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 43호

안과밖 43호

책 소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표가 우리 사회에서 떠돌기 시작한 것이 아주 최근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그 내용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은 기의 없는 기표에 가깝다. 또한 18세기말 영국에서 시작된 ‘원조’ 산업혁명과 이후 2차·3차 산업혁명이 현상에 대한 사후적 정의에 가깝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이것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당위의 정서가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팽배하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이며, 그런 의미에서 그간 시민혁명과 체제혁명이 점유해온 ‘혁명’의 이름에 역설적으로 값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에 회부되어야 했던 역사를 떠올려보건대, 과학혁명 역시 언제나 이데올로기 투쟁과 패러다임 싸움의 장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비어 있는 기표는 아이러니하게도, 혹은 그 비어 있음으로 말미암아 사회혁명과 과학혁명이 여태까지 성취해온 것 전부를 넘보며 욕망한다.

 

2010년대에 들어 인문학이 발굴한 주요 의제들 가운데 하나로 포스트휴머니즘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이 1985년에 출간된 것을 감안하면 비인간주체로서 기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역사는 훨씬 오래전부터로 봐야겠지만, 포스트휴머니즘의 전면적 부상은 그 이전부터 떠돌던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표가 전면화되기 시작한 시기와 묘하게 일치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기술에 힘입어 인간 해방의 전초가 될 것인지, 또는 활기 잃은 자본이 나아갈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다수의 인간을 무력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분분하며 그 해답은 쉽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를 비판적으로 사유함으로써 시대와 공명하는 것이 인문학에 주어진 역할이라면, 포스트휴머니즘을 비롯해 트랜스휴머니즘, 슈퍼휴머니즘 등 다양한 언명 아래 전개되고 있는 휴머니즘 ‘이후’에 대한 고민과 상상이 갖는 의미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포스트휴머니즘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표 | 정희원

 

[특집] ‘인간’ 이후의 문학

포스트휴먼으로 가는 길: 인간과 기계의 공(共)진화를 중심으로 | 박인찬

좀비라는 것들: 신사물론과 좀비 | 이동신

왜 포스트아포칼립스 소설은 인간을 살려두는가?: 인류세 시대 서사로서의 포스트아포칼립스 소설 | 문형준

동물과 인간의 ‘(부)적절한’ 경계: 아감벤과 데리다의 동물담론을 중심으로 | 황정아

 

[쟁점] 스피노자 너머를 사유한다

미학에 이르는 길: 스피노자와 예술 | 김성호

들뢰즈의 ‘아펙트’ 개념의 쟁점들: 스피노자를 넘어 | 김재인

 

[시평]

유럽 테러리즘의 정당화 기제와 이주민 갈등 | 오창룡

 

[문화비평]

영화언어는 진화하는가?: 디지털기술 시대 영화산업과 영화비평의 현재에 대한 단상 | 최영진

 

[재조명]

매체, 시장, ‘작가’: 로버트 그린의 참회 팸플릿들을 중심으로 | 이미영

 

[동향]

동물과 함께, 식물과 더불어, 기계와 나란히: 18세기 영문학과 포스트휴머니즘 | 하인혜

 

[서평]

김재오 정은귀 신현욱

 

[논문]

경이로운 대칭, 트웨인과 제임스 | 유희석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영미문학연구회
    영미문학연구회

    영미문학연구회는 소장 영미문학 연구자들을 주축으로 1995년 6월 3일에 창립되었습니다. 현재 전국에서 22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우리 연구회는 상설 연구조직으로, 영미문학의 연구와 성과의 교류 및 대중적 확산을 통하여 우리의 문학·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영미문학이 학문에서는 물론이고 문화 전반에서도 무시 못할 파급력을 갖는 우리의 현실에서 영미문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대단히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더구나 영어권의 영향력이 지구 […]

0 reviews
리뷰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