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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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988년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등단한 작가 공지영의 1994년 첫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1980년대의 치열한 사회참여의 기억을 그려냄으로써, 1990년대 중후반 이른바 ‘후일담 문학’의 장을 연 대표작으로 평가받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비롯하여 모두 9편의 중·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작가가 직접 경험한 1980년대의 학생운동·노동운동의 현장을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정직한 시선으로 그려내 출간 당시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2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1990년대의 대표적인 소설집으로 끊임없이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간 우리의 정치사회 상황이 바뀌고 삶의 여건이 달라졌어도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은 크게 변함이 없다. 오히려 사회·정치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의 골은 더 깊어져 양심을 폐기하고 외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21세기 초입의 우리에게 이 소설집은 단순한 회고문학 이상의 시사점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공지영의 소설들은 억압과 차별의 시대를 살아온 여성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찾는 여성주의 문학과, 이른바 386세대의 피끓는 투쟁의 현장과 소외받는 노동자와 장기수 들의 삶을 그린 후일담 문학으로 대별된다. 그러나 이런 구분은 결국 무의미해지는 듯한데, 첫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이후의 작품들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발전하고 변화하는 모습 뒤에 가려진 소시민의식, 소외계층의 현실에 밀착하는 작가정신이 한결같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는 작가의 이후 작품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지형도나 다름없다.

 

작가 자신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위장취업하여 노동현장에 투신한 여대생의 이야기를 다룬 등단작 「동트는 새벽」, 그 후속편이라 해도 무방한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전쟁 때 월남한 지주의 아들과 머슴이 일용노동자와 기업가로 처지가 바뀐 채 만나는 이야기를 쓴 「잃어버린 보석」은 표제작 「인간에 대한 예의」와 더불어 “시대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문제에 방점을 찍는다. 한편 순박한 처녀가 유부남을 사랑하게 되고 결국 남자의 성적 방종 때문에 자살에 이르는 이야기를 쓴 「사랑하는 당신께」에는 공지영 특유의 여성주의가 통속적이지 않으면서도 균형감 있게 그려졌고, 주어진 조건과 그에 맞선 여성의 대결이 문제시되는 「절망을 건너는 법」에서는 피폐한 농촌의 현실에 대한 꼼꼼한 취재의 결과물들이 눈에 띈다.

 

「개정판을 내면서」에서, “소설가로 산 20여년은 내 인생의 격랑이 소용돌이치는 나날들이었다. 그와 함께 나의 나라도 된통 몸살을 앓았다. 나는 그동안 모든 고통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는 작가의 고백은 마치 다시 거울 앞에 선 성숙한 누이의 한마디처럼 들린다. 이제 명실공히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공지영의 이 첫 소설집에 담긴 풋풋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의식과 고민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준다.

목차

사랑하는 당신께

인간에 대한 예의
무엇을 할 것인가
무거운 가방
절망을 건너는 법
잃어버린 보석
손님
동트는 새벽

해설_순진성에서 자기됨으로 /손경목
작가 후기
개정판을 내면서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공지영
    공지영

    서울에서 태어나 1988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예리한 통찰력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그려내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잡았다. 불합리와 모순에 맞서는 당당한 정직성,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뛰어난 감수성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장편소설 『더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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