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문 기행

책 소개

한문학자 송재소, 한시에 취해 중국을 거닐다

넓은 대륙의 인문학 향기를 품은 기행

 

한평생 한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쳐온 한시의 대가는 어떤 마음으로 중국 땅을 밟을까? 애주가이자 다도가로 유명한 송재소 교수와 함께 떠나는 ‘중국 인문 기행’은 익숙하게 보아 넘기던 중국을 새롭게 알아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중국 땅 곳곳에 새겨진 시의 정신과 중국인들의 삶과 함께한 술과 차 이야기를 곁들여 인문학 향기 가득한 중국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찾은 중국은 오래전 살다 간 시인 묵객과 영웅호걸들이 시를 읊고 술과 차를 나누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강서성과 안휘성 그리고 남경을 주무대로 펼쳐지는 옛이야기부터 이곳을 다녀간 현대 중국 인물들의 일화까지, 이 책은 중화문명의 진수를 깊이 있게 꿰는 탁월한 기행서이다.

 

송재소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한문학을 가르치며 매해 중국을 찾고, 북경사범대학 연구교수로 체류하기도 하고, 국제학술회의 등의 명목으로 중국을 찾은 것이 적게 잡아도 50차례가 넘는 중국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옛사람들이 중국을 찾아 천하의 절경만을 노래하지 않았듯이, 그와 함께하는 ‘중국 인문 기행’은 자금성 찍고 반나절 만에 만리장성을 도는 흔하디흔한 중국 여행이 아니다. 오늘날 대국굴기(大國崛起)하는 중국의 자부심에는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인문학 자산이 근거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공원 안내문에도 한시가 쓰여 있는 중국

: 무심히 지나쳐온 것들에 깃든 중국 문화의 저력

 

중국을 찾는 사람들은 흔히 지저분한 화장실, 소란스러운 거리, 사기에 가까운 상술 등을 지적한다. 그러나 한문학자의 눈에는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례로 황산 오르는 길가에 서 있는 진달래꽃을 꺾지 말라는 안내문에 적힌 운자까지 맞춘 한시를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공원 관리인이 써놓았음 직한 한시의 내용은 이렇다. “두견화 오랫동안 산에 살면서(杜鵑居山久) / 봄에 싹 터 여름엔 활짝 핀다네(春萌夏盛) // 권하노니 그대는 꺾지 마시오(勸君莫采擷) / 아름다움은 자연에서 오는 것이니(美從自然)”(본문 292면 참조). ‘잔디보호’ ‘눈으로만 보세요’ 등의 경고문과 비교를 해보면 그 운치가 남다르다.

 

길가의 흔한 안내판이 이러할진대 중국이 자랑하는 명승지에는 훨씬 깊은 인문학적 향기가 배어 있을 터이다. 특히 『중국 인문 기행』이 첫 번째 기행지로 삼은 강서성․안휘성․남경은 인문학적 유적이 유달리 풍부한 곳이다. 강서성에는 이백과 백거이의 시혼이 서려 있는 여산이 있고, 백거이가 명작 「비파행(琵琶行)」을 쓴 비파정, 소동파 「석종산기(石鐘山記)」의 현장, 도연명의 고향 시상촌이 자리를 하고 있다. 안휘성에는 도처에 이백의 유적이 산재해 있으며, 구양수의 취옹정(醉翁亭)과 풍락정(豊樂亭)을 비롯해 수많은 유적이 있다. 이곳은 내로라하는 명필과 문장가들이 탐하는 문방사우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남경은 육조고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시인들이 찾아 그 흔적을 남긴 곳이다. 옛 흔적 못지않게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가 숨겨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태평천국 유적, 중국공산당과 국민당 모두에 추앙받는 손문의 무덤인 중산릉(中山陵), 중국 현대사의 아픈 상처인 남경대학살의 실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념관도 이곳에 있다.

 

저자가 강서성․안휘성․남경을 주목하는 것은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저자는 중국술과 중국차가 중국 문화의 불가결의 요소라고 파악한다. 시인들의 풍류가 깃든 곳인 만큼 이곳에는 사특주, 고정공주, 여산운무차, 황산모봉 등 중국의 역사와 문화와 함께한 술과 차들이 있다. 저자는 현지에서 직접 술과 차를 맛보고 그 기원, 술과 차를 앞에 두고 명문을 남긴 사람들의 일화, 저자 개인의 품평까지 더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중국 기행의 맛을 선보인다. 이러한 술과 차와 함께 “백제성(白帝城)에서 이백의 「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을 떠올리고, 악양루에 올라 「등악양루(登岳陽樓)」를 쓴 두보를 회상하고, 석종산에 가서 소식의 「석종산기(石鐘山記)」를 음미하는 등의 즐거움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저자가 기행을 떠나는 이유이다. 이백, 두보, 소식 등 한문학 작가들의 작품 현장을 깊이 있는 설명을 들으며 돌아보는 즐거움은 물론이고 술과 차의 향과 맛이 곁들여진 품격과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중국 기행인 셈이다.

목차

1 여산 진면목을 알지 못함은 _ 강서성

 

무한에서 구강으로

중국술 1 중국술의 분류

동림사의 혜원대사는 누구인가

서림사와 소동파와 여산 진면목

중국술 2 백주에 대하여

시상촌에서 도연명을 만나다

중국술 3 사특주

남창의 승금탑, 청운보, 우민사

등왕각에서 왕발의 명문을 보다

팔일대교에서 돌아보는 중국 현대사

세계적인 도자기 도시 경덕진

중국술 4 백운변주

석종산에서 소동파를 그리워하네

중국차 1 중국차의 분류

심양루와 『수호지』 주인공 송강

중국차 2 녹차의 제조 과정

백거이 명작의 산실 비파정

중국술 5 공부가주

자연과 인문이 어우러진 여산

중국술 6 임천공주

중국차 3 여산운무

백록동서원에서 주자가 강학하다

중국술 7 중국 평주회와 ‘8대 명주’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송재소

    1943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문리대 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다산문학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한문학회 회장을 지냈고,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정년을 맞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퇴계학연구원 원장이자 다산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의 학문과 문학 세계를 알리는 데 오랫동안 힘써왔고, 우리 한문학을 유려하게 번역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저서로 『다산시 연구』 『한시 미학과 역사적 […]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을 시작하며
 
나는 1989년 북경(北京,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퇴계학(退溪學)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중국에 가게 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서안(西安, 시안), 계림(桂林, 구이린), 광주(廣州, 광저우), 항주(杭州, 항저우)를 거쳐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이렇게 처음 가본 중국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세계였다. 그때까지 중국은 꿈속에서나 그리던 미지의 땅이었다. 중국에 왔다는 사실이 현실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흥분하고 감격했다. 그러나 중국과 관계가 있는 학문을 전공하는 나로서는 한 번의 중국 여행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한 번 다녀온 중국의 모든 것이 나를 송두리째 사로잡고 자꾸만 손짓하고 있었다. 첫눈에 반해버린 연인을 못 잊어 잠 못 이루는 사람처럼 열병에 시달렸다.
 
나의 심정을 알기라도 한 듯 드디어 기회가 왔다. 그 이듬해인 1990년 10월, 복건성(福建省, 푸젠성) 복주(福州, 푸저우)에서 개최되는 주자(朱子) 탄생 86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그 당시에는 이런 방법이 아니면 중국에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난 후에는 무이산(武夷山, 우이산)과 상해(上海, 상하이)를 둘러보고 귀국했다. 이렇게 두 번을 다녀와도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직성이 풀리기는커녕 나의 중국열(中國熱)은 더욱 깊어갔다. 나에게 있어 중국은 그만큼 매력적인 대륙이었다.
 
그래서 세 번째로 간 것이 1992년 10월이다. 제남(濟南, 지난)의 산동대학(山東大學)에서 열린 제2회 동방실학연토회(東方實學硏討會) 참석을 위해서였다. 역시 그때에도 중국 구경을 빠뜨리지 않았다. 사천성(四川省, 쓰촨성) 성도(成都, 청두)와 중경(重慶, 중칭)을 거쳐 양자강(揚子江, 양쯔강) 삼협(三峽, 싼샤)을 배로 여행하고 동정호(洞庭湖)와 악양루(岳陽樓)를 관람한 후 북경을 경유하여 돌아왔다. 그러나 이것으로 중국을 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 넓은 천지의 일부분을, 그것도 주마간산 식으로 훑어본 데에 불과할 뿐이다. 중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중국을 좀더 넓게, 좀더 깊게 살펴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내친김에 그다음 해에는 좀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1993년 2월부터 6개월간 북경사범대학에서 연구교수로 체류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연구보다 여행에 더 몰두한 것 같다.
이후 중국 여행은 나의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했다. 정확히 계산할 순 없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중국을 다녀온 것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50차례는 넘을 것이다. 내가 중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문학을 전공하면서 책에서만 읽었던 이백, 두보, 소식 등 한문학 작가들의 작품 현장을 직접 답사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백제성(白帝城)에서 이백의 「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을 떠올리고, 악양루에 올라 「등악양루(登岳陽樓)」를 쓴 두보를 회상하고, 석종산에 가서 소식의 「석종산기(石鐘山記)」를 음미하는 등의 즐거움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어디 그뿐이랴. 중국의 음식과 술과 차 또한 나의 마음을 끄는 매력적인 것들이다. 특히 중국의 술은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맛본 그 어떤 술보다 나를 매혹시켰다.
이렇게 중국의 모든 것에 흠뻑 빠져 일 년에 몇 차례씩 중국을 드나들다가 어느 날 문득 중국 여행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주 가고서도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면 어쩐지 허전한 느낌이 들 것 같고 또 중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서였다. 여기에다 주위의 강력한 권고도 있고 해서 조금은 색다른 ‘중국 인문 기행서’를 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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