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명교류연구소(소장 정수일)의 기행도록 『실크로드 도록: 해로편』이 출간되었다. 2014년 5월에 나온 ‘육로편’에 이어 이번에는 ‘해로편’이다. 종횡 세계일주를 마친 저자의 혼이 서리고 발품이 찍힌 도록으로, 해상 실크로드를 답사하는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해상 실크로드를 환지구적 문명교류 통로로 정의한 실크로드관 반영
이 도록의 가장 큰 특징은 실크로드를 ‘구대륙’에만 한정시킨 종래의 진부한 실크로드관(觀)에서 탈피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실크로드는 ‘신대륙’을 포함한 범세계적인 문명교류의 통로로 확장된다. 덕분에 해상 실크로드를 비롯해 그간 실크로드에서 제외되었던 한반도의 위상도 회복되었다. 도록에는 해상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항으로 한반도의 울산, 김해, 청해진, 영산강 포구, 인천 등 5곳이 실려 있다.
이로써 우리는 세계가 둘이나 셋이 아닌 하나임을 확인하게 된다. 바닷길을 포함한 모든 길은 서로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졌으며, 그 길을 통해 전파된 인류문명도 결국 하나의 문명이다. 이때의 하나는 다양성을 통섭한 하나다.
세계의 인문지리서
라틴아메리카의 우수아이아, 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 유라시아대륙의 서단 로카곶, 아시아대륙의 남단 카나쿠마리, 카리브해 동단 산살바도르… 바로 지구의 동서남북 극지(極地)에 해당하는 이름들이다. 도록은 이들 극지의 상이한 생활풍습과 건축물 등 문화예술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상이한 풍경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그 밑을 흐르는 인류문화의 공통된 줄기다. 예컨대 우리는 400~500만년 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출현한 고생인류의 전세계 이동로를 추적하면서, 우리와 DNA를 공유하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이동로를 확인할 수 있다. 머리에 이고 등에 업으며, 상투를 얹고 머리카락을 따며, 윷놀이하고, 생회를 즐겨먹는 등 우리와 너무나 유사한 현상을 지구 저편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공존, 평화, 교류 등 인간사회의 보편가치를 말해준다.
해로 탐방과 여행의 안내서
도록에 오른 해상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항 75곳은 그야말로 전지구를 감싼 바닷길의 요충지다. 도록의 주제문과 해설문, 사진자료는 그에 관한 기본지식을 제공하여 인류문명의 탐방과 여행의 유용한 안내서로 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