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타화상

책 소개

오랫동안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로서 활발히 활동해온 김경연의 첫 평론집이 나왔다.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에서 출발해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을 아우르며 십여년 동안 이 분야에 천착해온 저자의 값진 성과들이 묶여 있다. 국내와 국외의 청소년소설, 동화, 그림책, 지식정보책 등을 두루 점검해오면서 저자는 아이들을 위한 문학이 이른바 ‘교육’에 복무하는 실용문학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이런 맥락에서 일반문학이 덮지 못할, 아동청소년문학이 지닌 어떤 고유성을 캐어보고자 했다. 국내외 다양한 연구 경험과 깊이 있는 책읽기로 논리적이면서도 어렵지 않는 비평으로 정평이 나 있는 저자의 글들은 아동청소년문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의 관심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아동문학과 청소년문학의 공통점은 어른 작가가 어린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쓴다는 점이다. 따라서 거기에 담기는 아이들의 모습은 기본적으로 ‘타화상(他畵像)’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저자는 그간의 아동청소년문학이 작가 자신의 아동청소년기를 회고하는 식의 ‘자화상’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근래의 아동청소년문학은 ‘요즘’ 아이들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조금씩 성과도 있다고 보고, 이런 측면에서 첫 평론집의 제목을 ‘우리들의 타화상’이라고 붙였다.

 

이 책은 총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는 청소년문학에 관련된 글이며, 제2부는 그림책과 지식정보책, 판타지에 대해 쓴 글을 묶었다. 제3부는 외국 아동청소년문학의 수용사를 점검한 글이며, 제4부는 여러 외국작가들을 조명한 글과 우리 아동문학사에 나타난 아동상을 살펴본 글을 묶었다. 마지막으로 외국의 독서문화라든가 도서관에 대한 짤막한 글은 부록으로 묶었다.

 

 

 

제1부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청소년문학에 관련된 글 여섯 편을 묶었다. 아동문학과 마찬가지로 독자대상에 따라 성인문학과 구별되는 문학 개념으로만 받아들여지고 있는 청소년문학의 특성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흔히 성장소설로 이해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새로운 청소년문학을 모색하고자 했다. 청소년문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개론 형식의 글 두 편과 구체적으로 작품을 분석하면서 청소년소설을 통해 문학이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 글 네 편이 실려 있다. 독자와 평단 모두에서 큰 호응을 얻은 이경혜의『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경화의『나의 그녀』 등 국내 작가의 청소년소설이 지금까지 나온 청소년소설과 어떤 점에서 변별되는지 소개하고, 사춘기와 그 전후의 격동적인 심리상태에 걸맞아 청소년들이 읽기에 적당한 장르로 꼽히는 모험 이야기를 모험소설의 고전이 된 대니얼 디포우의『로빈슨 크루소우』와 미셀 뚜르니에의『로빈슨과 방드르디』를 통해 살펴보면서 이들을 문학사적인 평가와 아울러 사회 정치적인 측면에서 분석함으로써 상당히 재미있고 색다른 작품 읽기를 선보이고 있다. 문학과 이데올로기 문제는 인디언들의 삶을 그린『시애틀 추장』『내 영혼이 따뜻한 날들』을 다룬 글에서 확장되어 허구는 역사적 진실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 작품의 의도는 작가의 이데올로기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더욱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마지막 글은 인류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과학소설을 다루고 있다.『1999년생』『블루프린트』『전갈의 아이』『멋진 신세계』를 통해 인간과 문명, 과학의 윤리성 등의 문제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제2부는 아동문학의 형식 가운데 그림책, 지식정보책, 판타지 동화에 관한 글 네 편을 묶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유례없는 어린이책 활성화의 주역인 그림책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발전해왔는지 살펴보면서, 글과 그림의 관계에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표현과 해석이 가능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그림책은 서사성이라는 측면에서 문학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하고 있다. 지식정보책을 다룬 두 글과 판타지 동화에 관한 글은 개념이나 용어조차 통일되어 쓰이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아동문학 비평 현실에서 각 형식의 고유한 특성을 살펴보면서, 막연히 교양서, 실용동화라는 인상 아래 침묵으로 지나갈 것이 아니라 이제는 어린이책 분야에서 별개의 갈래로 묶어, 문학적인 논의 혹은 미학적인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제3부에는 외국 아동청소년문학의 수용사를 점검한 글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생태주의적 주제가 어떻게 그려졌는지, 그 한계는 무엇인지 살핀 글과 역사 논픽션이 주제의식, 관점에 따라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 분석하면서 이를 우리나라에 소개할 때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쟁의 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크고 작은 전쟁이 많이 일어난 현실을 감안할 때 전쟁 또한 우리에겐 하나의 현실이다.「외국 그림책에 나타나 전쟁」에서는 전쟁이 그림책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전쟁을 다룬 그림책은 문학성이나 예술성보다는 주제가 어떻게 다뤄지고 어떻게 전달되는가를 주된 관심사로 삼게 되지만, 그렇더라도 전쟁의 본질을 놓치게 할 수 있는 묘사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밖에 국내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인도(『그림자 개』)와 파키스탄 작품(『바람의 딸 샤바누』)을 분석한 글, 번역서 의존도가 높고 게다가 특정 언어권에 대한 편중도 심각한 현재 외국 아동문학 번역의 현주소를 점검한 글 등이 있다.

 

 

 

제4부는 외국 동화 작가들을 조명한 글과 우리 동화 속에 나타난 아동상을 점검한 글 다섯 편을 묶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미하일 엔데, 그림 형제의 작품을 깊이있게 분석한 글에서는 오랫동안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을 공부해온 저자의 특장이 잘 살아 있다. 독일의 옛이야기 하나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에리히 케스트너(『실다의 시민들』) 와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실다의 똑똑한 사람들』)의 작품을 비교 분석한 글은 상당히 흥미로우며, 옛이야기의 재화를 시도한 작품들이 부쩍 증가한 우리 현실에 색다른 자극이 될 것이다. 문학작품에서 등장인물은 주변세계와의 연결고리이자 작가의 이념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아동문학에서는 작가와 시대의 아동상이 더욱 직접적으로 반영되는데,「우리 동화 속의 아이들」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동문학의 고전이 된 방정환, 송영, 이태준, 주요섭, 노양근, 박태원, 현덕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 아동문학의 시작부터 동화 속 아이들의 모습을 추적해보면서 우리 아동문학의 고유성과 특수성, 그 발전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 연구소나 도서관에서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짤막한 글들은 부록으로 묶었다. 외국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 아동청소년문학 연구자들을 위한 써비스, 우리와는 다른 독서환경 등을 소개하는 총 다섯 편의 글은 다매체시대 정보의 홍수 속에 ‘독서의 즐거움’을 일상 속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 전통적이고 수동적인 책의 창고 역할에서 벗어나 다른 매체들을 과감히 수용하며 책에서 멀어지는 어린이, 성인 독자들을 적극적인 독자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해외 도서관의 활동 등을 보여주고 있다.

목차

머리말

제1부 청소년문학의 이해
청소년문학,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청소년문학은 시작되었다
열여섯, 우리들의 타화상
로빈슨의 후예들
허구가 사실과 만날 때
휴먼 퓨처

제2부 아동문학의 여러 형식
그림책, 글과 그림 사이
정보를 주는 책
지식정보책, 사실과 재미 사이
혼돈과 모색, 한국 아동문학 판타지론

제3부 아동청소년문학 다양하게 읽기
외국동화를 통해 살펴보는 생태주의 동화
외국의 역사 논픽션
외국 그림책에 나타난 전쟁
다른 건 그냥 다를 뿐이야
외국 아동문학 번역의 현주소

제4부 동화와 아이들
아이들의 변호사,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구원의 판타지, 미하엘 엔데
‘쉴다의 시민들’ 이야기, 두가지 재화 방식
그림 형제의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이야기』
우리 동화 속의 아이들
소망의 아이 – 방정환 「만년샤쓰』
현실과 대결하는 아이 –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과 『새로 들어온 야학생』
외로운 아이/ 가해자로서의 아이 – 이태준
우동집 아이 노마 – 박태원 『영수증』
서로 돕는 모임을 만든 농촌 아이들 – 노양근 『열세 동무』
조끼 입은 토끼를 따라 간 아이 – 주요섭 『웅철이의 모험』
놀이하는 아이들 – 현덕의 노마 연작

제5부 독서
해외 도서관의 연구자를 위한 써비스
독일 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
청소년을 위한 문학생활화 방법
독서문화운동의 현황과 21세기의 전망
독서와 ‘뉴미디어’, 배타적 관계인가

찾아보기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경연

    金慶淵 1956년생. 어린이·청소년문학 연구자. 경기대학교 강사. 서울대학교 사대 독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인문대학원 독어독문학과에서 「독일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 청소년문학 및 독서 연구소’와 독일 뮌헨의 ‘국제 청소년 도서관’에서 단기 장학생으로 연구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대학에서 「독일의 아동·청소년 환상문학에 관한 이론」으로 박사 후 연구를 수행했다. 이론서 『미학 이론과 […]

0 reviews
리뷰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