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

책 소개

기계와 인간의 경계에서

작가 듀나가 던지는 편견 없는 질문

 

자신만의 독창적인 SF 세계를 선보여 온 듀나 작가의 연작소설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가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스물네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생물학적 인간과 메카 인간, DNA을 기반으로 만든 생물학적 공룡과 메카 공룡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메카 공룡 ‘당근이’와 생물학적 공룡 ‘미나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새로운 존재가 등장한 미래에 그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갈 것인지를 질문하는 수작이다. 여러 작품에 이미 등장하는 인간과 기계의 이분법적 경계를 넘어,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바꾼 인간이나 인공적으로 탄생한 생물 등 간단히 규정할 수 없는 캐릭터의 출현은 우리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메카에 대한 차별은 우리 현실의 다양한 소수자 문제를 상기시키며 읽을수록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일러스트레이터 이현석의 세련된 그림이 소설과 어우러지며 작품이 던지는 질문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메카가 존재하는 미래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경찰 드론 대신 메카 익룡과 시조새가 날아다니고 메카 부경고사우르스가 해안 안전 요원으로 일하는 동네인 해남에서는 이 모든 게 상식이다. ―10면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의 배경인 가상 공간 해남은 신체의 전부 혹은 일부가 기계인 ‘메카 인간’ 그리고 ‘메카 공룡’이 생물학적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어느 날 메카 공룡인 ‘당근이’는 해남고생물공원 홍보관 ‘파랑’과 산책을 하다 한 학생을 공격하는 남학생 무리를 저지한다. 얼핏 보면 당근이가 인간 무리를 위협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파랑이는 열심히 당근이를 변호하지만, 사람들은 일련의 사건이 흔히 구경할 수 있는 ‘공룡 쇼’라고 생각하는 듯 심드렁하다.

 

“네 나라로 꺼져, 이 깡통 벌레 년아!”

남자애 한 명이 찢어지는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지만 남자 경찰이 째려보자 기가 죽어 시선을 피했다. ―14면

 

세 학생이 다른 한 학생을 공격한 이유는 인종과 성별이 다르고, 몸의 일부가 메카이기 때문이다. 마치 현실 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듯한 이 장면에서 경찰들은 몇 세기 전 행동을 따라 하는 모습이 사극 같다며 혀를 차지만, 이를 지켜보던 파랑이는 걱정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단순히 수 세기 전 행동의 모방이라고 넘기기엔 그 모방의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차별의 언어를 뱉게 된 과정을 책임질 사람은 누구일까?

 

 

“미나리가 사라졌습니다, 사육사님.”

그들과 우리, 그 사이를 가르는 보이지 않는 경계

 

「우리 당근이는 잘못한 게 없어요」에서 이어지는 고민은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에서 더욱 강화된다. 해남고생물공원에서 타조 공룡 DNA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생물학적 공룡 ‘미나리’는 아기 메카 공룡 ‘소담이’와 친구가 된다. 덴버 공룡 동물원의 엔지니어들이 미나리를 돌보는 해남고생물공원을 방문하여 관리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이 세계를 안개처럼 감싸고 있는 갈등이 슬쩍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리 편견 없는 세상이라고 우겨도 정말 그런 세상이기는 어려우니까. 단지 나는 두 사람 중 누가 메카인지 굳이 구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61면

 

그러던 와중 소담이는 미나리를 데리고 사라지고, 공원 관리 시스템에 둘의 위치가 보이지 않는다. 공원을 관리하는 메카 공룡들이 다른 메카 공룡들과 접속해 보려 하지만 그 역시 거부당한다. 관리 시스템에는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집단의식이 미나리를 숨긴 밤, 서로 다른 존재들 사이에 실존하는 경계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

 

 

지금이 아닌 그곳에도 차별이 존재할까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아직 낯선 지적 존재들을 찾아보긴 어렵다. 하지만 인간 사이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생기는 차별은 만연하다. 성별, 성 정체성, 장애, 인종으로 인한 차별은 지구에서 여전히 가장 뜨거운 이슈다.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는 인간의 발전으로 낯선 존재들이 나타난다면 더 촘촘해질지 모르는 차별을 앞서 고민하는 동시에 현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언젠가는 지금 이 시대의 차별이 ‘몇 세기 전의 촌스러운 행동’이라고 취급받는 세상이 올까? 그리고 그때에는 또 어떤 경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는 미래와 현재를 함께 바라보는 드넓은 렌즈다. 새로이 나타날 다른 존재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묻고, 지금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존재들과 공존해야 함을 말하는.

 

 

▶ 시리즈 소개

소설과 만나는 첫 번째 길

책과 멀어진 이들을 위한 마중물 독서, 소설의 첫 만남

‘소설의 첫 만남’은 새로운 감성으로 단장한 얇고 아름다운 문고이다. 문학적으로 뛰어난 단편소설에 풍성한 일러스트를 더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100면 이내의 짧은 분량, 매력적인 삽화를 통해 책 읽을 시간이 없고 독서가 낯설어진 이들도 동시대의 좋은 작품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끈다. 동화에서 읽기를 멈춘 청소년기 독자에게는 소설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깊은 샘에서 펌프로 물을 퍼 올리려면 위에서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문학과 점점 멀어진 이들이 다시 책과 가까워질 수 있게끔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독서 문화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목차

우리 당근이는 잘못한 게 없어요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

작가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듀나

    소설뿐 아니라 영화 평론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SF 작가. 지은 작품으로 소설집 『나비전쟁』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면세구역』 『아직은 신이 아니야』와 장편소설 『제저벨』이 있다. 영화 관련 책으로는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 『가능한 꿈의 공간들』이 있다. 그 밖에 다수의 공저서에 참여했다.

  • 이현석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그림쟁이입니다. @hyun_gum

최근 공룡 로봇 전시 행사에 가 보면 동물원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감금된 동물은 없고 오로지 자기 역할에 충실한 기계만 있을 뿐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동물원이 그릴 수 있는 유일한 미래일까요? 우리가 미래의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상상해야 할 무언가가 더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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