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성장하는 아이들
함께 사는 세상과 공감의 의미를 일깨우는 동화집
동화, 청소년소설, 동시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이병승 작가의 동화집 『마음도 복제가 되나요?』가 출간되었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부터 우리 주변의 생생한 현실을 담은 동화까지, 속도감 있고 거침없는 서술로 묵직한 주제 의식을 전달하는 동화 여덟 편을 엮었다. 작가 특유의 건강한 유머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성장하는 작품 속 아이들을 만나며 독자들은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소중한 삶의 가치 ‘공감’
『마음도 복제가 되나요?』는 푸른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 수상 작가 이병승의 신작 동화집이다. 동화 『빛보다 빠른 꼬부기』 『톤즈의 약속』 『아빠와 배트맨』, 동시집 『초록 바이러스』 등을 내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작가의 이번 동화집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공감’이다. 이미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룬 동화 『검은 후드티 소년』, 쌍용차 문제를 다룬 『여우의 화원』 등 다수의 작품에서 무너진 사회와 제 살길만을 쫓는 개인을 비판하고 약자에 공감하는 감수성을 강조해 온 작가의 메시지는 신작에서도 이어진다. 2108년 한국을 배경으로 복제 인간과 진짜 인간의 관계를 고찰한 표제작 「마음도 복제가 되나요?」를 포함해, 부모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반지하에서 살게 된 아이의 생활을 담은 「내가 작아지면 돼」, 소년과 노인의 우정을 그린 「우주 전파사 할아버지」 등 여덟 편의 이야기를 엮었다. 작품을 읽고 나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다른 사람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할 줄 아는 힘, 곧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기발한 상상과 놀라운 반전이 선사하는 재미와 감동
표제작 「마음도 복제가 되나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복제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공부를 잘 못하는 주인공 승민은 부모님이 자기 몰래 똑똑한 복제 인간 미르를 키워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순간 승민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부모에 대한 서운함도, 똑똑한 아이로 탈바꿈할 기대도 아닌, 미르를 향한 연민이다. 필요한 부분만 쓰이고 버려질 복제 인간을 구출하겠다는 의지로 망설임 없이 뛰어가는 인간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승민과 미르가 서로를 깊이 헤아리는 모습,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승민의 마지막 선택은 끝까지 놀라운 반전으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기발한 상상과 반전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며 재미와 감동을 담아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달려라, 나의 고물 자전거」 「레슬링 아줌마와 스파이더맨 아저씨」는 소소하면서도 귀여운 반전으로 기분 좋은 웃음과 교훈을 준다. 작품 속 아이들은 결정적 사건을 통해 늘 곁에 있어 준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낯선 타인의 진심을 헤아리는 법을 배우며 성장한다.
지금, 여기의 아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응원
이병승 작가는 이번 동화집에서 기발한 상상의 세계뿐만 아니라 ‘지금, 여기’의 차가운 현실 또한 가감 없이 그렸다. 「내가 작아지면 돼」 「제자입니다!」 「여긴 내 자리야」 「5교시 서예 시간」 속 아이들은 부모의 사업 실패,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원주민 퇴거 문제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를 견디는 중이다. 갑자기 닥친 현실이든, 태어날 때부터 익숙한 현실이든 가난의 고통은 아이들이 일찌감치 마음을 닫는 법을 배우게 만든다. 작가는 아이들이 마음을 닫고 희망의 끈을 놓는 데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라며 캄캄할수록 더욱 빛나는 공감과 이해의 힘을 이야기 속에 담았다. 위 작품 속 아이들은 현실을 피하거나 에두르지 않고 정면 돌파하며 성장한다. 아울러 힘든 현실 속에서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때로는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마음도 복제가 되나요?』는 누구나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며 한 뼘씩 자란다는 성장의 법칙을 환기하면서 지금 여기의 아이들을 응원하는 작가의 진심이 드러나는 동화집이다.
작품 줄거리
「마음도 복제가 되나요?」 2108년, 인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복제 인간을 만들어 필요한 부분만 쓰고 버리는 일은 더 이상 불법이 아니다. 건강하지만 공부를 잘 못하는 승민은 어느 날 엄마 아빠가 자기 몰래 똑똑한 복제 인간 미르를 키워 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지는데…….
「달려라, 나의 고물 자전거」 아빠가 경품으로 받아 온 고물 자전거가 창피한 동우는 누군가가 자전거를 훔쳐 가 버렸으면 좋겠다. 그런 동우에게 고물 자전거가 말을 걸어왔다. “동우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나를 타고 달려 주지 않을래?”
「우주 전파사 할아버지」 공부라면 지겹기만 한 지훈은 학원을 땡땡이 친 날 우연히 우주 전파사 할아버지를 만난다. 신기한 전자 기기로 가득한 전파사의 매력에 푹 빠진 지훈은 여름 내내 할아버지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데…….
「레슬링 아줌마와 스파이더맨 아저씨」 전직 여자 프로 레슬링 선수인 엄마는 폭력을 일삼던 아빠와 이혼한 뒤 억척스럽게 일하며 나를 키우는 슈퍼우먼이다. 그런데 내가 방심한 사이, 엄마에게 애인이 생겨 버렸다! 과연 엄마를 180도 바뀌게 한 아저씨는 누구일까?
「내가 작아지면 돼」 은찬이네 가족은 아빠의 사업이 망해서 반지하 집에 살게 된다. 은찬은 장난감 둘 곳도 없는 좁아터진 방, 자신에게 주어진 집안일까지 갑자기 바뀐 생활이 도무지 싫기만 한데…….
「제자입니다!」 화가가 되고 싶은 태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정식으로 미술을 배운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1층 로비에 걸려 있던 그림을 망가뜨렸다는 누명을 쓰게 되는데…….
「여긴 내 자리야」 진우가 살고 있는 동네가 고양이 벽화 마을로 유명해지자 정든 이웃들은 급격히 오른 집값 때문에 하나둘 동네를 떠난다.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자리를 빼앗겨 속상한 진우는 어느 늦은 밤, 홀로 고양이 벽화 앞으로 다가가는데…….
「5교시 서예 시간」 ‘나’의 가족은 집이 따로 없어 엄마 아빠가 운영하는 갈빗집에서 산다. 밤늦게까지 시끄러운 식당에서 책을 읽고 잠을 자야 하는 나는 학교 수업 중 조용한 서예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오늘도 평화로운 서예 시간, 그런데 갑자기 눈앞의 풍경이 온통 흑백사진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