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삶을 함께 읽는다!
동시대 삶과 문화의 깊이를 더한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삶의 향기를 품은 이야기로서의 역사, 『한국현대 생활문화사』(전4권)가 오늘날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한국현대사를 바라볼 새로운 렌즈를 제시한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10년 단위 4권의 책으로 펴내는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시리즈는 정치적 격변과 세계사적 혼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이어온 우리들의 부모님, 삼촌·이모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적어도 1950년대부터 1980대까지의 당대를 직접 겪은 이들의 역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지금껏 한국현대사는 정치적 격변에만 주목해 서술되어왔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는 정치사를 포함해 동시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요인을 주목해 그 안에서의 삶의 양상들과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획부터 집필까지 총 3년의 시간 동안 영화·음악·스포츠·음식 문화 등 생활문화 분야부터 농업·전쟁·경제·북한·민중운동 등의 역사학계의 주류 분야까지 다양한 각 분야 32명의 필진이 참여해, 정치사 위주로 쓰여진 통사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의 한국현대사 교양서를 선보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역사가 창조되는 공간으로서의 생활문화 영역, 이 공간에서 다채롭게 펼쳐지는 인간들의 행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주체의 등장과 변화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한국현대사를 풍성하게 재구성했다.
Ⅰ. 『한국현대 생활문화사』의 특징
한국현대사를 보는 새로운 렌즈
: 4·19에 참여한 도시빈민, 유신시대의 대중문화, 민중화운동 시기 스포츠와 먹거리 변천사까지, 큰 역사적 흐름 속에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담았다.
한국전쟁,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 유신체제의 압제와 민주화운동 등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정치적 격변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현대사의 특징이다. 하지만 정치적 관점에만 머물면 한국현대사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다채롭게 펼쳐지는 개인과 집단의 생활문화를 생생하게 서술했다.
일례로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사 최대의 사건에서 가장 큰 고통의 겪었던 여성들의 삶 혹은 당대 사람들의 욕망을 그리거나(1950년대: 이하나 「전쟁미망인 그리고 자유부인」 「미국화와 욕망하는 사회」), 징병제와 짝해 벌어진 의무교육제도에 주목하는(1950년대: 「팽창하는 학교와 학생」) 등 전쟁의 배경·원인·경과 대신 당대의 생활상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이는 1960년대 4·19혁명, 1970년대의 유신, 1980년대의 민주화운동이라는 큰 이슈를 대할 때도 변함없이 적용된다. 즉 학생들만 부각되던 4·19혁명에서 도시빈민의 참여를 눈여겨보고(1960년대: 오제연 「4·19혁명 전후 도시빈민」), 경제개발 과정의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분위기를 전한다(1960년대: 이상록 「고도성장기 서민의 체감경제」, 1980년대: 임동근 「500만 호에서 5개 신도시까지」).
생활문화사의 영역에서 놓치지 쉬운 거대서사는 책의 시작 부분인 「크게 본 OOOO년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를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으로 펼쳐진 주제들을 한국현대사의 큰 흐름 속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32명의 각 분야 전문연구자가 3년간 공들여 만든 역사책
: 각 분야 신진연구자·소장학자부터 학계 최고의 권위자까지 참여해 생생하고 깊이 있는 역사를 재현한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는 1950년대부터 1980년까지 한반도에 거주한 다양한 사람들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순응, 일탈, 저항 등을 거듭하며 국민, 노동자, 여성, 학생 등 다양한 주체로서 정체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김경일 교수가 산업화시대 여공들의 삶을 들여다보고(1970년대: 「산업전사에서 민주투사까지, 도시로 간 여공의 삶」), 김진호 목사가 기독교인의 전후 체험을 서술하며(1950년대: 「이웃을 향한 열린 문과 닫힌 문, 그리스도인의 전후 체험」), 허은 교수가 유신시대 학교생활을 재현하는(1970년대: 「유신시대 학교와 학생의 일상사」) 식이다. 그 외에도 문예사·영화사 전공자가 당대인들의 대중문화 향유를 그리고(1960년대: 임유경 「지식인과 잡지 문화」, 이순진 「영화, 독보적인 대중문화」), 파독광부 1.5세대이자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인 이유재 교수가 북한 유학생의 삶을 증언하고(1950년대: 「북한 사람들의 지구화 경험」), 1980년대 프로야구의 인기를 일간스포츠의 최민규 기자와 정준영 교수가 생생하게 들려주는(1980년대: 「프로야구에 열광하다」) 등 연구자의 체험과 연구성과를 글 속에 녹여냈다.
이 책의 시각자료를 구성하는 데도 저자들의 역할이 컸다. 당대의 생활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이미지를 선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 과정에서 입수한 진귀한 사진들을 함께 제공해 이미지만으로도 당대를 상상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다시 찾은 반쪽의 역사
: 1950년대 북한의 전쟁고아 유학생부터 보천보전자악단의 북한 내 영향력까지 동시대 북한의 생활문화사를 함께 살핀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 생활문화의 주요한 변화상도 2~3개의 장으로 비중 있게 다루어 남과 북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분단과 함께 잃어버린 반쪽의 이야기를 복원한다는 의미에 더해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북한의 생활문화를 접할 수 있게 했다. 1950년대 북한 전쟁고아 출신들의 독일 유학생활, 1960~70년대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조선인들의 삶(1960년대: 정은이 「북으로 건너간 재일조선인의 삶」), 보천보전자악단의 북한 내 영향력(1980년대: 전영선 「보천보전자악단과 북한의 신세대」), 북한 여성들의 삶의 변화(1970년대: 박영자 「강반석과 김정숙을 본받아」) 등 흥미로운 주제로 북한 생활문화사를 선보인다.
특히 당대 한국과 북한을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도 크다. 새마을운동과 비슷하게 전개된 북한의 ‘천리마 운동’(1960년대: 이세영 「천리마운동과 사회주의 근로인민의 탄생」), 88 서울올림픽에 대응해 개최된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앞두고 변화하는 평양의 모습(1980년대: 이세영 「사회주의 완전승리의 전시장이 된 평양의 명암」) 등 체제경쟁의 시기에 남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의 정세를 한눈에
: 전후 경제 부흥을 추구하던 때부터 거품경제로 몰락하기까지의 일본, 자력갱생을 추구하던 때부터 경제 근대화의 걸음마를 떼는 시기까지의 중국의 모습을 동시에 확인한다.
각 권이 시대를 개관한 「크게 본 ◯◯◯◯년대」로 열었다면, 끝 부분에는 동시대 중국과 일본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때 동아시아는?」으로 닫는 형식으로 구성해, 미시적으로 다룬 생활문화사들을 거시적이며 비교사적인 맥락에서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한국과 북한의 생활문화의 변천을 확인한 독자들은 이 글을 통해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중국과 일본의 상황이 당대에 이미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경제·군사 대국화를 추구하는 일본과 중국의 현재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Ⅱ. 각 권의 내용
※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50년대』 삐라 줍고 댄스홀 가고
자유부인의 등장부터 미국 문화의 확산까지
폐허 위의 욕망, 전쟁 후의 삶을 보듬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50년대』는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낯게 느껴지는 ‘꿀꿀이죽’ 먹고, ‘삐라’ 줍고, ‘댄스홀’ 가는 시대로 안내한다. 흔히들 한국전쟁 후로만 기억하는 1950년대에는 ‘반공·멸공’ ‘북진통일’의 구호만 있을 것으로 지레 짐작한다. 그러나 전후의 혼란은 많은 가능성의 길을 열어놓았고, 그 속에서 거침없이 분출하는 욕망들이 사람들을 물들였다. 당연하게도 1950년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역사 책 속에 묻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바로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이다. 이 책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쟁으로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은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했고, 그럼에도 혈연·지연으로 얽힌 ‘우리 편’을 찾아냈다. 큰 나라들의 자존심 싸움인 냉전은 남과 북의 민중들을 적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끝나지 않은 전쟁은 잠시 멈춰 있을 뿐이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1950년대, 그 시대가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와 흔적을 되짚는다.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 생활문화의 주요한 변화상도 3개의 장으로 비중 있게 다루어 남과 북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고아들을 모아 해외유학을 보내고, 미국의 공습에 대한 트라우마를 경제 재건의 동력으로 삼은 북한의 모습 등은 지금껏 우리가 접하기 어려웠던 내용들이다.
※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60년대』 근대화와 군대화
빈민들의 밤 시위부터 베트남전 참전까지
가난의 시대, 억척스러운 희망을 그리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60년대』는 가난 속에서도 억척스러운 희망을 그려갔던 1960년대의 삶과 문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이 시대의 가장 뚜렷한 기억은 “남녀노소 불문 야간통행금지!”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실제로 1962년 6월부터 20여 년 동안 밤 외출은 불법이었다. ‘조국 근대화’의 깃발이 날리면서부터는 가난과 빈곤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비정상적인 것이 되었다. 국민 대다수가 보릿고개를 겪던 때, 왜 정부는 대다수 국민을 죄인으로 몰았을까? 그 이유가 궁금했던 학생들은 광장에 모여 구호를 외쳤고, 넝마주이와 구두닦이 소년들은 한밤중에 짱돌을 쥐었다. 이것도 불법 저것도 불법인 때에 사람들은 금지곡을 틀고, 난도질당한 영화를 보고, 언제 폐간될지 모를 잡지를 펼쳤다. 흘러간 옛이야기라고 하기에 1960년대는 오늘날까지 너무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때 만들어진 재벌들은 글로벌기업이 되었고, 베트남전쟁의 상처는 여전히 깊다. 국가는 그저 먹여주면 될 뿐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국민들은 따스한 집과 밥만을 원했던 건 아니었다. 우리의 부모 세대들이 소중히 키워갔던 열망을 하나하나 살핀다.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 생활문화의 주요한 변화상도 2개의 장으로 비중 있게 다루어 남과 북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북송선을 탄 이들이 북한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새마을운동과 비견되는 천리마운동 시기에 북한 인민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등 지금껏 우리가 접하기 어려웠던 북한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미니스커트
산업전사의 피땀부터 미디어스타의 웃음까지
‘잘살아보세’와 ‘비상사태’의 경계를 살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70년대』는 “잘살아보세”와 “비상사태”의 사이에서 ‘조국’과 ‘가족’을 위해 살아갔던 1970년대의 삶과 문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1970년대는 내내 거창한 구호가 지배했다. “잘살아보세”를 외치는 새마을운동에 도시나 농촌 할 것 없이 분주했고, 중동 건설 붐과 강남 개발 붐에 온 국민이 들썩였다. 학생들은 밥은 혼·분식으로, 생활은 군대식으로 철저하게 국가의 관리를 받았다. 어른들도 다르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길면 안 되고, 치마는 짧으면 안 되었으며, 이유 없이 결석·결근을 해서도 안 되었다. 또한 1970년대는 내내 ‘비상사태’였다. 북한의 도발에 맞서 향토예비군을 만들고, 학생군사훈련 강화를 강력히 추진했다. 유신체제를 반대하는 대학생, 월급을 받지 못해 시위를 벌인 배고픈 여공은 이유 막론하고 모두 빨갱이로 몰아세웠다. 미래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안 되는 것, 포기해야 했던 것도 많았던 시대인데 왜 어떤 사람들은 1970년대만을 그리워할까? ‘박정희 신화’만큼이나 중요한 ‘박정희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신화’를 읽는다.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 생활문화의 주요한 변화상도 2개의 장으로 비중 있게 다루어 남과 북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북한에서 음악이 어떤 대접을 받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북한 여성들은 어떤 삶을 꾸려갔는지 등 지금껏 우리가 접하기 어려웠던 북한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80년대』 스포츠공화국과 양념통닭
프로야구 출범부터 양념통닭의 인기까지
너무도 가까운 그 시절을 해부한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80년대』는 오늘날 가장 많은 한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1980년대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담았다. 1980년대는 민주화운동의 시대이기도 했지만, 컬러텔레비전과 스포츠의 시대이기도 했다. 1981년 1월 1일 총천연색 컬러텔레비전 방송이 시작되었다. 1982년 3월에는 그 텔레비전으로 프로야구를 시청할 수 있었다. KAL기 격추 사건, 이산가족찾기운동, 금강산댐 방류 시뮬레이션,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까지 기억에 남을 명장면 들이 모두 컬러텔레비전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다. 동시에 그 컬러텔레비전을 만든 사람들, 그 컬러텔레비전이 보여주지 않는 것들을 보고 말하는 행동은 철저하게 억압당했다. 모든 투쟁은 매번 진압되었지만 저항이 끊이지 않았다. 그 현장에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넥타이를 맨 샐러리맨, 자영업자, 노동자가 함께했고, 택시 기사들도 경적을 울리며 시위를 했다. 중산층의 꿈을 안고 마이홈 시대를 열어가던 사람들은 왜 1987년 6월 거리로 나왔을까?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이고 권력을 쥔 자들은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1980년대는 여전히 가까운 현재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 생활문화의 주요한 변화상도 2개의 장으로 비중 있게 다루어 남과 북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북한의 신세대 음악단인 모란봉악단과 보천보전자악단의 등장, 북한이 대내외에 자랑하는 도시인 평양의 과거와 현재 등 지금껏 우리가 접하기 어려웠던 북한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