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책 소개

“춤이나 음악은 말[言]에서부터 도덕에서부터 얼마나 자유롭고 즐거운가. (…) 나는 나의 삶이 음악 같아지기를 매일 꿈꾼다.” 장석남 시인이 쓴 어느 산문의 한 구절이다. 이번 시집의 후기에서도 말하듯이 “문자 바깥까지 나가 내 몸뚱어리로 집도 짓고 나무도 심고” 살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자 시이다.

 

최하림 시인은 장석남 시인의 시를 이렇게 평하였다. “새롭고 달다. 언제나 감성의 사립을 반쯤, 은근히 열어놓고 있다. 난해하다거나 현학적이거나 이국적인 일이 없다. 별다른 주의•주장이 없이 원생물처럼 움직이면서 숨쉬고 있다.” 이것은 그의 시작이 작위적인 것을 거부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의 시어들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의 시어들이 단순한 이미지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는 우리말을 비교적 잘 사용하는 동시대 젊은 시인들 중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그는 우리 시가 한때 유보하고 잃어버렸던 일상언어의 리듬감각을 시 속에 제대로 되살리고 있으며 그래서 그의 시는 디지털이 아닌 목관악기에서 나오는 음색을 들려준다. 그 음색 자체가 음악처럼 그의 시이다. 그의 시가, 솔방울이 떨어져 구르는 소리, 살구나무들이 뿌리를 가지런히하는 소리, 별이 내고 있는 연필 깎는 소리, 내 발등을 서늘히 만지고 가는 먼 속삭임에 귀기울이는 것은 다름아닌 시인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인의 마음이 무욕하며 밝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것들을 다루면서도 그의 시는 서정을 벼려서 낡지 않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장석남 시인은 세계를 현실로 드러내거나 세계에 대하여 발언하고자 하지 않는다. 다만 세계를 추억 속으로 들어가 재생시키고자 하는 무욕한 꿈을 갖고 그 꿈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시 [봄비]는 그의 시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서로 서로 몸을 감고 죽는다”는 둥긂은 나와 세계의 불일치를 벗어나고자 하는 시인의 내면의식일 것이다. 최하림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는 보기 드물게 꿈결처럼 아름답되 헛되며 슬프다. 뒤로 걸어가는 그의 시는 그러므로 비관적 전망대에 서 있는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목차

제1부


梧桐꽃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여름산
살구꽃
살구를 따고
배를 밀며
배를 매며
마당에 배를 매다
분꽃이 피었다
나주

못자리에 들어가는 못물처럼
江 1
江 2
江 3
시월 보름

제2부

詩法
水墨 정원
水墨 정원 1
水墨 정원 2
水墨 정원 3
水墨 정원 4
水墨 정원 5
水墨 정원 6
水墨 정원 7
水墨 정원 8
水墨 정원 9

제3부

消日
水菊
새벽달과 신발장
빗소리
달과 수숫대
蓮잎 같은 발자국
숟가락
갓난 송아지가 젖 먹을 때 다른 젖으로……
겨울 모과나무
맑은 밥
내가 듣는 에릭 사티
가을
기별
연못이 있던 자리
빗발들

제4부

여름숲
해남 들에 노을 들어 노을 본다
경주 황룡사터 생각
光化門
운조루 소견
鳴砂山에서
유곽 앞에 서 있던 오동나무처럼
바다는 매번 너무 젊어서
긴 의자
산골

제5부

돌의 새
나무 속의 방
어떤 가을날
가을볕
새벽에
다시 가을볕
겨울이 가면서 무어라고 하는지
빈 마당을 볼 때마다
距離
봄비

발문/최하림
시인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장석남
    장석남

    1965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젖은 눈』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뺨에 서쪽을 빛내다』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산문집 『물의 정거장』 『물 긷는 소리』 『시의 정거장』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

0 reviews
리뷰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