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평론집 『아동문학과 비평정신』(창비 2001)을 내면서 아동문학계를 향해 선 굵고 날카로운 비평활동을 펼쳐온 원종찬의 두번째 평론집이다.
이번 평론집에는 ‘분단시대의 주요 작가∙작품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현장비평 글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오덕 김녹촌 권오삼 임길택 김은영 등 원로에서 중진에 이르는 주요 동시인들의 작품세계를 검토한 글, 권정생 이현주 현길언 윤기현 황선미 강숙인 김중미 임정자 박기범 등 주요 작가들의 동화와 소년소설을 살펴본 글들을 통해 그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주목한 대상은 한결같이 우리 근대 아동문학의 현실주의 정신을 이어받으면서, 현실과 어린이에 대한 탐구를 작품 속에 빼어나게 구현하고 있는 작가 작품들이다.
1부에 주로 묶인 이론비평에 해당하는 글들은 이오덕 비평을 계승하면서 21세기 ‘이오덕 이후의 길’을 모색해온 성과들로, 여러 가지 논쟁적인 쟁점을 제시하고 있다. 2003년 『창비어린이』 창간호에 발표되었던 「‘일하는 아이들’과 ‘유희정신’을 넘어서」는 이주영 이성인 김이구 등의 논쟁으로 이어진 글이다. “‘수난의 역사’와 ‘일하는 아이들’로 요약되는 리얼리즘 아동문학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역사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등장으로 해서 변화를 요구받아왔다”(14면)는 인식에서, ‘삐노끼오’ 경향과 ‘꾸오레’ 경향이 둘다 오늘의 아동문학에 요청되는 상황임을 역설한다. 또한,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와 『문제아』의 박기범 등 리얼리즘 경향의 작가들을 높이면서 동시에 『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의 채인선과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의 임정자와 같은 환상과 난센스를 주요 계기로 하는 작가들을 높이는 것을 모순으로 보지 않는 새로운 이론과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종찬이 넘어서고자 하는 개념들인 ‘일하는 아이들’은 이오덕 선생이 엮은 농촌 어린이 시집 『일하는 아이들』(1977)에서 온 용어이고, ‘유희정신’은 이오덕 평론집 『시정신과 유희정신』(1977)에서 윤석중 박목월 강소천 김영일 등 기교 위주의 유희적 동요들을 비판하면서 쓰였던 용어이다.
「동화와 소설」 「동화와 판타지」는 아동문학의 서사장르를 살핀 장르론이다. ‘공상동화’와 ‘사실동화’, ‘판타지’와 ‘소년소설’의 기본성격과 특징을 독자 연령과 현실 재현을 기준으로 설명하면서 체계적인 장르인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의 논지 전개의 특징은 이원수와 이오덕 비평에서 개진된 장르에 대한 생각들을 꼼꼼히 점검하고 이어받으면서, 유년동화와 판타지가 한층 발달한 오늘의 시대적인 관점에서 이론을 재구성해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평론집 제목을 ‘동화와 어린이’라고 한 것은 “동화라는 장르와 오늘의 어린이를 둘러싼 탐구가 이번 평론집의 가장 두드러진 문제의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머리말」). 이번 평론집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저자의 가장 큰 바람은 우리 아동문학이 지난 시대의 건실한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양식과 스타일과 가치관에서 “파격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인 발상”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높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