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갈 사람

책 소개

망각과 침묵을 넘는 간절한 ,

진실에 가닿는 가장 결정적인 언어들

 

감각적인 언어와 환상적인 이미지가 어우러진 독창적인 시세계로 주목을 받아온 김중일 시인의 세번째 시집 『내가 살아갈 사람 』이 출간되었다. 신동엽문학상(2012)과 김구용시문학상(2013) 수상작 『아무튼 씨 미안해요 』 (2012)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상 이상의 “농담 같은 일들이 끝없이 일어나는 세상”을 향해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거짓된 눈물의 역사’로 얼룩진 모순투성이의 현실을 냉철하게 꿰뚫어보는 치열한 의식이 담긴 시편들이 공감을 자아내는 한편, “잊지 말 것은 잊지 말자고” 다짐하며 “마음속으로 먼저 간 사람들이 빌려갈 수 있는 유일한 책”을 “나를 먼저 살다 간 사람”과 “내가 살아 갈 사람”에게 전하겠다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울음을 터뜨린다면/바다의 수위는 얼마나 올라갈까/세상의 어느 낮은 섬 외진 모서리부터 차례로 잠길까/선잠 위로 차오르는 바다의 수위가/구름까지 닿으면 구름이 철썩철썩 파도처럼 부서질까/필요 이상으로 구름은 또 얼마나 많이 피어나/지구를 빈틈없이 모두 뒤덮고도 남아 우주로 새어나갈까/난민촌 밥 짓는 연기처럼 모락모락 새어나갈까/우주 밖으로 백기처럼 휘날릴까/구겨진 백지처럼 버려질까/지구상의 사람 누구든 펑펑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방금도 일어난 잔혹하고 끔찍하며 슬픈 일이 우리 모두에게/단 한번만 공평히 동시에 일어난다면 어떨까/그러면 그 누구에 의해서든/두번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농담」 전문)

 

현실과 환상, 실재와 가상의 세계를 자유분방하게 넘나드는 김중일의 시는 감각과 환상을 버무린 “경계를 잠식하는 꿈의 언어”(조재룡)로 우울과 슬픔과 고독으로 뒤발한 우리의 비극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해낸다. 시인은 “나무가 흔들리는 건 나무가 생각한다는 것” “바람이 부는 건 바람이 기억한다는 것”(「밀주」)이라는 비상한 시각으로 “야만의 시나리오가 다시 인쇄되는” 세계를 응시하며 “역사의 구유 속에 머리를 처박고/죽어간 아비와 아이들의 그림자를 되새김질”(「금요일의 연편누독, 낙서, 초록의 구유」)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침묵과 망각의 늪을 걷어내고 과거의 처참한 기억을 오롯이 되살려 “맨 처음부터 다 같이 기억의 연주”(「노래할 수 있다면」)를 시작한다.

추천사
  • 김중일 시인이 펼쳐 보이는 이미지들은 이번 시들에서도 사선으로 잘라져 있다. 사선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날카로운 삶의 조각이며 어떤 대상을 몇겹으로 발라내려는 시적 의도를 띤다. 그만의 세상을 탐색하는 방식은 물론이려니와 그의 시(시선)에서 도시적 거리가 느껴지는 증거이다. 이전의 시 세계와 조금 달라진 것은 시에 온도를 올렸다는 것, 시 속의 건조한 여백들을 거둬냈다는 것, 그리고 이제 지구의 중력을 인생의 중력으로 받아들여 살고 있다는 사실들이다. 그럼에도 그의 시를 아껴 읽을 때마다 지상의 모든 중력을 마다하고 사선으로 걷는 그를 마주친다. 그를 만나 손을 잡으면 세상에는 ‘그냥인 사람’과 ‘고독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내가 그의 재능 가운데 중요하게 꼽는 것 중 하나는 시로 이야기를 할 때 실을 풀듯 풀어내지 않고 꼿꼿하게 세워 쌓는 재주인데, 시에 바람이 지나갈 자리를 만들어주느라 그렇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통하게 골조를 쌓은 그의 시는 입체와 질감 모든 면에서 성공을 거둔다. 철철 진물을 흘리고 있는 무능력한 세계의 진실 앞에서 이 한권의 시집으로 위로받으려 한다. “완벽히 사랑하고도 계속해서 사랑하는” “완전히 사라지고도 계속해서 사라지”는 “충분히 멀어지고도 계속해서 멀어지”는 시가 든든히 그를 받치고 있어서, “별이 되고자 끝까지 날아가는 새”가 그이며, “새가 되고자 투신하는 별”이 그라서 이 무지막지한 세계는 시적인 생명력을 수혈 받을 것이다. 사람은 사랑을 하기 위해 시집을 필요로 하고, 시인은 사랑을 하면서 시를 쓰지만, 그는 이 시집 한권을 쓰면서 사랑을 이루었다.

    -이병률 시인-

목차

<제1부>

키스의 시작

내 시집 속의 키스

시인의 애인

밀주

평생

별을 끌어안은 마음으로

손을 잡았어

당신의 벼락

나의 절반

영구 항진

당신의 온몸을 떠내려온 발 이야기

오늘 만나고 어제 헤어지다

아무런 사랑

코러스맨

제이와 함께한 이야기

이제와 제이와

장미가 지자 장맛비가

미안의 안녕

사랑이라는 상실

연인

수상정보
  • 2012년 제30회 신동엽문학상
  • 2013년 제3회 김구용시문학상
저자 소개
  • 김중일

    1977년 서울 출생.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국경꽃집』『아무튼 씨 미안해요』『내가 살아갈 사람』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김구용시문학상을 받았다.

저는 이 시집을 사랑이라는 상실과 불면이라는 농담으로 채우고자 했습니다.
특히 농담 같은 일들이 끝없이 일어나는 세상에 끝까지 농담으로 남을 농담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지난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망각의 바다는 넓고도 깊지만, 잊지 말 것은 잊지 말자고 내게 부탁합니다.
잊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창작자로 살게 해달라고 내게 기도합니다.
기꺼이 저는 그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겠습니다.
  
시집은, 돌아오지 못할 마음속으로 먼저 간 사람들이 빌려갈 수 있는 유일한 책이라고 믿습니다.
  
나를 먼저 살다 간 사람에게
이제 내가 살다 갈 사람에게
그리고 나의 아버지에게 이 시집을 드립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미안하고 미안하고
고맙고 고맙습니다.
  
세월 1년, 봄
김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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