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털도 하루 이틀(개정판)

책 소개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수상작가

김금희의 첫번째 소설집 개정판 출간!

다시 만나는 김금희의 세계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공간을 찾아나가는 우리 시대 젊은 세대의 초상을 순정하게 그려냈던 김금희의 첫번째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을 7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다. 사람과 장소의 관계를 신실하게 사유했던 이 책으로 작가는 2015년 “어느 누구와도 구분되는 확실한 개성”이라는 평을 받으며 제33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소설을 출간한 이후 만 7년 동안 세권의 소설집과 두권의 장편소설 등을 발표하며 바지런히 활동해온 작가는 이제는 명실공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자극적인 소재나 극단적인 전개 없이도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고 가는 김금희 소설의 힘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그를 작가로 만들어주었던 그 시작점을 지금 다시 만나볼 차례이다.

 

환한 문장에 스민 애틋한 연민과 위트

‘김금희표 소설’의 시작점

 

김금희의 소설은 우리 시대의 보편이 되어버린 막막한 현실을 정직하게 응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하고 집을 나가 자취를 감추었거나(「너의 도큐먼트」), 허울뿐인 베트남 참전 경험만 믿고 허황하게 사업을 벌이다 IMF에 떠밀려 좌초되거나(「장글숲을 헤쳐서 가면」), 일평생을 몸 바쳐 일했지만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에서 밀려나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아이들」). 그다음 세대에게도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아, 소설의 주인공들은 갓 상경해 입사한 회사를 수습기간도 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거나(「우리 집에 왜 왔니」), 다단계 회사에 들어가 몇달씩 헛된 꿈을 쫓기도 하고(「아이들」), 서울의 변두리를 전전하다 회사 사무실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거나(「릴리」), 고단한 일상을 견디며 철거 중인 오래된 판자촌을 지키고 있다(「집으로 돌아오는 밤」).

다양하고 개성 있는 인물들이 품고 있는 다채로운 이야기와 그들의 사연을 요령 있게 갈무리해내는 솜씨 역시 김금희의 소설을 특징짓는 미덕이다. 표제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은 재수에 실패한데다 덜컥 임신까지 해버린 스물한살 주인공의 막막한 상황이 이야기의 중심이지만, 그 고민 못지않게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지닌 저마다의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특유의 풍성한 서사의 결을 만들어낸다. 스스로의 곤경에 매몰되지 않고 주변 개개인의 삽화를 하나하나 공들여 배치하는 서사의 방식은 곧 김금희 소설의 각별한 마음 씀씀이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김금희 소설의 인물들이 지닌 연민의 정서가 소중한 것은, 그것이 현실에 대한 정직한 이해와 약하고 미미한 기척에 대한 민감한 감각을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라진 밤의 공원에서 사슴들이 내는 울림에 가까운 소리를 듣는 「당신의 나라에서」의 마지막 장면이나, 텅 빈 판자촌의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면서 떠올리는 모든 사람과 사물들의 (…) 어떤 소리들”, “밤 자체가 내는 소리”의 기척을 듣는 「집으로 돌아오는 밤」의 주인공이 그렇고, 귀가 어두운 주인집 할아버지가 자신의 일생을 구술하던 카세트테이프에서 자신의 인기척을 찾아내려는 「릴리」의 인물들의 마음이 그렇다.

 

자신이 발 딛고 선 현실의 곤경을 차분히 응시하면서 주변의 이들에게 따뜻하고 애틋한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일, 그리고 조심스레 고개를 기울여야 알아챌 수 있는 희미한 기척으로 그들과의 거리를 가늠하는 일. 그것이 김금희의 소설이 세상에 응답하는 우직하고 정직한 방식이다. 담담한 듯 애틋한 그 시선이 더욱더 깊고 넓어지면서 만들어낸 아름다운 소설의 결을, 우리는 이미 확인한 바 있다. 그가 써온 세계의 시작이, 그리고 앞으로 써나갈 이야기의 정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추천사
  • 제2의 도시에서 태어나 제4의 도시에서 성장한 작가 김금희에게 도시는 태생적이다. 그럼에도 모더니즘으로 미끄러지지 않는다. 아마도 서울의 주변부 인천, 다시 그 변두리에 둥지를 튼 각별한 각도가 김금희 문학을 도도한 인공서사의 홍수에 빠지지 않게 하는 ‘장소의 혼’이요, 모더니즘과 접경한 리얼리즘이라는 제3지대로 미는 원천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소설에서 아버지는 추락한다. 한 시대의 종언을 표상하는 이 상징적 화소는 공적 삶과 사적 삶의 분리가 결정적으로 되는 시기, 다시 말하면 생산에서 소비가 중심이 되는 사회로 꺾어지는 그 접속기를 날카롭게 반영한바, 작가는 아버지 이후 자식들을 엄습한 위기를 정확하고 치밀하게 기록한다. 타협으로 미봉하거나 또는 마술로 날아가는 길로의 유혹을 거절하며 ‘움직이는 비애’의 눈으로 새 세대의 모험을 연민하는 그녀의 소설은 슬그머니, 우리 시대 젊은이의 집합적 초상이라는 보편서사로 이동하는 것이다.
    첫 소설집을 내는 김금희의 문학이 식물처럼 성장하여 마침내 도시 너머가 붐히 밝아오는 그런 지경으로 진화하기를, 그리고 그 도정에서 해학조차 반짝인다면 금상첨화겠다.
    — 최원식 문학평론가

목차

아이들

너의 도큐먼트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집으로 돌아오는 밤

당신의 나라에서

차이니스 위스퍼

우리 집에 왜 왔니

장글숲을 헤쳐서 가면

릴리

사북(舍北)

 

해설|정홍수

새로 쓴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금희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상, 김승옥문학상 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

첫 소설집인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을 개정판으로 묶는다. 오년 동안 쓴 작품들을 책으로 내고 한동안 어디론가 멀리 달아나듯, 최선을 다해 도망치듯 글을 써왔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서툴고 부족하고 어쩐지 숨고 싶은 일, 그래서 가끔 첫 작품집을 읽었다는 독자들을 만나면 그 순간 사라지고 싶은 기분이 들곤 했다. 어쩌면 책을 새롭게 내기로 한 데에 동의한 건 그런 나의 주저함을 아예 반대의 방식으로 되잡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첫 소설집을 내고 이후의 칠년은 작가로서나 개인으로서나 혹은 이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걷잡을 수없이 많은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다. 개정판 작업을 위해 원고를 다시 읽으면서 나는 이 소설들이 아주 불안한 노지 아래에서 한껏 웅크려 미래를 기약하고 있는 작은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흐르면 깨어나서 땅을 헤집고 나와 이 세상의 공기와 마주하겠지만 아직은 그런 세계를 기척이나 미미한 기미 같은 것으로 파악하며 자기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존재. 그런 침잠의 열도 역시 그 시절 내게 소중했던 것이기에 읽는 데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오래전 첫 책을 내고 받았던 가장 반가운 인사는 첫 조카가 보냈던 “이모 꿈을 이뤘네요” 하는 문자메시지였다. 그때 조카가 작은 손가락들을 옮겨 적었던 ‘꿈’이라는 말, 소중하지만 때론 그러한 이유로 힘들고 마음 상해야 하는 그 꿈이라는 것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순간들이 작가로서 내가 보낸 시간의 전부라는 생각이 든다. 그 싸움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첫 소설집은 어쨌든 늘 내게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이다.
그 이외에도 내가 바랄 수 있다면 이 책이 이제 막 소설 쓰기의 시작점에 서 있는 사람들, 자기 자신을 끌어당기는 이야기의 장력을 느낀 채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가닿았으면 하는 것이다. 내가 아주 훌륭히 첫 시작을 해냈기 때문이 아니라 온통 두려움과 앞을 볼 수 없는 막막함 끝에 이루어놓은 첫 시작이기에 나는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어떤 용기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힘을 낸 데 대한 보람과 안도가 있을 것 같다.

창밖으로 버드나무가 흔들리는 2021년 5월에
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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