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문학의 재발견

책 소개

어린이문학에 관한 두번째 평론집을 낸다. 처음 어린이문학에 몸을 담글 때 내 손에 쥐여 있던 화두는 어린이문학 또한 문학이며 문학이어야 한다는 명제였다. 지극히 당연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 경계조차 넘지 못한 어설픈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곳곳에서 질적으로 뛰어난 작품들이 비 온 뒤끝 꽃망울이 터지듯 불쑥불쑥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 보이고 있다. 이 작품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다시금 문학을 넘어 어린이문학이란 무엇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문학의 보편성을 넘어 어린이문학의 특수성에 닿지 못한다면, 선무당 사람 잡는 평론가를 면키 어려우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이번 평론집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으로 ‘현실성’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성이야말로 문학의 보편성과 어린이문학의 특수성을 매개하는 중핵으로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하여 구체적인 작품이 현실성으로 충만할 경우, 동시는 또 동화는 비로소 어린이와 문학, 그 어느 한 편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견고함을 보여주리라.

 

-「머리말」에서

 

 

 

다종다양한 어린이문학 작품이 쏟아져나오는 요즈음, 어린이문학 동네에서 활발하게 비평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상욱의 두번째 어린이문학 평론집 『어린이문학의 재발견』이 나왔다. 지난 어린이문학의 역사를 뒤돌아볼 때, 어린이문학이 지나온 길은 어떠했으며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또 어떠한가? 왔던 길과 갈 길 사이에서 진정 어린이문학의 특질은 어떠해야 할지, 어떠한 방향성을 지녀야 할지 적실하고 내밀한 고민이 필요한 이때에 『어린이문학의 재발견』은 예리한 시선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 하나하나 그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내고자 한다.

 

어린이문학 또한 ‘문학’이며 ‘문학’이어야 한다는 명제와 어린이문학은 ‘어린이’문학만의 고유한 내적 자질을 담보해야 한다는 또하나의 명제는 어린이문학의 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논의되는 난제다. 과연 이 두 명제에 동시에 접근할 방법은 무엇일까? 『어린이문학의 재발견』은 문학의 보편성과 어린이문학의 특수성을 매개하는 중핵으로 ‘현실성’을 말한다. 작품 내부의 응집성을 담보하는 것이자 작품을 보는 독자의 실감이기도 한, 이 현실성이 충만하게 될 때 어린이문학은 ‘어린이’와 ‘문학’, 그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그 자체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여기’에서의 어린이문학을 진단하며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지금·여기에 대한 철저한 현실인식일 것이다. 제1부 ‘오늘의 동화와 현실주의’는 『어린이문학의 재발견』의 핵심이라 할 현실성을 표나게 내세우는 ‘성격론’에 해당한다. 자본의 질서 아래, 대중적인 예술양식으로서의 동화, 장르문학적인 서사양식으로서의 동화, 나아가 자본의 문학으로서의 동화의 특징에 주목하면서 동화의 대중성과 계몽성이 유착했을 때 나타나는 역기능을 타개할 돌파구를 모색하는 한편,(「어린이문학과 자본의 행로」) 비평의 현재적 의미에 눈을 돌려 2004년 한 해 동안 발표된 고재은, 김기정, 남찬숙, 황선미, 김옥 등의 주목할 만한 작품을 분석함으로써, 과거의 복원을 통해 현재적 의미를 찾는 동화의 장편화 경향과 현실에 밀착된 판타지 동화 경향, 소통과 성장의 문제에 깊이 착근한 현실주의 동화 경향을 분석·진단한다.(「비평의 현재성과 오늘의 동화」) 이어서 저자는 어린이문학의 새로운 성장을 위해 과거를 재평가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어린이문학의 중요한 외적 환경이라 할 출판과 어린이문학의 관계에 주목해, 이원수·이주홍·마해송으로부터 박기범·김중미·채인선에 이르기까지 ‘창비아동문고’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어린이문학의 역사는 작가와 작품만의 역사가 아닌, 작품을 둘러싼 모든 주체들이 함께 밀고 나아가야 할 희망의 역사임을 역설한다. 새로운 공공영역의 창출이 절실한 것이 바로 ‘지금·여기’의 어린이문학인 것이다.

 

 

 

제2부 ‘어린이문학의 특성과 장르론’에서는 다양한 장르에 걸쳐 현실성이 표출되는 특성에 주목한다. 어린이문학은 무엇인가? 저자는 구체적인 장르 논의에 앞서 계몽성, 낭만성, 현실성이라는 어린이문학의 내적 자질과 단순성이라는 형식적 자질 등 다층적인 관점에서 어린이문학의 특수성을 규명한다. 그리고 이처럼 어린이문학의 장르적 특성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때, ‘어린이문학의 재발견’에 한걸음 더 다아갈 것임을 전제한다.(「어린이문학의 장르론적 특성」) 이에 따라 「판타지, 탐구를 기다리는 장르」에서는 현재 창작되고 있는 판타지 동화에 대해 ‘경계(境界)’의 관점에서 그 장르적 본질과 유형―특별히 한국의 판타지 동화에 나타나는 공존형 판타지와 분리형 판타지에 대해―을 밝히고 바람직한 방향성을 고민한다. 더불어 어린이문학의 또다른 한 축이자 두드러진 역사적 성취라 할 현실주의 동화에 관심을 기울인다. 저자는 지금의 현실주의 동화는 그야말로 전진과 퇴행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현실성이 결여된 현실주의 동화, 일상에 착근하여 양식화된 현실주의 동화, 역사를 현실주의적으로 전유하여 계몽적인 현실주의 동화가 우리의 현실주의 동화에서 나타나는 지배적 양상인 것이다. 일상을 넘어 동화 본연의 풍부하고 놀라운 상상력과 이야기성이 현실주의 동화 안에서 회복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현실주의가 진전될 것이라고 말한다.

 

 

 

제3부 ‘동화와 정치적 상상력’과 제4부 ‘동시 속의 현실주의’에서는 작가·작품들에 나타나는 현실성의 구체적인 양상들을 살피고 있다.

 

‘저항’의 문학으로 대변되는 마해송 동화와 이데올로기의 연관 관계에 주목한 마해송 작가론, 현실주의 작품「앙그리께」를 중심으로 마해송 동화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상상력이 빚어낸 성과와 이상적 동심주의의 문제를 꼼꼼하게 되짚는 마해송 작품론, 「멸치」 「곰보바위」 「미옥이」 「못나도 울엄마」 등 어린이문학 전(全)장르에 끼친 이주홍 동화의 의의와 더욱 정치한 이주홍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주홍 작가론, 『아름다운 고향』 『피리 부는 소년』 『섬에서 온 아이』을 통해 ‘재미’와 현실성의 마주침을 증명하는 이주홍 작품론이 제3부에서 독자를 기다린다.

 

또한 척박한 현실에 오롯이 서서 희망과 고통을 노래한 윤극영, 이원수, 이오덕, 권정생의 작가론과 동시론이 포진한 제4부 역시 작가들의 치열한 현실인식과 자기탐구의 흔적을 엿보게 한다.

 

 

 

이 평론집을 읽다보면, “흐드러진 꽃을 피운 다음, 잎새를 틔울 준비를 하는” 어린이문학에 대한 저자의 뜨거운 열정과 깊은 성찰을 마주 대하게 된다. “조금씩 분화되어가는 즈음”에 있는 어린이문학의 현재에 서서,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고’라는 우울한 탄식이 터져나오지 않”도록 “길은 가야만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외침이 그러하고, “기꺼이 스스로의 밑바닥을 보여주려는 작가들의 용기가 있기에” “이들을 부지런히 쫓아가야겠다고, 쫓아가면서 이들이 지나온 징검돌들을 거듭 함께 반추해보겠다”고 작정하는 저자의 다짐이 그러하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이 담긴 평론들이 단지 비평을 위한 비평이 아닌, 어린이문학의 갈 길을 열어주는 비평으로서 충분히 값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어린이문학 동네의 모든 이들에게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목차

머리말

제1부 오늘의 동화와 현실주의

어린이문학과 자본의 행로
비평의 현재성과 오늘의 동화
희망의 문학, 계몽의 담론

제2부 어린이문학의 특성과 장르론

어린이문학의 장르론적 특성
판타지, 탐구를 기다리는 장르
현실주의 동화, 선 자리와 갈 길

제3부 동화와 정치적 상상력

어린이문학의 이데올로기적 가능성─마해송 작가론
이데올로기적 편견과 현실주의적 방법의 충돌─마해송 작품론
인물의 현실성과 전통의 재창조─이주홍 작가론
‘재미’와 장편동화의 가능성─이주홍 작품론

제4부 동시 속의 현실주의

노래가 길이 되어─윤극영론
겨울 들판이 부르는 봄의 노래─이원수 초기동시시론
끝나지 않은 희망의 노래─이원수 후기동시시론
어린이와 역사를 건사하는 동심─이오덕 작가론
현실주의 동시에 이르는 한 경로─이오덕 동시론
현실주의 동시의 세 가지양상─권정생 동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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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상욱

    1961년생. 어린이문학평론가. 춘천교육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현실주의 작품에 관한 비평을 쓰는 한편, 어린이문학의 이론적 쟁점을 중심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쓴 책으로 『시의 길을 여는 새벽별 하나』 『시의 숲에서 세상을 읽다』『다시 쓰는 문학에세이』 『소설교육의 방법 연구』 『현대소설의 수사학적 담론 분석』 『문학교육의 길 찾기』 『어린이문학의 재발견』들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코페르니, 작은 철학자』 『문학이론과 문학교육』 들이 있다. 계간『창비어린이』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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