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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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시인의 어깨에 기대면 이 세계가 천천히 따뜻해진다

 

간곡하되 서늘한 눈매로 바라본 불의한 세상의 뒷면
찰나에서 유한한 삶의 속살을 꿰뚫는 천의무봉의 시편들

 

강변에 나무 두그루가 서 있다/한그루는 스러질 듯 옆 나무를 부둥켜안았고/다른 한그루는 허공을 향해 굳센 가지를 뻗었다/그 위에 까치집 두채가 소슬히 얹혔다/강변에 나무 두그루가 서 있다(「나무」 전문)

 

끝없는 시적 변모 속에서 간명한 언어와 따스한 서정으로 삶의 의미와 시대의 진실을 노래하며 서정시의 전범을 보여주는 이시영 시인의 신작 시집 하동이 출간되었다. ‘결빙된 현실에 온기를 더하는 아주 오래된 노래들’에 깃든 자기성찰의 긴 여백 속에 큰 울림을 선사하였던 호야네 말(창비 2014)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시인의 열네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인생과 자연의 ‘결정적 순간’을 침묵에 가까운 최소언어로 잡아내”며 “우주 안에 작동하는 ‘시’의 한순간을 드러내는”(염무웅 추천사) 명징한 시 세계를 선보인다. 짧은 서정 속에 긴 서사를 아우르며 “이야기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모든 이야기를 존중의 눈으로 받드는”(최원식, 해설) 천의무봉의 단정한 시편들이 무한한 감동을 자아내며 가슴 깊이 와닿는다.

목차

제1부
귀래사를 그리며
나무
오리알 두개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생각함
Seoul, Korea. 1960s
덕담
History In Pictures
잿간
구례 장에서
산길
어느 상형문자
동장군
보길도
무제
박성우
귀정사


어릴 적
극점
아욱죽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이시영

    1949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수학했다.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월간문학』신인작품모집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만월』 『바람 속으로』 『길은 멀다 친구여』 『이슬 맺힌 노래』 『무늬』 『사이』 『조용한 푸른 하늘』 『은빛 호각』 『바다 호수』 『아르갈의 향기』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가 있고, 시선집으로 『긴 노래, 짧은 시』가 […]

드러내놓고 시 비평을 하진 않았지만 심사평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런저런 시에 관한 비평적 발언을 적지 않게 해온바, “나도 물론 그중의 하나다”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관습적으로 시집을 내는 시인들”을 비판한 적(2016. 12. 15. 트위터)이 있다. 이에 적지 않은 후배 시인들이 불편함을 호소해왔다. 3년여 만에 시집을 내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아, 내가 내 발등을 찍는 행위를 했구나’ 하는 점이다. 나 역시 저 구습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런 점에서 나는 시 비평과 자신의 시작 행위를 절묘하게 일치시켜온 김수영 같은 시인을 한국시가 갖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는 우선 시에서건 일기에서건 자신을 속이는 짓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을 ‘근대적 지성’이 결여된 한국시의 낙후성과 싸웠지만 낙후성보다 그가 더 증오해 마지않은 것은 “‘언어’에 대한 고통이 아닌 그 이전의 고통” 즉 양심과 무관한 현대적 감수성의 시인들이었다. 그는 이것을 위해서라면 “시까지도 내던지는 철저한 절망을 하라고”(『김수영 전집 2』) 외쳤으며, 그렇게 전신으로 격투했다.
시집 맨 뒤에 붙인 글에서 굳이 그를 떠올리는 건 자기변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나의 다짐을 위해서이다. 나는 이 시집을 끝으로 다시는 관습적으로 ‘비슷한’ 시집을 내지 않겠다. 시인으로서의 창조성이 쇠진되었다고 느끼면 깨끗이 시 쓰기를 포기하겠다.

2017년 9월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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