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을 가다 1 : 북유럽

책 소개

정수일 세계문명기행의 새로운 출발
문명교류의 시각에서 유럽문명의 민낯을 드러내다

 
세계 문명교류의 현장 구석구석을 누비는 정수일 답사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문명담론의 실질적 발원지 유럽의 실상을 점검하는 기획으로, 근현대 세계사의 중심이자 ‘선진’문명으로 자리 잡아온 유럽문명의 허와 실을 가려낸다. 특히 이번 『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을 가다 1: 북유럽』에서 살펴본 북유럽 4개국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는 청렴과 복지의 상징으로서 선진 유럽을 대표하는 나라들이다. 한랭한 기후와 척박한 자연환경, 19~20세기 역사의 격랑 속에서 이들은 어떻게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개척했는가? 높은 사회적 신뢰와 복지 수준은 어디서 비롯하는가? 한반도의 현실을 타개할 교훈은 무엇인가? 동서 문명교류의 기존 가설을 확증하려는 학문적 탐구심이 생생하고, 분단의 상처를 넘어서고자 하는 열망이 대가의 여정에 힘을 더한다.

 

‘선진’ 서양 대 ‘후진’ 동양의 구도에 던지는 물음표
5~6천년간 30여개 문명을 탄생시킨 인류사에서 1,500여년에 걸친 유럽문명은 비교적 후발(後發)한 문명이다. 이런 유럽문명이 근현대 ‘선진’문명 또는 ‘중심’문명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교류를 통해 앞선 문명들의 다양한 요소들을 흡수, 동화한 덕분이다. 이질적인 문명요소들이 유럽이라는 화폭에 착지함으로써 다채롭고 찬란한 모자이크로서의 유럽문명이 탄생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문명의 정신적 기둥인 기독교인데, 사실 유럽의 시각에서 기독교는 서아시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입한 외래 종교다. 또한 유럽 사상과 문화의 2대 근간이라는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 역시 그 발상지와 성숙지는 서아시아 일원으로 근대 유럽사상과는 연속성이 약하다.
유럽문명의 이런 융합적 성격을 무시한 채 근현대 유럽의 식민지 지배와 산업화에서 비롯한 세계적 부의 독식을 곧 유럽문명의 선진성으로 연결하고 세계에 대한 유럽의 부정적 영향을 무시해왔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그 적나라한 예가 서양사 서술체계인데, 유럽의 지정학적 경계를 확대 포장하여 “전혀 무관한 아랍-이슬람사를 서양사 몇군데에 양념 치듯 대충 끼워 맞춰 서술”하는 식이다. “내로라하는 서양사 명저들을 펼쳐보아도 엉뚱하게 ‘오리엔트’란 이름으로 고대 아랍사(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역사)를 유럽사의 서장(序章)쯤으로 둔갑시키고, 이슬람세계의 성립으로 암흑 속에서 헤매던 중세 유럽세계의 성립을 환치하다가 근세에 들어서는 아랍-이슬람세계를 아예 다루지도 않으니, 이것은 누가 봐도 얼토당토않은 역사 서술체계라 아니할 수 없다.”(25면)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알고 있는 선진 문화제국 유럽과 서양사의 허상을 넘어 여타 문명권과 마찬가지로 세계와 교류하는 가운데 변모해온 문명, 언어·인구·국력·정치체제 등에서 다채로움을 자랑하는 문명의 하나로서 유럽을 마주하는 것이 세계인으로서 보편성을 추구하는 길이다. 이는 이어질 유럽 문명기행을 관통하는 시각이기도 하다.

 

묻히거나 왜곡된 역사
북유럽이라면 흔히 연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다를 누비는 바이킹의 활약상이다. 그러나 대중매체와 영상이 수많은 이미지를 재현하고 있음에도 막상 서양사 서술체계에서 바이킹의 흔적은 미미하다. 8~11세기 대서양 항해와 무역의 개척자로 무쌍한 활약을 펼친 바이킹에 대해 근거 없는 낭설을 기록하거나 아주 소략하게 언급하고 ‘해적’으로 통칭할 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전작 『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를 가다』(2016)에서 카리브해 연안 해적들과 해양교류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발동한 저자는 덴마크 리베(Ribe)의 비크촌을 탐사하며 그 답을 찾는 데 골몰한다. 가족 단위 소농장을 경영하며 손재주 뛰어난 장인이었던 그들, 앞선 조선술로 항속이 빠르고 방향 전환에 민첩한 배를 만들어 거친 바다를 누빈 그들은 대항해시대 이전 중세 유럽을 주름잡고 가는 곳마다 정착지를 건설했다. 개척과 약탈을 병행해 해적의 성격을 띤 이 해양민의 무자비함을 두려워한 유럽인들이 이들을 바이킹(해적)이라 부르며 역사에서 그들의 자리를 축소했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추론이다. 이들의 이름을 되찾아주고 이들의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는 것, 이것이 유럽문명사의 한 치부를 해소하는 길이다(6장 「‘바이킹’의 ‘비크’로의 복명復名」).
이런 무시와 왜곡은 희대의 탐험가 토르 헤위에르달(Thor Heyerdahl)이 주장한 문명전파론과 관련해서도 발견된다. 1937~2002년 65년간 14차례 해양 탐험을 진행하며 일찍이 지구환경 보호에 앞장선 그는 남미 원주민의 태평양 이주설, 이집트문명의 중남미 전파설을 주장했고 이는 당대 학계에서 논란을 일으키며 문명전파 담론을 활성화했다. 그러나 탐험가로서 헤위에르달에 대한 평가와 자취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수일은 고대 이집트문명을 ‘선진’문명으로 절대시하여 모든 고대문명의 모태로 상정하는 학설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한편, 헤위에르달을 역사에서 배제한 학계의 “기괴한 집단비행”을 고발한다. 이는 유럽 중심 서양사가 콜럼버스에 앞서 아메리카를 ‘발견’한 해양민족의 활약을 무시했듯 독존적이고 배타적인 행태이며, 자성을 필요로 하는 또 하나의 민낯이다.

 

복지사회의 꿈, 평화와 중립의 길
분단 한반도의 지식인으로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현실을 돌파해온 저자가 북유럽 답사에서 간절히 구한 것은 무엇보다 복지사회, 평화국가로의 길이다. 척박한 자연환경과 유럽의 변방이라는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 북유럽 4개국은 어떻게 세계가 손꼽는 청렴·복지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는가? 저자는 특히 스웨덴과 핀란드를 모범으로 삼고 각종 보고서와 탐문, 현지 기행을 바탕으로 그 답을 구해나간다. 19세기 입헌군주제 도입과 대대적인 관료제 개혁(빅뱅개혁)을 단행한 이래 스웨덴은 공직자의 반부패를 강력한 무관용 정책으로 실천하며 청렴사회 건설에 힘쓰고 있다. 1938년에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자본가의 복지개혁 동의를 얻어내는 보기 드문 성과를 거두며 스웨덴식 복지 모델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GDP의 9%를 차지하는 높은 국가 의료비 지원, 자녀가 16세가 될 때까지의 보육 지원, 대학을 포함한 전반적 무상교육, 사회적 소득격차를 최소화하는 연대임금제 및 실업자·창업자에 대한 탄탄한 지원체계 등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제도의 기본이 1950년대 초에 완비된다. 그 바탕이 된 것은 타협과 협력, 타인과의 조화와 공존의 정신이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과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스웨덴 전통문화에 주목한 저자는 우리만의 윤리도덕과 정신문화의 뿌리를 강조한다. “우리는 그들 못지않은, 아니, 그들보다 더 나은, 더 튼실한 역사적·문화적 뿌리와 배경, 전통, 슬기와 도덕을 두루 갖추고 있다. 현대에 와서 국토가 찢기고 겨레가 갈라지다보니 복지가 마냥 일장춘몽으로 비칠 뿐 결단코 바탕 없는 허깨비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8천만 겨레는 복지국가를 향한 더 희망찬 뿌리를 간직하고 있다.”(356면)
북유럽에서 국가 규모로는 소국인 핀란드는 지정학적으로 스웨덴과 러시아 두 강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700여년의 식민통치를 겪었고 1950년대까지 인구 절반이 1차산업에 종사하는 후진 농업국이었다. 그러나 1966년 사민당이 집권하며 복지국가 건설을 시작한 이래 산업구조를 적극적으로 개편, 첨단산업을 핵심으로 시장경쟁력을 높였고, 1970년대 초부터 불과 30년 만에 경제·교육·삶의 질·시민의 자유·인간 개발·국민행복지수·반부패국가지수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름을 올린다. 저자는 이런 핀란드의 주요 성장 동력을 사우나(sauna)가 상징하는 소박한 안정과 행복 추구, 국민음악가 잔 시벨리우스(Jean Sibelius)가 상징하는 단합된 민족의식, 인내·용기·회복탄력성 등을 뜻하는 고유 정신 시수(sisu)의 3S에서 찾는 한편, 강대국들 틈에서 2차대전 이후 80여년간 독자적으로 개척해온 핀란드식 중립외교를 높이 평가한다. 동서 열강의 틈에서 식민지와 전쟁의 참화를 겪고 끈질기게 발전을 모색해온 한반도에 중요한 참조점이 되기 때문이다. 핀란드가 주변국과의 마찰 없이 독립을 보장받는 소극적 중립외교에서 자주국방과 비군사동맹을 축으로 한 적극적 중립외교로 80여년간 정권에 관계없이 고수해온 생존 전략은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이 과정을 상세히 점검하면서 우리식의 더 나은 미래를 당부하는 저자의 열망이 뜨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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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수일은 특유의 실사구시 정신과 학구열로 덴마크와 핀란드 박물관에서 서울 암사동의 것과 유사한 빗살무늬토기를 포착해 빗살무늬토기대에 대한 통설을 재고하고, 노르웨이 피오르 사이 마을에서 몽골 초원의 것과 유사한 봉석분을 잡아낸다. 자연 그대로의 동굴을 이용한 터널 건축에 감탄하고,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이 없이 다채로운 구름다리에 찬사를 보내며, 피오르의 절경과 무릉도원 같은 마을에서는 눈이 둘뿐인 것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조선 말기 한국어학 연구의 선두에 섰던 람스테트, 평화학을 개척하고 한반도 문제에도 해박한 요한 갈퉁, 황무지를 옥토로 바꾼 덴마크 중흥의 상징 그룬트비를 비롯해 노벨의 생애와 노벨상 운영의 구태까지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는 덤이다. 유럽 15개국 답사의 대여정을 담은 『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을 가다』 시리즈는 앞으로 동유럽, 중유럽, 서유럽 편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해박한 통찰로 유럽의 민낯을 가려내고 뜨거운 열정으로 배움을 구하며 북유럽에서 시작한 이 독보적인 발길이 다음으로 향할 곳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목차

책머리에
여는 글: 유럽문명의 바른 이해
 
제1부 비크족의 잃어버린 위용을 되찾다: 덴마크
01 행운의 해후
02 문화복지의 시혜장인 박물관
03 인어공주의 수난과 그 민낯
04 어린이문학의 아버지 안데르센
05 덴마크 중흥의 할아버지 그룬트비
06 ‘바이킹’의 ‘비크’로의 복명(復名)
07 비크인들이 영위한 삶의 궤적
 
제2부 자연의 변화를 순치(馴致)하는 지혜: 노르웨이
08 북극의 험지 노르웨이
09 복지국 노르웨이의 사회구조
10 선진 해양대국 노르웨이
11 자연의 변덕을 순화시키는 지혜
12 신기한 지리적 기적 피오르의 나라
13 갈대 뗏목으로 3대양을 누빈 탐험가 헤위에르달
14 토르 헤위에르달 문명전파론의 허와 실
15 평화학의 아버지, ‘예언 대왕’ 요한 갈퉁
 
제3부 청렴 복지 사회를 향한 중단 없는 개혁: 스웨덴
16 심야태양의 나라 스웨덴
17 바사호의 침몰, 허영과 과욕이 부른 인재
18 바사호, 중세 스웨덴의 화려한 행궁
19 스웨덴의 복지제도와 그 역사적·문화적 배경
20 일상에서 드러난 스웨덴의 민낯
21 빅뱅개혁과 청렴사회
22 노벨의 양면교차적 삶
23 노벨의 유언장과 노벨상
24 노벨상, 이제 그 구태를 벗어나야 한다
 
제4부 창의적 중립외교로 개척해온 강소국의 여정: 핀란드
25 발트해의 효녀 헬싱키
26 다관의 강소국
27 핀란드 부흥의 3대 정신적 지주
28 5무(無)의 평등주의 노르딕 교육
29 한국어학 연구의 선구자 구스타프 욘 람스테트
30 자주국방의 상징 수오멘린나 요새
31 창의적인 핀란드식 중립외교
 
참고문헌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정수일

    중국 연변에서 태어나 연변고급중학교와 북경대 동방학부를 졸업했다. 카이로 대학 인문학부를 중국의 국비연구생으로 수학했고 중국 외교부 및 모로코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평양국제관계대학 및 평양외국어대학 동방학부 교수를 지내고, 튀니지 대학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 및 말레이 대학 이슬람아카데미 교수로 있었다.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같은 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년간 복역하고 2000년 출소했다. 현재 사단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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