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용호동에서 만나

책 소개

우리 동네 특별한 이웃들을 소개합니다!

일상 속 다정한 순간들을 섬세하게 그려 낸 동화집

 

비룡소문학상,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공지희 작가의 새 동화집. 온종일 벤치에 누워 경치를 감상하는 아저씨, 창밖에서 카페 안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할머니, 손수 만든 수레를 끌고 동네를 순찰하는 할아버지, 사람들 몰래 벽에 그림을 그리는 청년 등 이상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다정한 용호동 이웃이 함께 기대며 살아가는 여섯 편의 온기 가득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재개발 바람이 부는 용호동의 풍경과 그럼에도 따스한 이웃들의 모습까지 세밀하게 묘사한 김선진 화가의 그림은 글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향한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

『영모가 사라졌다』로 비룡소문학상을, 『톡톡톡』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공지희 작가가 4년 만에 새 동화집 『우리 용호동에서 만나』로 돌아왔다. 전작 『안녕, 비틀랜드』 『멍청이』 등에서 도시 재개발 문제, 어려운 현실에 놓인 어린이들의 삶을 깊이 있게 다뤄 온 작가는 『우리 용호동에서 만나』에서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인 한 동네에서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다양한 면면을 담았다. 부모의 다툼으로 집 밖에 혼자 나와 있는 어린이, 새로 생긴 가게에 밀려 어렵게 가게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의 자녀, 자식들에게 외면받아 혼자 사는 노인 등 동화집에는 저마다 지닌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생활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서로 정을 쌓고 위로를 주고받는 모습은 꼭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더라도 편안한 벤치처럼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이웃의 존재감을 부드럽게 일깨운다.

 

새 건물과 잘 닦인 길들 사이에 낡은 집들은 낮게 엎드려 끙끙 앓는 늙은 개 같았다.”

재개발의 화려함에 감춰진 이면을 드러내다

요즘 사람들은 흔히 오래된 것은 쓸모없으며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수십 년 동안 쌓인 추억이 무색하게 동네는 순식간에 새 건물과 새 골목으로 바뀌고, 아직 수명이 다하지 않은 물건 역시 쉽게 버려진다. 『우리 용호동에서 만나』에는 빠르게 바뀌는 세태를 비판하듯이 상반된 이미지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편히 누워 하늘을 볼 여유를 제공하던 벤치는 누울 수 없게 쇠 칸막이를 박은 새 벤치로 교체되고(「벤치 아저씨, 표류하다」), 골목 벽에 정성 들여 그린 예쁜 벽화는 건물이 철거되면서 부서진 잔해로 흩어진다(「b의 낙서」). 수레를 밀면서 좁은 골목을 거니는 할아버지를 배려하지 못하고 자동차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기 바쁘다(「달구는 시속 3킬로미터로 달린다」). 작가는 획일적인 개발로 우리가 지녔던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한다.

 

커피와 단팥죽! 아주 잘 어울려요.”

옛것과 새것이 조화로이 사는 동네, 용호동

동화집은 재개발의 그늘진 이면을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옛것과 새것이 서로 배척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새 카페 주인이 단팥죽을 맛있게 끓이는 소복 할머니와 동업을 하거나(「안녕, 단팥죽」), 새로 생긴 빵집에서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남은 빵을 내놓기도 한다(「벤치 아저씨, 표류하다」). 옛 철길을 그대로 둔 채 공원으로 조성된 ‘용호동 철길 공원’에서 주민들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열리는 풍경(「수리수리 가게」)은 작품 전반에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으며 공생의 길을 제시한다. 단편의 각 주인공이 다른 단편의 글과 그림에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점도 독자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준다. 한 동네에서 긴밀하게 얽혀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주변 어딘가에도 용호동 사람들 같은 이웃이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렘을 선물하는 작품이다.

 

작품 줄거리

「벤치 아저씨, 표류하다」 정우네 집 앞에 놓인 낡은 벤치에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가 자꾸 찾아온다. 처음엔 좀 이상해 보였는데, 정우는 이 아저씨에게 점점 마음이 간다.

「안녕, 단팥죽」 무진 씨는 용호동 기찻길이 잘 보이는 곳에 카페를 차렸다. 그런데 카페에 있는 오동나무 탁자가 자기 것이라는 할머니가 찾아오는데…….

「수리수리 가게」 수상한 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다니는 아저씨를 호기심에 뒤쫓던 홍비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인형 ‘앤’을 발견한다. 설마 아저씨가 앤을 훔친 걸까?

「달구는 시속 3킬로미터로 달린다」 손수 만든 수레를 끌고, 용호동 곳곳을 천천히 순찰하며 봉사하는 서창수 할아버지의 하루.

「b의 낙서」 ‘나’는 쥐가 나올 정도로 낡은 집에서 사는 것이 너무 싫다. 그런데 이 오래된 동네에 누가 자꾸 찾아와 골목 벽에 그림을 그린다.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용호 슈퍼」 부쩍 손님이 줄어든 용호 슈퍼에 달갑지 않은 단골손님이 생겼다. 유통 기한이 얼마 안 남은 식품만 골라내 깎아 달라는 이 손님, 너무 얄밉다!

목차

벤치 아저씨, 표류하다

안녕, 단팥죽

수리수리 가게

달구는 시속 3킬로미터로 달린다

b의 낙서

용호 슈퍼

 

작가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공지희

    孔智熙 2001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동화 「다락방 친구」로 등단했고, 2003년 『영모가 사라졌다』로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 『착한 발자국』 『알로 알로 내 짝꿍 민들레』 『마법의 빨간 립스틱』 『휘휘』 『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필요하다』 『멍청이』 『오늘은 기쁜 날』 들을 냈다.

  • 김선진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시절과 그들이 머물던 공간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림책 『나의 작은 집』을 쓰고 그렸으며, 『루루야 내 동생이 되어 줄래?』 『엄마는 좋다』 등의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벤치 아저씨, 표류하다」에서 벤치 아저씨가 그랬어요. 사람들은 벤치와 나무와 길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요. 정말 그럴까요? 그렇다면 어디에 있을까요?
나는 나의 벤치와 나무와 길을 자주 찾아 나선답니다. 걸어서요. 걷는 걸 좋아하거든요. 복잡한 도시의 거리도 한적한 오솔길도 다 좋아해요.
걷다 보면 내 벤치와 나무와 길을 찾게 돼요. 내 벤치와 나무와 길은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해 주고 포근하게 안아 준답니다. 나는 아주 편안해집니다. 거기서 서성거리거나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리고 새로운 힘도 얻어요.
여러분도 자신의 벤치와 나무와 길을 찾고 싶지 않나요? 내가 어떻게 찾는지 궁금하다면 나를 따라와 보세요.
일단 큰길을 벗어나 옆으로 난 좁은 길로 새어 들어가 봅니다. 그럼 차 소리는 잦아들고 키 큰 나무들과 구불거리는 골목들이 펼쳐진 동네가 나올 거예요. 낮은 집들과 창문, 신기하고 재밌는 물건을 파는 가게들, 정겨운 벤치, 운이 좋으면 오래된 기찻길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동네 곳곳에는 시간의 마법으로 만들어 놓은 빛깔과 모양과 표정이 가득합니다. 공터에는 아이들이 모여 신나게 뛰어놀고 이 동네에서 오래전부터 살아왔던 사람들이 거리에서 다정하게 인사를 건넵니다. 이 동네는 용호동입니다.
나는 용호동이 좋아서, 이야기 하나하나 공책 갈피에 넣어 두었다가 이 책에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쓰는 동안 집필실을 내어 준 토지문화관에 감사드립니다.
용호동과 용호동 사람들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오래 머물러 줬으면 좋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우리 용호동에서 자주 만나요.

2021년 봄의 끝자락에서
공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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