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블루스

책 소개

재기발랄한 이야기꾼으로서 한국 소설문학의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김종광의 두번째 소설집 『모내기 블루스』가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되었다. 김종광은 1971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ꡔ문학동네ꡕ 여름호에 단편 「경찰서여, 안녕」을 발표하며 등단하였고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었다. 2000년 제8회 대산문화재단의 대산창작기금과 2001년 제19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으며, 소설집으로 『경찰서여, 안녕』(2000), 장편으로 『71년생 다인이』(2002)가 있다.

 

 

 

이 소설집은 『경찰서여, 안녕』(2000) 이후 발표된 아홉편을 묶은 것이다. 신예작가 시절 김종광은 이문구를 연상시키는 충청도 사투리의 입담과, 문학사의 대가들이 보여주던 반어적인 풍자로 농촌과 주변부의 삶을 복원해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소설집에서 김종광은 다양하고 잡다한 삶의 형태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온갖 소동이 벌어지는 세상살이 속에서 활력을 모색하고 있다. 김종광식 입담과 정형화되지 않은 다채로운 인물들의 왁자지껄한 삶의 모습에서 웃음과 분노, 삶의 비애가 전해진다.

 

 

 

어수선하고 번잡한 일상의 묘사, 허무한 듯 아쉬운 마무리, 그러나 그것들을 그려내는 재치있는 솜씨와 새로운 형식시도는 우리 시대의 현실을 표현하기 위한 김종광의 고민을 담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서경석이 지적하듯 “무너져가는 농촌과 도회 저층의 풍경, 71년생 90년 학번 세대가 보아온 시대적 고민을 총체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과제 (…) 농촌의 언어와 도회의 언어를 횡단하며 각각의 생생함과 긴장감을 새롭게 고양시켜야 할 난제”에서 비롯된다. 이는 저마다 사연도 구구한 인물들, 기상천외한 삶의 면면들을 생생한 현실로 담아내기 위해 애쓴 다음의 작품들에서 잘 드러난다.

 

 

 

표제작 「모내기 블루스」는 술집 처녀 서해의 농촌생활 적응기이다. 버스가 하루 세번 들어오는 마을에 서른여섯 먹도록 장가를 못 간 아들 대춘이 도시 처녀 서해를 데리고 갑작스레 돌아온다. 노부모가 간절히 원하는 바와 달리, 서해는 대춘과 결혼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품삯을 받고 모내기를 하러 온 것이다. 농사꾼 노부모의 근심은 서해의 발랄한 성격과 오기, 농사판의 건강함, 막걸리 몇잔과 어우러지면서 흥겹게 풀어진다. 여기에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서해의 서울말과 신명나게 뒤섞이면서 작품은 낙관적인 훈훈함을 풍기게 된다. 김종광 소설이 “기층정서를 적절히 드러내는 감칠맛 나는 문체로 인해” 잘 읽힌다는 평가에 값하는, “그의 작품 세계의 원점에 해당하는 작품”(서경석)이라 할 만하다.

 

 

 

「윷을 던져라」는 안골마을의 친목회 장면을 그려놓은 작품이다. 19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순서대로 차례차례 소개되는데, 도시에서 온 인물이 있는가 하면 농촌에 뿌리내린 인물도 있다. 이들이 한데 모여 떠들어대는 화제는, 농민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 구제역 파동, 농협 빚 연대보증으로 인한 막대한 채무, 영농사업 실패, 농민들의 시위 등등이다. 안골 안팎에서 삶의 터전을 잡은 이들은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분노하기도 하고 체념하기도 한다. 이야기판을 엮어가며 작가는 구수한 입담으로 매 장면들을 독자로 하여금 실감으로 다가서게 만드는데, 작중인물의 이름 뒤에 나이를 적어넣는 형식은 특징적이다. ‘아무개(OO세)’ 표시는 신문의 사건기사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문학평론가 서영인이 지적했던 것처럼 작품 속에서 장면묘사를 더욱 빠르게 이어가며 발랄한 김종광의 문체를 살리는 데 효과적이다. 독자는 사회면 기사를 읽듯이 (작가는 짐짓 별일 아닌 듯 능청을 떨면서)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자 조연이며 누구든 나름의 사연이 있고 삶의 고달픔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모여 이러쿵저러쿵 떠들면서 하루를 함께 보내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접하게 된다.

 

 

 

「노래를 못하면 아, 미운 사람」은 71년생 90학번 세대의 경험을 담고 있다. 노래를 못하는 천하의 음치 인관의 학교․군․사회에서의 일화들을 발랄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특징적인 장면 속에 순차적으로 담아내 시대적 분위기와 현실의 이면에 존재하는 억압의 실체를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그밖에 단편 「당구장 십이시」 「서점, 네시」 「언론낙서백일장」에서는 실패한 변두리 인생들의 ‘체념담’과 세상에 대한 ‘직설적 저주’를 만날 수 있다. 주변적 인물들을, 그 삶뿐만 아니라 그들의 언어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세상에 적절히 융화되지 못한 주인공들이 뱉어내는 말을 ‘날것 그대로’ 들려준다.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삶에 더욱 육박해감으로써 그들의 종잡을 수 없는 삶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일의 진실을 떠올려보고 싶은 작가적 욕망이 짐작되는 작품들이다.

 

 

 

 

김종광 소설은 충청도 사투리의 느릿함과 그 능청스런 의뭉함이 넘쳐나는 작품에서부터 주변인들의 삶을 직설의 화법으로 풀어내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저마다의 진실들을 모자이크로 모아놓으며 거창한 의미에 대한 강박관념 없이 사소한 개별의 삶을 담아내는 일은 활기차게 혹은 소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김종광 소설이 그 삶의 현장을 떠나려 하지 않고 그곳을 끈질기게 바라보며 이름모를 삶의 다양성과 소중함에 대해 진지한 모색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 이것은 우리 소설문학의 소중한 자산일 것이다. (*)

목차

모내기 블루스
노래를 못하면 아, 미운 사람
윷을 던져라
언론낙서백일장
서점, 네시
당구장 십이시
서울, 눈 거의 내리지 않음
열쇠가 없는 사람들
배신
해설 서경석
작가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종광

    1971년 보령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8년 『문학동네』에 「경찰서여, 안녕」을 발표하며 등단.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 제8회 대산창작기금(2000)과 제19회 신동엽창작기금(2001)을 받음. 소설집『경찰서여, 안녕』(2000)『모내기 블루스』(2002)와 장편『71년생 다인이』(2002)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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