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간행하면서 우리 시단에 자극을 주고 독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던 최영미 시인이 두번째 시집을 간행하였다.
가장 90년대적인 시를 발표해온 최영미 시인은 현실 앞에서 절망을 디디고 새로운 만남을 위한 `페달`을 밟기 시작하였다. 그는 표제작 『꿈의 페달을 밟고』에서 “저 달처럼 차오”르는 자신의 마음이 “말할 수 없는 혀로 너를 부른다”고 진술하고 있다. 즉, 진실의 `너`에게로 갈 수 있다면 다른 가치들 예컨대 `시`까지도 뿌리치겠다고 노래한다. 이 새로운 마음의 발견이 첫시집과 차별성을 가지는 관건이다.
이번 시집에는 비교적 많은 연시들이 실려 있다. 모든 시가 사실은 연시라 할 수도 있겠지만, 최영미의 연시는 정련된 느낌을 준다. 사랑의 대상은 마음속에서 떠난 존재가 아니라 남아 있는 존재다. 심상을 도려낸 듯한 시구들은 묘하게 독자들에게 고백을 하는 것 같은 충족효과를 준다. 그가 시인으로서 언제나 `당신`이나 `너`만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속에 은근히 숨어서 실연의 대상처럼 나타난다.
그의 내면에 있는 시적 대상들은 「첫눈」에서처럼 고스란히 간직되는 `님`만은 아니다. 그의 안에서 `당신`은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그는 “너를 뭉친다/뭉갠다”라고 갈등한다. 그런데 이 갈등이 바로 새로운 사랑의 기술같이 들려온다. 이와 같은 의미망들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데, 거대한 뿌리 에서도 보인다. “내 머리와 입은 그를 배반해도/가슴은/그를/영원히/못잊으리니/온몸의 핏줄과 신경세포 구석구석에 진을 친/저 거대한 뿌리”라고 첫사랑을 영육 속에 안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번 시집에는 첫시집과는 달리 아프로디테적 도발성 또는 삶에 파고드는 죽음의 에로티시즘이 거의 숨어버리고 내면의 울림이 더욱 깊어진 점이 주목된다. 그래서 그의 이번 시집에는 독신적(瀆神的)인 형태로서의 기독교적 체위가 배어있기도 하다. 이는 `그`에게 다가가려는 그의 암중모색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솔직한 고백이면서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지난한 삶에 대한 숙제이다.
최영미 시인은 “시는 내게 밥이며 연애이며 정치이며, 그 모든 것들 위에 서있는 그 무엇이다. 그래서 나의 운명이 되어버린 시들이여. 세상의 벗들과 적들에게 맛있게 씹히기를” 바라면서 이 시집이 “젊은 적이 없기에 늙을 수도 없는 이들에게 바친다”고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