서 출발하여 16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영문학 연구비평사 속 대표적 테마를 하나씩 차례로 점검해보았다. 한예림의 논문 「셰익스피어의 ‘방탕한’ 왕자: 『헨리 4세』 1부에서 읽는 투자와 개혁의 서사」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역사극 『헨리 4세』에 나타난 할의 이야기를 성서에서 유래한 ‘탕아 서사’의 변주로 다시 읽기를 시도한다. 16세기 잉글랜드에서 유통된 문학 서사가 어떻게 같은 시대에 유행하는 투자 담론이라는 정치경제학적 서사와 엇물리는지 꼼꼼히 따져보려는 시도다. 전인한의 논문 「남해로 가는 길: 로빈슨 크루소 삼부작에서 읽는 자본주의의 거품기 작동 이야기」는 영문학 전공자와 비전공자 모두에게 잘 알려진 소설 『로빈슨 크루소』와 디포의 다른 모험 소설을 함께 다루며 디포의 시대에 발흥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우리가 금융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경제체제의 허구성과 내적 불안정성을 디포가 어떤 식으로 서사화했는지를 추적한다. 윤미선의 논문 「19세기말의 장기 공황과 『드라큘라』의 정보자본주의: 정보조직의 기술화와 단행본 서사의 재탄생」은 『드라큘라』가 19세기 영국 사회에서 정보 매체의 발달과 장기 공황이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구체적 문화 현실에 의해 작품 내적 서사와 텍스트 생산이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서 문학작품이 재조명되어야 하는 이유를 들여다본다. 조충환의 논문 「할리우드 금융위기 서사와 밀레니얼 ‘반(反)영웅’의 탄생」은 금융 자본주의의 한복판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2010년대에 개봉한 네편의 영화를 꼼꼼히 비평함으로써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어떻게 금융 자본을 이해하고 그에 대응하는지를 살펴본다.

 

[쟁점] 대학의 창의융합교육 어디로 가고 있나?
‘쟁점’에서는 우리 대학이 처한 오래된 위기 상황을 짚어본다. 특히 인문학, 그중에서도 영문학 전공자들이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영어영문학과라는 학문적 울타리 안에서 확대재생산하고 전수할 기회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 직면하여 그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창의융합형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의 현실을 영문학 연구자로서 교양교육에 몸담은 교수의 시각에서 점검해보았다. 현재 많은 한국 대학들이 앞다투어 편성하고 있는 창의융합형인재 교육 과정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 최예정의 「창의융합인재 교양교육 강화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정부의 대학평가에 좌지우지되는 국내 대학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이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상세히 전달하고, 특히 국내 고등교육 시스템과 가장 유사한 미국의 현실을 참조하면서 국내 현실을 톺아본다. 노동욱의 「창의융합 시대 인문교양교육에 대한 비판적 고찰 및 제언: 영문학의 사례를 중심으로」는 좀더 구체적으로 영문학 강의실의 실태를 두루 들여다보며 창의융합교육이라는 이상이 사실상 이과적 인재 양성에 인문학 교육이 ‘토핑’처럼 첨가되도록 유도하는 밑그림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한마디로 문‧이과에 통달함은 물론 전인적 인격까지 갖춘 인재를 대학에서 길러내라는 요구인데 이는 문‧이과를 나눠 교육해온 중등교육 체제를 고려할 때 인문학 전공자에게 공평하지 않고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임을 역설한다.

 

[동향]
연구 동향 꼭지에서는 글로벌 모더니즘 담론의 발생과 진화의 계보를 추적하는 한솔지의 논문 「모더니즘과 세계: ‘글로벌 모더니즘’의 국외 연구동향」을 선보인다. 저자는 이른바 글로벌 모더니즘이 영미 비평계의 화두로 운위된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그 취지가 무색하게 아직 서구중심주의적 편향을 충분히 극복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영미문학 비평계에서 그러한 한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상해왔는지를 톺아본다.

 

[서평]
서평란은 세권의 책에 대한 비평으로 채웠다. 윤석민의 「역사학자 R. H. 토니의 지적 유산 다시 생각하기」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가이자 분석가였던 역사학자 R. H. 토니의 여러 글을 선별하여 번역한 책 『탐욕사회와 자본주의 정신』을 소개한다. 토니의 전기적 배경과 그의 주요 저작 그리고 나아가 그의 자본주의 비판의 골자를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사회경제사가로서 잘 알려진 토니의 명성에 더하여 기독교 사회주의자로서 그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면모에 독자의 관심을 독려한다. 강의혁의 「공간적 정치학을 수행하는 방법으로서의 경계」는 최근 문화정치학 담론의 트렌드를 대변하는 신간 『방법으로서의 경계』를 소개한다. 지구화시대에도 엄존하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대립과 갈등의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성과 고유성을 지향하면서도 공통적인 것에 대한 접속을 포기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절실히 요청하는 저자들의 입론에 특히 주목한다. 이딸리아 철학자 아감벤의 신작 『얼굴 없는 인간』을 간명하면서도 깊이 있게 분석한 이하람의 「이미 도래한 종말」은 코로나의 심각성에 회의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공개적으로 부인함으로써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아감벤이 코로나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로 새롭게 부상한 국가 권력의 비대화를 비판하는 논지를 섬세하게 탐색하며 그의 주장의 공과를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논문]
‘일반논문’에는 다양한 주제의 글 세편을 싣는다. 권영희의 「역병의 시대에 읽는 E. M. 포스터의 「기계가 멈추다」」는 영국 소설가 E. M. 포스터의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 「기계가 멈추다」를 기계 문명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성찰이 담긴 작품으로 해독한다. 그럼으로써 한세기 전에 쓰인 작품 속에 기술자본주의의 흥성이 인간의 인간됨과 그 가치를 형해화시키는 위험한 잠재력을 배태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유희석의 「제발트의 ‘불확정 서사’에 관하여: ‘증언문학’의 창조적 진화와 아우슈비츠」는 20세기 인류사의 가장 비극적 장면이라 할 수 있는 홀로코스트의 경험에 대한 부단한 반추를 통해 새로운 서사 모델이라 할 수 있는 ‘기억의 글쓰기’ 장르를 창안해낸 것으로 평가받는 독일 작가 제발트를 다루며 뒤틀린 현실에 대한 ‘서사적 해결’의 시도가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를 독일의 경험과 전통을 참조함으로써 제시한다. 조현영의「『실낙원』에 그려진 이브의 성장과 대화의 교육적 효과」는 밀턴의 『실낙원』의 등장인물인 이브의 캐릭터 형성 과정을 폭넓게 들여다봄으로써 여성주의 비평사에서 그동안 제기돼온 밀턴의 남성중심주의적 입장에 대한 비판을 대폭 수정할 수 있는 새로운 비평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한다.

목차

[책머리에] 어색한 공존을 사유하기, 견뎌내기, 그리고 그 너머를 전망하기|윤석민
 
[특집] 자본주의의 변모와 문학: 위기, 불안, 그리고 서사적 해결의 논리
셰익스피어의 ‘방탕한’ 왕자: 『헨리 4세』 1부에서 읽는 투자와 개혁의 서사|한예림
남해로 가는 길: 로빈슨 크루소 삼부작에서 읽는 자본주의의 거품기 작동 이야기|전인한
19세기말의 장기 공황과 『드라큘라』의 정보자본주의: 정보조직의 기술화와 단행본 서사의 재탄생|윤미선
할리우드 금융위기 서사와 밀레니얼 ‘반(反)영웅’의 탄생|조충환
 
[쟁점] 대학의 창의융합교육 어디로 가고 있나?
창의융합인재 교양교육 강화에 대한 비판적 고찰|최예정
창의융합 시대 인문교양교육에 대한 비판적 고찰 및 제언: 영문학의 사례를 중심으로|노동욱
 
[동향]
모더니즘과 세계: ‘글로벌 모더니즘’의 국외 연구동향|한솔지
 
[서평]
역사학자 R. H. 토니의 지적 유산 다시 생각하기: 리처드 헨리 토니 지음, 정홍섭 옮김 『탐욕사회와 기독교 정신』(좁쌀한알, 2021)|윤석민
공간적 정치학을 수행하는 방법으로서의 경계: 산드로 메자드라•브렛 닐슨 지음, 남청수 옮김 『방법으로서의 경계』(갈무리, 2021)|강의혁
이미 도래한 종말: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얼굴 없는 인간』(효형출판, 2021)|이하람
 
[논문]
역병의 시대에 읽는 E. M. 포스터의 「기계가 멈추다」|권영희
제발트의 ‘불확정 서사’에 관하여: ‘증언문학’의 창조적 진화와 아우슈비츠|유희석
『실낙원』에 그려진 이브의 성장과 대화의 교육적 효과|조현영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영미문학연구회
    영미문학연구회

    영미문학연구회는 소장 영미문학 연구자들을 주축으로 1995년 6월 3일에 창립되었습니다. 현재 전국에서 22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우리 연구회는 상설 연구조직으로, 영미문학의 연구와 성과의 교류 및 대중적 확산을 통하여 우리의 문학·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영미문학이 학문에서는 물론이고 문화 전반에서도 무시 못할 파급력을 갖는 우리의 현실에서 영미문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대단히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더구나 영어권의 영향력이 지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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