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학

책 소개

● 새 학문의 개창 ‘실크로드학’ 

 

‘실크로드’라는 이름은 120여년 전 처음 등장한 이래 오랫동안 사람들을 매료해왔다. 독일 지리학자 리히트호펜(F. von Richthofen)이 처음 만들어 썼으니 이 이름 자체가 그 연구사의 기원을 밝혀주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실크로드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전, 인류문명의 개화와 궤적을 같이하며 2천여 년이 넘도록 말 그대로 문명탄생의 산실이자 문명발달의 원동력으로 기능해왔다. 실크로드에 대한 연구가 문명교류사의 핵심적 위치를 점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실크로드 연구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중앙아시아 탐험과 2차대전 전후에 진행된 실크로드 연변의 일련의 고고학적 발굴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시발점에 불과해서, 실크로드 전체를 통관하는 진정한 학적 정립은 이제까지 이뤄지지 않은 과제였다. 문명교류사 연구가 주로 교통사나 지역학에 편중해온 데다 실크로드가 포괄하는 시ㆍ공간적 방대함과 교류상(相)의 복잡다기함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책 『실크로드학』은 여러 개념들을 정의하고 엮어세움으로써 문명교류사 연구의 주된 일부로서의 실크로드 연구를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하려는 시도이다.
“실크로드라는 환지구적(環地球的) 통로를 통해 진행된 문명간의 교류상을 인문ㆍ사회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어디까지나 실크로드를 통한 제반 교류상의 골격을 총론적으로 규범화함으로써 고유의 학문적 체계와 범주를 갖추어야 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 실크로드학이 다루는 것들, 실크로드의 개념 확대와 한반도 연장설

 

지금까지 실크로드는 대체로 시간적으로 13세기까지, 공간적으로는 중국과 로마를 잇는 3대 교통로라고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그 교류상의 실제를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크로드의 개념을 한반도까지 연장한다. 또한 15세기 이후 신구 대륙간에 전개된 문명교류상까지를 포괄함으로써 실크로드의 개념을 확대 제시하고 있다. 북방의 초원로, 중간의 오아시스로, 남방의 해로 등 3대 간선(幹線)과 유라시아의 남북을 관통하는 마역로(馬易路)ㆍ라마로ㆍ불타로ㆍ메소포타미아로ㆍ호박로(琥珀路)의 5대 지선(支線)에 태평양을 통한 신구 대륙간 문물교류를 더함으로써 전지구적 범위의 교류의 그물망을 그려 보이고 있는 것이다.(별첨 실크로드 3대 간선 연변 유지도 참조)

실크로드학의 개념ㆍ내용ㆍ의의를 밝힌 뒤 3대 간선과 5대 지선을 정리, 소개하며 교류의 개념과 종류, 배경을 고찰한 것이 서장-제2장까지의 내용이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상 벌어진 갖가지 정치ㆍ경제ㆍ군사적 정복이 문명의 전파와 교류에 미친 영향을 볼 수 있다. 일례로, 군사적 정복에서 이른바 3대 원정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로스의 동정(東征), 이슬람세력의 동ㆍ서정(東西征), 몽골군의 서정(西征)은 영토 확장을 통한 제국 건설의 과정이자 곧 종교와 제도, 각종 문물이 전파ㆍ동화ㆍ수용되는 과정이었다.
제2부 교류편 3~5장에서는 다양한 계기와 방식으로 전파된 각종 문물을 정신문명, 물질문명, 인적 교류로 나누어 다룬다. 여기에는 옥ㆍ유리ㆍ보석류ㆍ비단ㆍ종이ㆍ도자기ㆍ향료ㆍ인쇄술ㆍ화약과 연단술ㆍ나침반 등의 물질유물뿐 아니라 문학과 학문, 예술, 종교의 전파와 교류가 포함된다. 야금술의 발달과 상보적 관계에 있는 유리의 기원과 제조술의 발달, 중국에서 최초로 그리고 가장 잘 발달한 다양한 옥 장식품을 비롯해 세계사적 전환의 계기가 된 여러 발명품들의 전파, 그 자체로 하나의 문명권을 형성한 여러 종교의 태동과 수용, 변천뿐 아니라 이러한 교류를 이뤄낸 선구자들의 업적을 상세하게 조명한다.
제3부 전거편에서는 6-7장에 걸쳐 실크로드를 통한 교류의 문헌적ㆍ유물적 전거를 종합 정리한다. 인류의 유산으로 남은 교류에 대한 각종 개설소개서ㆍ학문연구서ㆍ여행문학서와 함께 세계 각지에 산재한 주요 문명의 125개 유지(遺趾)와 여기서 발굴된 유물들을 역사적 배경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부록으로 ‘실크로드사 연표’를 붙여 문명교류가 시작된 기원전 35000년부터 기원후 1750년대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했다. 또한 190여 장의 사진과 지도, 상세한 인명ㆍ지명ㆍ사항 찾아보기와 참고문헌을 덧붙여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 책은 저자가 볼펜 잉크가 녹아 글씨가 뭉개지는 불볕더위와 손발이 얼어 터지는 혹한의 겨울을 이기며 정리한 3년여의 연구메모를 바탕으로 집필한 것이다. 재직중이던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의 ‘동서교류사연구’ 과목이 저자의 구금으로 폐강되자 1998년 3월 초 영어(囹圄)의 몸으로 시작한 ‘서신강의’가 씨앗이 되었다. 우여곡절로 서신강의가 곧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갖은 어려움을 무릅쓴 집필이 가능했던 것은 민족과 인류의 생존은 문명의 공유와 상보적 상호의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책머리에’ ‘후기’ 참조) 세계적으로 자랑할 문명교류사 연구자인 저자의 놀랄만한 박식에 이만한 사명감과 열정이 더해짐으로써 이제 우리는 이 분야의 독보적인 역저를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목차

서장 씰크로드학의 정립

제1장 씰크로드의 전개사
1. 씰크로드의 개관
2. 초원로
3. 오아시스로
4. 해로
5. 5대 지선

2장 씰크로드를 통한 교류의 역사적 배경
1. 교류의 역사적 배경
2. 교류의 정치사적 배경
3. 교류의 경제사적 배경
4. 교류의 민족사적 배경
5. 교류의 교통사적 배경

3장 씰크로드를 통한 물질문명의 교류
1. 옥의 교류
2. 유리의 교류
3. 보석류의 교류
4. 비단의 교류
5. 종이의 교류
6. 도자기의 교류
7. 향료의 교류
8. 인쇄술의 교류
9. 연단술과 화약의 교류
10. 나침반의 교류

4장 씰크로드를 통한 정신문명의 교류
1. 문학의 교류
2. 학문의 교류
3. 예술의 교류
4. 종교의 교류

5장 씰크로드를 통한 인적교류
1. 인적교류
2. 교류관계 수립을 위한 인적교류
3. 물질문명 교류를 위한 인적교류
4. 정신문명 교류를 위한 인적교류

6장 씰크로드를 통한 교류의 문헌적 전거 
1. 교류의 문헌적 전거
2. 개설소개서
3. 학문연구서
4. 여행문학서

7장 씰크로드를 통한 교류의 유물적 전거
1. 교류의 유물적 전거
2, 주요 요지
3. 물질문명 유물
4. 정신문명 유물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정수일

    중국 연변에서 태어나 연변고급중학교와 북경대 동방학부를 졸업했다. 카이로 대학 인문학부를 중국의 국비연구생으로 수학했고 중국 외교부 및 모로코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평양국제관계대학 및 평양외국어대학 동방학부 교수를 지내고, 튀니지 대학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 및 말레이 대학 이슬람아카데미 교수로 있었다.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같은 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년간 복역하고 2000년 출소했다. 현재 사단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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