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집을 떠날 때

책 소개

상처 입은 어린 영혼들이 삶의 집을 짓는

불빛 같은 일곱편의 이야기

 

1996년 초판이 출간됐던 신경숙의 세번째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를 새롭게 단장하여 선보인다. 문장을 좀더 정교하게 매만졌고 소설 속 인물들의 쓸쓸함을 잘 보여주는 팀 아이텔의 그림을 표지로 삼았다. ‘빈집’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부재와 이별, 귀소의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들을 묶은 이 소설집은 여리고 미미한 것들의 존재를 보듬는 작가 특유의 관찰력과 섬세한 언어감각을 보여준다. 초판 출간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작가가 열렬하게 집중하고 표현했던 소설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여운을 선사한다.

한편 작가는 지난 3월 신작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펴내며 삶에 대한 무르익은 통찰, 가족을 향한 연민과 깊은 사유를 묵직하게 풀어놓은 바 있다.

 

 

‘빈집’이 주는 쓸쓸함,

다시 돌아와 따스한 불을 밝혀야 할 공간

 

「오래전 집을 떠날 때」와 「마당에 관한 짧은 얘기」는 ‘빈집’을 떠도는 어린 영혼, 어느날 밤에 우연히 만난 소녀를 등장시키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들이다. 두 소설 모두 ‘빈집’이 주는 쓸쓸함이 공포로까지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스산한 현재를 보여준다. 「벌판 위의 빈집」과 「빈집」에서도 그 ‘비어 있음’의 모티프가 이어진다. ‘빈집’과 ‘비어 있음’이 상징하는 절대적인 상실은 화자가 표현하는 일상적인 무서움, 불안, 외로움과 절묘하게 연결되며 소설에 독특한 매력을 부여한다.

「깊은 숨을 쉴 때마다」는 제주도로 여행을 온 주인공이 바닷가 호텔에 머물며 같은 호텔에 투숙하는 한 여자와 그 여자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소녀를 통해 현실에서 멀어져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작품이다. 그 돌아봄이 자신의 글쓰기로 번져가기도 한다.

「감자 먹는 사람들」과 「모여 있는 불빛」은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부친에 대한 애틋한 정이 절절하게 묻어나고 가족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감지되는 작품들이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입원한 부친을 간병하는 딸이 ‘윤희 언니’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작품으로,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해 절박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에 삽입된 고흐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의지와 펄펄 살아 숨 쉬는 생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한다. 「모여 있는 불빛」은 일견 ‘소설 쓰기’에 대한 작가의 질문으로 읽히기도 한다. “쓰는 일이란 게 무엇인지?” 스스로 물으며 어린 시절 이야기에 매료됐던 과거를 돌아보는 화자의 질문은 “나의 소설은 무엇을 성장시킬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가닿는다.

 

이 책 말미에 수록한 ‘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저자인 나의 자리를 언어의 익명성에 물려주라, 한 블랑쇼를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다시 이 책을 향해 작가의 말을 쓸 날이 내게 올 것인지. 온다면 그 미래의 내 마음은 이 몇줄조차 없이 침묵에 가장 근접해 있기를 바라본다.” 25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다시 읽는 소설들이 더욱더 깊이 마음을 파고든다.

목차

감자 먹는 사람들

벌판 위의 빈집

모여 있는 불빛

오래전 집을 떠날 때

빈집

마당에 관한 짧은 얘기

깊은 숨을 쉴 때마다

 

해설 | 임규찬

새로 쓴 작가의 말 / 개정판 작가의 말 / 초판 작가의 말 / 수록작품 발표지면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신경숙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 「겨울 우화」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소설집 『겨울 우화』 『풍금이 있던 자리』 『오래전 집을 떠날 때』 『딸기밭』 『종소리』 『모르는 여인들』, 장편소설 『깊은 슬픔』 『외딴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리진』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짧은 소설집 『J이야기』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산문집 『아름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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