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날들

책 소개

“아버지,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한 달에 한 통, 편지에 적어 보낸 애틋한 마음

한 가족의 추억이자 우리 현대사가 담긴 편지들

 

아버지가 체포되었다. 추석날 저녁, 학교에 다녀오리라던 아버지는 그 길로 10여 년 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집에 남은 사람은 엄마와 네 남매. 초등학생, 중학생인 아이들은 느닷없는 이별과 변화 앞에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봄을 기다리는 날들』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 1979년에 투옥된 고 안재구 선생이 가족들과 나눈 편지를 모은 책이다. 안재구 선생의 둘째 딸인 작가 안소영이, 10여 년 동안 오갔던 총 640여 통의 편지 중 130여 통을 선별해 묶었다. 아버지와 엄마, 네 아이에 조부모까지 모두 8명이 주고받은 희망과 위로의 말들이 실렸다. 사형 선고에 타들어 가는 마음, 형 확정 후 긴 이별에 적응해 가는 과정, 아버지의 부재 속에 보내는 학창 시절, 그리고 양심수 석방 운동까지, 시대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간 한 가족의 파란만장한 10년이 오롯이 담겼다. 그런 점에서 이 편지들은 매우 사적인 기록인 동시에 우리 현대사의 일면을 드러내는 생생한 사료이다.

옥중 서간집은 흔히 옥에 갇힌 사람이 중심이지만, 이 책에서 더욱 눈에 띄는 사람은 바깥에 있는 아이들이다. 혼란과 역경 속에서도 올곧게 성장하고자 애쓰는 10대 청소년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되기까지

편지로 남은 10대들의 성장 기록

 

샘솟는 그리움을 안고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고자 애쓴 시간들

 

『봄을 기다리는 날들』의 엮은이이자 편지에 등장하는 둘째 딸, 안소영은 『다산의 아버님께』 『시인 동주』 등을 쓴 작가이다. 작가는 변화나 환란에 맞닥뜨린 역사 속 인물들을 추적해 그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을 주로 쓴다. 이런 작품 경향은 작가의 어린 시절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의 가족 역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아버지가 체포되면서 시대적 변화와 혼란 앞에 마주 서야 했다.

작가의 아버지는 통일 운동가이자 ‘사형수가 된 수학자’로 널리 알려진 고 안재구 교수이다. 안재구 교수는 유신 독재에 맞서 투쟁했던 이른바 ‘남민전’ 사건으로 1979년에 체포된 뒤, 약 10년 동안 기약 없는 옥살이를 해야 했다. 당시 안소영 작가는 초등학교 6학년. 그때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학창 시절 내내 아버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었다. 한 달에 한 번, 아버지에게 편지가 오면 가족들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두세 번씩 읽었고, 답장을 쓸 때면 온 가족의 안부를 함께 적어 보냈다. 편지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넉넉히 채워 주었고 그리움을 달래 주었다. 친한 친구에게조차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오직 편지지에 털어놓던 그 시절이, 작가에게는 일종의 ‘습작기’였던 셈이다.

 

『봄을 기다리는 날들』에는 둘째 딸 소영 외에 다른 세 남매의 편지,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의 편지까지 온 가족의 편지가 등장한다. 통절한 슬픔 속에서도 정갈함을 잃지 않는 할머니, ‘샛별 같은 사 남매’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애달픈 아비의 정, 갑작스럽게 닥친 생활고 속에서 구명 운동에도 나서는 고단한 엄마의 일상, 그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하려 애쓰면서 아버지가 기뻐할 만한 이야기를 찾아 적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루 담겨 있다.

여러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펼쳐 놓는 이야기들은 한 시대를 다양한 각도와 시점에서 이해하게 한다. 독재와 민주화라는 거대한 역사의 물결에 휩쓸려야 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 나간 이야기가 담겼다는 점에서 이 편지들은 단지 한 가족, 한 시절을 기록한 소박한 추억담일 뿐만 아니라, 우리 현대사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담아낸 귀한 사료라고 할 수 있다.

 

깊은 슬픔으로 시작해 기나긴 이별을 견디고

다시 희망을 모색하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편지의 빛깔

 

『봄을 기다리는 날들』은 아이들의 시간을 중심으로, 크게 4개 장으로 나뉜다.

1장은 아버지의 투옥부터 재판 과정, 그리고 구명 운동을 거쳐 확정 판결까지의 급박한 시간의 이야기가 담겼다. 사형 선고에서 무기 징역으로 감형되는 과정 속에서 동분서주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처연하다. “절벽에서 굴러떨어진 듯한” 고통을 호소하는 어른들의 편지와, 아직은 천진한 아이들의 편지가 교차되어 더욱 애잔함을 자아낸다.

2장은 기약 없는 이별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시기의 편지들이다. 이제 구치소가 아니라 교도소로 보내는 편지 속에서 아이들은 좀 더 의젓해지려 애쓰고, 어른들은 생활의 변화를 실감하고 생계 대책을 마련해 가면서 편지로나마 가족의 정을 전하고자 애쓴다.

3장은 둘째 딸 소영의 고등학교 시절로, 발랄한 문학소녀 소영과 아버지의 편지가 집중되어 있다. 입시 공부에 시달리면서도 섬세한 감각으로 계절의 변화를 포착하고, 소설의 감상을 전하고, 인생과 자아를 질문하는 여고생의 편지와, 그에 답하는 아버지의 살뜰한 편지가 바깥의 고통마저 잊게 한다.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아이들이 한결 성숙해 가는 모습 또한 선명해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한다.

4장은 87년 6월 민주 항쟁을 전후로, 사회적으로 민주화의 물결이 요동치고 그에 따라 아버지의 석방 운동이 본격화되는 역동적인 시기를 다루고 있다. 대학생이 되어 고민은 더욱 깊어지지만, 분명한 변화 속에서 자신감을 되찾고 희망을 모색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역사적 변화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크고도 너른 사랑,

역경 속에서 만들어 낸 ‘다정한 시절’

 

“뒤에 오는 사람을 생각하라”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픈 축복과 격려

 

40여 년 만에 옛 편지들을 다시 묶으며, 안소영 작가는 그 시절이 가족들에게 참으로 ‘다정한 시절’이었다고 회고한다. 세상은 엄혹했으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크고도 너른 사랑에 기대어 보낸” 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를 염려하고 위로하는 마음이 닿아 있다면,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꿋꿋이 자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으로 옛 편지들을 특히 청소년 독자를 생각하며 엮었다. “뒤에 오는 사람을 생각하라.”라던 아버지의 말씀처럼, 다음 세대에게 그 무한한 축복과 격려를 전하고자 한다.

종이 위에 꾹꾹 눌러쓴 손 편지의 감성이, 이메일에 익숙한 오늘의 청소년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겠다. 편지 곳곳에 찍힌 검열 도장은 그 시절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서슬 퍼런 교도소의 검열에 가로막혀, 혹은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려는 ‘자기 검열’ 때문에 편지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는 무엇이었을지 상상하며 읽는다면 더욱 공감대가 커질 것이다. 지금 부모님의 어린 시절, 40여 년 전의 청소년들을 만나 볼 좋은 기회이다.

 

추천사
  • 옛일을 기억하고 되새기면 오늘 새 힘을 얻고 더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습니다. 40여 년 전, 감옥에 계셨던 아버지와 주고받은 편지에 담긴 네 남매의 삶과 이야기는 바로 오늘 우리 청소년들에게 민족의 미래, 남북 평화 공존을 위한 길잡이, 초월과 영원을 향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부모님의 큰 사랑을 함께 기립니다. 고맙습니다.
    _함세웅(신부,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 저자 강연을 나갈 때마다 청소년들이 하는 질문이 있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그때마다 많이 읽고 쓰라는 뻔한 답만 해 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책을 권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라도 글을 쓰고 싶어질 거다. 글은 한계가 없어 사랑, 생각, 사람, 세상 모두를 담고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소영 작가는 청소년 시기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민주화 운동으로 감옥에 가신 아버지에게 드릴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 자연의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귀를 기울이고, 사람들의 일상과 세상의 변화를 관찰해 편지에 담았다. 담장 너머를 오간 편지가 서로의 외로움을 견디게 했고, 서로의 결핍을 채우는 힘이 되어 끝내 안소영이라는 작가를 만들었다.
    _김중미(작가)

목차

들어가며. 편지를 읽을 독자들께

1장. 아버지,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1979년 10월~1981년 2월)

2장. 일기 예보가 나오면 전주 날씨를 꼭 본답니다 (1981년 3월~1983년 2월)

3장. 벌레 울음에도 가을이 스며드나 봐요 (1983년 3월~1986년 2월)

4장. 우리는 이 역사적 변동을 조용히 응시할 것이오 (1986년 3월~1988년 12월)

나오며. 편지, 시간이 다시 데려다 놓은 자리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안재구

    수학자, 통일 운동가. 1933년에 밀양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 8·15 광복을 맞이했다. 1952년에 경북대학교 수학과에 입학하여 1970년에 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교에서 수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미분 기하학 등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하고 국내 최초 영문 수학 학술지인 『경북 수학 저널』을 지속적으로 펴냈다. 국제적으로도 수학자로서 이름을 알렸으나, 1976년에 ‘국가관 미확립’ ‘학생 운동에 동정적’이라는 이유로 대학에서 […]

  • 안소영

    작가. 안재구의 둘째 딸. 1967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시대적 변동이나 환란에 맞닥뜨린 역사 속 인물들을 추적해 그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을 주로 쓴다. 지은 책으로 『책만 보는 바보』 『다산의 아버님께』 『갑신년의 세 친구』 『시인 동주』 『마지막 문장』 『당신에게로』 등이 있다.

저희 가족이 떨어져 지낸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흘러, 지난 편지들을 다시 꺼내 책으로 펴내게 되었습니다. 수십 년 전 엄혹하고 어렵던 시절에 한 가족이 주고받은 편지들이, 지금 읽는 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그때의 저희 남매와 같은 또래일 청소년들에게는요. 종이에 쓴 편지도 낯설고, 한 집안에 사 남매도 지금은 보기 드문 풍경이겠지요. 어른들의 십 대 시절, 1980년대라는 시대는 더욱 까마득할 테고요. 그래도 입시의 무게가 짓누르는 학창 생활, 그 가운데에도 웃음이 와르르 번지는 교실 풍경, 주변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는 십 대의 모습은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사정으로 함께 살지 못하는 가족도 여전히 있을 테지요.
시대와 환경이 다르다 해도 사람들의 삶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먼 곳에서나마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깊은 마음, 서로를 염려하고 위로해 주는 가족의 마음입니다. 가족이 아니라도, 곁에 있는 사람을 아끼고 위하는 이의 마음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러한 마음이 서로에게 닿아 있으면 아이들은 꿋꿋이 자랄 수 있고 어른들은 고달픈 세월을 견딜 수 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편지들을 책으로 내려니 부끄러움과 주저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날 저희 가족의 이야기가, 그때와 다른 시간을 사는 이들에게도 작으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편지들을 세상에 내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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