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전 10권)

책 소개

“나는 고전 그대로의 정신과 역사의식을 전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일했다.

 

젊은이들에게 고전의 정신이야말로 무한한 재생산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 시대 최고의 소설가 황석영이 옮긴 『삼국지』(전10권, 별권 부록)가 출간되었다. 7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탄생한 ‘황석영 삼국지’는 그간의 국내 『삼국지』 번역본들의 오류를 수정한 가장 믿을 만한 원본을 택해 엄격한 교열과정을 거치고, 원전의 역사의식을 충실히 살렸으며, 한시들을 빠짐없이 수록해 고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중국 고대인물화의 권위자 왕훙시(王宏喜) 화백의 컬러삽화 150여장을 수록하여 원전의 그림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렸다. 어색한 번역문과 축약•평역 등에 익숙한 우리 독자들이 비로소 새 시대 새 감각에 걸맞은 진정한 『삼국지』를 만나게 된 것이다.

 

황석영이 『삼국지』 번역을 시작한 것은 방북사건으로 수감중이던 1997년 무렵이다. 문학평론가 최원식•시인 이시영의 권유로 마음먹게 된 번역작업이 “글쓰기를 못하게 하던 옥살이의 고독과 답답함을 넘어 한문과 우리말 공부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다행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황석영은 세르반떼스와 단떼의 일화를 되새기며 2권 분량의 번역을 옥중에서 마무리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기존 번역본들을 훑어보며 싹튼 실망감에 더해 수감생활의 고달픔을 이기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이는 차츰 젊은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고전의 정신과 역사의식에 대한 책임감으로 발전했고, 급격한 근대화로 어느새 사라져버린 동아시아 사람들의 세계관과 인간관의 가치를 되돌아보려는 열망으로 이어졌다. 일찍이 “소설가 박태원(朴泰遠)이 일제말의 어둠속에서 『삼국지』 번역에 착수했듯 황석영은 옥중에서 새 번역을 구상”(부록 최원식 「삼국지 탄생에 부쳐」)하여 이제 새 시대의 독자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출간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우석대 전홍철(全弘哲) 교수가 간체자•번체자 텍스트의 대조•교열작업을 맡았고, 성균관대 임형택(林熒澤) 교수가 한시 번역을 감수하여 텍스트의 완성도를 높였다. 본문의 삽화는 중국화단의 원로 왕훙시 화백에게 의뢰했고, 주요 전투와 사건 전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35장의 지도를 그려넣었다. 각권 앞에는 주요 무대가 되는 후한 말기 중국대륙의 지도와 권별 주요 등장인물 설명을 그림과 함께 실었고, 본문 중에 방주를 넣어 알찬 고전 이해를 도왔다. 아울러 별권 부록 『즐거운 삼국지 탐험』을 마련하여 땀과 피로 역사를 만들어간 살아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황석영 『삼국지』의 특징

 

 

 

원본의 역사의식에 충실한 번역

 

나관중의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실패한 영웅의 일대기이며, 촉한(蜀漢)정통론에 입각한 소설이다. 정사(正史)인 진수(陳壽)의 『삼국지』를 바탕으로 했으나 나관중이 이를 소설화한 관점은 정사의 시각에 반하는 것이었다. 인의(仁義)의 표상으로서의 유비 삼형제의 가난한 출신성분이나 이들이 갖은 고난 속에서도 의를 지키며 촉한을 세우는 과정, 또한 원의 지배체제에 항거하는 농민봉기에 가담했다는 나관중의 이력을 생각하면, 이 작품이 당대 민중들과 더불어 추구하려 했던 가치가 무엇인지는 금세 짐작할 수 있다. 『삼국지』는 의를 추구했지만 현실에서 실패한 영웅을 내세워 집단적인 열망을 투영하는 역사적 흐름 가운데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옮긴이 황석영의 역사의식과 맞닿는 지점이기도 하다. 황석영은 이에 대해 “일본에서는 오히려 조조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때로는 그를 중심으로 줄거리를 전개하는 작품도 있으며, 우리 번역본 중에도 은근히 그런 시도를 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이는 패권과 현실에서의 힘을 추구하는 가치관에서 비롯한 것이다. 나는 저러한 이른바 ‘현대적 해석’에 대해서 백성들의 보편적인 염원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축이다. 따라서 나는 원본의 관점과 흐름에 적극 찬동했고, 이것이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삼국지』에 대한 일관된 애정의 원천”(1권 수록 「옮긴이의 말」)이라고 밝히고 있다. 탄탄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현실문제에 깊이 밀착한 작품들을 발표해온 황석영이 『삼국지』를 옮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신뢰할 만한 원전의 판본

 

황석영 『삼국지』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원전의 판본이다. 일제시대 『삼국지』의 대종을 이룬 저본이 요시까와 에이지(吉川英治)의 번역본이라면 이후 1970,80년대 출간된 국내 번역본들의 대개는 대만 삼민서국(三民書局)출판사판 『삼국연의』를 원본으로 삼았다. 이 판본은 이른바 모종강본(명대 나관중의 원본을 청대 모륜毛綸•모종강毛宗崗 부자가 독자들의 구미에 맞춰 수정한 판본)을 원본으로 한 것이다. 모종강본은 이후 300여년간 큰 인기를 끌었으나 이 과정에서 나관중의 원본이 가진 정확성을 상당히 훼손하였고, 대개의 오류들은 수정되지 못한 채 삼민서국판에까지 이어졌다. 그런데도 이 판본이 국내 번역본들의 원본이 되어온 것은 1992년까지 한중수교가 이루어지지 못한 정황 때문이었다. 황석영 『삼국지』는 이런 점을 고려해 1999년 샹하이 강소고적(江蘇古籍)출판사에서 출간한 『수상삼국연의(▩像三國演義)』를 원본으로 삼았다. 이 판본은 샹하이 인민문학출판사(人民文學出版社)의 간체자 판본(초판 1953년)을 번체자로 바꾼 것으로, 현재 중국에서 가장 신뢰할 만하다고 정평이 나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모종강본의 수많은 오류를 바로잡은 충실한 텍스트로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황석영 『삼국지』를 다른 번역본들과 꼼꼼히 비교하면서 본다면 매회 몇군데씩 수정된 부분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삼국지』 번역사상 획기적인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생동감 넘치는 정확하고 유려한 번역문체

 

『장길산』 등에서 선보인 뛰어난 역사적 상상력과 단단하고 아름다운 황석영식 문체에 대해서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중국 고전소설을 쉽고 정확하게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황석영은 7년여의 연마와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청소년에서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려한 글맛을 살린 번역본을 내놓았다. 그간 ‘정역’을 내세운 판본들이 난해하고 어색한 번역문체와 의고투에 치우치거나 한문 원문의 맛을 고려하지 않은 우리말 번역에 쏠린 감이 없지 않은데, 황석영은 특유의 작가적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해 생동감 넘치는 우리말 번역을 내놓았으니, 6백년 전 중국소설이 황석영의 손길로 진면목을 드러낸 셈이다. 황석영은 원문의 간결하고 객관적이며 냉정한 사실적 문체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되, 주요한 전투장면 등에서는 나름의 신명을 얹어서 박진감있는 묘사를 덧붙인다. 이로써 “광활한 대지의 허공에서 조감하는 것 같은 전투장면의 남성적 사실성”은 그의 솜씨로 펄펄 살아숨쉬는 듯한 현실적 생동감을 얻는다. 아울러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 같은 현재형 시제와 객관성을 확보하는 과거시제의 적절한 배합, 이야기의 흐름을 살려 건조한 복문을 끊어 대화체로 만든 것 등은 오늘의 독자를 위한 배려이자 황석영식 『삼국지』 번역문체의 특성이라 하겠다.

 

 

 

고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210수의 한시

 

『삼국지』의 소설적 형식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 중간에 삽입된 한시(漢詩)에 있다. 매회의 제목이 7언 2구의 시로 되어 있으며, 본문 중간중간에도 시들이 삽입되어 있고, 한 장의 마무리도 한시로 끝난다. 이는 중국소설의 형성과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야기의 흐름과 맛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한시 없는 『삼국지』는 아니리만 있고 창은 없는 판소리’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황석영은 옥중에서 접한 여러 번역본들에 실망한 이유 중의 하나로 아예 한시를 빼버린 역본, 실었다 하더라도 번역이 틀린 곳이나 오자•탈자과 많은 점, 시에 인용된 고사[典故]를 자연스럽게 반영하지 못한 점을 들고 있다. 황석영 『삼국지』에서는 총 210수에 달하는 한시 전부를 원문과 함께 수록하고 아울러 성균관대 임형택 교수의 교정을 받아 정갈한 시어로 다듬어넣었다. ‘정역’이라는 이름에 값하고 원문의 장려함을 살려 읽는이들이 고전의 참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현대적으로 되살린 『삼국지』의 그림전통

 

『삼국지』는 본래 그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책이다. 「해제」(10권 수록)에서 보는바 중국민중들의 『삼국지』 애호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서, 연극•그림자극•승려의 강창공연•전문 이야기꾼의 거리 구연 등 아주 다양한 형식으로 전승되었다. 이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삼국지그림책’ 즉 원대의 『삼국지평화(三國志平話)』이다. ‘평화’는 특히 한 면의 위쪽을 그림으로 하고 아랫부분에 그에 대한 글을 붙인 것으로, 이런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요즘의 중국의 서점들에서도 ‘그림으로 보는 삼국지’ 형태의 책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황석영 『삼국지』는 이런 전통의 역사성에 착안해 중국 고대인물화의 권위자 왕훙시 화백에게 특별히 삽화를 의뢰해 수록했다. 호방한 구도와 섬세한 필치로 장면마다의 특성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왕화백의 120여장의 본문삽화와 30여장의 인물도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상포인트를 제공한다.

 

 

 

부록 『즐거운 삼국지 탐험』에는 30명의 주요 등장인물과 간략한 일대기를 소개했으며, 중국 현지의 삼국지 관련 유적과 무장들이 사용한 각종 병장기 등도 컬러삽화와 함께 수록했다. 또한 실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관련 고사성어, 각계 명사들의 『삼국지』에 대한 매혹의 기록 등을 실어 독자의 흥미를 더하였다.

 

 

 

옮긴이 황석영 黃晳暎 1943년 만주 장춘(長春) 출생. 고교시절인 1962년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탑」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본격화했다. 탄탄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객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장길산』 『무기의 그늘』 등 리얼리즘 미학의 정점에 이른 걸작들을 발표하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했다. 1989년 방북했다가 이후 독일•미국 등지에서 체류했으며 1993년 귀국, 방북사건으로 복역하다가 1998년 석방되었다. 이후 10년이 넘는 창작의 공백을 극복하고 장편 『오래된 정원』 『손님』을 잇따라 출간했으며, 『무기의 그늘』로 만해문학상을,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상을, 『손님』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중국•일본•대만•프랑스•미국 등지에서 『장길산』 『오래된 정원』 『객지』 『무기의 그늘』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등이 번역•출간되었다.

 

 

 

권별 차례 제1권 도원에서 맺은 의리 [옮긴이의 말 수록] / 제2권 패권을 다투는 영웅들 / 제3권 고난을 넘어서 / 제4권 풍운을 만난 용 / 제5권 천하삼분의 시작 / 제6권 서촉으로 가는 길 / 제7권 무상한 원한 / 제8권 남은 뜻을 위하여 / 제9권 하늘이 정한 운수 / 제10권 천하대세는 하나로 [해제 수록]

 

부록 『즐거운 삼국지 탐험』(비매품)

 

 

 

*이 책의 관련 사진자료는 www.changbi.com/press에서 다운받아 쓰실 수 있습니다.

 

*6월 30일 삼국지 싸이트 www.changbi.com/samgugji를 오픈합니다.

목차
수상정보
저자 소개
  • 나관중
    나관중

    14세기 원말(元末) 명초(明初)의 뛰어난 통속문학가. 이름은 본(本, 일설에는 관貫), 호는 호해산인(湖海散人)이며, 관중은 자(字)이다. 출생지에 관해서는 산시성(山西省) 타이위엔(太原) 출신이라는 것을 비롯해 여러 설이 있고,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 없다. 대표작은 진수(陳壽)의 『삼국지』를 바탕으로 민간의 삼국 설화와 원대(元代)의 삼국희(三國戱)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삼국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 펴낸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가 있다. 그밖에 나관중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소설로는 […]

  • 황석영

    1943년 만주 장춘에서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재학중 단편소설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단편소설 「탑」이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 『객지』 『가객』 『삼포 가는 길』 『한씨연대기』 『무기의 그늘』 『장길산』 『오래된 정원』 『손님』 『모랫말 아이들』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낯익은 세상』 『여울물 소리』 『해질 무렵』 『철도원 삼대』, 자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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