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책 소개

 

“당신의 말은 향기로 시작되어 아주 작은 씨앗으로 사라진다”

은은하고도 가파른 사랑, 애잔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

 

전라도 사투리의 질박한 언어와 흥겨운 가락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남도 서정의 맥을 이어온 이대흠 시인이 긴 침묵 끝에 새 시집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을 내놓았다. ‘북에 백석이 있다면 남에는 이대흠이 있다’는 찬사를 받았던 시집 귀가 서럽다(창비 2010)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다섯번째 시집이다. 오랜 시간 삭이고 갈무리해온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의 궁극적 원형,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대한 근원적 구심력, 사라져간 시간에 대한 애착과 긍정, 누군가를 향한 은은하고도 가파른 사랑 같은 것들이 선연하게 농울”(유성호, 해설)치는 애잔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삶의 비의(秘義)와 본질에 가 닿는 사유의 깊이와 원숙한 시선이 빛나는 평온하고 따듯한 시편들이 잔잔히 가슴속으로 스며들며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나무는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다/나무는 흐른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바닥에서 별이 돋아났다//나는 너무 함부로 아름답다는 말을 해왔다//…… 그래서 당신/나는,(「부춘」 전문)

 

시인은 전라남도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 광주, 제주도 등지로 떠돌다 이제 “서러운 것/바라는 것/생의 환희 같은 것이/다만 여백으로 기록되는”(「물의 경전」) 고향 땅에 다시 뿌리를 내렸다. 시인이 머무는 곳은 “처마에 새소리 걸리고/꽃향기는 경전처럼 고”이는 곳, “하늘을 들여 하늘과 놀고” “별자리 국자로/달빛을 나눠 먹”(「그 말에 들었다」)기도 하는 곳이다. 오랜 견딤과 위안과 평화의 시간이 흐르는 이 원형적 공간에서 시인은 ”동그란 무늬로 익어가는” 세월을 지켜보며 “꽃의 고통과 꽃의 숨결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가만 생각해”(「베릿내에서는 별들이 뿌리를 씻는다」)보기도 한다.

 

강으로 간 새들이/강을 물고 돌아오는 저물녘에 차를 마신다//막 돋아난 개밥바라기를 보며/별의 뒤편 그늘을 생각하는 동안//노을은 바위에 들고/바위는 노을을 새긴다//오랜만에 바위와/놀빛처럼 마주 앉은 그대와 나는 말이 없고//먼 데 갔다 온 새들이/어둠에 덧칠된다//참 멀리 갔구나 싶어도/거기 있고//참 멀리 왔구나 싶어도/여기 있다(「천관(天冠)」 전문)

추천사
  • 이대흠 시는 가슴에 차오르지 않고 스며든다. 대나무처럼 수직으로 달궈졌던 마음도 수련 잎처럼 수평으로 잔잔 눕는다. “보아라/서러운 것/바라는 것/생의 환희 같은 것이/다만 여백으로 기록되는 물의 경전을 보아라”(「물의 경전」).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삶의 의미가 절로 순해진다. 나다 같은 시편에서 보여주는 사유의 깊이와 강진 같은 시가 선사하는 언어의 절제미가 그의 시를 더 빛나게 한다. 옳다! 그의 시에 사족을 달지 말자.
    도처에 살아 있는 마음결 문드러지지 않은 싱싱한 시어들에 젖어나 보자. 그의 언어의 고향 남도 사투리의 향연에 텀벙 빠져나 보자. “옹구쟁이라 하먼 설익은 잿물은 안 쓰는 벱이여 (…) 잿물이라먼 그래도 한 삼년은 푹 삭어사써 그런 잿물로 그륵을 궈사 색에 뿌리가 생기제”(「칠량에서 만난 옹구쟁이」).
    뿌리가 살아 있는 시를 쓰기 위해 치열했을 시인의 모습 뭉클 겹쳐지는 시구절 참 많구나. 그는 고향, ‘장흥-자응-자앙-장’에, 생각의 고향인 시에, 진정 머물러야 할 사람이다. 나는 이 시집의 탄생을 오래 축하 하게 되리라.
    함민복 시인

목차

제1부 • 그 말에 들었다

천관(天冠)

베릿내에서는 별들이 뿌리를 씻는다

옛날 우표

그 말에 들었다

큰 산

헐렁한 봄

얼룩의 얼굴

늙음에게

목련

너무 꽉 끼고 구겨진 우울을 입은 저물 무렵

 

제2부 • 탐진 시편

물의 경전

창랑(滄浪)

사인

동백정 아침

물은 왜 너에게서 나에게로 흘러오나

물마장골

천지동천

미끼

소를 삼킨 메기

보림사, 얼굴 없는 부처

부춘

경호정

수상정보
  • 1997년 제3회 현대시동인상
  • 2003년 제1회 애지문학상 시부문
  • 2010년 제7회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저자 소개
  • 이대흠

    李戴欠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과 조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4년 『창작과비평』에 「제암산을 본다」 외 6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상처가 나를 살린다』 『물속의 불』과 산문집 『그리운 사람은 기차를 타고 온다』 『이름만 이삐먼 머한다요』, 장편소설 『청앵』 등이 있다. 현대시 동인상, 애지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말이 지닌 본디의 것을 살리는 데 애를 썼다.
조금 더 나에게 가까워졌다.
너에게 밀착되었다.
 
2018 년 여름
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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