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덕

뺑덕

책 소개

발칙하고 당돌한 불효자 뺑덕이 나가신다!

『초정리 편지』 『스프링벅』 배유안 작가의 『심청전』 비틀어 보기

 

배유안 장편소설 『뺑덕』이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61권으로 출간되었다. 스테디셀러 『초정리 편지』와 청소년소설 『스프링벅』 등을 통해 간결한 문체와 빛나는 상상력을 선보이며 작가적 개성을 다져 온 배유안이 이번에는 『심청전』의 주ㆍ조연들을 빌려 와 가족과 효 이야기를 새롭게 펼쳐 보인다. 작가 배유안은 ‘의뭉스러운 악녀’의 대명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뺑덕 어미’라는 인물을 주목했다. 그녀의 아들 ‘뺑덕’(병덕)이 정말로 존재했으리라는 참신한 발상을 바탕에 두고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주인공 병덕이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향해 느끼는 애증과 그러한 유감을 딛고 성장해 가는 모습이 공감 가게 그려진다. 아들을 빼앗긴 슬픔을 가슴에 묻은 채 괴팍하게 한세월을 살아 내는 뺑덕 어미의 모습 또한 밉살스러우면서도 동정이 가고 묘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매끄러운 서사 속에 뛰어난 해학과 골계미를 담아낸『뺑덕』은 ‘효녀 심청’으로 대표되는 효의 가치와 가족의 소중함을 지금 현실에 비추어 볼 수 있게끔 한 작품이다.

목차

가출

바다

뺑덕 어미

진주

파도

주막

청이와 귀덕이

어미

심 봉사

공양미 삼백 석

땡중

기적

나의 바다

수상정보
저자 소개
  • 배유안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한글 창제를 소재로 한 역사 동화 『초정리 편지』로 제1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창작 부문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청소년소설 『창경궁 동무』 『스프링벅』, 동화 『화룡소의 비구름』 『콩 하나면 되겠니?』 『분황사 우물에는 용이 산다』 『서라벌의 꿈』, 어린이 교양서 『다 알지만 잘 모르는 11가지 한글 이야기』 『할머니, 왜 하필 열두 […]

여고 시절 참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유머러스하고 밝은 친구였다. 어느 날 친구는 어머니가 너무 창피하다고 했다.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몇 번 본 적 있는 그 어머니가, 지금 생각하니 화류계의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나는 그때 친구의 고민을 함께 나눌 만큼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성숙하지도 못했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친구는 수시로 정신과에 입원했다. 병원 침대 머리맡에는 누군가가 놓고 간 돈이 수북했는데, 친구는 거기에 대놓고 조소를 흘렸다. 입원이 잦아지자 친구 어머니는 나에게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나는 대학생이 되어 노느라, 그 뒤로는 아이 키우느라 한동안 그녀를 잊었다.
세월이 한참 흘러 어떻게 연락이 닿아 친구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어머니와 둘이서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조금 안정감이 없고 산만했지만, 나를 비롯한 친구들과의 추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이십여 년 동안 입・퇴원을 반복했고 아직도 가끔 병원에 간다는 친구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그 후로도 몇 번 그녀를 만났지만 어머니는 나의 방문을 반기지 않았다. 어머니는 친구가 다시 입원했다며 더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고, 그 말에 발길이 멀어졌다가 나는 또다시 친구를 잃고 말았다.
시간이 더 흘러 청소년소설을 쓰는 작가가 된 후 그 친구를 떠올리니 새삼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병은 어머니를 부끄러워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그녀가 십 대와 이십 대를 지나며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나이가 그 당시 친구 어머니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 나서야 비로소 그분의 삶이 어떠했을까 하는 데에도 생각이 미쳤다. 그 시절, 그분 또한 인생을 허우적거리며 살고 있었고,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누군가의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몇 년 전, 한 청소년을 만났다. 어머니의 삶을 비난하며 자신의 인생을 마구 내돌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화도 나고 안타까웠다. 그 아이를 보면서, 유쾌하고 그림을 잘 그리던 옛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책은 그래서 썼다. 
부모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 자신을 얼마나 불행하게 하는지, 또 얼마나 오래도록 긴 상처를 남기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부모라고 다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사람들은 아니다. 상처받고, 주눅 들고, 후회에 찬 시간을 보내는 부모도 많다. 평범하고 더러는 미숙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자식에게 당당하지 못한 부모들의 신산한 삶 또한 받아들이고 보듬어 주는 것이 청소년들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 아닐까? 그럼으로써 자신의 삶을 더 튼튼히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뺑덕 어미의 아들을 작품으로 불러냈다. 『심청전』 어디에도 뺑덕 어미만 있고 뺑덕이는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 이야기를 해야 했다. 뺑덕 어미 같은 사람을 어머니로 둔 뺑덕이가 온전히 누군가의 아들이 됨으로써 자신의 삶을 세워 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이제 심 봉사가 아니라 뺑덕이와 우리들이 눈을 뜨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를 옛날 그때, 그 친구와 나눌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나는 지금 훌륭한 화가의 화실에서 차를 나눠 마시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다시 아프다.
도서관에 가거나 여행을 할 때면 늘 작은 천 주머니에 노트북 충전기와 마우스를 넣어 다닌다. 오래전, 다시 만났을 때 그 친구가 선물한 것이다.
 
2014년 6월 
­― 배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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