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털도하루이틀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책 소개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꾸준하고 성실하게 작품활동을 이어온 김금희의 첫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이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5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차분히 가다듬어온 열편의 소설이 묶였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공간을 찾아나가는 우리 시대 젊은 세대의 초상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가운데, 주변을 돌아보는 속 깊고 섬세한 시선이 풍성한 이야기의 결 안에서 따뜻하게 빛난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한걸음씩 찬찬히

 

김금희의 소설은 어느덧 우리 시대의 보편이 되어버린 막막한 현실을 정직하게 응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하고 집을 나가 자취를 감추었거나(「너의 도큐먼트」), 허울뿐인 베트남 참전 경험만 믿고 허황하게 사업을 벌이다 IMF에 떠밀려 좌초되거나(「장글숲을 헤쳐서 가면」), 일평생을 몸 바쳐 일했지만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에서 밀려나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아이들」). 그다음 세대에게도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아, 소설의 주인공들은 갓 상경해 입사한 회사를 수습기간도 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거나(「우리 집에 왜 왔니」), 다단계 회사에 들어가 몇달씩 헛된 꿈을 쫓기도 하고(「아이들」), 서울의 변두리를 전전하다 회사 사무실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거나(「릴리」), 고단한 일상을 견디며 철거 중인 오래된 판자촌을 지키고 있다(「집으로 돌아오는 밤」).

목차

당신의 나라에서
너의 도큐먼트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집으로 돌아오는 밤
아이들
차이니스 위스퍼
우리 집에 왜 왔니
장글숲을 헤쳐서 가면
릴리
사북(舍北)

해설 | 정홍수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수상정보
  • 2015년 제33회 신동엽문학상
저자 소개
  • 김금희

    1979년 부산 출생.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나의 사랑, 매기』, 짧은소설집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등이 있음.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등 수상.

봄이니 산책을 나갈까 합니다. 조깅이나 줄넘기를 하면 더 좋겠지만…… 일단은 그냥 걷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지만 관련기사들은 챙겨 읽습니다. 연민에 대해서 자주 생각합니다. 쓸쓸해지면 가고 싶은 도시들에 관한 책을 사둡니다. 거기에는 떠나지 못할 이유들이 없습니다.
 
일부러 받지 않는 전화가 있고 정기적으로 기부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충동적으로 염세주의자가 되어 중단하기도 하지요. 닳아버린 구두나 구식 디자인의 코트가 그렇게 만듭니다. 아주 속악하고 현실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무심히 지나치기란 쉽지 않지요. 세계는 불행하고 우리는 고향을 잃었으니까요.
 
까페에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듣습니다. 누군가 우는 사연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고 어느 연인들의 이별은 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연애는 끝이 나게 마련이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한쪽이 더 아플 겁니다. 어떤 비밀은 너무 비밀이라 그 고백을 들은 사람과는 연락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사후세계는 믿지 않지만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잊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아주 오랫동안 밀고 나가야 할 생각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받지 않는 전화를 오래도록 거는 것과 비슷합니다.
 
즐겨 찾는 식당과 좋아하는 자리가 있지요? 배우다 만 외국어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갈 수 없는 옛집이 있고 숨기고 싶은 흉터가 있습니다. 자주 유년을 회상하지요. 다락이나 장롱 같은, 어렸을 적 숨어들던 그 안전한 어둠속을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들은 그런 당신을 떠올리며 썼습니다. 그래서 오년이라는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지요. 감사합니다. 이 도시의 수많은 당신들에게 위안받으며 오래도록 쓰겠습니다.
응원해준 남편과 가족들, 친구와 선후배들, 최원식 선생님, 정홍수 선생님, 창비와 이상술 팀장님께 애틋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지나가는 겨울을 생각하며
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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