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내게 줘

책 소개

 

“다음에 태어날 땐 꼬리를 내게 줘”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를 기꺼이 보듬는 김미혜 시인의 동시집

섬세한 눈길로 어린이의 마음과 자연의 모습을 그려 온 김미혜 시인이 『안 괜찮아, 야옹』 이후로 6년 만에 네 번째 동시집으로 돌아왔다. 민들레꽃, 나팔꽃, 아기 고양이 같은 작은 생명체부터 돌고래, 멧돼지, 코끼리 등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고통받는 동물에 이르기까지 온 생명을 향한 사랑이 독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며 시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숨김없이 자기 마음을 드러내는 강아지처럼 진솔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사랑을 표현하고, 때로는 씩씩한 태도로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맞서기도 하는 매력적인 동시집이다.
 

동시와 함께 묵묵히 걸어 온 20년
김미혜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느끼는 기쁨과 슬픔을 동시로 그리는 김미혜 시인이 네 번째 동시집으로 돌아왔다. 호기심 많은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린 첫 동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2005), 갑작스럽게 아빠를 잃은 아이가 슬픔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이 담긴 『아빠를 딱 하루만』(2008), 자연의 생명체들과 깊이 교감하며 쓴 『안 괜찮아, 야옹』(2015, 이상 창비)에 이어 6년 만에 내놓는 동시집이다. 20년 넘도록 동시를 써 온 시인은 오랜 기간 전국의 초등학교와 도서관으로 동시 강연을 다니고, 동시 놀이책 『신나는 동시 따 먹기』, 동시 그림책 『꽃마중』 등을 내며 동시를 중심으로 작품 영역을 넓혀 왔다. 이번 동시집에 담긴 56편의 작품에는 동시와 함께 걸어 온 시인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안 시인은 해설을 통해 “시인의 목소리가 어린이에서 엄마-어른 보호자로 이동”했다고 하면서 “인생과 세계에 드리운 그늘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동시집에는 김미혜 시인의 순수한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들이 늘어났다.
 

“아까 봐 놓고 백 년 만에 보는 것처럼”
숨김없이 사랑을 표현하기
동시집 『꼬리를 내게 줘』에서 ‘꼬리’는 개의 꼬리를 의미한다. 개는 반갑거나 행복할 때 격하게 꼬리를 흔들고, 무섭고 두려울 때 꼬리를 다리 사이에 숨기는 등 꼬리를 통해 온갖 감정을 표현한다. 꼬리로 숨김없이 자기를 보여 주는 개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쓴 시가 바로 「꼬리」다.
 
아까 봐 놓고 / 하루 이틀 못 본 것처럼 / 조금 전에 봐 놓고 / 백 년 만에 보는 것처럼 // 처음 만난 것처럼 / 너는 언제나 기쁜 얼굴 // 다음에 태어날 땐 / 꼬리를 내게 줘 // 춤추는 꼬리 / 숨 가쁜 꼬리 ― 「꼬리」 전문
 
김미혜 동시는 꼬리처럼 진솔하고 투명한 매력이 있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있는 그대로 사랑을 표현한다. 시인이 사랑하는 대상은 자연 속 모든 생명체지만, 그중에서도 개와 아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1부에서는 개가 들판을 쏘다니다가 온몸에 씨앗들을 묻히고 오고(「고슴도치가 되어」), 옆집 개가 짖는 소리에 함께 따라 짖는 등(「함께 짖자」) 어린아이처럼 맑고 천진한 개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아픈 개가 들을까 봐” 병원비가 많이 나왔다는 말을 크게 내뱉지 않는 모습에서는 반려견에 대한 인간의 깊은 사랑이 느껴져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비밀」). 2부는 아이에게 주변의 소중한 일상을 하나하나 보여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담긴 동시들이 눈에 띈다. 나팔꽃이 자라는 모습을 커튼 같다고 표현하고(「나팔꽃 커튼」), 떨어진 목련 꽃잎을 아기 신발에 비유하는 등(「목련꽃 신발」) 자연의 풍경을 어린이의 눈높이로 재치 있게 그려 낸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겠습니다”
생명을 보듬는 진심 어린 자세
3부가 동식물이 자연 속에서 사이좋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냈다면, 4부에서 시인은 자연과 하나 될 줄 모르는 인간의 끝도 없는 이기심을 상반되게 보여 준다. 물건처럼 개를 유기하고(「얼룩 개」), 야생 동물을 오락처럼 사냥하는(「트로피 사냥꾼」) 인간의 잔인한 행태를 보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 순간 마음속에서 미묘한 감정이 피어오를 것이다. 그 감정은 부끄러움과 미안함이다. 전작 『안 괜찮아, 야옹』에서 “마주할 수 없어도” “두 눈 바로 뜨고 불편한 동시들을 읽어 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듯이 시인은 이번 동시집에서도 “씩씩하게 불편한 시”를 쓰겠다 다짐하면서 상처 입은 존재들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겠다고 외친다. 이것이 진정으로 다른 생명을 존중하고 보듬는 김미혜 시인의 자세다.
 
깜깜한 밤, 마을에 내려가 / 땅콩을 먹고 고구마를 먹고 / 젖을 채운 멧돼지 // (…) // 그 멧돼지는 엄마였어 // 그 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 멧돼지도 누군가의 엄마였어 ― 「그 멧돼지도 엄마였어」 부분
 

그림과 함께 동시 속을 거니는 기분
『꼬리를 내게 줘』의 그림은 포근하면서 담백한 그림체로 식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엮는 안난초 작가의 작품이다. 화가는 어린 화자 한 명을 계속 등장시켜 동시를 읽는 이로 하여금 동시를 읽는 내내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 화자는 처음 만난 개가 마음을 열 때까지 몸을 낮춰 기다리고, 가만히 서서 짙게 물든 단풍잎을 올려다보고, 학대당한 코끼리를 꼭 껴안아 주며 시인이 동시 속 대상들에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대신 전해 준다. 하나로 어우러지는 동시와 그림을 함께 감상하다 보면 “꽃가지 흔들려도 환하고 따뜻한 길은 없지만 / 꽃 피면 우리 같이 걷자”는 「다시 봄이야」의 시구절이 독자들의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목차

제1부 개로 돌아가면 안 돼
꼬리
낯선 개에 대한 예의
안 돼
햇빛 정원
고양이 야야
고양이는 고양이
산책 당번
눈 맞춤
개들은 행복하다
비밀
함께 짖자
고슴도치가 되어
할머니 집에서
중독
 
제2부 도롱뇽처럼 생겼어
오목왕
한 살
나팔꽃 커튼
파라솔 층층나무
애기똥풀 이름표
도롱뇽
목련꽃 신발
해바라기보다 커요
어떻게 알고
반딧불이
엄마도 잘 모르죠?
거울
우선멈춤
참새 무덤
꽃에게 물어보았더니
 
제3부 오늘은 개 세 마리의 밤
개 세 마리의 밤
눈 치우기
으쓱, 논병아리
물거울
누가 더 잘 불렀을까?
같이 먹자
달밤
특별 배송
큰별목련 엄마
맛있는 상추
죽지 않는 나무
엄마 소
도토리의 기도
다시 봄이야
 
제4부 개가 되면 좋겠구나
개가 되면 좋겠구나, 개야
얼룩 개
진돌아 밥 먹자
사람 조심
무서운 개라고 하는 개
비둘기
아주공갈염소똥
빨간 구름
다시 한 살
나는 태지입니다
장꽃분 엄마
그 멧돼지도 엄마였어
트로피 사냥꾼
 
해설 | 사이의 마음, 사이 너머의 상상력_이안
시인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미혜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도 양평에서 자랐습니다. 2000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아기 까치의 우산』으로 제5회 ‘오늘의 동시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동시집 『아빠를 딱 하루만』 『안 괜찮아, 야옹』, 동시 놀이책 『신나는 동시 따 먹기』, 동시 그림책 『꽃마중』, 그림책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돌로 지은 절 석굴암』 『분홍 토끼의 추석』 등을 냈습니다.

  • 안난초

    식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엮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식물생활』 『우중산책』 『콩의 맛』 등의 만화를 쓰고 그렸고, 『소년소녀, 고양이를 부탁해!』(공저)를 냈습니다.

산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한 번 가 본 길을 다시 가는 거라서 씩씩하게 나섰는데
산딸나무가 문제였던 거예요.
이정표는 잘생긴 산딸나무 한 그루.
산딸나무를 끼고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찾으면 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산딸나무가 한 그루만 있지 않더라고요.
걷다 보니 산딸나무 산딸나무,
전에는 보지 못한 산딸나무 산딸나무…….
모두 늠름하고 우람해서 출구를 잃고 말았어요.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찾기 위해선
처음 출발했던 그 자리로 돌아가야 했어요.
지친 다리로 되돌아갈 생각을 하니 아득해졌지만
괜찮았습니다. 길을 잃었어도 길이 있었으니까요.
 
동시를 쓰면서도 길을 잃곤 합니다.
그러나 ‘심장 박동을 만들어 내는 그 순간을
우리는 시라고 부른다’는 말을 붙잡고
동시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씩씩하게 불편한 시를 쓰곤 합니다.
이따금 방향을 잃고 헤매도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려고 합니다.
 
개와 꽃과 눈물과 이 길을
오래오래 기쁘게 걸어갈 수 있을 거예요.
 
 
2021년 가을
김이구 선생님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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