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중심주의와 중화대국주의에 가린 실크로드의 진면목
실크로드 육로의 가장 입체적이고 완벽한 복원!
실크로드 3대 간선(오아시스로, 해로, 초원로)이 『실크로드 도록 – 초원로편』의 출간으로 더욱 완벽하게 복원되었다. 2014년 출간된『실크로드 도록 – 육로편』의 확장판인 이 책은 전작에서 한 부로 다루어진 ‘초원로’를 동서로 확장하고, 중세와 근세에 머물던 시기를 고대로까지 연결한다. 이로써 육로편과 해로편에 이어 세계 문명학과 실크로드 연구의 초유의 성과가 집대성되었다. 세계실크로드학회(IASS)와 (사)한국문명교류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실크로드학의 대가인 저자 정수일은 극동 시베리아부터 극서 유럽까지의 전 노선을 직접 발로 밟으며 찾아낸 방대한 자료와 사진들을 한데 모은 이 도록을 통해 북방 유라시아 초원실크로드의 본 모습을 가장 입체적으로 구현해냈다. 경상북도가 추진해온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2013~2018)의 일환으로 진행된 현장탐사의 성과는 물론, 이 책을 위해 2018년에만 다섯 차례, 총 79일간 초원실크로드 도상의 박물관 32개소, 유적지 19개소, 쿠르간 60여 기를 현장 탐사하였다.
서구중심주의와 중화대국주의에 밀려 유목문화는 한낮 잡다한 ‘주변문화’로 치부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이들 유목문명이 전개된 초원로에 관한 연구 역시 실크로드 3대 간선 가운데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흡한 실정이다. 정수일은 부족한 사료와 미진한 연구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확실한 현장의 유물 증거를 토대로 초원실크로드의 창의적 복원과 입론(立論)을 시도한다.
1. 북방 유라시아 유목문화를 하나의 문명권으로 설정하다.
초원실크로드의 주인공은 높은 기동성과 신속성이 특징인 유목기마민족이다. 지금까지 서구중심주의와 중화대국주의에 밀려 이들 유목기마민족이 만들어낸 유목문화는 한낱 잡다한 ‘주변문화’로 홀대당하면서 하나의 독자적인 문명권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북방 유라시아유목문화는 문명권 형성의 제반 요건(독특성, 시대성, 지역성)을 기본상 갖추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하나의 ‘유목문명권’을 형성하는 데 하등의 하자가 없다. 『실크로드 도록 – 초원로편』에서는 유목기마민족이 이룩한 찬란한 금속문화(청동기‧철기 문화)와 역동적인 문명교류의 현장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2. 현장의 유적 유물 답사를 통해 초원실크로드를 실증적으로 복원해내다.
초원로를 개척하고 최초로 가장 광범위하게 이용한 스키타이가 종횡무진 이동하면서 남겨놓은 유적인 60여 곳의 쿠르간과 그 출토유물(금제품과 동물의장 등)을 발품을 팔아서 직접 현장 답사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생생한 사료를 기조에 깔고 역사의 풍상 속에 지워진 길을 하나하나 되찾아냈다. 추측이나 피상적이며 비과학적인 방법을 지양하고, 오로지 실사구시의 탐구방법만을 취한 결과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3. 현지 전문 학자들과 연구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확인한다.
초원실크로드에 관한 연구는 턱없이 미흡하고 연구 성과물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것과 잘못 알려진 것, 그리고 엇갈리거나 혼동된 내용들이 많다. 이는 책상 앞에서의 연구에 치우친 나머지 실증을 소홀히 한 결과이다. 저자 정수일은 세계실크로드학회 소속 전문가들의 연구성과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전문 학자들과 연구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고, 이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정보들을 직접 확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지의 연구성과와 현지 연구자의 학문적 견해와 주장을 두루 소개하고 있다.
4. 820여 컷의 이미지로 완성한 ‘도록’에 내용의 깊이를 더하다.
현지에서 직접 촬영한 820여 컷의 이미지를 통해 ‘도록’ 그 차체로서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여기에 더해 초원로의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학문적 해석과 소개를 곁들인 점은 『실크로도 도록』이 지닌 특장점이다. ‘유럽 구간’ ‘중앙아시아 구간’ ‘동북아시아 구간’ 등 3대 구간이 시작되는 부분에 ‘이끄는 글’이란 제하에 내용과 관련된 학문적 해석을 먼저 제시하였고, 주요 쿠르간 및 유적이 등장하는 곳에는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을 달아 이해를 도왔다(총 15곳). 또한 지속적인 연구와 후학들의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총 33곳)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5. 초원실크로드의 한반도 연장 문제를 창의적으로 제시하다.
지금까지 한국 학계에서는 북방유목문명의 한반도 영향이나 상관성 문제를 논급은 하고 있지만, 그 전래과정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고구려의 지안(集安) 고분군이나 신라 경주의 고분군의 원류에 관해서도 대체로 자생설 일변도에 그칠 뿐, 북방 초원실크로드와의 상관성에 관해서는 간과해왔다. 『실크로도 도록 – 초원로편』은 고구려, 발해, 신라, 솔빈부 등 한민족 역사 전개에서의 북방 초원실크로드와의 관련성을 역사적 사실로서 긍정하고, 초원실크로드의 한반도 연장을 적극적으로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