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주(양장)

책 소개

시인 윤동주 서거 70주년

치밀한 고증과 시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청년 윤동주의 삶과 문학

 

이토록 염치없는 시대에 윤동주를 읽는다는


아무도 시를 쓰려 하지 않던 시대에, 묵묵히 위대한 문학을 이루어 낸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 생전에는 무명 청년으로 지내야 했으나, 유고 시집을 통해 암흑의 식민지 시절을 통과한 가장 빛나는 작가로 남은 시인 윤동주의 궤적을 찬찬히 되짚으면서, 작가 안소영은 시인의 삶과 시가 띠었던 빛깔을 섬세하게 복원해 낸다.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고 성찰적인 문체로 시인 윤동주의 광범한 독서와 치밀한 사색, 벗과 문학에 대한 단단한 애정을 펼쳐 보인다. 절절한 슬픔과 좌절 속에서도 한 편의 서정시를 길어 올리던 청년 윤동주를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

 

*이 책에는 ‘더책’ 오디오북이 포함되어 있다. 시집『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시인 박준이 윤동주의 시 19편을 낭송해 녹음했다. 이 19편은, 생전의 윤동주가 연희 전문 졸업 기념으로 출간하고자 했던 자선(自選)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들어 있던 시의 목록이다.(시인의 사후에 간행된 같은 제목의 유고 시집에는 시인의 모든 작품이 수록되었다.)

 

1. 시인의 안과 , 시인의 내면과 시대 상황에 대한 집요한 탐구

 

세상에 없는 시인에게 새로 숨을 불어넣기 위해 작가는 상상력을 서둘러 앞세우는 대신, 치밀한 자료 수집과 독해에 먼저 골몰했다. 방대한 자료 속에서도, 시인이 생전에 썼던 북간도 사투리나 노트에 그은 빗금 같은 사소한 사실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함으로써 시인에게 구체적인 인간미를 부여한다. 또 백석이나 프랑시스 잠, 키르케고르 같은 문학가와 사상가들이 어떻게 시인의 지성과 감성을 채웠는지도 면밀히 관찰한다. 시인의 내면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바깥세상이 돌아가는 소리도 빼곡히 담았다. 시인이 이십 대의 청춘 시절을 보낸 1930~1940년대는 일제 강점기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시기로 꼽힌다. 전쟁의 광기와 일제의 폭압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우리말 신문과 잡지가 폐간되어 말과 글은 물론, 창씨개명으로 이름조차 빼앗겼기 때문이다. 기성 문인들조차 변절해 ‘황군 위문단’이 되거나 집필 의욕을 잃고 칩거하던 절망적인 시대에 청년 윤동주의 마음속에 이는 격랑을, 작가는 섬세하게 그려 보인다. 치밀한 고증 끝에 비로소 조심스럽게 발휘되는 작가의 시적 상상력은 윤동주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동주는 결심했다. 잘못된 전쟁을 지지하고 동포들의 고달픈 삶을 외면하는 것이 문학의 길이 라면, 가지 않으리라. 감투와 명성을 탐하고 궤변으로 자신의 행동을 미화하는 자들이 문인 이라면, 되지 않으리라. 하나의 시어를 찾기 위해 수없이 버리고 취하는 연마의 과정이 저렇 게 쓰이는 것이라면, 더 이상 쓰지 않으리라.(127쪽)

 

추천사
  • 서정시를 쓰기에는 너무나도 엄혹한 시대에 스물아홉 살로 생을 마감한 윤동주 시인은 절망과 폐허의 시공간을 관통하는 가장 눈부신 유성이었다. 이 책은 시인 윤동주의 짧은 삶에 대한 비밀을 열어 주면서 그의 광범한 독서와 치열한 사색, 삶과 문학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생생하게 되살려 낸다. 좌절하지 않고 염결한 시 정신을 온몸으로 밀고 나아간 청년 윤동주의 진면목을 탁월하게 그려 냈다.
    _안도현(시인)

  • 봄이 오면 해마다 새로운 꽃이 피듯이 아무리 험악한 세월이라도 언제나 아름다운 청춘은 새롭게 등장한다. 우리 근대 문학에서 가장 순수한 작가로 꼽히는 윤동주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경성과 도쿄와 교토에서 보낸 대학 시절, 존경했던 스승과 함께했던 벗들, 동시대의 문학인과 책, 거닐던 거리와 찻집, 가슴에 품은 연정…… 그리고 취업 걱정과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던 초조함까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을 위한 윤동주의 청아한 청춘 송가를, 작가 안소영은 그의 연인인 듯이 속삭여 준다.
    _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문학평론가)

목차

1938년, 경성의 봄

 

1부. 나의 길 새로운 길

1. 연희 전문학교 신입생
2. 첫 여름 방학

 

2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3. 기숙사를 나와 문안 거리로
4. 전쟁의 광기
5. 칸나와 달리아 핀 마당
6. 졸업을 앞두고

 

3부.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7. 육첩방은 남의 나라
8. 조롱에 갇힌 새
9. 바닷가 형무소

 

창밖에 있거든 두드려라

 

작가의 말

주요 인물 소개
참고한 책과 논문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안소영

    1967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아버지와 주고받은 옥중 서신을 묶은 서간집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 조선 후기 젊은이들의 개혁에 대한 열정을 담은 『갑신년의 세 친구』, 조선 시대 이덕무와 실학자 벗들을 그린 『책만 보는 바보』, 아들 정학유의 눈으로 아버지 다산 정약용을 그린 『다산의 아버님께』가 있다.

어머니의 노트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할 때입니다.
장롱 저 먼 구석 위, 뽀얗게 먼지 쌓인 상자 하나가 있었습니다. 조심스레 열어 보니 여학교 시절에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함께 찍은 사진들, 한때 문학소녀였던 어머니의 습작과 좋아하는 시와 문장을 적어 둔 노트 두어 권이 있었습니다. 「자화상」, 「십자가」, 「슬픈 족속」 등 윤동주의 시도 보였습니다. 종이는 누렇게 바랬지만 푸른 잉크는 아직도 선명했고, 멋 부린 소녀티가 가시지 않은 글씨로 단기 4285년 7월 30일이라는 날짜도 쓰여 있었습니다.
경주 집을 떠나 포항에서 여학교에 다니던 어머니는 6•25 전쟁이 일어난 그해 여름, 등굣길에 책가방 든 교복 차림 그대로 짐짝처럼 버스에 실려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뒤 더 남쪽 시골 마을로 내려가 학교를 옮기고 피난살이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 행방을 모르는 친지들에 대한 근심, 작별 인사 한마디 못하고 헤어진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전쟁 통에 졸업을 앞둔 막막함과 불안함이 오가는 날들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바로 그러한 때, 어머니에게는 윤동주의 시가 있었나 봅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와 같은 시구를 옮겨 적으며, 어머니는 전쟁의 포연에 그을려 앞이 보이지 않는 십 대의 마지막 시간을 견뎌 오신 것 같습니다. 윤동주의 시에서 맑고 고요한 위안을 받은 이가 어디 그 무렵의 제 어머니뿐이었을까요?
 
생전에는 시인이라 불리지 못하고 무명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오늘날 윤동주는 암흑 같은 식민지 시절에 맑고 고운 서정시를 써 온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가만히 뛰는 맥박처럼 편안한 운율에 실려 쉽고 부드럽게 다가오는 그의 시는, 한두 번만 읽어도 누구나 두어 구절쯤은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합니다.
북간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윤동주가 고국 땅 경성에 와 공부하던 때는, 감당할 수 없는 전쟁을 연이어 벌여 나가던 일본의 식민 통치가 극에 달한 시기였습니다. 패배감과 두려움에 젖은 지식인들 사이에는, 조선이 식민지라는 엄연한 사실을 이제 그만 받아들이자는 생각도 퍼져 가고 있었습니다. 존경하고 선망했던 문인들조차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며, 윤동주는 어릴 때부터 꿈꾸어 온 문학의 길을 포기하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혼란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그가 다시 선 곳은, 우리말로 시를 쓰는 바로 그 길이었습니다. 더 이상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길이라 해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자유를 구속하고 마침내 죽음으로 내모는 길이 된다 할지라도.
윤동주의 시가 쉽게 다가오는 것은, 이렇듯 시대와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닿아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이기 때문입니다. 깊은 우물 끝에 닿은 두레박이 길어 올린 샘물처럼, 그의 시는 맑고도 서늘합니다. 우리 마음속의 순수하고 고요한 본령을 건드려 순식간에 일깨웁니다. 그리하여 시대의 암흑도 가리지 못한 시인의 선한 마음과, 더러 흐려질 때도 있지만 우리에게도 분명히 존재하는 선한 마음이 서로를 바라보게 합니다. 그 가운데 슬픔과 절망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되며, 암울한 현실을 이겨 낼 힘을 얻게 됩니다. 어두운 식민 시절을 함께 겪어 온 그의 벗들과, 전쟁과 분단으로 이지러진 소녀 시절을 보낸 제 어머니가 그랬듯이. 지금까지 윤동주의 시를 읽어 온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사람들도.
 
2015년 이른 봄에
안소영

0 reviews
리뷰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