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시전집

책 소개

“평생을 마친 다음 그 손바닥 위에 몇줄의 詩가 남는다면”

시력(詩歷) 육십여년, 오로지 시의 외길을 걸어온 시인 민영의 견결한 시정신

 

나 이제, 모든 이웃과 神位를 하직하고, 하나의 지팡이와 마을을 떠난다. 어디로 가는지 묻질랑 말아! 하지만, 눈 내린 벌판 위에 지팡이 홀로 남아 바람에 젖거들랑, 그곳에 날 위해 돌을 묻어다오.(「碑」 전문)

 

‘문단의 작은 거인’이라 불리는 한국 시단의 원로 민영 시인의 시전집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1959년 미당 서정주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60년 가까운 시력(詩歷)을 쌓아온 시인은 우리 역사와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밀도 있는 서정적 탐구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깃든 견결한 시세계를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이번 전집을 준비하면서 시인은 첫 시집 『단장(斷章)』(유진문화사 1972)부터 마지막 시집 『새벽에 눈을 뜨면 가야 할 곳이 있다』(창비 2013)까지 아홉권의 시집에 실린 409편의 시를 한편 한편 일일이 손보았으며, 여기에 최근작 10편을 더하였다. 시력에 비하면 과작인 셈이나, 이 전집을 통해 우리는 목숨의 불꽃이 다하는 그날까지 시를 쓰는 것만이 유일한 노동이자 기쁨이라 여기며 평생을 오로지 시의 외길을 걸어온 노시인의 연륜과 기품이 서린 시정신을 엿볼 수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일러두기

_斷章
가을 빗소리
첫눈
石場에서
죽어가는 이들에게
밤사람
봄비
밤길
이승과 저승
童願
그날이 오면
아내를 위한 자장가
靑蛾
無依靑山詩
後歸去來辭
歸岸望鄕詩
別魂
가을 바닷가에서
바둑 엽서
五歌
道程記
時禱抄

만추
용담꽃
斷章
병상에서
늦겨울 바다
前夜
斷想
小曲
불꽃과 바람
어떤 비행
남가좌동에서
국화
示威
육교에서
새야, 새
비가 내리네
광야에서
다시 광야에서
달빛
海蘭江橋梁工事殉職碑

수상정보
  • 1991년 제6회 만해문학상
저자 소개
  • 민영

    193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네살 때 부모와 함께 만주 간도성 화룡현으로 가서 살다가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두만강을 건너 귀국했다. 1959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약한 자들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으면서도 단아하고 격조있는 시편을 써왔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고문·민요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만해문학상·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단장』 『용인 지나는 길에』 『냉이를 캐며』 『엉겅퀴꽃』 『바람 부는 날』 『유 […]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사람들이 모두 경상도나 전라도 같은 남쪽으로 피란을 가던 1950년 6월 이후의 일이다. 아직 습작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가냘픈 작품이지만 그중의 하나인 「童願」은 1957년에 미당 서정주 선생이 『현대문학』 7월호에 추천하여 실어주신 작품이다. 책이 나온 다음 인사를 드리려고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선생님 댁을 찾아갔을 때 고된 노동으로 초췌해진 내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네의 눈에는 시의 빛이 내비치고 있네. 쉬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하시게.”
이번에 시전집을 내려고 손꼽아 헤아려보니 그때가 꼭 육십년 전의 일이다. 그동안 나는 아홉권의 시집과 한권의 시선집을 냈으며, 다른 시인의 시를 평한 평론집도 한권 냈다.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전쟁 때문에 배우지도 못하고 오직 자신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쓴 글이기에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독자 여러분이 차분하게 읽어주기만을 바란다.

2017년 5월 3일 부처님 오신 날에
민영

0 reviews
리뷰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