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책 소개

함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묵묵히 삶을 이고 가는 존재에게 건네는 위로의 목소리

이 시집을 읽을 때, 겪은 적 없는 시간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전통적 서정과 현대적 감성이 어우러진 농밀한 시세계로 시단의 주목을 받은 신미나 시인의 두번째 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싱고’라는 이름의 웹툰작가로도 활동하면서 시와 웹툰이 함께 담긴 ‘시툰’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여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등단 7년 만에 펴낸 첫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창비 2014) 이후 다시 7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긴 시간 시집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답하듯 담박하면서 푸근한 언어와 완숙한 이미지가 오롯이 빛나는 아름답고 쓸쓸한 서정의 세계를 활짝 펼쳐 보인다. “지나간 일을 떠올리며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의 서늘한 뒷모습”이 아른거리는 정갈한 시편들이 잔잔한 울림 속에 깊은 공감을 자아내면서 “겪은 적 없는 시간이 추억처럼 머릿속에 펼쳐지는 놀랍고 드문 경험”(황인찬, 추천사)을 선사한다.

신미나 시인은 순정한 마음과 “깨끗한 진심”(「지켜보는 사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지속되어야 하는지 곰곰이 살피며 삶의 의미와 세상의 진실이 무엇인지 묻는다. 과거와 현재의 삶을 오가며 시인은 “끝나지 않는 돌림노래”와 “입 없는 노래”(「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 속으로 오래전의 기억들과 아스라한 추억들을 불러와 지금 이곳, “어린양의 피로 물든 세상”(「다리 아래」)의 진실을 찾아 노래한다. 시인은 “과거로 이어진 길을 따라”(「새로운 사람」)가며 “내가 흘려버린 이름”(「무이모아이」)들과 내면에 깊이 새겨진 기억의 흔적들을 떠올릴 때마다 차오르는 슬픔을 다독이면서 “눈물 없이 우는 기분”(「사랑의 순서」)으로 “자신의 상처를/가장 아름답게 고백”(「홍제천을 걸었다」)한다.

 

추천사
  • 신미나의 시를 읽으면 지나간 일을 떠올리며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의 서늘한 뒷모습이 떠오른다. 쪼그리고 앉아 흐르는 물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어딘가에 기대어 앉아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의 망연한 뒷모습이다. 그 뒷모습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고, 겪은 적 없는 시간이 추억처럼 머릿속에 펼쳐지는 놀랍고 드문 경험을 하게 된다.
    거리를 두고 있는데도 거기에 몰입하고 공감하게 되는 이 놀라운 시적 마술은 시인의 담박한 언어가 만들어내는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태도가 주는 강한 신뢰감 덕분이리라. 시인은 앞장서서 강하게 주장하거나, 어떤 놀라운 깨달음을 설파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한 일이 시를 해치는 일이라는 듯, 삶에 대한 무례가 된다는 듯, 시인은 조심스럽게 끝난 일들을 조용히 복기하며 아름답고 쓸쓸한 시의 세계를 차분히 다져나간다. 타인과 사물에 대한 이 섬세한 배려는 근래 보기 드문 미덕이다.
    한편 부드러운 성정이 느껴지면서도 결코 녹록지 않은 내공을 느끼게 하는 시인의 언어는 소월의 유려하면서도 넉넉한 호흡을 떠오르게 한다. 생각에 잠긴 사람의 뒷모습은 소월의 뛰어난 작품들에서 자주 발견되는 장면 아니던가. 한국시의 진수를 이처럼 훌륭하게 계승하면서도 그것을 자기만의 개성으로 꽃피워낸 시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시집에는 죽은 사람들, 떠나간 사람들, 잃었거나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들을 향한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라는 시인의 말은 얼마나 귀한가. 자신을 낮춘 채 타자를 그리고 기리는 이 다정한 고백을 읽는 동안, 당신은 시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너’와 ‘나’를 ‘우리’로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체감할 것이다.
    -황인찬 시인

목차

제1부

지켜보는 사람

흰 개

무이모아이

파도의 파형

파과(破瓜) 1

파과 2

적산가옥

복숭아가 있는 정물

마고 1

미당(美堂)

오후 세시

사랑의 순서

단조(短調)

 

제2부

늑대

가지의 식감

얼굴만 아는 사이

안경

두번째 전화

지하철역에서 십오분 거리

여름의 잔디 구장

굳는다는 것

새로운 사람

첫눈은 내 혀에 내려앉아라

당신은 나의 미래

스미다강의 불꽃 축제

 

제3부

안목에는 있고 안도에는 없는

아쿠아리움

홍제천을 걸었다

연두부

히로시마 단풍 만주

한밤의 주유소

서커스

무고한 풀잎들

무거운 말

수증기 지역

동물의 사육제

거인

생물

속죄

통곡의 벽

심문

백색광 아래 나방

 

제4부

다리 아래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거울

마고 2

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

탱화 1

탱화 2

탱화 3

국화가 있던 자리에 국화가 사라지듯이

옛터

착란

메콩강의 달무리

콩비지가 끓는 동안

론도

 

해설|양경언

시인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신미나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 시툰 『詩누이』 『안녕, 해태』 (전3권) 등이 있다.

맨바닥에서
제 무게를 이고 있는
그릇의 굽
 
그 높이를
당신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
 
늦어도 천천히 오라고
기다려준 이들에게
이 노래를
 
함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2021년 3월
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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