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다는 것(청소년문학 101)

책 소개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20년,

다시 우리 곁에 찾아온 진실한 문학의 감동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의 무게중심 김중미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곁에 있다는 것』이 출간되었다.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2000년을 열어젖힌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20년, 연대를 통한 굳건한 희망을 이야기하며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작품이다. 10대 여성 청소년 지우, 강이, 여울이를 중심으로 할머니, 어머니, 딸로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지는 생의 면면을 그려,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굽이들을 살아 낸 평범한 이웃의 삶에 존경을 전한다. 나날이 극심해지는 빈부 격차, 위험에 내몰리는 비정규직 청년들의 노동 환경 등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연대와 돌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간구하는 또 하나의 대표작이 될 것이다.

 

추천사
  • 글을 읽는다는 건 ‘나’가 ‘너’가 되어 보려는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가난과 불평등 속에서 희망을 심는 일, 누군가는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하겠지만 책을 읽고 나면 지우와 강이, 여울이처럼 정말로 해낼 수 있겠다고 믿게 된다. ‘자본’만이 최고 가치가 되어 버린 지금, 공동체를 통해 연대하기를 선택한 이 책의 청년들 곁에 있고 싶다.
    ―이길보라(영화감독, 작가)

  • 가난한 사람은 목소리가 없다,고 쉽게 말해 왔으나 그건 말하려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들으려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가난이 사라진 사회는 불가능해도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도 되는 관계는 가능하며, 서로 곁을 지킨다면 가난해도 살 수 있다고, 그렇다면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가난이 아니라 가난에 대한 무지라는 것을 이 놀라운 소설은 이야기한다.
    ―은유(작가)

  • 여기 열아홉 살 세 친구가 있다. 저마다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분투하면서, 마침내는 서로 다독이면서 어두울 때 더 빛나는 별처럼 미래를 열어 가자고 손을 맞잡는다. 이 씩씩한 희망을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 교사 들과도 함께 읽고 싶다. 한결같은 걸음으로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그 이후 성장 이야기를 귀한 작품으로 완성한 작가에게 고맙다. 한국 문학사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곁에 나란히 꽂아 둘 작품이다.
    ―박종호(서울고등학교 교사)

목차

1부 지우 이야기 007
2부 강이 이야기 101
3부 여울이 이야기 177
4부 우리 이야기 259

 

에필로그 345
작가의 말 357

 

인용 출전 363
참고 자료 364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중미

    동화, 청소년소설 작가.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나 1987년부터 인천 만석동에서 ‘기찻길옆공부방’을 열고 지역 운동을 해 왔으며, 2001년 강화 양도면으로 이사해 ‘기찻길옆작은학교’의 농촌 공동체를 꾸려 가고 있다. 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 『꽃섬 고양이』, 청소년소설 『조커와 나』 『모두 깜언』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에세이 『꽃은 많을수록 좋다』, 강연집 『존재, 감』 등을 썼다.

1997년 7월, 무덥던 어느 날이었다. 공부방에서 초등학생들을 돌보다 저녁을 지으러 다락으로 올라갔는데, 흰머리의 낯선 사람이 따라 올라왔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고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조세희 작가였기 때문이다.
“어, 조세희 선생님!”
그분이 놀라며 물었다.
“저를 아세요?”
“제가 고등학교 때 선생님 소설을 읽고 빈민 운동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제가 몹쓸 짓을 했네요.”
그날 내가 살고 있는 만석동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무대인 ‘은강’이라는 것을 알았다.
 
태어나서부터 부자로 산 적이 없으면서도 나의 가난이 사회적인 문제임을 깨달은 것은 고등학생이 돼서다. 동두천에서 인천으로 와 처음 살았던 집은 목재 공장 사택이었다. 주변은 온통 목재 공장과 가구 공장이었고, 공단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낡은 시립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그 아파트 너머로는 산동네가 이어졌다. 그 전까지 내가 알던 인천은 할머니 집이 있던 개항장 주변이 전부였으므로,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절 만난 공단과 빈민 지역의 풍경은 문화 충격에 가까웠다. 그즈음 읽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시작점이 되었다.
 
스물넷 청년으로 만석동에 자리 잡아 거기에서 중년이 되기까지 세상은 더 풍요로워졌고, 기술의 발전은 어렸을 때 어린이 잡지로 보던 미래를 앞질렀다. 그러나 내가 사는 곳의 노동자와 빈민은 여전했고, 빈자와 부자의 골은 더 깊어졌다.
조세희 선생님을 만났던 그해 겨울에 외환 위기가 닥쳤다. 힘든 시기를 거치며 가난한 이들의 삶의 토대가 얼마나 취약하고 허약한지 깨달았다. 국가와 기업은 외환 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했다. 가난한 이들의 오랜 전통인 연대와 환대마저 무너진 엄혹한 현실이 도래했다. 가난은 무능한 정치와 탐욕스러운 자본, 마음이 없는 시장의 결과였으나 그들은 책임을 노동자의 게으름으로 떠넘겼다. 억울하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썼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출간되고 20년이 지나는 동안 주변의 이웃들은 정규직 노동자에서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었다. 20년 전과 달리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늘어났지만 그들의 일자리는 부모 세대보다 더 불안했다. 부모 세대가 기계와 재봉틀 앞에서 잔업과 야근에 시달렸다면 지금 청년 세대는 컴퓨터와 마우스 앞으로 자리가 대체되었을 뿐이다. 저임금은 여전하고 노동자의 안전은 요원하다. 가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속편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더러는 공부방에서 탄생한 입지전적인 인물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런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이후 이야기를 쓸 생각은 없었지만 다시 가난에 대해 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무렵 인천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구도심 재생 사업, 개항장 문화의 거리 조성, 마을 공동체 살리기 등이 붐을 이루면서 오래된 서민, 빈민 들의 주거지가 관광지가 되고 가난이 상품이 되는 일들이 생겼다. 만석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난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상품이 된 가난은 우리의 진짜 삶을 가리고 지웠다. 나는 그들이 기어코 외면하려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변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의 눈길로 볼 때 더 빛나는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영화 홍보 기획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큰딸이 말했다.
“엄마, 퇴근하다가 버스에서 이주 노동자를 만났어. 만석부두 앞에서 내리는데 내 또래 같아 보이더라. 한동네에 사는 같은 청년 노동자인데 서로 연결고리가 없다는 게 안타까웠어. 우리 공동체 청년들이랑 이주 청년들이 함께할 기회가 없을까?”
그 뒤 딸은 1년간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진로를 바꿔 정규직이 되어 ‘은강’을 떠났다. 그러나 딸의 그 질문은 계속 내 안에 남아 작품의 주제가 되었다.
 
어떤 가난도 사회적이지 않은 가난이 없고, 정치적이지 않은 가난이 없다. 법은 가난한 이들의 것이 아니다. 역사 속 어떤 시대도 가난한 이들의 편이었던 적이 없다. 하지만 그래서 미래도 가난한 자들의 편이 아닐 거라고 체념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우리는 희망을 선택해야 한다.
 
이 작품 안에는 몇 가지 실제 사건들이 등장한다. 허구적 존재들의 입을 빌려 그 사건들을 불러낸 이유는 거기에 가난과 불평등의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2020년에 새로운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알게 되었다. 바이러스는 계급을 차별하지 않지만 바이러스를 대하는 인간 사회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살고 죽는 것도 결국 정치와 경제의 문제였다. 이제 분명히 보인다. 이 불평등의 벽을 허무는 길은 존중과 섬김, 연대와 사랑을 복원하는 것뿐이다. 어깨동무, 커넥션, 공동체, 우분투, 인드라망 뭐라 부르든 좋다.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들이 경계를 허물고 견고한 저들만의 벽에 틈을 내고 그 틈을 벌리는 일, 그것이 희망이다.
 
작품을 쓰는 동안, 공동체에서 만들었던 지역 신문 『만석신문』이 얼마나 값진 사료(史料)인지 새삼스레 깨달았다.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인 이총각 선배와 김용자 선배의 삶과 이야기가 이 작품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020 배다리 도시학교 인천 에코뮤지엄 Road&Memory 「어느 여성 노동자의 길」 프로젝트를 진행한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선생님께도 도움을 받았다. 동일여고와 담 너머의 동일방직 이야기를 들려준 공부방 엄마들에게도 빚을 졌다.
지난 한 해 동안 「화수재담」을 통해 화수동 언덕 너머 집과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 ‘창작집단 도르리’, 33년 동안 나를 사람답게 지켜 준 ‘은강’의 이웃들, ‘은강’에 터를 잡고 함께해 온 동지이자 가족인 공동체 식구들,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현실과 맞서며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공동체 청년들, 특히 요즘에야 사회가 관심을 갖게 된 공동체 안의 보호 종료 청년들에게 사랑과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끝으로 내게 ‘은강’을 만나게 해 주고, ‘은강’이라는 지명을 쓸 수 있게 허락해 주신 조세희 선생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2021년 봄
김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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