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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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제8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식탁 위의 고기가 아닌 살아 있는 돼지와 함께한 1년

동물을 키우고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가 주최한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가 출간되었다. 전직 군인이자 여행 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 이동호는 스물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농촌으로 이주한다. 귀촌 후 축산 동물과 업계의 열악한 현실을 목격한 저자는 채식을 시작하지만 여러 의문이 뒤따른다. 인간은 잡식동물로 태어났는데 고기를 먹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동물을 학대하는 축산 방식이 문제라면,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란 동물의 고기를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어쩌면 그게 ‘자연의 섭리’ 아닐까? 저자는 이런 질문을 품고 마당에서 돼지 세마리를 직접 키워보기로 한다. 긴박감 넘치는 돼지 사육 현장부터 외면하고 싶은 돼지의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편의 드라마가 이 책에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인간은 다른 생명을 취해 먹고 산다. 저자는 마당에서 돼지를 기르며 우리가 먹는 생명의 고귀함과 자연의 아름다운 순환을 배우고, 동물을 키우고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고민한다. 나아가 값싼 고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공장식 축산의 실태, 대규모 축산이 야기하는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고민을 확장한다.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에는 펄떡이는 힘과 유머로 가득 찬 이야기, 그리고 그 가운데 던지는 묵직한 문제의식이 눈부시게 어우러진다. 채식을 고민하는 이부터 육식을 사랑하는 이까지, 이 땅의 동물과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인간이 마주해야 하는 질문이다.

 

채식과 육식, 농장과 공장,

동물과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다

 

귀농이나 귀촌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풍경과 신선한 공기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충청도로 귀촌한 저자는 꿈꾸던 것과는 다른 현실을 마주한다. 농촌에는 도시에서 떠밀려 온 각종 기피 시설이 있고, 축산업도 그중 하나다. 국내 최대 축산단지가 있는 충청도에는 동물을 실은 화물차가 끊임없이 오가고, 매일 아침 가축의 분뇨 냄새가 가득한 안개가 낀다.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99퍼센트는 창문이 없는 축사에서 평균 6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산다. 평생 흙을 밟지 못하고, 도축장에 가는 날 처음 햇빛을 본다. 빈번한 동물 학대, 항생제 남용에 따른 생태계 교란, 축산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해마다 반복되는 가축 전염병과 살처분 등은 공장식 축산이 이어지는 한 벌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축산업의 열악한 현실과 구조적인 모순을 목격한 저자는 고기 생산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채식을 시작한다.

저자가 귀촌한 마을에는 젊은 축산인들이 결성한 ‘대안축산연구회’가 있다. 축산인 당사자들이 모여 기존 축산 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대안을 찾는 이 모임에서 자연양돈이라는 새로운 사육 방식을 알게 된다. 동물의 본성을 존중하고 자연스레 키움으로써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귀중함을 배울 수 있는 자연양돈 방식이 채식의 연장이라고 여긴 저자는 돼지에게 깨끗하고 넓은 마당을 제공하고, 농가에서 나온 부산물로 만든 건강한 사료를 먹이며 돼지를 키우기로 한다.

 

살아 있는 동물에게 배운 생명의 무게

 

동물을 키우는 일, 그것도 한번도 실제로 접촉해본 적 없는 낯선 동물을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저자가 인근 농업학교에서 흑돼지 세마리를 분양받아 데려온 날, 돼지는 애써 만들어놓은 울타리를 뚫고 달아난다. 그는 도망친 돼지를 다시 찾아오며 앞으로의 일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감한다. 매일 몇시간씩 돼지에 매여 밥과 물을 챙겨주고, 우리를 청소하고, 똥을 치우는 고된 노동이 한편의 시트콤처럼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그러는 중에도 머릿속에는 복잡한 질문이 떠나지 않는다. 이렇게 키운 돼지를 나는 과연 잡아먹을 수 있을까? 돼지가 행복하게 자라더라도 결국 잡아먹을 거라면 이 모든 수고로움에 무슨 가치와 소용이 있는 걸까?

현대사회에서 식탁 위의 고기는 먹기 좋게 포장된 상품이자 식자재로 여겨질 뿐, 가축을 죽이고 도체를 손질하는 이전의 과정은 지워진다. 소비자에게 굳이 불편한 진실을 알려 소비욕을 위축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돼지의 마지막 순간을 마주하며 다른 동물의 생명을 얻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역설한다. 눈앞의 돼지를, 그것도 직접 키운 돼지를 죽이는 것은 거부감이 드는 일이다. 죄책감, 망설임, 미안함 등 복잡한 감정에 괴로워하지만, 그럼에도 돼지를 직접 잡은 이유는 자신이 취할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자 예의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내가 입에 넣는 돼지고기가 조금 전까지 살아 숨 쉬었던 동물의 피와 살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며, 불편하지만 외면해서는 안 되는 진실을 독자에게 전한다.

 

동물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며

 

이 책은 동물을 모두 대안 축산 방식으로 기르자거나 모든 사람이 채식을 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 다만 개개인의 작은 선택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강조한다. 예컨대 버려지는 비인기 부위의 고기를 소비하면 사육되는 가축의 전체 마릿수를 줄일 수 있고, 자연 축산 방식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으면 동물이 살아 있는 동안 불필요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먹는 고기의 이면을 직시하고 어떤 고기를 먹을지 선택하는 것,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 인간과 인간이 먹는 동물이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것이다.

세마리 돼지가 떠난 이듬해 봄, 마당에 토마토 싹이 났다. 돼지는 토마토를 먹으며 자랐고, 토마토는 돼지 똥의 양분으로 싹을 틔운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먹히고, 하나의 삶이 또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경이로운 순환이 계속된다. 이 자연스러운 순환이 같은 땅 위에 사는 다른 동물과 평화로이 공존하기 위해 인간이 지녀야 하는 태도에 대한 묵직한 통찰을 제공한다.

목차

프롤로그: 육식주의자도 구원받을 수 있을까

 

1부 공장과 농장 사이
1. 돼지를 부탁해
2. 함정에 빠진 건 아닐까요
3. 돈 워리, 맨
4. 샌님의 돼지우리 만들기
5. 집 나간 돼지
6. 목구멍이 작아 슬픈 짐승
7. 대장을 정하자
8. 어디까지 먹을 거야
9. 방 청소를 깨끗이
10. 캡틴 H의 집에서
11. 정답은 이 안에 있어
12. 워터 파크 개장
13. 사랑의 스튜디오

 

2부 생명과 고기 사이
14. 눈을 마주쳐선 안 돼
15. 고사에는 머리를
16. 포박
17. 망치를 들고서
18. 탕박과 발골
19. 오리도 부탁해
20. 널 먹어도 되겠니
21. 돼지고기는 돼지의 삶(살)
22. 치사율 99퍼센트의 전염병
23.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24. 고귀한 돼지를 찾아서

 

에필로그: 내가 사는 마을, 평촌

참고 자료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이동호

    2014년 귀촌했다. 농촌에서 돼지가 자라는 환경을 보고 채식을 결심했다. 유기농 요구르트 목장에서 일하면서 ‘동물을 키우고 먹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돼지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실험하고 싶었다. 작은 밭을 일구고 작은 집에 산다. 지은 책으로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이 있다. brunch.co.kr/@hellow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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