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깜언

책 소개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쓰는 데 만석동에서 13년이 걸렸고, 

  『모두 깜언』을 쓰는 데 강화에서 13년이 걸렸다.“ ― 김중미

 

『괭이부리말 아이들』 『조커와 나』의 작가 김중미의 신작 장편 『모두 깜언』이 출간되었다. 강화도 농촌에 사는 여중생 유정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김중미표 성장소설로, 서로 연대하고 고마워할 줄 아는 농촌 공동체 속 인물들의 따뜻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동안 자신의 삶과 글쓰기를 일치시켜 온 작가 김중미는 『모두 깜언』에서 다문화 가정, FTA, 구제역 등 농촌 사회의 여러 이슈를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그려 낸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며 청소년 주인공의 시선에서 작가 특유의 긍정성과 씩씩함으로 희망을 말하고 있다.

 

『모두 깜언』에 나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결핍을 갖고 있다. 결핍은 사람과 사람을 맺어 주는 매개가 되고, 사람과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힘이 된다.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가는 청소년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지금 여기’의 현실. 『모두 깜언』의 주인공들을 통해 이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따뜻하고 씩씩한 김중미표 성장소설이 왔다! 

 

강화도에 사는 유정이는 내면에 상처가 있는 속 깊은 여중생이다. 언청이라고, 말을 더듬는다고 학교에서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농사일을 돕고 사촌동생들도 돌보며 씩씩하게 살아간다. 알고 보면 다친 동물을 보아넘기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씨도 지녔다. 그런 유정이의 곁에는 엄마 아빠 대신 유정이를 아끼는 작은아빠, 베트남에서 온 작은엄마, 무뚝뚝하면서도 은근히 정이 깊은 할머니, 그리고 가족만큼이나 가까운 친구들이 있다. 번번이 티격태격하면서도 누구보다 유정이를 챙기는 광수, 서울에서 전학 와 멀게 느껴지지만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우주, 눈물도 많고 늘 유정이에게 상담을 청하지만 금세 훌훌 털고 일어나는 왈가닥 지희까지. 『모두 깜언』은 이들이 한데 어울려 겪는 한 해 동안의 이야기다.

 

작품은 유정이의 시선으로 본 하루하루의 일상이 이어져 전체를 구성한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정취가 흐르지만 농촌의 현실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친환경 농업을 지켜 나가려는 작은아빠는 한미 FTA에 이어 한중 FTA까지 닥쳐오면서, 소농으로 살아가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 때문에 괴로워한다. 작은 목장을 운영하던 광수 아버지 역시 구제역으로 소를 두 번이나 살처분한 뒤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어른들의 패배의식은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진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업을 이어 농사를 짓거나 노동자가 되는 미래를 그려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아이들은 다들 볼멘소리를 한다.

 

“우리 아빠가 농사짓지 말래요.”

“맞아요. 저희 부모님도 이제 농사는 끝이래요.”

“공장 가면 돈도 많이 못 벌고 매여 있어야 하잖아요.”

“왜 우리가 공장에 가요? 왜 우리 무시해요?”

“우리가 시골 산다고 인생에서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본문 89면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하기. 그렇게 살면 돼.”

 

희망이 좀체 보이지 않는 농촌의 현실. 이를 헤쳐 나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힘에 부치는 상황에서도 김중미 소설 속 인물들은 다들 강단 있고 믿음직스럽게 행동한다. 유정이는 다친 길고양이를 못 본 체하지 않고 동물병원에 데려가고, 약하게 태어난 강아지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농사는 가망이 없다며 겉돌던 광수는 결국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로 결심하고 농업고등학교 축산과 입학을 택한다. 베트남에서 온 작은엄마 역시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며 유정이에게 베트남에서 배운 교훈을 일러 준다. 작가는 이렇듯 내 곁의 가족과 친구들,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데 문제 해결의 열쇠가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 비엣남 사람들 꿍어, 꿍안, 꿍떰 중요해.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한테 항상 말했어.”

“꿍어, 꿍안, 꿍떰? 그게 무슨 뜻이야?”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한다는 뜻이야. 오빠, 그렇게 살아. 오빠가 농민회 일하고, 마을 아저씨들한테 잘하는 거 나 좋아. 나 돈 좀 없어도 돼. 용민이 공부 아주 잘 못해도 괜찮아. 오빠처럼 그렇게 살면 돼.”

―본문 194면

  

농촌 소녀 유정이의 풋풋한 사랑, 유쾌한 성장!

 

그동안 발표된 김중미 소설이 진지한 주제의식 탓에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다면, 이번 『모두 깜언』은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쾌하고 활기찬 분위기가 전해져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유정이를 향한 광수의 지고지순하고 우직한 ‘돌직구식’ 애정 공세, 아들며느리 내외와 걸핏하면 티격태격하는 유정이 할머니의 구수한 말투 등 실감나는 인물과 생생한 묘사는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한껏 끌어당기고 때로는 포복절도할 웃음마저 선사한다. 빈민가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다뤘던 『괭이부리말 아이들』에 이어 『모두 깜언』은 작가 김중미의 역작으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할 것이다.

 

오늘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농촌을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나 접하게 된다. 그렇게 접하는 농촌은 피상적으로 그려지거나 오해가 덧붙기 십상이다. 김중미 작가는 강화에서 거주한 지 십 년이 넘어서 비로소 『모두 깜언』을 집필했다. 농촌 지역의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가인 만큼, 문장 하나하나에 현실감이 짙게 배어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농촌의 삶을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박한 이 사회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게 될 것이다. 제목의 ‘깜언’은 베트남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이다. 유정이와 살문리에 사는 이웃들은 우리에게 범사에 제대로 감사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독자들이 김중미라는 작가의 존재에 고마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목차

1. 베트남에서 온 작은엄마
2. 말 근육 광수, 우윳빛 우주
3. 살문리는 꽃 대궐
4. 광수와 나
5.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6. 뜬 모 내기
7. 꼬맹이
8. 우주가 물었다. “넌 꿈이 뭐야?”
9. 소꿉친구 지희
10. 가족
11. 길고양이
12. 광수네 이야기
13. 베트남에서 온 로앤
14. 꿍어, 꿍안, 꿍떰
15. 긴 장마
16. 용마와 아기 장수
17. 포도 수확
18. 가을이 풍요의 계절이라고?
19. 화재
20. 살문리 사총사
21. 졸업식
22. 너는 내 운명?
23. 상처가 아물다
24. 겨울은 봄을 이기지 못한다

 

작가(저자)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중미

    1987년 인천 만석동에 정착해, 이듬해에 ‘기찻길옆공부방’을 열었습니다. 1994년 공부방 청소년들과 함께 첫 인형극을 공연한 뒤로 꾸준히 인형극 공연을 해 왔고, 2009년에는 ‘칙칙폭폭인형극단’을 만들었습니다. 1999년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창비 ‘좋은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으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지은 책으로 동화 『종이밥』 『모여라, 유랑인형극단!』 『행운이와 오복이』 『꽃섬 고양이』, 청소년소설 『조커와 나』 『모두 깜언』 등이 있습니다.

결핍의 힘
 

2001년 봄, 강화 양도면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내가 알던 새는 고작 10종을 넘지 않았다. 이른 봄 골짜기에 녹지 않은 눈을 포클레인으로 밀고 이삿짐을 옮긴 다음 날 아침, 새소리에 눈을 떴다. 나이 마흔이 되어 새소리에 잠이 깨는 경험을 처음 해 본 것이다. 그 뒤로 아침마다 마당에 서른 마리가 넘는 새 떼가 몰려왔다. 그런데 며칠 동안 지켜보니 무리에 있는 새들이 언뜻 봐도 서너 종은 되어 보였다. 어떻게 다른 종의 새들이 함께 모여 있는지 호기심이 들어 당장 조류 도감을 비롯해 책을 몇 권 샀다. 그리고 그 새들이 쇠딱따구리, 노랑턱멧새, 박새, 진박새라는 걸 알았다. 그 작은 새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까닭은 약하고 작은 텃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 작은 새들에게서 공동체의 참 의미를 깨달았다.
 
산등성이에서 일 년을 살고 나니 이른 봄부터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산과 들에 얼마나 많은 꽃이 피고 지는지, 그 꽃에 따라 어떤 나비가 모이는지, 그 꽃이 필 무렵에 밭에는 무엇을 심고 무엇을 거두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봄에 피는 제비꽃도 종류가 열 가지가 넘는다는 것도, 제비꽃이 보라색뿐 아니라 하얀색, 노란색까지 있다는 것도 그제야 알았다. 그해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을 맞이하는 동안 내가 만난 새들은40여 종이 넘었다.
 
그렇다고 시골의 삶이 늘 낭만적인 것은 아니었다. 봄은 왜 그렇게 더디 오던지, 골짜기의 잔설이 다 녹은 건 4월이 다 되어 갈 무렵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가뭄은 손바닥만 한 밭을 얻어 심었던 고추와 들깨를 다 말려 버렸다. 6월 말부터 시작된 장마로 가뭄을 겨우 넘기나 보다 했더니 이번에는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그 비로 길이 쓸려 내려가 며칠 동안 돌무더기만 남은 길을 등산하듯 오가야 했다. 겨울에는 눈이 조금만 내려도 차를 골짜기 아래에 두고 걸어 다녀야 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공부방이 있는 인천 만석동으로 나가야 하는데 교통편이 참 험했다. 승용차 없이 혼자 인천에 나갈 땐 왕복 여섯 시간은 각오해야 했다. 그 불편함은 자발적인 가난을 선택하고 만석동으로 들어가던 첫 마음과 각오를 되살렸고, 자연과 농부의 삶에 더 겸손해질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를 살아가면서 새로운 이웃과 새로운 아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우리 공동체를 더 단단하고, 더 가난하게 해 주었다.
 
강화는 역사적으로 많은 부침을 겪은 곳이다. 청동기 시대와 고려 시대의 유적뿐 아니라 근현대사의 질곡이 곳곳에 남아 있고 그곳마다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농촌과 어촌의 삶이 공존하고, 수도권에 자리한 탓에 도시 문화가 유입되면서 사람들이 잇속에 밝고 도시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 또한 높다. 그런 강화가 내 삶의 자리로 들어오는 데 십 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13년이 되어서야 농촌 이야기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쓰는 데 만석동에서 13년이 필요했듯이 말이다.
 
『모두 깜언』에 나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결핍을 갖고 있다. 결핍은 사람과 사람을 맺어 주는 매개가 되고, 서로 사랑하게 하는 힘이 된다. 내게 그 결핍의 힘을 알려 준 것은 항상 마을과 학교, 그리고 공부방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이었다.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가는 청소년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지금 여기’의 현실. 나는 『모두 깜언』의 주인공들을 통해 이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가의 말을 쓰자니 작품을 쓰는 동안 함께한 유정이와 광수, 우주, 지희가 마치 살아 있는 인물처럼 내게 말을 건넨다.
 
“깜언.”
나도 그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모두 깜언.”
 

2015년 강화에서
김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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