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어린이에게 길을 묻다

책 소개

지난 몇년간 어린이책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가운 것은 동화와 소년소설을 비롯한 아동문학이 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아동문학을 정당하게 재평가하자는 움직임도 새삼 눈에 띈다. 2000년 출간된 원종찬의 『아동문학과 비평정신』은 우리 아동문학의 흐름을 통사적으로 조망한다. 사실 원종찬은 현시기 어린이책 시장의 성장에 내내 못미더운 눈길을 보낸다. 외형적 성장 이면에 여전히 ‘불구의 근대성’이 자리하고 있음을 경계한다. 한편, 김상욱의 『숲에서 어린이에게 길을 묻다』는 어린이책의 ‘황금시대’를 좀더 미시적으로 횡단한다. 이 책에 따르면, 현재 아동문학은 상업주의 기획에 물들어 장르간 불균등 형태를 띠고 있다. 즉 구매자와의 접촉면이 넓은 서사장르만이 과포화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서정장르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욱은 서정적 자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그림책과 판타지가 정체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정성을 상실한 서사장르가 결국 교훈과 도덕으로 포장된 동화만을 기계적으로 복제할 것이라고 예단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러 장르와 작가와 작품을 차례로 대면하면서 서사성과 서정성의 균형감각, 즉 문학성(예술성)의 획득여부를 일관되게 추궁한다.

 

첫번째 마당 「어린이문학의 바탕」에서는 아동문학이 교육적 기능에서 벗어나 어린이 삶의 진정성을 탐구할 때 비로소 예술성을 획득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한편 어린이 정체성의 전형으로 받들던 ‘순수와 동심’의 관념성을 비판한다. 두번째 마당 「어린이문학의 결」에서는 옛이야기, 판타지, 그림책 장르를 개괄하면서 그 안에 담겨 있는 희망과 열망의 이미지가 어린이의 삶과 폭넓게 조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번째 마당 「어린이문학의 벼리」에서는 식민지시대에서 1980년대까지 주요 작가와 작품의 공과 실을 분석하고, 마지막 네번째 마당 「어린이문학, 선 자리와 갈 길」에서는, 채인선•박기범•황선미•김중미 등 1990년대 이후 작가와 작품을 통해 현시기 아동문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내 보인다.

 

김상욱은 늦깎이 아동문학 평론가이다. 교육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비로소 아동문학에 눈을 돌렸다고 한다. 저자의 아동문학에 대한 애정과 고민은 늦게 배운 도둑질처럼 날 새는 줄 모른다. 『숲에서 어린이에게 길을 묻다』의 행간을 빌리자면, ‘그렇고 그런 일상을 관통하는 섬광’에 쏘인 듯하다. ‘절정의 순간’ 이후 처음 내놓은 이 책은 지금껏 쌓아올린 개인사를 송두리째 뒤집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저자는 이 변화가 아직 낯설고 보잘것없지만,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몸을 부렸다며 안도한다. 그리고 기존의 잣대를 거느리지 않고 조심스레 어린이문학의 가장 밑바닥부터 샅샅이 훑어간다. 이러한 태도는 저자의 자유롭고 유려한 글과 어울려 어린이문학이 본질과 지향점을 풍요로운 사유와 예감으로 가득 채운다. 『숲에서 어린이에게 길을 묻다』는 어린이문학을 처음 접하거나, 한층 폭넓은 시선을 갈망하는 이들 모두에게 훌륭한 말벗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김상욱은 1961년에 태어나, 춘천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에서 어린이문학과 문학교육을 가르치고 있다. 이원수를 비롯한 현실주의 작품에 관한 비평을 쓰는 한편, 어린이문학의 이론적 쟁점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다. 쓴 책으로 『시의 길을 여는 새벽별 하나』 『시의 숲에서 세상을 읽다』 『다시 쓰는 문학에세이』 『소설교육의 방법 연구』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코페르니, 작은 철학자』 『문학이론과 문학교육』 등이 있다.

목차

첫번째 마당 어린이문학의 바탕
텃밭을 일구는 이들에게
아이들의 눈, 어른의 상상력
꽃과 풀은 어떻게 다른가

두번째 마당 어린이문학의 결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단다
그림동화, 참 아름다운 세상
살고 싶은 희망의 세계, 판타지

세번째 마당 어린이문학의 벼리
방정환, 어린이문학의 첫 단추
식민지시대 현실주의 동화의 정점 -현덕론
겨울 들판에서 부르는 희망의 노래 -이원수론
낮은 곳에서의 흐느낌 -권정생론
민족문학으로서의 어린이문학 -이오덕론
문학 속에 깃든 역사적 실천 -임길택론

네번째 마당 어린이문학, 선 자리와 갈 길
현실성의 낭만적 윤색 – 채인선론
어린이문학과 현실주의 – 박기범론
현실주의의 현단계 – 황선미론
어린이문학, 선 자리와 갈 길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상욱

    1961년생. 어린이문학평론가. 춘천교육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현실주의 작품에 관한 비평을 쓰는 한편, 어린이문학의 이론적 쟁점을 중심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쓴 책으로 『시의 길을 여는 새벽별 하나』 『시의 숲에서 세상을 읽다』『다시 쓰는 문학에세이』 『소설교육의 방법 연구』 『현대소설의 수사학적 담론 분석』 『문학교육의 길 찾기』 『어린이문학의 재발견』들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코페르니, 작은 철학자』 『문학이론과 문학교육』 들이 있다. 계간『창비어린이』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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