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비틀거린다, 엄마가 한숨을 쉰다”
가족의 고단한 삶을 온몸으로 겪는 어린이
언제나 간결한 필치로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 온 작가 전미화의 신작 『달 밝은 밤』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2009년 첫 작품을 펴낸 이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직하게 그늘에 있는 외로운 어린이들을 그림책의 주인공으로 소환해 왔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이부터 형편이 어려워 남의 집에 맡겨진 아이,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친구의 기억에서 잊힌 아이 그리고 보금자리가 철거되는 순간을 지켜봐야 하는 아이까지. 분명히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자리를 그림책 속에 마련해 놓았다. 그리고 이제 작가는 또 다른 아이의 손을 잡고 우리 앞에 나섰다.
『달 밝은 밤』은 매일 술에 취해 있는 아빠와 집을 나간 엄마로 인해 고단한 삶을 온몸으로 겪는 어린이를 그린다. 작가가 지역에서 미술 활동을 하며 직접 만난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말을 담은 작품으로, 담담하지만 단단한 위로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작가의 면모가 믿음직스럽게 드러난다.
절망의 어둠 속에 두둥실 띄워 놓은 달
『달 밝은 밤』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아빠를 익숙한 듯 부축해 가는 아이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빠는 밥 대신 술을 먹는다. 집에는 빈 술병이 늘어 간다. 엄마는 늦게 들어와 잠자기에 바쁘고, 깨어 있을 때는 한숨만 쉰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어른들 탓에 어린이의 평범하던 일상은 쉽게 무너진다. 희극적이고 과장되게 묘사된 아빠와, 화면에 한 번도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의 외로움과 불안감을 현현하게 드러낸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싸우는 밤이면 밖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사위는 캄캄하고 적막한데 오직 둥근 달만이 아이를 지켜 준다. 아이가 달을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달은 점점 커져서 마침내 아이를 온전히 감싸 안는다. 현실에서 내내 꼭 쥐고 있던 주먹을 환상이 뒤섞인 달빛 속에서야 유순하게 풀어 놓는 주인공의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아이를 어루만지는 환한 달빛에는 작가가 어른으로서 주변의 어린이들을 향해 보내는 사과와 반성, 진실한 위로의 마음이 담겨 있다. 달은 외롭고 쓸쓸한 아이 곁에 마땅히 있어야 할 어떤 것이다. 성인 독자라면 작가와 함께 아이의 손을 잡고 우리가 달이 되어 주리라 다짐하게 된다는 데에 이 작품의 미덕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